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8075> [1:1/중세] 늑대의 쉼터 - 첫 번째 이야기 :: 118

◆bb1hgZO.RI

2022-07-09 18:10:31 - 2022-07-22 19:04:43

0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0:31


꼬마야, 내 무릎으로 오려무나.
잘 들어라,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지붕 너머로, 칠흑 같은 밤,
그 가운데 숲의 바람이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단다.

쉿, 아가, 일단 들어보거라.
그리고 이야기의 값은 키스로 지불하면 돼.
네 아버지도 칠흑 같은 밤에 길을 잃었단다.
바로 이런 폭풍우 속에서.

>>1 𝓜𝓪𝓻𝓰𝓸𝓽 𝓔𝓻𝓲𝓬𝓱
>>2 𝓓𝓲𝓪𝓷𝓮 𝓔𝓻𝓲𝓬𝓱

1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11:48

https://picrew.me/image_maker/1651432

"오늘 내가 먹을 먹잇감을 정했어. 바로 당신이야."

이름: 마고 에리히
나이: 25세
성별: 여성
키/몸무게: 171cm/67kg
직업: 무직(전 기사단장)
생일: 1월 17일
혈액형: O형
주로 쓰는 손: 왼손
좋아하는 것: 달콤한 디저트, 고기, 술, 낮잠, 양털 침대, 근육
싫어하는 것: 귀족, 늑대

외관: 숲의 늑대와 같은 회색 빛깔의 긴 머리칼. 날카롭고 고혹적인 눈매 끝에선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코는 오똑하게 섰고, 턱은 갸름하다. 미인이냐고 물으면 확실히 미인이긴 하지만, 다소 기가 세 보이는 특징이 있다.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단련된 몸에는 그간 전장에서 쌓아온 전공의 수만큼 흉터들이 가득하다. 물론 옷으로 가려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성격: 예전 소년 시절의 화끈하고 털털한 기질이 전부 남아 있다. 하지만 귀족들과 자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거기에 여우 같이 간사스러운 면이 더해졌다. 애둘러 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한다. 남들 앞에서 표정을 꾸미는 데엔 익숙하지만, 남편 앞에서 만큼은 솔직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거기에 뭔가 더 챙김을 받고 싶은 마음에 괜히 어리광까지 부리게 된다.

인간 관계: 디안 에리히. 남편. 처음에는 절친 정도였으나, 그로부터 지금껏 입은 상처들을 위로받고 보듬어지며 조금씩 감정이 싹텄다. 결국 그러다 그가 먼저 고백하자, 자신에게 일을 강요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청혼을 받아 들였다.

디안의 부모. 일찍 죽은 양친을 대신해 자신을 거둬 준 은인 같은 사람들. 기사단장 시절 부친 쪽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크나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기젤라 귄터 크루거. 기사단장 시절 1살 연하의 여성 부하. 당시 부단장이었으며, 현재는 기사단장이다. 남작가의 영애 출신. 귀족이긴 해도 하위 귀족이라서 마고의 생각에 곧잘 공감해 주었다.

마일로 마이어 마그누센. 마그누센 변경백. 기사단장 시절의 앙숙. 3대 귀족 파벌 중 하나인 보수파의 리더. 변경에 아주 넓은 영지를 소유한 중년의 대귀족이다. 철저하게 귀족 중심의 사고를 가진 인물. 마고가 귀족에 대한 혐오 가지게 해 준 일등 공신이다.

레오폴트 레빈 라르손. 라르손 궁정백. 3대 귀족 파벌 중 개혁파의 젊은 리더. 틈만 나면 추파를 던지는 호색한, 마고를 자신의 첩으로 삼고자 했었다. 하는 짓은 참 넌더리가 났지만, 그래도 동시에 기사단을 위해 힘을 많이 써 주기도 했기에 애증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콘라트 오베 란다우. 란다우 후작. 재상. 3대 귀족 파벌 중 중도파의 리더.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며, 슬하에 자식이 없다. 그래서 마그누센 변경백이 마고의 신분을 문제 삼았을 때, 마고를 회유하여 양녀로 들이고자 했다. 마고에게 작위와 영지를 주자고 국왕에게 제안한 자 역시 이 사람이다. 마고를 친손녀처럼 잘 대해 준 인자한 할아버지.

