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재하 커미션 좀 다시 뜯어보니까용... 그.. 목 부분 있잖아용..? 목과 옷 속의 붉은 천 덧댄 부분 그거 말인데용..거기서 바로 시선 내려서 깃과 붉은 천 그 사이의 중앙 마름모꼴 그 부분.. 어디라 해야해 명치보다 살짝 윗부분? 사실 그 부분 옷.. 제가 디자인 시트 낼 때 거기 트여있었다가 아니 이럴수가 그 부분만 드러나다니 이거 너무 숭하다 싶어서 수정했는데 그걸 그대로 넣어주시네용...? 다시 보니 천사다(?)
거짓을 고한 적이 없다는 것을 천마님께 맹세했으니 결국 진심으로 상대해야 하는 것은 맞았다. 신앙을 어찌 배신하겠는가. 재하는 그 점에서 다시금 감정의 모순을 느꼈다. 나는 한 점 우러러 깨끗한 사람인가. 휘몰아친 벚꽃잎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재하는 눈을 잠시 홉뜬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갗이 찢겨 괴로워하는 것이 옳으나 아우는 멀쩡하다. 피가 튀긴 했으나 찢어져 너절해지진 않았다.
"하."
차가운 온도에 의해 당황스러운 한숨이 뿌연 연기가 되었다.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싸우는 순간마다 죽기 직전까지 갔다.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특수무관 강건에 대한 사실을 어찌 모르겠는가? 재하는 부채를 들어 펼쳤다. 내기를 둘러 공격을 방어하려 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이지만 절정의 검기를 받아들이긴 버거웠는지 뒤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우스운 일이다. 이리도 약해빠진 자였다.
"소마는 알 수 없는 일이옵지요. 아우님이 아니었으니."
안타까운 미소다. 재하는 7년 전을 떠올렸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았지.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나. 아무렴 그랬다. 그때 제오상마전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때..
틀렸다고? 무엇이? 재하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고민했다. 대체 무엇이라 답해야 했지? 재하의 손이 달달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멈춘다. 천마님을 위해 살았기에 살아남았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단 한 번. 그 이후로는 계속 막아낸다. 점점 버거운지 기어이 공격을 내주고야 만다. 나뭇가지를 막던 부채의 내기가 약해지더니 이내 부채를 놓친다. 그리고 고작 나뭇가지에 이 허약한 몸뚱이가 나가떨어진 것이다. 눈동자가 떨린다. 눈앞이 아찔하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긋난 느낌이다. 고개를 들어 제 아우를 응시했다. 적을 바라보는 눈이다. 잘못된 존재를 바라보는 눈에 세상은 무너져버린다. 기어이 이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런 눈으로 보는 것은 천마님께서 나를 보필하셔서 그 지옥과도 같은 삶에서 꺼내져 왔더니 이제 그 은혜를 잊어버렸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도 있으나 그보다 더 이전으로, 조금 더 이전으로……. 재하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목을 쥐어짜 겨우 소리를 내었다.
"……너무나도 과분하였기에.."
어째서 그 긍휼함을 저버렸는가. 과분하였기 때문이다. 재하는 눈을 감았다. 세상이 까맣다. 이게 자신의 위치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보고 싶지 않은데 봐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어느새 알게 될 수밖에 없고, 한 순간의 판단으로 전쟁에서 수많은 교인이 죽었다. 이젠 이 자리를 내려놓기엔 이미 너무 깊게 발을 담가 잘못 뺐다간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 두려웠다. 너무나도 과분하다. 재하는 자신을 추악한 사람으로 여겼다. 늘 가장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임을 속에 담고 살았다. 자신의 추악하고 잔인한 내면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였던 과거를 두려워했다. 더듬거리며 떼는 말은 두서가 없다.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너무나도 그 은혜가 과분해서 견딜 수가 없는데 왜 하필 가장 추악한 나를 점지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보필 받았다는 사실이 의심이 되어서……. 이 모든 것이 끝내 환영지망 안이라 의심하였고 나의 존재 자체까지 의심하여서……. 그래서.. 그래서……."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고통에 겨운 짐승의 신음처럼 목을 비집고 문장 하나가 뭉개져 나왔다.
이것저것 글은 썼는데 너무 뭉개져서 계속 갈아엎느라... 원래 재하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강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고.. 지금 신앙이 흔들리는 문제는 '신원도 불분명하고 기루에서 자란데다 성격까지 꼬여버린 자신을 왜 천마님이 돌보는가'에 대한 자기혐오와 의문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까지 세세하게 나누느라 좀 늦었어용...
