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46124> [1:1/다크 판타지] Lost in nowhere - 1 :: 136

◆KIXz2d8NDA

2022-06-27 01:47:20 - 2022-07-26 04:21:31

0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1:47:20


ˢᵉᵐᵃʳᶦ ᵃᶦˢᶦ ᶦˢᵒᶫᵃ ᵐᵃᵗᵒᶫᵃ
ˢᵒʳᶦᵇᶦᵃ ᵈᵒᶜʰᵉ ᶦʳᵒʳᵃ ᵃᵐᶦᵗᵃ
ˢᵃᵐᵃʳᶦᵃ ᵈᵒˢᵉ ᶦᶠᶦᵃ ᵐᶦᵒ ᶫᵒʳᵃ ᶠᶦᵃ ˢᶦᵃ ᵃᵈᵒʳᵃ

>>1 wıтch
>>2 hυnτeᴦ

2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1:50:42

:: https://www.neka.cc/composer/11357

이름 :: 아르젠타인Argentine 루시스Lucis
성별 :: 男
나이 :: 25

외형 :: 사내의 행색은 결코 멀끔하지 못하다. 일단 모발부터가 아무렇게나 길러 방치해둔 채다. 수북히 자란 앞머리도 눈가와 콧잔등을 덮어 단정치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론 그 색소 옅은 머리칼이 은빛을 띠고 있어 그의 이름과 걸맞기도 하다.
부드럽게 조형된 이목구비. 눈꺼풀 아래로 드러난 홍채는 형형한 황금색이다. 다만 눈꼬리를 올려 치켜뜬 것이 일견 사나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 생김새가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아 남성적인 이미지와는 다소 멀다. 살갗도 희게 밝으니 마치 곱상한 도련님 같다. 하지만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 몹시 깬다. 사람이 한없이 경솔하게 보인다나.
옷차림은 수수하다. 활동의 편의성을 위해 얇고 넉넉한 의복을 선호한다. 그 위에 매번 걸치는 건 사냥꾼의 상징과도 같은 코트. 옷매무새는 그닥 단정하지 않다. 허리띠에 매어둔 칼집 안에 은제 검이 수납되어 있다.
179센티미터. 평균 신장을 조금 웃도는 키. 다부지지 않고 늘씬한 체격. 군살 없는 몸에 사지가 길쭉하게 뻗어있다. 신체 곳곳은 늘상 조그만 잔흉터들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피부는 거친 환경 탓에 결코 성하지 않다. 손가락이 가늘고 마디가 도드라진다. 그 외의 신체적 특이사항은 없다.

성격 :: 경박하고, 시끄럽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으레 이렇게 평하곤 했다. 그 말대로다. 매사를 가벼이 여기며 항상 능청스런 태도로 나온다. 쉴새없이 입을 놀리고, 무슨 일이 닥쳐온들 시종일관 재미없는 농담을 던져대기 바쁘다. 덕분에 진지한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 늘상 기분 따라 움직이고 변덕이 심하다. 사냥꾼이라기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성정이다. 어떻게 보면 유쾌하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서도 주어진 일에는 착실히 임한다. 의외로 몸짓이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근성이 있어 쉽게 포기할 줄도 모른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사냥 따위는 하지 못했을 거다…
기타 사소한 특징들. 개인주의. 생면부지의 타인에겐 별 관심 없다. 자기애도, 자존심도 넘친다. 은원관계는 확실히 처리한다.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고 원한이 생기면 되갚아준다. 진심으로 화내는 일이 드물다.

기타 :: 떠돌이 사냥꾼. 사냥꾼이란, 사특한 존재를 사냥하는 이들이다.
어느 마을 외곽의 숲에는 종말마녀라 불리는 강대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녀의 존재가 두려웠던 주민들이 수많은 사냥꾼들을 숲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 마녀를 마주한 자는 한 명도 없다. 그러기에 마녀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도 주민들은 마을로 사냥꾼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사내도 사냥을 위하여 마녀의 숲에 발을 들인 인간이다. 이번 사냥이 그를 어떤 운명으로 인도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리라…

* 사냥꾼이라지만 특별한 사명감이나 목적 따위는 없다. 그저 사회의 흐름에 떠밀려 검을 든 것. 그에 대해 별다른 유감은 없다.
* 행운아. 운이 좋은 편.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곤 한다. 타고난 천운이 없었다면, 이미 진작에 숨이 끊어져 주검이 됐을 테다.
* 사냥꾼 경력은 6년차이며 실력은 평균보다 살짝 위.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다.
* 힘 있고 선명한 목소리. 역시나 경망스런 톤의 중음.
* 머리 쓰는 일은 자신 없다.

3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1:52:38

안착안착!!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0레스 엄청 분위기 있다구~
앞으로 잘 부탁해 마녀주! XD 앞으로가 엄청 기대돼~

4 마녀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1:59:05

앗, 어서와
1:1 스레에 링크 깔아주려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역시 찾아와 줬구나
고마워 히히
좋은 글귀를 생각해내는 능력은 없어서 그럭저럭 꾸며 본 것 뿐이지만 말이야~...
이제부터 아르주라고 부르게 되겠구나.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아르주~
서로 좋은 일상 마구 돌려보자~!

