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이면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마무리 하고 가는 게 가능하겠네요" "2차도 다녀와도 되지만 너무 늦으면 아침이 힘든걸요~" 힘들다기보다는 그냥 귀찮아아. 같은 느낌이겠지만. 그냥 해보는 투정에 가까울지도. 마지막 주문이라던가 청소라던가. 같은 것도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냉장고 안에..." 뭐가 있더라. 같은 생각을 하다가 오일 파스타라는 말에 냉동 관자를 생각해냅니다. 가끔 구워먹으면 꽤 괜찮으니까요.
"관자요?" 냉동으로 두어팩 정도 있다는 말을 건네고는 아쉽다라던가 밤에라는 멀에 조금 삐진 것처럼 흥 하지만 금방 장난스러운 듯한 미소로 다녀올게요. 라고 말하며 올라갑니다.
"으음...." 머리카락을 말리는 게 식사 후라고 해도 물기를 좀 짜내고 닦아내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고요
카페는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계속 영업하는데다 내가 개강총회를 하는 다음날도 카페는 영업을 해야하니 은지를 피곤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끝내고 집에 오는게 베스트. 관자가 있다는 말에 마침 냉장실에 들어있던 관자를 꺼내서 오일 파스타에 넣기로 마음 먹었다.
" 아쉬우면 다음엔 같이 씻자? "
아마 씻는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그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은지가 씻는 시간은 얼추 알고 있으니 맞추어서 관자를 넣은 오일 파스타를 만들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맞추어 그릇에 담는다.
" 머리는 대충 닦아놓으면 내가 이따 말려줄께. "
아직 안씻긴했지만 밥 먹고 머리 말려주고 설거지하고 씻으면 딱 될 것 같았다. 파스타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면이라 그런지 접시도 금방 비워서, 나는 은지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식기들을 대충 싱크대에 정리해두고 말했다.
사실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도 재밌었지만 역시 나의 삶은 은지와 함께 있어야 가장 즐거웠다. 인첨공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하지만 은지랑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당히 친구들과 놀 것도 놀면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러게. 생각보다 괜찮은걸. "
어디서 샀었지. 아무래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면 은지가 사둔 관자인듯 했다. 냉동했다가 냉장 해동했는데도 비린내도 많이 안나고 괜찮은걸 보아하니 처음부터 상태가 매우 좋았던게 아닐까. 맛있게 파스타를 먹고서 싱크대에 담궈둔 나는 은지에게 드라이기를 갖고 갔지만 혼자서 말릴 수 있다는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으음, 내가 말려주고 싶지만~ 씻기 전에 설거지는 해야하니까. 설거지하고 씻고 나올께? "
정말 말려주고 싶었지만 아직 씻지도 않았으니 설거지부터 해두고 후딱 씻어야했다. 다행히 설거지 거리는 많이 없어서 금방 끝낼 수 있었고 씻는 것도 그렇게 오래 씻는 것은 아니라 금방 할 수 있었다. 그래도 30분 정도는 걸렸기에 머리를 닦으면서 나온 나는 은지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씻고 나와서 은지가 앞에 앉아보라고 하자 나는 잽싸게 앞에 앉아서 즐거운듯 작게 흥얼거렸다. 머리를 말려주는 손길이 제법 기분이 좋아서 살짝 힘을 빼고서 앉아있으니 금세 머리 말리는게 끝이 나버렸다. 조금 아쉬웠지만 머리가 짧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기지개를 편 나는 작게 하품을 하고선 말했다.
"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얘기한 나는 저녁도 먹고 씻기도 했으니 이젠 좀 쉬다가 잠들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먼저 침대로 향했다. 카페의 2층은 같이 자는 침실과 각자가 따로 쓰는 방이 있었는데 내가 쓰는 방엔 침대는 없었다. 그냥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 정도? 나중에 괜히 싸웠다가 방에 들어가서 각 방 쓰는 날이 오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바로 자긴 하루가 좀 아깝네. "
침대에 걸터앉아서 은지를 바라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팔을 벌렸다. 은지가 와서 안기면 그대로 꼭 안아줄 생각이 만반이었다. 이렇게 껴안는건 내가 좋아하는 스킨쉽 중에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결혼식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꽤 많은 의견을 내겠지만 예식장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초대될 것도 아니고, 시건에 쫓기듯 결혼식을 할 것도 아닌 만큼. 넉넉하게 빌릴 수 있는 곳과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라는생각을 하는 은지는
"어때요?" 몇 군데를 찾아보려 합니다. 결혼식이 갑자기 휘릭 잡히는 건 아닌 만큼 여유롭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이면서 갑자기 망해서 빌려줄 수 없다! 고 되지 않으려면 신중해야 하니까요.
은지가 가져온 포트폴리오같은 것은 총.. 세곳이군요. 정현도 조사를 했다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지만. 첫번째 장소는 근교에 위치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나 길의 복잡성과 관해서 좀 불편한 데라 대차가 거의 필수적이긴 하지만 장소가 가장 여유롭다고 하네요.
정작 결혼 이야기를 꺼내놓고서 자잘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나는 은지가 가져온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게 뭐지? 하고 3초 정도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다 내용이 뭔지 확인하고서야 결혼 이야기가 떠올라서 아차차! 하는 표정과 함께 가져온 것들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 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빠르네. "
멋쩍은 웃음과 함께 첫번째 장소를 살펴보았다. 첫번째 장소는 근교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넓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시설도 나쁘지 않아보였고.