무너짐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제 자신에게 그리도 채찍질을 하였거늘 기어이 무너지고야 만다. 과분했던 삶을 직시하니 너무나도 쉬이 무너진다. 재하라는 성의 기반은 모래였고 파도 한 번에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며 일갈하는 것에 얼굴을 덮어가린 손의 손톱은 날선 모습을 보인다.
오만하다.
참으로 우스운 말이 아닌가. 가르침을 읊는 목소리에 손가락 끝은 점점 새하얗게 물든다.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다. 늘 겸손히 살았다. 스스로의 위치를 절대 높다 생각하지 아니하였다. 우습고도 우습다! 경청하라 제 자신이 그리도 일렀거늘 이젠 자신이 경청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자신을 가엾게 여기었는가. 아니다. 가여움도 받아선 안 되었다 생각했다. 홀대하는 것에 달리 반문할 수 없으나 적어도 그것 만큼은 반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재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채를 잡고 일어나라는 목소리에도 잠시 그 상태 그대로 굳어버린다.
"……7년 전 전쟁에서."
잠시 운을 떼었다. 호흡이 가파르다.
"소마의 한마디로 제오상마전이 제때 나서지 아니하여 수많은 교인이 죽었사옵니다."
명한 자는 따로 있으나 거절할 수도 있는 것을 주군의 충정이었기에 받들었다. 목숨놀이의 원인은 본인이었으니 어찌 내 자신이 추악하지 아니한가.
"어찌 무고한 교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소마에게 천벌이 아닌 더 높은 삶을 내린단 말입니까."
나는 진실로 추악한 자이며 그런 성정을 내 자신으로 인정하나, 그 자체가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으되, 그런 추악함을 드러내지 아니하기 위해 살아왔거늘 만일 부정하던 삶이 천마의 뜻이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 삶을 가도록 하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천마님의 원대하신 계획 안에 있던 것이었다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소마에게 내려진 시련이었다면……."
그랬지. 언제는 내 삶이 나의 것이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결국 그 추악함도, 지금껏 살아온 삶도, 행했던 명도 천마님의 점지로 이루어진 것이요 내 모든 순간이 천마신교의 은총이자 은혜이거늘.
"그런 죄를 지어버리어 도망친 소마라도, 아무리 추악하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회개하여 죄를 뉘우치고 다시금 천마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온지요..?"
떨어진 부채를 향해 손을 뻗어 쥔다.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고개를 들며 부서질 듯 아름다이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만고의 슬픔도, 고통도 없다. 환한 미소였다.
벚꽃잎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 천앵 5성, 백앵 내공을 20소모해 백개의 벚꽃잎을 하늘에서부터 내리게 한다. 하나하나의 벚꽃잎은 기가 서린 검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애초에 교인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제오상마전은 자신의 사람이 아닌 자가 하는 말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하고 나섰을 것이다. 그분의 핏줄을 이은 정장한 후보 중 한명이니까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그분의 가르침을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천마님께서 자신의 대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후손을 시험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결과는 나로서는 모른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고 내가 친구들과 뭉치는 원인이 되어서 천마신교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분의 뜻이라면 ?
"그건 당연한 것이지 않습니까 ?"
애초에 천상천하 가릴 것 없이 그분의 영역이다 우리가 아무리 도망치고 달려도 우리는 벗어난 적이 없는거다 미소를 지으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벚꽃잎을 본다. 약하지만 , 약하지 않다. 나로서는 힘들이지 않고 막을 수 있지만 , 힘들어서 막아야 한다. 한마신공을 운용하며 내공을 움직이고 그대로 나뭇가지를 잡은 팔을 빠르게 움직인다. 쳐내고 쳐내고 쳐낸다. 얼려진 나뭇가지에 서서히 금이 가고 벚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웃으며 그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고불이 느끼기에 야견이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지난 만남에서도 고불은 야견에게 그의 의도대로든 아니든 이미 깜빡 속은 전적이 있기에 저자가 탁월한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저 말이 모두 사실이라도 하더라도 고불을 감히 신묘한 길조 정도로 취급하고 고불의 순정을 짓밟은 죄는 그냥 넘어가기 어렵..어라?
