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게다가...돈..? 귀신...?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고불은 도저히 현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아 어안이 벙벙했으나 이내 무섭게 고불의 몸을 쫓아 쇄도하는 주먹에 일격을 허용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냐면..이거 아프다! 무지하게 아프다! 게다가 연격이 계속 이어져 이대론 손 쓸 도리가 없다!
추풍쇄 5성 어망투척. 당황한 고불은 쇠사슬을 뒤로 던져 사방에 널린 나무에 걸고 그대로 뒤로 몸을 뺏다.
"고불! 이게 무슨 짓이냐! 귀신에 씌다 고불?" 물론 야견의 주먹은 그 진심이 무겁게 담긴 만큼 무척 아팠지만, 산채의 열렬한 지지자가 갑자기 돌변해 자신에게 덤비니 고불은 마음의 아픔이 더 커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재하 부채를 거두었다. 부채가 곱고 길게 접히니 시체도, 피도, 난데없던 봄도 사라진다. 이는 한낱 백일몽이요 무상함이다.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있노라면 허벅지까지 늘어진 긴 소맷단이 부채 꽉 쥐어 피가 새빨갛게 몰린 손가락도, 부채도 가려 사라지는데 정작 눈동자의 경외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제 형의 낯가죽을 덮어 가리는 손짓에 끝없는 고심과 비참함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손으로 덮어 가려 한 줌 덮어 가린다 해도 눈 뜨면 다시 현실임을 깨닫게 할 정도로 잔악한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마두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아직 재하의 눈앞에 있는 인물은 잔인하다는 소가주가 아니요, 북천독수가 아니었기 때문임도 있으나 재하 한 번 정을 주면 그것이 거짓이거나 독이라 해도 동아줄처럼 부여잡고 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 형의 속내가 어떠하든 혹여 해치려 하거들랑 받들고 말지 가시 내보일 수 없다. 어쩌면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은 타인의 시점이요 재하의 두 눈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기 어려우나 당신의 손으로 낯가죽이요 인두겁 뜯어낼 듯 주무르는 모습 향하다 이내 땅으로 내리 깔린다. 재하는 아무것도 모른다. 본디 기루의 안에서 일어난 일은 바깥에서 누구도 알 수 없기 마련이요 재하 자체는 기루이니 그 속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내리깔린 눈길은 풍성하고 흰 속눈썹에 가려졌으매 웃음 수줍던 뺨도 가리어졌을 뿐.
이도 당신의 고뇌처럼 찰나였던 것인지 손으로 등을 내치니 허리를 쭉 펴며 눈을 둥그렇게 뜨는 것이다. 외마디 비명으로 흐악, 소리 나고는 빳빳해진 자세로 등을 쭉 뻗다 눈을 굴려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웃고 있다. 재하 또한 당황한 표정에서 보드랍게 미소를 지었다. 인상이 그러한 것인지 웃음 자체에 서린 수심이 깊다.
"아직 겁이 많아 그 위의 경지를 노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이러다 등짝이라도 한 대 더 맞을 새라, 재하는 재빨리 말을 고쳤다. "그래도 노력해야겠지요, 소생도 언젠가 그 위를 넘어선다면 좋은 일이 되겠사오니.." 얼버무리는 말을 뒤로 어색하게 웃음 흘린다. 맞는 말이다.
아무렴 맞는 말이다. 주군의 곁에 있기엔 일류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귀영대는 전원이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있는데 어딜 감히 절정의 벽도 넘지 못한 자가 곁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감찰국장이라는 자리를 지탱하는 것도 일류는 버겁다. 고작 일류가 이런 자리를 꿰찰 수는 없으니 더 높아져야만 했다. 점차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를 수록 부서지고 망가짐은 알고 있으나 언제까지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몸뚱이로 태어난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은 이제 소용이 없다.
형 아래에 있는 애교스럽고 이제 막 세상을 배워가는 동생처럼 손짓에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선다. 그리고 재하 결국 아이처럼 말갛게 웃음을 흘린다. 물 위를 구르듯 젖어버린 옥구슬이요 비 오는 날 꾀꼬리 울듯 맑은 목소리가 목에서 하릴없이 흐르니 장난스러운 웃음에 맞장구치는 것과 같다. 슬퍼 보이는 제 형을 바라보니 그 끝은 흐리고 울듯이 흐드러진다.
"봄은 짧사와요."
단지 그 말뿐이었다. 눈은 살포시 초승달 그리듯 접혀있고 입매는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차분한 미소를 유지했다. 당신이 비천한 것에게 가르친 것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나의 비참함으로 얼룩지고 박힌 몸짓을 부정할 것이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었는데 어찌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혀는 무겁고 입은 열리지 않는다. 재하 명심하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천천히 입을 뗀다.