5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2:13:59

마녀주의 센스 좋은걸!
응응~ ㅎㅅㅎ 꼭 일상을 잔뜩 돌려보고 말거야~
맞다! 시트 쓰면서 세계관의 배경 설정에 대한 걸 적폐 날조 내맘대로() 대강 구상해봤는데 괜찮을까! 배경을 대략적으로라도 정해두는게 편할 거기 같아서...! 마녀주가 원치 않으면 넘어가도 되지만~

6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2:18:25

어라 나 나메도 마녀주라고 하고있었구나 ㅋㅋㅋㅋ... 무심코 미안해!

세계관 배경? 루시스의 시트에 적혀있는 내용 말하는 거야?
현재 구상하고 있던 내용을 말하는 거라면 응응 꼭 들어보고 싶어
사실 세계관이나 일상의 전개에 대해선 같이 얘기해나가고 싶기도 하구

7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2:53:31

ㅋㅋㅋㅋㅋ 괜찮아! 르메네주의 실수 귀여워~
시트에 없는 따로 구상하고 있는 내용 말하는 거였어!
들어보고 싶다니 다행이다~ 괜찮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인간들의 나라, XX 성국.
이 땅에 뿌리내린 종교를 중심으로 인류 사회는 성장해왔다. 특히 비옥한 땅에 세워진 XX 성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이내 성국은 지상 최대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다.
허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어느샌가부터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범인이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짐승들은 괴수로 변이했다. 누군가는 마술이라는 금지된 술법을 다루었다. 이는 명백히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성국에서는 이 현상에 '이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단의 출현은 지상에 큰 혼란을 안겨주었다. 인류는 점차 두려움에 물들어갔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상은 아직도 어지러운 채다.

대략적인 개요는 이래! (나라 이름은 일단 비워뒀어~) 최대한 다크판타지 갬성을 넣어보고 싶었어...!
아래는 사냥꾼에 대해서 짜본 설정이야!

이단의 산물—즉 마물, 야수, 마녀 등—을 사냥하는 자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사회에 만연한 공포를 뿌리뽑는 것… 그리하기 위해 사냥감을 죽이고 불태운다. 각자의 신념과 목적을 가진 채 사냥꾼들은 오늘도 사냥에 나선다.
잘 훈련받은 사냥꾼 개개인의 전투력은 평범한 병사 둘셋을 압도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사냥꾼이라도 단신으로 적과 맞설 순 없다. 이단의 힘은 결코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때문에 사냥꾼들은 대부분 서로 협력하여 사냥을 진행한다.
사냥꾼은 모든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강대한 적과 마주하는, 그들의 숭고한 의지와 용기는 존중받을 만한 것이다. 그만큼 대우도 좋고 벌이도 적지 않은 편.

어때? 이런 설정 괜찮을까! 의견 있으면 편히 말해줘!

8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3:23:27

뭔가 스레 개설할 때부터 긴장하고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마녀주라고 적고 있었나 봐. 흑흑
혹시 마녀주라고 붙이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으려나...!
그리고 설정 관련해서 생각하는 거 있으면 내가 전부 들어줄테니까, 걱정말고 말해줘
아까도 말하기는 했지만 의견 공유하는 편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설정은 전부 재밌게 읽었어~! 전혀 적폐가 아닌 걸
그럼 종말마녀인 르메네는 성국이 지정한 이단 중 하나가 되는 걸까?
또 사냥꾼에 대한 설정이 있으니 떠돌이 사냥꾼인 루시스의 캐릭터도 물씬 사는 것 같아

의견이라면 배경을 나라보다는 마을이나 도시 단위의 규모로 축소하는 건 어떨까?
다름이 아니라 규모가 좁은 편이 조금 더 고립 된 그들만의~ 스러운 분위기가 생긴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외부에서는 주시 중이라는 설정을 넣어도 괜찮겠지!
그리고 배경이 되는 나라의 이름은 좋은 이름을 생각 중이라면 붙여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인적으로는 없어도 좋다고 생각해
이것도 별 건 아니고 맥거핀스럽게 남겨두는 쪽도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이대로도 좋아!
가벼운 의견들이라, 굳이 반영해주려 하지 않아도 괜찮구
설정에 대해 아르주가 이것저것 고민해 주는 것 같아서 기뻐

9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18:01:50

갱신할게~ 어제는 그만 깜빡 잠들어버렸어...!
ㅋㅋㅋㅋ 긴장하고 있었구나~ 마녀주란 이름도 좋지만 르메네주도 괜찮은걸~ 르메네주가 편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응응 고마워! 설정도 재밌게 읽었다니 다행이네~ 의견 잘 봤어! 확실히 그런 분위기도 좋긴 해~ 그래서 르메네주의 의견을 반영해서 개요를 새로 써봤는데 어떠려나!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이단'과 투쟁해왔다.
이단이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사악한 것들. 고댓적 이단이 출현한 이래 인세는 늘상 혼란스러웠다. 범인이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짐승들은 괴수로 변이한다. 누군가는 마술이라는 금지된 술법을 다룬다. 인류는 공포에 떨면서도 이단과 맞서고자 했다. 세상을 돌며 이단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사냥꾼도 이리하여 탄생했다.
덧붙여 인류는 수백 년 전부터 폐쇄적이고 고립된 생활을 지속해왔다. 공동체의 기반은 대부분이 조그만 마을 혹은 중소규모의 도시이다. 대도시라고 할 만한 곳은 몹시 드물다. 도시·마을 간의 거리도 한없이 멀어 교류가 전무하다. 그야말로 닫힌 사회.
공동체가 이렇게 분화된 이유는, 이단이 두렵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한 곳에 모여 살아가는 것이 이단을 끌어들인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서로 힘을 합하는 대신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단의 위협은 피해갈 수 없다.