고불은 야견이 진정으로 산채를 좋아하는 열렬한 지지자로 여겼기에 그런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고불의 호감을 거짓으로 산 후 산산이 짓밟은 것과 다름이 없게 느끼었기에 몹시 슬프고 화가 났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오해라면, 고불은 배신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상대는 애초에 산채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고 열렬한 지지자인 척 할 생각도 없었다면..음 그의 말대로 명문 사파인지야 몰라도 그저 되는대로 자기 잇속을 챙기고 싶었던 속물 정도가 아니겠는가. 한편으로는, 야견 저 자는 산채와 관련된 직접적인 말을 한 것이 없다. 그저 고불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되는대로 지껄인 것일테다. 그럼에도 고불이 멋대로 오해한 것은..그만큼 고불이 그러한 관심과 애정을 바라고 싶었음이 드러난 것 같아 고불은 맥이 풀렸다. 남들의 구경거리로 호의와 관심을 주워먹으며 사는 삶은 이제 벗어나리라 생각했건만..자신의 삶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굳어져 운명이 되어가는 것인가 싶어져 고불은 더이상 분쟁을 이어갈 기분이 아니었다.
"고불..명문사파든 길거리 시정잡배든..상관없다! 고불은 무시 당하지 않을거다! 너..돌아가거든 감히 이 산을, 산채를, 나 고불을 무시하는 자가 없도록 해라!"
얼굴은 전과 다름없이 사나웠지만 그 안에 서려있던 노기는 이미 흩어진지 오래고 그저 지치고 피로감이 묻어나는 날선 말투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야견의 사슬을 풀어주었다. 본디 왜소한 그의 체구가 노인의 그것처럼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야견이 말을 마치자, 방금 전까지만해도 상처입은 산짐승 마냥 끓어오르던 고불의 투기는 사라지고 없다. 주섬주섬 사슬을 회수하는 턱에 쿵, 하고 땅에 떨어져 자세를 다잡는 야견. 아무래도 서로 간의 오해는 풀린 것일까. 사실, 둘 중 하나라도 조금의 의심이라도 있었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민중에게서 돈을 빼앗아가는 산채를 지지하는 민중이 있을리 없고, 산의 토지신이 할 일이 없어 늑대를 때려잡고 있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해 끝에 나온 소동이라 여기고 서로 갈 길을 마저 가면 될 일이었다.
“...저기, 고불 형님. 잠깐.”
그러나 야견은 그런 합리적이고 어른스러운 마무리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그래도 작은 몸이 더 작아보이는 고불의 등, 그리고 지친 목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는 더더욱. 야견은 돌아가려는 고불을 굳이 불러놓고는, 한참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앓는 소리를 내고 이를 갈다가, 겨우 입 밖으로 말을 뱉는다. 아무래도 머리 속에서 할 말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다.
“오해는 풀렸지만, 사과는 하게 해줘.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범속한 버릇 탓에 쓸데없이 판을 벌렸어.”
복잡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사과하는 야견, 그는 목숨이나 이익이 걸린 상황에서 태도를 굽히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 부류였으나, 지금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에 관련된 문제였다. 선입관으로 상처를 입힌 자에게 동정으로 더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고불이 살아왔던 삶을 모르는 야견이 그에게 사과할 자격이라곤 있는 것일까. 진짜 사파였다면 이런 유약하기 짝이 없는 고민 따위는 안 하겠지만, 아견은 아직도 중요한 순간에는 잡념에 시달리고 마는 범인(凡人)에 불과했다.
야견을 풀어준 고불은 터덜터덜 산채를 행해 걸어가고 있었다. 고불은 야견이 잠시를 불러세우자 의아했다. 뒤에서 기습 공격을 가하는 경우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자신을 불러세울 이유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의아함을 느낀 고불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고불...?"
다만 자신을 불러세운 야견이라는 자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쉬이 말을 건네지 못한 채, 뜸만 들이고 있다. 결국 인내심이 점점 끝을 보이는 고불은 그냥 자신의 갈 길을 가리라 마음 먹을 쯤, 야견이 입을 열었다.
사과라...고불에게 사과를 받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사과를 하는 일도 익숙하지 않다. 사과는 어디까지나, 잘못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이지 살기위해 비는 것도 단순히 매를 피하고자 굴종하는 것도 아닐터다.
"고불! 물론 너! 큰 잘못했다! 아직도 아까 얻어맞은 곳이 아프다 고불!" 고불은 다시금 야견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자신이 얻어맞았던 부위를 짚어보이지만, 그래도 고불은 야견의 잘못을 분명하게 아까의 출수로 한정했다.