"이리 서있기도 무엇하니 저잣거리에라도 가시지 않겠사와요?"
가르침의 끝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당신의 동생으로 남고자 하였다.
무대를 올랐던 벅찬 감각도, 극의 역할에 취하고 하나가 되어 느꼈던 아찔한 여름병 같던 감정과 여운도, 위대한 사랑의 말로와 한 인간의 삶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예찬하는 순간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 여겼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끊겨 바닥에 나뒹군다.
모두 한낱 부질없는 것이고 쉽게도 으스러진다. 주워 담으려 해도 더는 주울 수 없다. 한 움큼 쥐어보면 손끝에서 쉽게도 빠져나가 다시금 바닥에 퍼진다. 이미 주변은 부서진 가루가 널려있다. 어떻게든 손에 다시 담는다 해도 과거의 것과 혼재하여 완벽할 수 없다. 포기하지 않고 주워 담기를 반복하다 보면, 도사리던 공허가 기다렸다는 듯 속삭인다. 어리석게 굴지 말라고, 꿈에서 깨어나 추악한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라고. 아무도 널 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네 재능은 그저 남에게 팔리기 좋을 상품일 뿐이라고.
한때 재하는 공허함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극을 펼칠 때마다 끝없는 열락이 재하를 맞이했고, 세상은 아름다웠으며, 아찔한 여름병이 온몸을 훑었다. 그렇지만 다시금 그 순간은 잘리고 떨어지며 가루가 되었다. 사무치도록 차가운 공허가 다시금 손짓하면 극을 반복했다. 다시금 목청을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주변이 다섯 척의 너비를 가진 사막이 되었을 때, 재하는 주워 담기를 포기했다.
재하는 그렇게 타버린 재가 되어 사막의 일부가 되었다.
─ “잠이라곤 안 오던 여름밤, 덕분에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꿈을 꾸었소. 고마웠소이다.”
한데 그런 말을,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던가? 재하는 방금 전 극단을 떠난 무림인을 떠올렸다. 극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법 불량한 태도를 가졌던 사람이었다. 도망친 단을 데려오던 모습도 그랬고, 처분을 요구하는 모습도 정파와는 사뭇 달랐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의 인간 된 도리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기녀에게 정신이 팔려 속내가 비어있거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허울 좋게 웃어 보이는 포장이 아니었다. 광대 보는 시선도 아니었으니, 재하는 낯선 감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재하는 시선을 내린다. 발치에서 극단주가 한쪽 뺨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고 있다. 재하의 손톱 끝은 피로 번들거린다. 내공이 담긴 손톱으로 극단주의 한쪽 입가를 길게 찢은 이유는 오늘 만난 귀인의 요구였기 때문이었으나, 재하는 그것이 귀인의 요구였지 자신의 요구는 아니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통상, 재하의 발은 옷자락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재하는 한 손으로 옷자락을 고이 잡아 올린다. 수줍고도 새하얀 신이 마중 나온다. 이내 다리를 올려 극단주의 머리 위에 발을 얹더니 그대로 바닥에 강하게 내리찍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뺨에 엉성하게 올려둔 손가락이 짓눌리는 소리가 무대 뒤를 채웠다. 찢긴 살 틈으로 파고든 손가락 때문에 떨리는 몸이 사시나무와도 같다. 머리 위에 올린 발을 거두자 고통에 겨운 신음이 선명하다. 발치의 피는 어느덧 한 방울 두 방울 모이더니만 이내 고여 작은 원을 만들기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발끝을 밀어 넣고 세운다. 고개를 숙인 극단주의 턱이 힘없이 들어올려진다. 새하얀 신에 붉은 피가 묻고 발등을 적셨다. 재하는 처참한 몰골에도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자연에 존재하는 미물을 대하듯 덧없는 눈길로 극단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얼굴엔 음영이 져있다. 검고 붉은 눈동자는 자연의 포식자가 사냥한 사냥감을 보는 듯 어떠한 감정도 없다. 분노도, 경멸도, 하물며 즐거움도 없다. 그저 극단주가, 오늘 재수 없게 피식被食의 대상으로 걸렸을 뿐이라는 듯.
"완벽한 무대가 무엇에서 나온다 생각하십니까." "끄윽, 아, 으.." "대답."
재하는 나지막이 속삭이며 대답을 촉구했다. 더 대답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반대쪽도 찢겠다는 듯 여전히 소맷단 사이로 보이는 손은 날카롭다. 침묵 사이로 고통에 겨운 신음이 몇 번 허공을 더듬는다. 혀를 움직여도 찢긴 입은 제대로 발음을 뱉지 못한다. 엉성한 문장은 더듬거리다 끊기길 반복했다. 고통에 겨운지 중간중간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떨렸다.