10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1:56:07

어서와~ 잘 잤어 아르주?
어제는 나도 시간도 늦었고해서 금방 잠들어 버렸어
응 스레 세우는 건 사실 별 거 아닌데도, 아무래도 시작이기도 하고 그래서 긴장하고 있었나 봐...
그럼 아르주 따라서 나메는 르메네주로 고정하는 걸로 하고~

새로운 개요를 살펴봤는데, 마찬가지로 좋았지만... 아무래도 의견 전달이 잘 못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위에서 고립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는 건 인류 전체가 아닌 인간님의 마을 정도로 특정 지어서 하는 말이었어
아무래도 실제로 돌리게 될 배경은 대부분 숲일테니까 시대상 자체를 반영하려는 생각은 없었거든
세계 종말같은 꿈을 꾸고 있는건 종말마녀의 개인적인 목적일 뿐이기도 하니까, 세계 자체는 맥거핀처럼 두되 마을은 이단사냥의 문화가 일찍이 성행하고 있는 우울한 마을- 같은 느낌은 어떨까?
나는 1:1인 만큼 마을과 숲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했거든. 이 부분은 아르주 생각은 어떠려나? 혹시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일상같은 것도 해보고 싶었어?

11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2:35:23

르메네주도 안녕~ 잘 자고 일어났지! ㅎㅅㅎ 르메네주도 푹 잤을까~
아아 그랬구나!! (쥐구멍) 번거롭게 해버려서 미안한걸...! 나는 세계관 전체를 말하는 줄 알았어! 폐쇄적이고 고립된 마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하는 건 인지하고 있었구...~ 내가 착각하는 바람에()
응응 나도 그런 쪽으로 진행될 거라고 대충 생각은 했어~ 딱히 그런 건 아니구! 굳이 다른 지역까지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

12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2:53:36

아냐아냐...~! 새벽이기도하고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쥐구멍으로 숨지 않아도 돼 흑흑
그러면 배경은 이단이 우글대는 숲과 끊임없이 그것을 사냥하는 마을이 되겠구나
세계관은 이정도 개요로만 서로 알아두고 이제 첫 일상 얘기도 해볼까? 일상을 진행해가며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때그때 붙여도 늦지 않을테니까
아니면 더 공유해두고 요소가 있다면 말해 줘도 얼마든지 환영이야~

13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3:03:14

르메네주는... 천사야...!
응응 첫 일상 좋아!! 따로 덧붙일게 생각나면 그때 말하도록 할게!
첫 일상은 역시 둘이 처음 만나는 상황이 좋겠지?!

14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3:17:44

천사는 아르주입니다...!
응응 나도 첫 만남이 좋다고 생각 해
아무도 오지 않는 숲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사냥꾼과 종말마녀의 조우
루시스가 거기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는 순전 운의 영향일까~
아르주는 혹시 일상 중에 바라는 방향이라든가 있어? 마녀가 어떤 식으로 일상 해줬으면 좋겠다, 같은거!

15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3:48:01

둘 다 천사인거로 하자~()
그럼 사냥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갔다 마주친 걸까~ 르메네가 사는 곳까지 갔다면 역시 행운이 인도한 거겠지!
으음 그런 건 딱히 없어! 르메네주가 편한대로 굴려주면 좋지~

16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3:58:18

ㅋㅋㅋㅋ 그럼 여기는 천사만 있는 스레인거야? 맙소사
나는 천사가 아니고 마녀주입니다!
아르주 말대로 단순히 사냥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갔다~ 도 좋겠지만,
루시스는 변덕쟁이기도 하고 막연히 사냥꾼이 됐다는 느낌이니까 그날따라 뭔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 같은 걸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딴 생각을 하고 숲을 걷다가, 정신차리니 어쩐지 주변 풍경이 낯선 것을 눈치채고 돌아가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마을이 보이는 일 없이 계속 해매기만 하는 상태로 그대로 어두운 숲에서 조난을 맞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스럽게도 종말마녀인 르메네와 마주치는 거지!

이런 세부 설정까지 생각해 봤는데 아르주 생각은 어때?
조난 당한 직후가 아니고 몇일 지난 상태가 좋겠다든가 하는 생각 있으면 가감없이 들려 줘

17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0:13:50

아앗 좋은 생각이네!! 르메네주 말대로 그런 상황으로 해도 재밌겠어~ 혹시 르메네주는 아이디어 뱅크....?! 조난 당한지 며칠 지났다고 해도 괜찮을 거 같고~
그럼 그런 느낌으로 슬슬 돌려볼까? 선레는 역시 내가 써야겠지?!

18 르메네주 ◆KIXz2d8NDA (loDaHgLeHQ)

2022-06-28 (FIRE!) 00:29:45

에이 ㅋㅋㅋ 아이디어 뱅크라니
그냥 그런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말해본 것 뿐이야~ 디테일한 상황이 있으면 재밌잖아?
그럼 그 외적인 부분은 아르주가 자유롭게 해서 선레 부탁할게
분량 같은거 걱정없이 팍팍 써 줘!

