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에겐 오늘도 그다지 특별한 하루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일찍이 등교하고, 남들보다 먼저 강의실에 도착해 일찍이 수업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이 지난 뒤론 부지런히 도서관으로 가 공부에 시간을 썼습니다. 해가 지면, 자취방으로 돌아가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니, 그래야 했습니다. 캠퍼스를 나선 시현은 횡단보도 앞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냅니다. 팔 안에 노트를 몇 권이나 들고서 하염없이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내 신호가 푸르게 점멸합니다. 상황은 그때부터 이상하게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해진 기류를 시현은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서늘하게 부는 바람이 어쩐지 기이했습니다. 바람이 위로 불고 있었나, 아니면 아래? 밤하늘은 왜 저리 또 시커먼지, 달빛조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현은 개의치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어두운 거리에 소란이 찾아든 건 그 순간이었습니다. 시현이 무심코 옆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진해오는 트럭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시현의 몸이 산산조각난 듯 아파올 뿐이었습니다. 행인의 비명과 구급차 소리가 언뜻 들린 것도 같았습니다.
시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 낯선 곳이었습니다.
시현은 어딘가에 누워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그 사고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역시 꿈이었던 건가요. 하지만 그게 꿈이라 해도 여기는 시현의 자취방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이곳이 집일리 없습니다. 누워있던 시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동시에 눈 앞에 푸른 수면이 펼쳐집니다. 바다라 착각할 정도로 드넓고 맑은 수면 말이죠. 시현은 금세 이 장소가 어느 호숫가인 걸 알아차립니다. 게다가 시현의 주변으로는 전부 탁 트인 평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지는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생소한 풍경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생긴 호수가 근처에 있었던가요? 있다고 해도, 시현은 왜 여기서 깨어난 걸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입니다. 자리에 가만히 선 시현은 호수의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