게르트루트 밴더미어. 스승. 머리가 하얗게 샌 차가운 인상의 여성. 기묘할 정도로 얼굴은 젊다. 마고가 입단하기 한참 전부터 지금까지 기사단의 훈련 교관을 맡고 있다. 신분부터 출신 국가까지, 과거에 대한 모든 것이 불명인 수수께끼의 인물. 다만 검술 하나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기타: 항상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이유는 남편이 귀가 예쁘다고 해줬기 때문이다.

마을 아주머니들의 수다 사이에 끼여서 항상 괴로워한다. 모여서 재잘대는 것보단, 차라리 혼자 낮잠이라도 자는 것을 선호한다.

요리는 못하지만, 수프와 육포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전쟁터에서 자주 해먹어던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결혼 전 성씨는 쿠쉬였다.

옛날에 자기보다 키가 작고 느린 남편을 거북이라고 불렀었다. 지금도 가끔 그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새벽에 몰래 나와 숲 속에서 홀로 달빛 아래 검술을 단련한다. 남편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편.

2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0:59

https://picrew.me/share?cd=1P0DevvBSz

"좋은 아침, 마고ㅡ 아침 먹을래?"

이름: 디안 에리히
나이: 25세
성별: 남성
키/몸무게: 190cm/85kg
직업: 여관 주인
생일: 1월 17일
혈액형: O형
주로 쓰는 손: 오른손
좋아하는 것: 마고, 남들을 돕는 것, 요리, 가족, 마을
싫어하는 것: 악인, 불합리한 것, 마고와의 다툼

외관: 마고처럼 기사를 하진 않았지만, 마을의 허드렛일들과 여관일, 그리고 자기 자신만의 단련을 통해서 다져진 근육질 몸은 보기 좋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다져져 보기 좋게 자리 잡았다. 얼굴은 잘 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남자답게 생겼다. 다만 얼굴에는 어린 시절 마고와 놀다 생긴 흉터가 있어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몸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는 편이다. 물론 잘 웃고 다니기에 무섭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눈은 갈색 눈동자를 품고 있고, 부드러운 눈매를 가지고 있다.

성격: 그는 마고에 비해선 꽤나 순한 편에 속했다. 애초에 항상 앞장 서는 것은 마고였고, 그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이 그였으니까. 하지만 불의 앞에선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정의로운 마음을 기지고 있었고,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여서 마을 사람들에겐 누구나 힘이 되어주는 맘씨 좋은 사내로 자라났다. 종종 마고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에 질투심도 느끼긴 하지만, 제대로 표현은 하지 못하고 질투심을 느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는 착한 성격.

인간 관계:

마고. 아내. 죽마고우였기에 마고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마고를 받아들였다. 물론 돌아온 마고를 보고 예전과는 달라진 감정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이 없었어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마고가 돌아온 후, 열심히 자신을 어필해서 청혼에 성공했고,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혼인에 성공했다.

어머니. 그가 마을에 머무르게 된 이유1, 현재는 그녀 역시 병으로 제대로 걷지 못 하고 방에서 머무르는 편이기에, 그가 동생들과 함께 잘 보살피는 중. 어머니도 그가 마고를 따라나서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고가 돌아온 후 한결 밝아진 그의 모습에 안심하고 있다.

줄리오 사케. 그보다 두어살 많은 마을 이장의 아들, 어릴 때부터 사사건건 여관집 아들이었던 그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현재 이장이 노환으로 물러날 시기가 되자, 이장 대리가 되어선 마읗의 잡일이란 잡일에 그를 부려먹고 있다. 마고를 짝사랑하기라도 했는지 결혼 이후엔 더 심해졌다.

루아, 루이, 루나. 그의 여동생들. 현재 루아와 루이는 근처 도시로 나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원래는 다니지 않으려 했지만 오빠인 그가 강하게 주장해서 하는 수 없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능이 있어 공부는 잘 하고 있다. 루나는 아무래도 어머닐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자신은 약재사가 될거라고 주장해 마을에 남아 마을 약재사에게 일을 배우며 어머니를 돌보고 종종 여관일을 돕고 있다. 셋 다 오빠바라기라서 오빠를 끔직히 아끼는 편.