19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0:38:49

ㅋㅋㅋㅋㅋ 그렇지~
응응 선레 써오도록 할게~ 곰손이라 늦어질 수도 있으니까... 피곤하면 먼저 자러가도 돼!

20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1:22:55

르메네주 미안하지만 선레는 자고 일어나서 줘도 될까 ^ㅅㅠ...? 아무래도 자야될 거 같아서...~

21 르메네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01:37:51

아고... 아르주 자야하는구나
응응 완전 괜찮아~ 푹 자고 내일 노는 걸로 하자
좋은 꿈 꾸자 아르주

22 아르젠타인 (RSSGZv7X1U)

2022-06-28 (FIRE!) 17:58:12

"어느 마을 외곽의 숲에는 종말마녀라 불리는 강대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녀의 존재가 두려웠던 주민들이 수많은 사냥꾼들을 숲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 마녀를 마주한 자는 한 명도 없다. 그러기에 마녀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도 주민들은 마을로 사냥꾼을 불러모으고 있다."

마차를 타고 내리 달려 도착한 마을의 분위기는 사뭇 우울했다. 사냥꾼이 왔다는 소식에도 주민들은 기쁜 기색을 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사냥꾼들을 목격했고, 그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버렸을 테니까. 주민들은 사냥꾼에게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 침울한 행동에선 일말의 희망조차 엿볼 수 없었다.
어제도 마을 아이들 중 하나가 숲에서 실종됐단다. 마을을 이끄는 장로가 근심 드리운 얼굴로 그리 말했다. 이내 장로는 이전에도 수없이 반복해온 말을 꺼낸다. 부디 마녀를 죽이고 그 심장을 취해달라고. 늙은 장로의 부탁은 절박했다.

고용된 사냥꾼, 아르젠타인 루시스란 사내는 이 일을 결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사냥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투지도 없다. 사냥꾼 치고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다.
그럼에도 그의 사냥에 임하는 자세는 타인 못지않게 신중하다. 칼날에 기름칠을 해주고 등불의 기름도 갈아준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이제 달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다.
문득 그는 사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다. 별다른 의미 없이 짊어진, 사냥꾼이란 이름이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사내처럼 경솔한 마음가짐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꼴로, 사냥꾼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건가.' 사냥은 이단과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 준비조차도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세히 곱씹어보면 '죽는 건 역시 달갑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행동이다. 평소 같았으면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넘겼을 터다. 어쩌면 큰 사냥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더욱 변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 숙련자답지 않은 태도다…

생각이 많아지자 곧 그는 내어받은 숙소를 나온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오후다. 잠깐 한눈을 팔더라도 사냥에 늦진 않을 거다.
사내는 황량한 흙길을 따라 마을을 벗어난다. 마을 바깥은 마치 황무지와 같았다. 나무도, 풀도 없다. 물 흐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저 우울한 분위기만이 지상을 맴돌고 있다.
오래도록 걷다 보니 슬슬 울창한 삼림이 보였다.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자라있다.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이 햇빛마저 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파릇한 생동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내는 즉시 이 장소의 정체를 파악해낸다. 틀림없다, 여긴 마녀가 산다는 숲이다. 그 대지에 사악한 마술이 걸려있어 발 들인 자를 천천히 옥죄고 마침내 집어삼킨다고. 수많은 이들이 숲을 헤매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다. 이단의 본거지에, 그런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으니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사내도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째선지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꼭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예 숲 자체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술이 걸린 걸지도 모른다.
그는 천천히 숲을 향해 나아갔다. 굵은 나무줄기 사이를 헤치며 걸어가던 그가, 돌연 우뚝 멈추었다. 더 이상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직감이 든다. 하지만 숲에 걸린 마술의 힘은 일개 인간 따위의 의지력보다 강했다.
곧 사내는 이 상황을 태평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긴 아직 숲의 초입에 불과하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뒤돌아 빠져나오면 끝이다. 게다가 아직은 낮 시간대. 이단이 기어나오는 밤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렇게 사내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어딘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을 때는 늦어도 한참 늦은 뒤였다. 앞으로 나아가면 계속해서 같은 장소가 나온다. 옆으로 가도, 뒤로 가도…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기만 했다. 완전히 길 잃은 신세였다. 소리도 질러보고 배배 꼬인 오솔길을 따라가기도 해보았지만 결국 숲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보기 좋게 마녀의 함정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사내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제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배도 주리다. 숲에 갇힌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어쩌면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 숲에는 햇빛도, 달빛도 들지 않았으니.
이제 그는 초연히 기다리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 한다… '여길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23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17:59:00

선레 올리면서 갱신~ 쓰다 보니까 좀 길어졌는데 길이는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답레 줘!

24 르메네 - 아르젠타인 (lW11ee2/kM)

2022-06-28 (FIRE!) 21:25:49

―부스럭

사냥꾼 루시스는 듣는다.
풀과 나무를 해치는 발걸음 소리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술에 걸린 숲이 부리는 굶주린 사냥꾼을 혼동시키려 하는 잔재주일 뿐인가?
아니다.
결코 환청 따위가 아니라는 것처럼 그것은 사내의 쪽으로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바람 소리조차 없는 주변이 고요하기에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빠르지도 않지만
여유있지도 않은 보폭이다.

