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당신은 어리석고도 잔인한 사람이다. 재하는 의지를 벗어난 울음을 삼키려 무진 애썼다. 그때와 같은 상황이지만 배로 비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서도 당신이 어째서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갈 길 잃은 책망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때 형의 공격을 받았던 것을 당신도 보았으면서, 결혼식이 피로 물든 것을 봤으면서. 차라리 당신이 그 이후 자신을 증오했더라면,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아예 보려 들지도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이 추악한 마음을 일찍이 접어낼 수 있었을 텐데. 다시금 희망을 접고 이전처럼 주군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마침내 그분께서도, 내 자신이 바라 마지않을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을 향한 원망과 자신을 향한 혐오가 눈물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당신에게 추악하게도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온전히 자신의 탓인데도 당신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
재하의 입이 다물린다. 잇새로 짓눌린 입술에서 송골 거리던 피가 턱을 타고 한줄기 흘렀다. 차마 답할 수 없었다. 당신에게 전가했던 자신이 끔찍하리만치 역겨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추악함이 드러난 기분이었다. 아니다, 아니다! 자신은 어리석지 않다. 아니, 어리석다. 뿌리쳤어야 하는데. 아니다, 뿌리치지 못한 것은 당신 때문이다. 재하의 눈동자가 떨렸다. 넋을 잃은 듯, 현실을 부정하듯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재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너머를 훑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곳적의 추악함이요, 악하게 태어날 수밖에 없던 자신의 본색이 드러난다. 재하는 당신의 웃음소리를 부정하듯 힘없이 늘어져있던 손을 들어 귀를 덮어 가렸다. 이건 모두 시험이다. 나는 아직도 번뇌 속에 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더듬더듬 한 단어씩, 문장이 입술을 타고 흘렀다.
"ㅊ,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아, 아니야. 아니야.."
듣고 싶지 않았다. 더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재하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광적으로 교국의 구호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 제발 그만.." 당신에게 대답을 촉구했지만 막상 그 답을 들어버리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당신이 자신이 바라지 않는 답을 얘기해도, 바라는 답을 얘기해도. 결국 끝은 타락하여 추악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일임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속으로 빈다 한들 지금껏 그래왔듯, 당연하게도,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재하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신의 입을 타고 나오는 답이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한 단어, 한 호흡, 한 문장이 당신이 얘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서 바라는 대로 흐르고 있었다. 그 사실이 괴로웠다.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광적인 중얼거림이 우뚝 멈췄다. 마유신교, 마지막 단어만 뱉었더라면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이 지독한 꿈에서 깰 수 있었을 텐데. 차마 그 단어를 뱉을 수 없었다.
당신이 이 한낱 마두를 원했기 때문이다.
심장소리가 거세다. 귀를 덮은 손이 떨어진다. 공격을 받은 뒤 포위됐던 상황처럼 당신의 품 안에 갇혀버린다. 새장 속의 새가 되어 몸을 떨었다. 재하의 숨이 멎는다. 품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소리가 울리기 마련이다. 당신의 울리는 목소리가 비현실적이다. 단어도, 문장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도.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신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 숨, 생은 주군의 것이기에……. 당신 같은 이교도에게 내어줄 수 없사온데, 그럴 수 없.. 고작 이교도에게... 배교자에게 내어줄 수 없단 말이야……. 나의, 나의 가족을 죽인 자를.. 거짓말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나를.. 아.. 아악.."
재하의 목에서 비참한 듯 억눌린 목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마지막 발버둥을 쳤다. 포식자에게 목 물린 동물처럼 의미 없는 발버둥이다. 이곳은 외로웁고 아무것도 없기에. 주워 담아도 다시 바스러져 흩어지는 사막이었다. 그리고 그 사막을 홀로 걷는 일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침묵이 이어진다. 당신의 한탄 섞인 웃음만이 이 안을 채운다. 품 안에서 기절해버린 듯 침묵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던 재하의 늘어져있던 팔이 느릿하게 올라온다. 당신을 마주 안듯 하며 긴 손가락이, 세운 손톱의 끝이 당신의 목 뒷부분을 스쳤다.
"원껏 취하소서."
품에 파묻혀 속삭였다. 스친 손가락이 이내 목덜미를 껴안았다.
"나를 원껏 손에 쥐고 휘둘러도 좋다. 함부로 대하여도 좋다. 대용품으로 써도, 감정을 풀 인형으로 써도 좋을 테야. 하니 제발, 제발 나를 이곳에 두고 가지 마. 소마를 버리지 말아주시어요.. 그러니까 싫어하지 말아. 같이 있어."
버리지 말아 줘. 고개를 들어 당신을 마주한다. 배덕감이 폐부를 찔렀다. 이는 물이 말라 드러난 밑바닥裁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