재하는 시선을 조금 더 내린다. 처량하고 피로 범벅이 된 몰골이 아닌 자신의 신을 쳐다본다. 어느덧 발등은 축축하고 붉고, 신도 분명 순백의 색 가지고 있었거늘 이젠 마냥 붉기만 하다. 재하는 잠시 고민하듯 하다 안타까운 듯 눈꼬리를 내렸다.
"체벌로 완벽해질 수 있다면 당신도 그러하겠군요. 그렇지요?" "주, 주글 죄를, 지어.. 주글 죄를.. 지어씁니다..! 잘못.. 잘못.." "그럼 죽어야지."
지나치게 평온하고 담담한 어조였다.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양 재하의 표정은 눈썹 하나 바뀌지 않았다. 발끝을 타고 떨림이 느껴진다. 조금씩 떨리던 몸이 이내 눈에 떨림이 보일 정도로 크게 요동친다. 극단주가 죽고 싶지 않았는지 덥석 재하의 발목을 부여잡고 이마를 땅에 박았다. 높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살려달라 연신 빌기 시작했을 때, 재하는 고개를 돌렸다. 극단원들은 몇 발치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몸에 멍이 든 어린 단은 홀로 떨어져 그 광경을 보며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그 누구도 저 단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놀라웁게도 외로운 아이다. 재하는 천천히 입가를 틀어막은 단을 훑었다. 엉성하게 가려진 입가를 유심히 바라본 재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극단주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어깨는 심호흡을 하듯 느릿하게 들썩이고, 극단주의 살려달라는 곡소리는 귀를 따갑게 찌른다.
"무릇 악인은 자신보다 더 거대한 악에게 복종하며 죄는 더 큰 악에게 징치되니, 선한 이도 언제라도 악인이 될 수 있으며 선함은 악에서 기원한 것이요 악에게 복종하는 것이 옳은 삶이라.."
재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추악함을 드러낼 이유가 사라졌다. 여기에서 멈춰야 했다. 악즉선 선즉악이요 오늘 재하는 악을 행함으로써 다른 악을 단죄하였기 때문도 있으나, 어린 단이 보고 있기 때문도 있었다. 재하는 극단주가 부여잡은 발목을 떨쳐내며 극단원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단을 제외하고 모두 짐을 챙겨 이곳을 떠나십시오." "예?" "반복으로 대화의 격을 떨어뜨릴 생각은 없는데."
재하의 중얼거림에 극단원 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다른 단원은 단을 향해 걷는 재하를 지나쳐 극단주에게 달려갔고, 재하는 그 광경을 쳐다보지도 않고 단의 앞에 서며 허리를 굽혔다.
"너 또한 나와 같은 얼굴을 하는구나."
가느다랗게 떨리는 손을 치우자 보인 것은 선명한 미소였다. 재하는 아이의 뺨을 쓸어보다 품에 안고는 등을 쓸었다.
"아해야, 그 무엇보다 잔인해지거라. 네가 믿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
나직이 속삭인 상냥하고도 공허한 목소리를 뒤로 재하는 어린 단의 이마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몸을 떼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린 단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벙긋거리려 했으나, 검은 요괴의 형체가 튀어나와 재하를 낚아채고는 저 멀리 사라져버리었다.
다짜고짜 기세를 몰아 쓴 십연격이었지만, 너무나도 뜻밖의 상황에 고불이 당황한 탓인지 일격 정도는 허용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후 사방에서 날아온 그물의 포박에 나무 사이의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마냥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린 야견. 그러나 입만은 살아 아직도 고래고래 이야기를 이어간다.
"젠장...! 뭐 이렇게 튼튼해 이거! 끊어 지지가 않잖아..! 이봐 산귀신! 도박판에서 그쪽이 준 신물(송곳니)만 믿고 전재산 다 밀어넣었다가 완전 쪽박 차버렸다고! 그쪽 혹시 신이 아니라 악귀 아냐!?"
이정도로 적반하장인 책임전가가 이어진다면 고불도 쉬이 눈치 챘으리라. 눈앞의 남자가 고불을 어떤 영물의 종류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불이 호의로 준 늑대의 송곳니를 믿고 도박판에 들러 전재산을 탕진했다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을 뻔뻔하게도 고불에게 묻고 있다는 것까지. 솔직히 까고 말해 고불 입장에서 책임질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일이다. 저 한심한 중생은 계속 그물에 걸어두고 갈길 가도 되지 않을까.
"...됐다..!"
그러나 야견이 묻지도 않은 자기사정을 줄줄히 늘어둔 것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나보다. 어느새 두 손으로 튼튼한 그물의 일부를 끊어버리고 달려오는 야견. 아무래도 그냥 내버려두기는 어려울 것 같고, 사파다운 토론방식, 무력으로 정신차리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숲에서 녹림에서 시비를 건 자가 어떤 꼴이 되는지 알려줘도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