아아,
분명 '마수'일 것이다.
사냥꾼은 알고 있다. 숲에 제멋도 모르고 침입하는 자들을 찢어발기는 포식자들.
그도 그럴게 이 사람을 삼키는 숲에 마수 하나 없다고 하는 쪽이 이상하지 않은가.
오히려 지금까지 야수들과 마주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행운에 해당되는 일이 아닌가.
모두가 그렇게 숲에 삼켜져 버렸다.
그러니 사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다.
아르젠타인 루시스는 단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사내가 초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이에,
정말 코 앞까지 가까워진 발소리의 장본인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

"…사, …사람…?"

그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칠흑같은 그림자 속에서 나온 것은 피에 굶주린 야수가 아니었다.
사내의 눈이 그새 숲의 어둠에 적응한 걸까. 방금까지 달빛조차도 들지 않을 것 같던 숲이었지만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숲에는 어울리지 않는 긴 자락 의복. 흘러내리는 분홍빛의 머릿결. 마녀의 상징과도 같은 챙 넓은 모자.
그리고, 고목의 나뭇가지 같은 지팡이를 손에 꼬옥 그러쥔 앳되어 보이는 인상의 여자. 어떻게 보면, 아이다.
모자와 머리칼 아래로 드러나는 눈과 표정에서 조심스러운 기색이 여실없이 묻어나는 것이 사내가 그곳에 누워있는게 놀랍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같았다.
다만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경악에 가깝다.
마치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을 목격 한 것과도 같이, 그녀는 다가갈지 말지를 선뜻 정하지 못하고, 홀로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사내와 똑같이 길을 잃은 것인가.
어찌되었든 그녀에게 있어서 사냥꾼 루시스는 숲에서 조우한 낯선 사내일 것이다.
초췌하고 굶주린, 칼을 찬 날 선 인상의 사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방금까지 죽음을 준비하던 사냥꾼… 아르젠타인에게 그녀라고 하는 존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가 진짜로 거기서 죽어버리거나 답을 내리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수수께끼의 여자는 발걸음을 때지 않고 있었다.

25 마녀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21:32:09

아르주 안녕~ 잘 잤어?
선레 준비 해 줘서 고마워! 아르주는 금손이었다...!
나도 부족하지만 시작이기도 하니까 평소보다 조금 길게 이어봤어
일상 중간중간에 잡담이랑 의견공유도 환영이니까 있으면 달아 줘!

26 마녀주 ◆KIXz2d8NDA (loDaHgLeHQ)

2022-06-28 (FIRE!) 21:42:27

아 그리구~
배경은 다크 판타지이긴 해도 일상이니까 너무 시리어스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27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22:07:11

르메네주 어서와~ 좋은 밤이야!!
금손이라니 르메네주가 더 금손 같은걸...?!
좋아 느긋하게 돌려보자구~ 응응 일단은 일상물이니까!

28 마녀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22:27:43

응응 좋은 밤
금손이라니 그런거 아냐!
답레 기다리고 있을게. 부디 편하게 달아 줘~

29 아르젠타인 - 르메네 (RSSGZv7X1U)

2022-06-28 (FIRE!) 23:24:36

초췌한 행색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어떤 발소리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환청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사내는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마수다. 이곳까지 다다르는 동안 마주하지 않았지만 이 숲 역시 마녀의 본거지. 마수가 없을리 없다. 아무튼간에 저 짐승은 틀림없이, 그가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이제는 저 수풀 너머에서 게걸스레 침을 흘리고 있겠지. "나 원, 이젠 누가 사냥꾼인지도 모르겠네." 자조적인 중얼거림이었다. 사냥꾼이었던 자가 도리어 사냥감에게 잡아먹힌다. 드문 일은 아니기에 더욱 비참한 끝이다.

하지만 덤불을 헤치고 나온 것은 마수가 아니었다. 네 다리 달린 짐승도 아니었다. 두 다리로 서서 이쪽을 경악스레 쳐다보는, 어린 여자아이. 사내는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에도 놀라지 않고 차분히 그녀를 살핀다. 마녀의 숲에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짧은 시간동안 말 없는 탐색전이 이어졌다.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바싹 마른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유를 부리는 듯 가벼운 어조지만, 한편으론 잔뜩 경계하는 중이다.

"역시, 마녀구나~"

처음엔 그저 실종된 사람들 중 하나라 생각했지만. 허나 그녀의 차림새가 너무 이질적이었다. 소문 속의 마녀들은 으레 저런 챙모자를 쓴다 하였다. 게다가 저 불길한 지팡이는 마술의 상징이다. 그러기에 이 존재는 의심할 여지 없는 마녀다. 겉보기론 여린 소녀인 체 하지만 본색을 알 수 없는 마녀다. 이 숲을 지배하며 인간들에게 공포를 심어둔 종말마녀가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저기 가만히 서서 갈등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알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사냥을 개시해야만 한다. 망설이지 않는다. 그게 사냥꾼이라는 자들이니까.

"그래, 사람. 네가 쳐둔 함정에 걸린… 불쌍한 인간이지."