마을 사람들. 대부분 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기에 사이가 좋은 편. 마을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애초에 마을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꽤나 신랑감으로 꼽는 듯 했지만, 그가 결혼에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지내왔기에 선뜻 다가오진 못 했던 모양이었다.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남을 잘 돕는 그의 성격을 이용해서 부려먹으려는 사람들도 이쓴 편이다.

기타:

마고바라기. 어릴 때도 친구로서 졸졸 따라다니길 좋아하던 편이었지만 그녀가 돌아오고 반하기 시작했을 때부턴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몸 곳곳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듯 했다. 흉터가 있어 사납게 보이던 그의 얼굴도 마고를 볼 때면 사르르 풀려선 다른 사람같아 보인다고 할 정도.

기사를 동경했다.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마고와 함께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마을에 남게 되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단련은 빼먹지 않는 편. 이젠 생활처럼 되어서 자연스럽다고.

마고를 사랑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다. 다시 검을 집어들고 마을을 떠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따금 마고가 떠나던 날의 꿈을 꾼다고 한다.

요리를 잘한다. 그의 여관은 근방을 지나는 여행자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겐 맛있는 여관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마을 사람들이 종종 자신을 부려먹으려는 건 알고 있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돕는 편. 그저 다들 사정이 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편

저축도 잘 해둬서 소문은 안 났지만 나름 부유한 편에 속한다. 물론 그는 다 여동생들 결혼 자금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여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으고 있어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잠든 마고를 보다 잠드는게 새로운 취미다. 곁에 있는 마고만 보고 있어도 더 필요한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3 ◆sIJsrPYTRg (MT92KfSmvo)

2022-07-09 (파란날) 18:22:48

일단 잘 부탁해!

4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28:37

>>3 잘 부탁해요. 그럼 설정은 얼추 정해졌으니, 곧바로 첫 지문을 어떻게 할지 같이 생각해 볼까요?

간단한 일상으로 시작해도 좋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게 있어도 좋을 것 같네요.

5 이름 없음 (BOjMNtOgy2)

2022-07-09 (파란날) 18:32:54

>>4

음, 뭐가 좋으려나. 시작은 잔잔한 일상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시간적으로는... 음, 결혼을 하고나선 일주일 정도 지난 후가 좋으려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하는거지.

6 ◆bb1hgZO.RI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8:36:06

>>5 좋아요. 그럼 마고가 디안의 옆에서 곤히 자다가 일어나는 묘사부터 해볼까요?

첫 시작은 잔잔하고 달콤하게 끊어 보죠.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7 ◆sIJsrPYTRg (AGpXSZTtGE)

2022-07-09 (파란날) 18:45:06

>>6 좋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것 같아. 그러면 기다릴게.

8 마고 - 여관 2층, 침실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19:29

아침의 향기, 창가로부터 따스한 햇살이 에리히 부부가 누운 침대로 내리 쬐었다.

"으, 으으므...."

마고는 거슬리는 자극에 미간을 찌푸리고, 손에 든 양털 베개를 얼굴 쪽으로 그대로 파묻어 버렸다.
어제는 너무 마셨다. 아니, 어제 뿐만이 아니다. 그 전 날도, 그 전 전 날도, 남편과 첫 날 밤을 보내고 나서부터는 계속 취기에 푹 젖어 있는 상태였다.

"괴로워...."

기운도 없고 마른 목소리가 텁텁한 입가에 맴돌기만 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숙취 덕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어제 디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위장에 술을 퍼부어 댄 어리석은 자신의 머리통을 한 대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몸이 허공에 붕 뜨는 듯한 어지러운 감각에, 구역감이 치밀었다.

얼굴은 베개 속에 박아 버린 채, 손만을 뻗어 물을 찾았다.
분명 어제도 이쯤에 다인이 찬물을 올려 놓아 줬었으니, 분명 오늘도 그리 해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마고의 남편은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때, 손 끝에 뭔가가 톡하고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물컵이구나 하고.