" 왕복 버스 같은걸 대절하면 괜찮을것 같은데? 넓어서 주차장도 크고. "
자가용을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 교통이 불편한건 크게 체감이 안될테니 말이다. 근교라 막힐 염려도 없고.
"부를 사람이... 많지는 않죠." 고개를 끄덕인 은지입니다. 하지만 보통.. 공간은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게 문제를 덮기 어려운 편이긴 합니다. 물론 다른 곳도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두번째는.. 첫번째와 비슷하게 근교이긴 하지만 길은 잘 닦여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최근 이 부근의 풍광이 소개되어서 sns인기적인 게 있어서 예약이 빨리 찰 수 있고 좀 소란스러울 수 있다 게 단점이네요. 공간은.. 적당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넓다고 볼 순 없겠네요. 다만 사진은 굉장히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네. 유명한 곳이 되기 전에 알아봤는데 유명해져서 조금 고민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 유명해지기 시작한 sns의 발원지의 발원지가 은지와 관련이 있었나 봅니다.
"하객이 아니라도 축하를 해주는 것도.. 있겠네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현을 살짝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호텔을 빌리는 방안입니다." 조금 긴장한 듯이 발표하네요. 이런 거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심력을 쓰는 일이니까요. 비용 자체는 제일 많이 들겠지만 호텔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숙박 및 홀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겠네요. 은지는 잡아끌리는 대로 안기듯 무릎에 앉으려 합니다. 그런 스킨십은 은지를 편안하게 하니까요.
"어디든 좋긴 할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함께라는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는 걸까.
요즘엔 나만이 알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핫해지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말이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테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분명 은지가 올렸던걸 본 것 같은데 그게 삽시간에 유명해진듯 했다.
" 그래도 너무 복작복작할지도 모르지. "
끌려온 은지를 자연스럽게 무릎에 앉히고선 마지막 방안을 듣는다. 호텔을 빌린다라 ... 가격적인 면에선 가장 비싸겠지만 앞의 두 장소의 단점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곳이다. 가장 맘에 드는 제안이었지만 아무래도 걸리는 것이 있었다. 돈은 전혀 상관 없지만 남들의 시선이 문제였다.
" 호텔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우리가 호텔을 결혼식장으로 쓰면 좀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 "
겉으로는 그냥 소소하게 카페에서 같이 살고 있는 커플이니까 갑자기 비싼 호텔을 빌려버리면 어떻게 보일지 예상이 안되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재산 관련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고 있었고.
" 어디든 좋으면~~ 방에서 물 떠놓고 결혼해도 괜찮을까? "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만지려하며 말했다. 사실 그래도 문제는 없을듯 했다. 지금도 거의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죠..." 뜬금없이 유명해지는 건 그다지 희귀한 일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무릎에 앉히면 조금 긴장했다가. 금방 플린 듯합니다. 복작복작한 걸까... 그리고 정현의 말에 조금 고민하다가...
"글쎄요..." 애초에 제대로 된 카페를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매물은 비싸고, 동시에 이정도 크기의 카페는 드물고 화룡점정으로 이게 지어진 거라면 더 신경쓸 게 많을 테니. 호텔에서 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은지입니다. 의외로 호텔의 전체를 빌리는 것보다는 일정 층을 빌리는 형식으로도 가능한 것 같고. 물론 가장 무난한 건 앞의 두가지..이겠지만.
"증류수로 떠놓아야겠네요." 정현의 말에 답하는 걸 보면 장난인지 진심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표정을 보면 거의 진심아리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다 괜찮아보여서 고민이네요" 각자의 장점이 있다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셋 증에서 그나마 덜 괜찮은 데를 생각합니다. 너무 붐이 일어난 두번째는 좀.. 애매합니다. 사실 껴안긴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많이 올 수 있을 때에 이렇게 껴안기고 그런 거 보이는 건 부끄러운 감이 있나 봐요.
"장난인가요?" 은지가 부드럽게 웃습니다.
"정말인 건 한번뿐이지만. 기념해마다는 기념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그럼 어디서 할까 고민합니다. 셋 다 저마다의 이유로 좋은 곳인 만큼...
인원은 식장을 예약할때쯤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지는 않으니 최소 인원으로 하면 되겠지만 말이다. 호텔 예식장은 유명한 곳은 1년 예약이 바로 꽉차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최소 내년의 이야기니 아직까진 실감이 안나는 것도 맞았고.
" 은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이라 ... 그건 정말 기대되는데? "
사실 턱시도야 입은 모습은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다쳐도 드레스는 일생에 한번만 입는 옷이라고 할 정도라고 하니까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왠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장난기가 돈 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은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얼굴을 보려는척을 하다가 팔을 잡고선 자신의 쪽으로 몸을 돌리려하며 말했다.
" 사실 뭘 입어도 은지의 외모에 가리겠지만 말이야. "
단순하게 길만 걸어가도 시선을 끄는 외모이니까 말이다. 사실 결혼식에 관련된 것들은 하루 아침에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야하는 것이므로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기에 나는 은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