사내가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틀대는 몸짓이 상당히 위태롭게 보인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땅 위에 선 사내는, 칼집에서 은검을 뽑아든다. 순은으로 단조한 검이다. 손과 팔이 금속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렸으니 마녀는 필시 포식할 준비를 하리라. 하지만 순순히 먹혀줄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잔뜩 지쳐있기에 칼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검을 쥐고 한 발자국 내딛자 시야가 빙글 돌았다. 곧 그가 균형을 잃고 꼴사납게 고꾸라졌다. 흙먼지가 잔뜩 휘날려 입 안이 텁텁했다. 사내는 그대로 몇 초간 맥없는 기침을 내뱉다가, 고개를 들어 마녀를 응시했다.

"…이왕이면 안 아프게 죽여줄래?"

그리고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이런 식으로 끝을 맞이한다는 게 우스워서.

30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23:26:15

이것저것 덧붙이다 보니 자꾸 길어져~ 마찬가지로 길이는 신경 안 쓰니까! 부담 가지지 마!

31 르메네 - 아르젠타인 (J5Cgik1g4I)

2022-06-29 (水) 00:40:51

그렇다. 마녀.
달리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이곳,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은 종말마녀가 살고있는 본거지다.
아무도 올 수 없으며, 와서는 아니 되는 금역인 것이다.
그런 곳에 사냥꾼말과 마녀 이외에 다른 존재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사내의 눈에 비치우는 여자아이의 탈을 쓴 그 존재는 결국,
―마녀다.

그렇다면, 사냥꾼이라면 사냥을 해야만한다.
사내는 칼을 뽑아 들어 겨누지만 과연 보통 마녀가 아닌 것인지.
그녀는 조금의 놀란 기색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놀라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분명 저에게 무기를 빼들면 마녀가 아닌 보통 사람일지라도 저항이나 적대, 아니면 당황하는 기색이라도 비추기 마련이거늘.
그녀는 자신을 향하는 그 순은 칼날에 대해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곤란한듯이 보이는 표정은 사내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여전히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는것 같았다.

"아…!"

그런 '마녀'가 마침내 움직인 것은 사내가 검을 휘두르려고 했을 때.
정확히는,
그러지 못하고 아르젠타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을 때.
마녀는 그제서야 얼떨결에 모든 생각을 벗어던지고 급히 사내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손에 들려 있던 스태프를 빠르게 휘두른다.
그와 동시에 엎어지는 사내가 아주 잠깐이나마 공기를 거스르는 듯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사내를 해치기 위한 마술이 아닌, 추락에서부터 보호하려는 마술.
아르젠타인은 그것을 느꼈을까?
하기사 비록, 생각 풍선을 불리느라 늦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그는 흙먼지를 입에 넣어야 했지만.

"진짜, 사람이야…"

사내는 바닥에 엎어진 채 실없는 부탁을 하는 사내의 앞에서,
그 말을 듣지 못한듯이 마녀는 그렇게 작게 감탄하듯 웅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실없는 소리를 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여기에 있는게 사람이 아니라면 무엇이라는 건가.
'마녀'라고 하는 족속들은 이미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걸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자 아래로 사내를 조심히 응시하는 마녀의 그 눈은―
정말로 '사람'이라는 것을 가까이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놀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은…"

마녀의 입이 한 번 더 열리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누가 제 목소리를 훔쳐가려는 것을 경계라도 하는 것 처럼, 숨통에서부터 작게 새어나오듯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사내를 향한 물음이었다.

"바깥에서, 오신 건가요…?"

32 마녀주 ◆KIXz2d8NDA (J5Cgik1g4I)

2022-06-29 (水) 00:43:24

아르주 말처럼 이것저것 쓰다보니까 나도 길어진다 ㅋㅋㅋ...
다음부턴 줄여보겠습니다!!

33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01:03:19

ㅋㅋㅋㅋㅋ 아아니 굳이 줄이지 않아도 괜찮아!! 길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니까~

34 아르젠타인 - 르메네 (9sq/6nd/iQ)

2022-06-29 (水) 02:54:54

지친 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을 때. 마녀는 분명 무언가를 했다. 허나 그게 뭐였던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부딪힐 때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마녀가 수를 쓴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감각이 둔해진 탓인지.
사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가올 죽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닥쳐온 건 끔찍한 고통도 뭣도 아니었다. 감탄한 듯이 중얼대는 마녀의 목소리였다. '진짜 사람? 그럼 가짜 사람도 있나.' 눈을 슬그머니 뜨자 마녀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아이의 것처럼 순수한 감정이, 눈동자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내에겐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다. 인간을 마주하고 놀라기만 하는 녀석이라니.

"왜, 사람 처음 봐?"

한숨을 내쉬며 대꾸하는 사내. 힘겨운 몸짓으로 흙바닥에서 일어난다. 그리하여 우뚝 서있던 나무줄기에 몸을 지탱한 채로 서서히 숨을 골랐다. 사내의 옷깃에 이파리 따위가 붙어 몹시 지저분하다. 뱃속은 아직도 굶주린 채고 피로도 가시지 않았다.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가누다가, 들려온 말에 사내는 마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질문이 이상한 게 아니고, 이렇게 마녀와 태연히 마주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했다. 오묘했다. 마녀는 단순한 사냥감에 불과한 존재일 텐데, 어째서 이 마녀는 사냥꾼을 적대하지 않는가. 아니,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연극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에게 마녀는, 흉악한 이단이자 인간의 적이라는 인식이 단단히 박힌 존재이다. 그건 밤과 낮이 찾아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사회의 상식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온 몸의 털이 쭈뼛 솟는 것 같았다. 결국은 마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일까.