조금만 더 뻗으면 완전히 닿을 것 같았기에, 몸을 침대 밖으로 살짝 빼고 간절하게 손을 움직였다.
솔직히 그냥 일어나면 될 일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이 나른한 감각을 보존하기 위해 포근한 침대 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끄응.... 으, 으와아아—?! 끄흐으으...."

쿠당탕 소리와 함께, 침대 아래로 꼴사나운 자세를 취하며 낙마했다.
견갑에 망치처럼 가해진 충격은 무려 전직 기사단장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새어 나오도록 할 정도로 욱씬거리는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이 초승달처럼 움츠러든다.
허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서 흔들림으로 인해 탁자 위 물컵으로부터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그녀의 얼굴 위에 쏟아 부어졌다.

"푸하.... 쿨럭, 아침부터 이게 뭐야...."

마고는 마치 물에 젖은 생쥐가 되어,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요 며칠 간은 완전히 같은 일상만 반복되었었다.
여관 1층에서 줄창 퍼마시고 기절. 그리고, 디안에게 엎힌 채 2층의 침대로.
분명 며칠 전까진 내 등을 맡겨도 될만큼 절친한 친구였건만, 이제는 그 넓은 등에 몸을 기댄 채로 엎혀 다니고나 있었다.
내겐 너무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고 나태한 시간들, 그것에 대한 벌을 신께서 이제야 내게 내리신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떨어지고 찬물까지 뒤집어 쓰고 나니,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9 디안 - 마고 (QbL9lWW6ho)

2022-07-09 (파란날) 19:30:25

" 읏차...! "

디안이 휘두르는 도끼가 찍힌 나무토막이 깔끔하게 반토막이 되어 옆으로 떨어진다. 땀에 젖은 셔츠와 밖으로 드러나 땀이 맺힌 그의 탄탄한 팔은 하루 이틀 해온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기에 온도는 선선한 편이었지만, 그의 옆에 가득 쌓여있는 장작들을 보면 왜 그리 땀을 흘리는지 알 수 있을 듯 했다. 땅에 떨어진 장작을 주워 장작더미에 올려둔 디안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긴다.

" 이정도면 이번주는 충분할 것 같은데.. 아, 슬슬 일어났으려나. "

디안은 쌓인 장작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웃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여관 맨 위층을 바라본다. 언제나 홀로 지내던 여관 2층의 끝방에는 이젠 같이 머무는 이가 생겼으니까. 사실 일주일 전 결혼식을 올린 것이 지금에 와선 한편의 꿈 같이 느껴졌지만, 그떄를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되어버린다. 마고 에리히. 어릴적부터 이어져온 인연이자, 이젠 새롭게 부부의 연을 이어가게 된 소중한 사람이었다. 옆에 걸어둔 수건으로 손을 뻗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곤 여관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 디안, 신혼 생활은 할만해~? 벌써 힘이 부족한 건 아니지? "
" 맞아맞아, 신혼 떄 힘 딸리면 너 쫒겨나도 할 말 없다? "
" ... 정말이지, 얼른 아침이나 마저 드시고 일 나가세요. 문제없으니까. "

1층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마을 사람들의 짓궂은 말에 피식 웃은 디안은 덤덤하게 대꾸하곤 삐걱거리는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 자신의 방, 아니 이젠 부부의 방으로 향한다. 예쁘장한 자신의 아내가 있는 방에 들어선 디안은 물에 젖은 생쥐처럼 푹 젖어선 바닥에 엎어져있는 마고를 발견하곤 놀란 눈을 한 체 다가간다. 평소 같았으면 땀냄새가 난다며 바로 다가가지 않았을텐데, 혹여 마고가 아프기라도 할까 방금전까지 몸을 사용해 평소보다 더 탄탄해진 몸으로 다급하게 품에 안아올린다.

" 마고?! 무슨 일이야,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

걱정스럽게 품 안의 마고를 바라보며 조금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물어오는 것이 꽤나 팔불출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신혼이라면 당연한 모습일까.