비록 자신이 느낀 아픔은 몸의 것보다 마음의 것이 더 컸으나 그것에는 야견의 죄가 없고..어쩌면 그 아픔 자체가 서서히 걷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느낀 아픔에 비하면야 너무 쉽게 걷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으나 쉽게 받은 아픔이니 쉽게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당장 전부 가시는 일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고불! 잘못은 너가 했지만 실수는 서로 있다! 나! 사파 같은거 신경 안 쓴다! 잘 모른다! 고불! 나! 나, 너, 우리만 안다! 너! 너! 야견! 안다! 이게 끝은 아니다! 고불! 기억한다!" 본래도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불 역시 사과를 받아주는 것은 익숙치 않아 평소보다도 더 말이 휭설수설하게 나온다.
"고불! 그래도! 받아준다! 너 사과했다! 야견 사과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산채를 향해 걸어간다. 속도도 방향도 같지만, 당당히 펴진 어깨는 아까와 같은 체구 임에도 고불을 짓누르던 무게감이 덜어진 것으로 보인다.
>>367 가공까지 거치다니...재하주는...신인가....? 신은 재하주인가??? 귀여운 픽크루는 황송한 마음으로 넙죽 받고 가는 거에용......!!!! 그보다 SD로도 숫제 감춰지지 않는 재하의 청순가련 우아함..어쩔거야..;ㅁ; >>387 고블린!! 사파 동지!!!!!!!!! 그리고 신입동지라 외치려고보니까 실은 무려 3개월 슨배님....!!!!! 의지하겠습니다!!!!!!!!!(이러면안됨
수십 년 전의 일이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는데 7년 전의 선택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재하의 신앙은 전쟁을 기점으로 서서히 균열이 갔고, 기어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명을 받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막아세웠고 그로 인해 교인이 죽었는데 이것이 어찌 신앙이었냔 연유였다. 안일한 생각이라면 안일했을 것이다. 신앙을 등지고 거짓으로 살아온 주제에 남에겐 교리대로 행하기를 강요하였으니 이 어찌 추악하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대리자로 하여금 후손을 시험하였다……?"
재하의 머리가 새하얘진다. 명료한 것이 머리를 스친다. 그간 해왔던 고민이요 번뇌 무색하게 만드는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앓았던 모든 것이 멍청한 방황이었던 것임을 확실히 느끼었으니 속에서 쓰게 웃었다. 재하 이 아둔한 녀석아. 네 삶에서 천마님이 함께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더니. 아무리 추악하다 한들 그것이 죄악이었다면 필히 단죄하시었을 분이요 한낱 신도가 어찌 신의 위대한 계획을 깨달았겠냔 말이야. 자기 자신을 향해 짧게 꾸짖는다.
"당연한 것이었군요. 그래, 당연한 것이었는데도."
그럼에도 천마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치의 오만함을 꾸짖고 다시 길로 인도하시니 이는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이라. 어린 양이 떠난다 한들 나의 신은 언제든 돌아오도록 품을 열어주시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아니할쏘냐. 재하 이에 참회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충심에 밀려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귀영대란 무엇인가? 교주를 위해 목숨과 인생을 바치고 충언을 바치는 자다! 천마님의 위대한 후손을 바른길로 이끄는 것이 재하가 할 일인데 고작 그런 일로 심마 찾아오며 신앙이 흔들렸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내려놓아라. 그리하면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번뇌의 끝, 하늘에서 벚꽃잎이 쏟아진다. 실눈만 한 달이 떴을지언정 세상이 환하다. 마침내 나뭇가지에 금이 가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릴 때, 순간 눈을 홉뜨며 부채를 쥔 손을, 몸을 쭉 뻗었다. 떨어지는 벚꽃잎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 천앵 3성, 귀소 내공 5를 소모해 현실에 구현된 모든 꽃잎을 한 번에 부채로 돌아오게 한다. 이때 벚꽃잎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벚꽃잎이 휘몰아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히 아름다움의 극치요 모두 백일몽이자 환상이었다는 듯. 제 아우를 훑고 지나간 그 벚꽃잎은 다시 부채로 돌아가였으니 남은 것은 재하와 아우뿐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아슬하게 아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부채를 접는다. 어깨에 고개를 푹 기대려 하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래서 제 명에 못 살지……."
아무리 제 아우가 받아칠 수 있다 하여도 순간 목을 노렸던 것이었던 건지. 재하는 다시금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손만 쭉 뻗어 몇 번 더듬거리다 제 아우의 뒤통수에 길게 늘어진 머리채를 꽉 잡아당기려 한 것이다.
"……아무리 천마님이 함께 하시고 소마가 일류의 실력이라 한들 어찌 받아내려 하시었습니까. 이 맹랑한 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