"바깥이 아니면, 여기서 갑자기 솟아났겠니." 그럼에도 사내는 농담 섞인 말을 해보인다. 어쩌면 그런 반응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녀를 사냥하려고 왔는데." 그리고 사내는 순순히, 자신의 목적을 말해본다. 이에 마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쉬이 짐작가지 않는다.

35 르메네 - 아르젠타인 (J5Cgik1g4I)

2022-06-29 (水) 20:00:58

"처음, 은… 아니지만…"

사내가 한숨과 함께 대꾸하자 놀라운 것을 보듯한 마녀의 기세가 한풀 꺾인다.
시선을 떨구고 웅얼거리며 이 상황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이 되었다.
사람을 보고 얼어붙을 정도로 놀랐지만, 지금은 또 처음 본 것은 아니라며 앞 뒤가 맞지 않는 묘한 언동을 하는 마녀다.
흔히 사연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그것은 마녀에게도 해당 되는 것일까.
어쩌면 아르젠타인의 통찰력이 마녀의 사악한 계략을 관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그러나 사내가 목적을 순순히 털어놓음에,
놀라는 일도 없이 그저 태연자약하게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마녀는 떨구었던 시선을 다시 올려서 그 처진 눈매로 아르젠타인의 눈을 응시한다.
이제 죽을 사람을 마주하기 때문일까. 그 시선엔 미약한 동정의 빛까지 감도는 듯했다.
하지만.

"왜냐하면, 평범한 인간은 애초에 이 숲이 들여 보내주지도, 돌려 보내주지도 않는 걸요."

마녀가 하는 말은 이상하다.
그 말은 즉슨,
사내가 이곳에서 해매고 죽을 뻔한게 그녀 자신의 술책이 아닐 뿐더러,
마치 이 숲이 하나의 의지를 가지고 사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당신은… 이곳에 갇히신거예요."

눈 앞의 마녀가 세간이 찾는 종말마녀라면 그녀 역시도 여기서 오랜 시간을 살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 마녀가 이렇게까지 말 할 정도라면 꼼짝없이 숲에 묶여버린 것이 아닌가.

36 마녀주 ◆KIXz2d8NDA (J5Cgik1g4I)

2022-06-29 (水) 20:05:43

갱신할게~ 어제 새벽에 이어줬구나? 못보고 잠들어버렸지 뭐야 ( ;꒳; )
사실 의도적으로 길게 늘리거나 줄이고 있지는 않아서 너무 걱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아르주도 부담없이 이어주기!

37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21:21:07

마녀주 안녕! 좋은 밤이야! 간밤엔 잘 잤으려나~
응응 알겠어 고마워!

38 마녀주 ◆KIXz2d8NDA (nHsb6k2Iz.)

2022-06-29 (水) 21:59:48

아.... ㅋㅋㅋㅋ 나 또 마녀주로 이름 달고 있었구나
두 번이나 이러면 좀 부끄러운데...
그냥 마녀주로 할래. 응
아르주도 좋은 밤~ 덕분에 잘 잤어
그리고 혹시 일상 잇기 어렵거나 하면 말해 줘...!

39 아르젠타인 - 르메네 (9sq/6nd/iQ)

2022-06-29 (水) 23:04:50

마녀의 말이 행동과 다르다. 방금은 사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음에도. 실은 처음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다행이네, 나도 마녀를 처음 보는 건 아니거든." 사내가 축 처진 어깨를 으쓱이듯 흔들었다. 새삼 이 상황이 우습다. 마녀를 상대로 농담이나 하고 있다니, 다른 사냥꾼들이 알면 흉을 보겠지.
사냥꾼의 방문을, 마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걸까. 마녀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반대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을 뿐. 마녀는 숲에 아무런 술수도 부리지 않았고, 오히려 숲에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사내가 눈썹을 치켜뜬다. 퍽이나 이상한 이야기다." 나 참, 비범한 것도 문제라 이건가~" 그는 그리 말하며 맥없이 웃었다. 힘 빠진 웃음소리가 나무 사이를 맴돈다.
뒤이은 마녀의 말, 갇혔다는 사실은 놀라지도 않다. 한참 전부터, 이 숲을 헤매며 인지했었다… 이미 그는 이곳에 단단히 묶여버렸다. 벗어날 수 없는 족쇄다.

"그래, 적어도 살아있을 수는 있겠네.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겠고."

사내의 입에서 나온 건 역시나 재미없는 우스갯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마녀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숲에서 살 수 있을 리 없다. 결코 진심을 담아 한 말은 아니었다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준이다.
다시금 몸을 휘청이던 사내가 볼품없이 쓰러졌다. 방금 전보다 더욱 위태로운 몸짓. 더러운 흙바닥에 엎어지며 그는 신음을 내뱉는다. '젠장, 쪽팔려 죽겠네.' 발버둥친다. 하지만 한계까지 다다른 육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곳을 몇 시간, 혹은 며칠이고 헤맸으니 당연지사. 사내는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잇새로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유언마냥 비참하다.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로 해…"

맛있게 드시라고. 이어질 말은 무언가에 가로막혀 나오지 않는다. 끝내 사내는 이단의 앞에 무릎꿇고 죽음을 기다린다. 사냥꾼으로서는 몹시 꼴불견인 최후가 아닐 수 없다.

