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알갱이가 목을 넘어가는 감각이 확실히 있었다. 냉랭해진 기류에 분과 초를 다투며 맹렬하게 머리가 돌아가고 그녀는 살짝 겁먹은척 눈을 크게 뜨면서 손가락에 의념으로 감춘 가느다란 독 비수를 슬쩍 돌리며 주위를 둘러싼 덩치들의 목,머리,심장,등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정확하게 급소를 찌를 수 있을 거리를 계산한다.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무기가 거두어 지는 소리가 들리고 소녀는 몸에 들어가던 긴장을 풀며 메이드 복장을 한 소녀의 손을 잡는다. 천천히 메이드의 위로로 진정하는 척, 주위가 차차 진정되어 가는 양을 관찰하면서 좀 더 훌쩍거리다가 한 마디를 내뱉는다.
"너무해...돌아가면 파파한테 이를거야..."
좋아 막타까지 완벽해. 범죄자들이 서로 머쓱해하며 어떻게 할지 다시 대화하느라 웅성이는 틈을 타 소녀는 재빨리 다른 팀에게서 온 메세지를 확인 한다.
[건물 구조 파악 완료]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연락하면서 생각한건데, 분명 모르는 사람들인데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들어 소녀는 잠시 진짜 아는 사람이면 어떨까 생각하다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특히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은 누군가를 떠올리고서 그런 일이 있다면 아마 몇 칠동안 방 안에 처박히거나 아니면 저가 그 사람을 때리거나 아무튼 둘 중 하나가 죽거나 아니면 저가 수치사로 죽어서 둘 다 죽거나 등등 논리의 비탈길을 따라가다 유하랑 눈이 마주치고 다시 거래 현장에 집중한다.
'분명 몇 년동안 놀림당할거야 그럴거야!'
"날 물건이 있는 곳으로 쟤랑 같이 보내주면 안 이를게."
[유하양은 드래고니안이니 안대가 있어도 근거리의 신호는 확인할수 있을것이와요.]
일어서며 결론을 내린 조직원들 사이에 서서 같이 안대를 쓰고 안내를 해달라 말을 하고 따라 건물 내부를 이동한다.
어떻게든 넘어간 모양이다.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이 들자 긴장이 살짝 풀려서 식은 땀이 나올 것 같았지만 메이드래곤은 그럴 시간이 없다. 울고 계시는 우리 아가씨를 위로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린의 어깨를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려 위로해주며, 이런 위기마저 기회로 만들어 압박을 가하는 기세에 한 번 놀란다. 아가씨 완전 능구렁이가 되셨군요... 이 메이드는 대박 기특합니다.
지금이라는 수신호가 읽히자 마자 유하는 한 발자국 옆으로 딛어 린과의 거리를 벌렸다. 팟! 하는 짧은 소리. 전류로 인해 달구어진 공기가 터지는 소리였다. 다른 이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폭음이 연쇄적으로 들려오며 전구가 말 그대로 터져버린다.
놀란척 유하를 부르며 호들갑을 떨고 비명을 지르고서 재빨리 안대를 벗고 지급받은 적외선 안경을 쓰고 어둠속으로 숨어들고서 하나하나 딱 마비되어 경찰이 올 때까지 기절할 수준의 독을 발라둔 비수로 쓰러뜨린다. 젠장 이게 뭐야 불켜! 등등 각종 욕설과 비명이 난무하는 현장을 재빠르게 돌아다니다가 뿔과 꼬리를 가진 인영의 손을 낚아채고 소란속에서 들리지 않게 말을 전한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사람이 있사오니 같이 처리해야 할 것 같사와요. 소녀는 다시 남은 자들을 기절시키러 갈것이니 유하양은 나가서 이 일을 전하는 사람이 없게끔 입구를 막아주시와요."
어둠속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몸을 돌려 옆에 비틀거리면서 무기를 뽑아든 놈의 관절을 꺽고 그대로 턱을 걷어찬다. 차는 못타지만 전투는 잘하는 전투메이도라곤의 전문적인 서포트와 함께 한,두 번 불빛이 번쩍이자 다시 밝아진 방안에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널브러져 꿈틀거리는 무언가만이 남아있었다.
"이제 구출조가 임무를 완료하기만을 기다리면 되겠어요."
진정한 아가씨는 그 어떠한 곳에 있든 경망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지 않는다- 그렇기에 린은 아무렇지 않게 나풀거리는 기모노를 잡아 정리하고서 사뿐하게 쓰러진 덩어리위로 앉는다. 어억-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수고해준 금발 트윈테일의 귀여운 인상의 메이드를 바라보며 옆에 앉으라는 듯 한 술 더 떠 덩어리의 등을 손으로 탁탁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