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4 최신 유행 게임 ' 프로젝트 운명 이세계 리다이브 ~ 프리티 메이드~ '의 최강 무기 쿠폰을 얻기 위해 콜라보레이션 카페에 알바 지원한 태호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핑크 메이드복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할 카페에 갔더니 네코미미 메이드 오토나시도 알바생으로 있는데.. .... . ..
나는 손으로 턱을 괴곤 웃으며 상대를 바라본다. 그럼, 하고 말꼬리를 늘리지만 뒤에 추가로 추궁은 안했다. 그러나 아마도 유하는 알겠지. '그렇게 생각할 줄 아는 애가 나한테는 왜' 이라는 의도를 말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그녀의 분노를 받는 것은 억울하기도 했지만, 여유를 되찾고 보면 조금 기쁘기도 하다. 그 만큼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일테니까. 원래 애정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라고 하였다.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끙끙거리는 그녀에게 천천히 손을 뻗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손길에는 부드러운 호의가 담겨있어,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이다.
"누구 하나의 마음이 완전히 굳혀지기 전 까지만 연인이라고 부르지 않는 단계의 관계에서 돌이켜보면, 어디까지가 좋을 것 같은데?"
상대의 표현이 재밌어서 나도 인용해보기로 했다. 말하고 보니 길기도 길군. 어쨌거나 대강 알았다. 내 생각에 유하가 열받은 이유 중에는, 우리가 해보지도 못한 행위들을 내가 다른 곳에서 라임이랑 이미 과감하게(물론 내가 주도한 것은 아니다만) 해버렸단 것도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적당히, 유하 본인이 지금의 관계성에서 납득할 수 있는 행위의 선을 정해보라고 묻기로 했다. 그 다음에는 그 바램대로 이루어주면, 아마 나쁜 분위기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10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아서, 처음 캐릭터를 만들고 어장에 참여했을 때와는 내 생각도 성향도 많이 바뀌어서, 최근에는 여러모로 권태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사실 캐릭터도 나도 학교생활보다는 의뢰나 모험 쪽에 더 관심이 많은데, 대운동회라는 사건으로 인해서 학교에 묶여있어야 한다는 점이 너무 아팠어. 그래도 예쁜 소리 한 번 하자면,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흐려지고 모호했던 그런 느낌이 말끔히 정리된 기분이야. 놓을 건 놓고, 어중간한 고민도 싹 정리하고. 약간 갤러리 정리한 느낌? 이제 대운동회 시작이니까 영월 때 참여 못했던 만큼 더 열심히 참여할게!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이야기도 정말 기대하고 있어. 내가 끝까지 영서를 놓지 못했던 건 캡틴이랑 모든 참치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야. 항상 고마워!
+ 버킷리스트
무기술 S 찍기 화살 평타에 베기 판정 묻히기 아저씨 만나서 "I missed you" 말하기 로빈후드 선생님이랑 같이 지내면서 수련하기 오리지널 기술 만들기 에루나랑 짱친먹기 메리한테 칭찬받기 엄청 강해져서 메리한테 대들기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낸 다음 저렇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에 쫌스러운 마음이 든다. 직접 고개를 들어 마주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쯤 상대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에 손을 뻗고 있을지는 눈을 감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짜증나. 완전 짜증나... 꼬리가 허공을 위 아래로 가르는 소리에 이어 탁 탁 하고 의자도 마저 치고 있다. 어쩌면 이 의자의 수명중 8할은 지금 이 감정을 소모하는데 소비되었을지도 모른다.
"......"
힘을 주어 입술을 다물고 침묵으로 상대를 째려보았다. 어디까지 해도 괜찮다고 말 하면 바로 그걸 기도하려고 드는걸 모를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