10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19:58:39

디안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허겁지겁 마고를 안아 올렸다.
따뜻해, 그리고 단단해. 분명, 방금 전까지 격하게 몸을 쓰다 온 모양이었다.

그의 넓은 품 속에 마치 공주님처럼 안겨 있자니, 약간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직까지는 자신도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항상 지켜주는 기사의 입장이던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물론 따지고 보면,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었다.
그래도 그땐 이렇게 로맨틱한 분위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런 감정을 느끼기엔 내가 너무 어렸었다.
게다가 정확히 안아 올린다는 느낌보단, 반쯤 질질 끌고 간다는 느낌에 가까웠었지.... 내가 디안보다 한 뼘 정도는 더 컸었을 때니까, 아마.

"보면 알잖아...? 침대에서 떨어지고 찬물을 맞았을 뿐이야. 별일 아냐."

걱정스레 빤히 쳐다보는 그 눈빛이 마고를 늘 과보호했었던 아저씨를 연상하게 해서 조금 괴로웠다.
피를 이은 부자 관계라서인지 상냥한 점도 어쩜 이리 닮았을까.

그나저나 딱 봐도 일찍 일어나서 일하다 들어왔을 텐데, 이제 일어난 사람이 역으로 챙김을 받는 건 역시 아니다 싶었다.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리는 내가 하고 나갈 테니까, 당신은 가서 일 봐도 돼."

11 디안 - 마고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07:48

다행히 별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떨어져선 찬물을 맞았을 뿐이라니, 뭔가 그것도 평범한 일은 아닐 텐데. 그것을 하나하나 따지자니 좀 그런 것 같아서 디안은 결국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물에 맞은 그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일은 하고 왔고, 오늘은 아침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 조금은 이렇기 같이 있어도 될 것 같은데. '

디안은 쑥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너와 좀 더 있고 싶다는 말을 던지며 품 안의 마노를 응시한다. 여관만 아니었다면 잠시 든처 도시로 신혼여행을 갔어도 됐을텐데, 자그마한 마을의 여관은 꽤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도 떠나지 못 했다. 그게 미안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노는 그런 걸 몇번이고 받아도 부족할 신부였으니까.

" 아, 땀냄새나서 거슬리려나? 미안해. "

그러다 문득 방금 전까지 장작을 패고 와서 땀에 젖은 셔츠와 몸을 떠올리곤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부드럽게 사과의 말을 건낸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자신에겐 한없이 과분한 사람이라 라나라도 더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종종 이렇게 기사였던 그녀와는 다른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 ...일단.. 사랑해,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

그래도 결혼하고나서 하루도 거르지 않던 말을 조심스럽게 건낸다. 흘깃흘깃, 입을 맞춰도 될지 마고의 얼굴을 살피면서. 이래저래 아침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는 디안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예쁜 신부가 있는 남편들이라면 다 똑같이 생각할거라 합리화도 하면서.

12 ◆bb1hgZO.RI (KDyV59byEc)

2022-07-09 (파란날) 20:23:39

늦은 저녁입니다. 먹고 와서 금방 이을게요.

그나저나 디안은 정말 사랑스러운 새신랑씨네요, 풋풋해라....

13 ◆sIJsrPYTRg (1qY1xZ5OZY)

2022-07-09 (파란날) 20:35:20

맛있게 먹고 와. 천천히 줘도 느긋이 기다릴테니까.

그야 마고가 사랑스러우니 절로 따라가는게 아닐까? 부부는 닮기 마련이라니까.

14 마고 - 디안 (BAJQXbLgRU)

2022-07-09 (파란날) 22:07:35

"흠, 할 일을 미루고 온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해."

아저씨도 아줌마도 여관 일을 도울 수 없게 된 지금의 디안은 정말 하루 종일 바빴다.
밑에 다른 직원이라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돈 쓸 일이 많아 여유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딱히.... 어제 자면서 계속 맡았던 냄새잖아. 이제 와서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어."

단순하게 위치만 침대 위에서 옆으로 바뀌었을 뿐, 디안이 마고를 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어제도 다인의 넓은 품 속에 안겨, 한참 동안 디안의 향취를 코에 한껏 담았다.
지금껏 마고는 남자의 냄새라면, 전쟁 중에 같이 생활했던 단원들의 냄새 밖에 몰랐었다. 단언컨대 그건 악취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남편의 냄새만큼은 그렇게 지독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계속 맡고 있다 보면, 마냥 불쾌한 느낌과는 뭔가가 결이 다른 끈적한 감정이 마고의 안에서 자꾸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었다. 거기에 찬물을 맞아 축축해진 상태로 다시 침대를 뒹구는 것은 썩 끌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 건 나중에 하자고, 마고는 생각했다. 대신 배가 조금 고팠다.

"또 그 멘트. 당신, 더 새로운 건 없는 거야? 예를 들면,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라던가."

슬슬 미소를 피우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고. 며칠 전부터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표정을 지으며, 디안에게 은근히 졸라왔다.
예전 같으면 바라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곧이 곧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었다만, 그간 쓸 데 없이 처세술이 늘어 이렇개 다양한 방식으로 디안을 곤란하게 해왔다.
기세를 탔다고 생각했는지, 마고는 디안의 턱 끝을 살짝 만지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럼 나는 거기에 대해 아마 이렇게 답하겠지. 그거라면 우유에 벌꿀을 타서 데운 음료 정도로 충분해요. 답례는, 어제처럼 진한 키스 한 번이면 될까요?"

디안을 빤히 보고,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기사단장을 역임했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도, 이렇게 야릇한 웃음을 지으니 어딘가 사내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아마, 자신에게 입을 맞추고픈 디안의 기색을 미리 읽었던 걸지도 모른다.

"부탁할게, 당신."

15 ◆sIJsrPYTRg (n6dBcm1g0Y)

2022-07-09 (파란날) 22:24:16

아가씨, 오늘 아침 간식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기억해두자고 디안은 생각했다. 아리따운 얼굴에, 잘 어울리는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져오는 마고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기로 한다. 디안은 이런 쪽에는 많이 약했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행복해질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마고가 돌아오면서 그의 인생도 뒤바뀌게 되었으니까.

" 정말이지, 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마고를 이길 수 없을거야. 날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야릇한 미소를 띈 체 답해오는 마고를 보며 말한다. 그의 얼굴에는, 아니 그의 눈에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물씬 담겨 마고를 응시하고 있었고, 살며시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그녀의 말이 그가 바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 근데, 벌꿀을 탄 우유를 만드려고 마고를 침대에 눕히고 다녀오려면 선불이 필요해서. "

실례할게. 디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아직은 입을 맞추는 것이 서툴고 조심스러워 투박한 입맞춤이 아주 잠시 이어지고, 마고는 가볍게 그의 품에 들려져선 침대로 옮겨진다. 정성스레 침대에 눕힌 그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준다.

" 다녀올게, 옷 갈아입을거면 갈아입고 있어. "

마고를 위해 주방에 다녀오려는 듯 천천히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신혼이라면 역시 곁에 있어줘야 할텐데, 하는 욕심 섞인 중얼거림을 남기며 방을 나선다. 계단을 내려와 일을 나서는 손님들을 만기고, 그릇을 치우며 마고를 위한 우유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끓여 꿀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다. 일련의 과정이 능숙하게 이뤄지고 기분 좋게 잔에 따라두곤 한켠에선 부드러운 빵을 굽기 시작한다. 가볍게 우유와 곁들여지면 좋을 부드러운 빵, 그곳에도 너무 달지 않게 살짝 꿀을 바르곤 그릇에 올려 쟁반에 담는다.

" 입맛에 잘 맞아야 할텐데. 괜찮겠지. "

그녀가 먹었을 값비싼 요리들은 이 마을에는 없었으니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맞춰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 그는 조심스레 문 앞으로 다가간다. 마고가 옷을 갈아입고 있을수도 있으니 배려를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이건 여동생들에게 주의 좀 하라며 다년간 잔소리를 들어온 것이 큰 습관이었지만.

" 들어갈게, 괜찮지? "

16 ◆sIJsrPYTRg (7i78LUlxUI)

2022-07-10 (내일 월요일) 00:49:06

마고주는 쉬러갔으려나? 일단 잘 자구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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