40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23:08:41

ㅋㅋㅋㅋㅋㅋ 이로써 마녀주는 귀엽다는 사실이 증명됨!()
잘 잤다니 다행이네! 마녀주도 잇기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줘~

41 르메네 - 아르젠타인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00:43:22

"아…"

사내는 무릎을 꿇었으나 그 앞에 서있는 마녀의 눈높이는 고작해야 그것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순간이나마 마주친 마녀의 눈은 동그래져서, 당혹과 놀람의 빛을 동시에 품고있었다.
먹지 않는데…
그러나 그런 마녀의 말은 입 밖으로 이어져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마녀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무릎을 꿇은 사내의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러더니 손에 꾹 쥐고 있던 스태프의 밑단을 지면에 세우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역시, 고기는 구워서 먹을 생각인가?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은 마녀는 허공에다 이렇게 읊는 것이었다.

"―euզa emoƽ հjauvg ƽhιrɑ"

꿈 속에서도 들어 본 적 없었을, 사내에겐 알 수 없는 언어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목으로 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외치는 듯이 울림이 있고.
그것에 자연 그 자체가 그녀에게 화답하려는 듯이.

마술이었다.
동시에 이단이며 신비였다.

그 실체에 시선이 잠시나마 빼앗겼던 사이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고꾸라지던 몸뚱아리와 정신이 다시 정상을 되찾았음을.
분명 완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확신이 사내에게는 들고 있었을터이다.

42 아르젠타인 - 르메네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02:20:13

마녀가 무언가를 중얼댄다.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 그 뜻도 알 수 없다. 하물며 인간의 것이 아닌 발성이기에. '마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으리라. 사내는 분명, 자신에게 끝이 도래할 거라 생각했다. 마술은 영혼을 어지럽히고 인류를 해치는 술법이다. 그 최후가 좋을 리 없다.
그렇기에 이어진 장면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사내는 제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지친 육체도 너덜너덜해진 마음도 서서히 말짱해진다. 완벽하진 않지만, 정신을 재차 차리기에 충분하다. 뜻밖의 결과에 사내가 감았던 눈을 뜬다. 마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지팡이를 곧게 세워들고서.

"…방금, 네가 한 거냐?" 사내가 그리 물으며 몸을 일으킨다. 몸짓 하나하나가, 전부 가벼웠다. 옷매무새가 꽤나 너저분했다. 동시에 그는 역시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동시에 반신반의하기도 하였다. 사람을 치유하는 마술…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쯧." 한 번 혀를 찬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팔을 살짝 들어보였다.

"마녀가 사람을 돕는다니, 이거 원."

마녀의 행동은 사내에겐, 그저 혼란스러웠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 의도도 도무지 파악할 수 없다. 진심인지 허위인지조차 모른다. 단순히 먹잇감을 갖고 노는 것일 수도 있다. 마녀는 사악한 존재니까, 그렇게 배웠으니까.
사내가 고개를 도리질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흙바닥 한켠에, 방금 전 떨어트린 검이 보였다. 땅에 내동댕이쳐져선 희미한 광을 내는 은빛 날이. 그에 어떤 생각이 사내의 뇌리를 스쳤다. 처음 마주한 그때부터, 마녀는 줄곧 무방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저 칼을 들어 휘두른다면. 마녀는 당장에 스러질 것이다. 종말마녀는 그렇게 소멸할 것이다.
허나 사내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 다만 팔짱을 낀 채 자조하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 참, 종말마녀란 녀석이 이렇게 무를 줄은 몰랐는데."

종말마녀. 세계를 멸망시키는 마술을 연구하여, 지상의 인류에게 종언을 고하게 될 이단. 사내는 그런 마녀에게 도움을 받았다. 과장되게 말하면 목숨을 빚진 것과도 같다. 종말마녀는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이토록 헤아릴 수 없는 속내라니.
줄곧 마녀를 쳐다보면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살아서 나가기만 하면 딱 좋겠어."

그리고, 그는 늘 그랬듯이 경박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느슨한 태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계심이 약간은 풀어진 것인지. 방심은 독이건만, 사내는 요행을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43 르메네 - 아르젠타인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20:34:39

몸을 일으켜 묻는 사내의 말에 살며시 감고 있던 눈을 뜬 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회복의 마술을… 사용했어요."

역시 방금의 그것의 정체는 마술인가.
보다 여자의 정체가 마녀로서 명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러나 마음대로 해도 좋다, 라고 사내가 말하자마자 마녀는 그를 삶거나 굽는 대신에 구하기 위한 마술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인지, 사내로서는 역시 유추하기가 힘들테다.
속셈이 있는 걸까?
계략이라고는 해도, 죽어가는 파리같은 인간의 목숨을 살려서까지 이뤄야하는 목적이 있을까?

그 전에 지금 마녀의 목을 치면 그런 생각 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그런 의문과 질문들이 사내의 머릿 속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와중에,
그가 시험삼듯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녀가 펼친 손을 하고서 앞으로 다가왔다.

"아…!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움직이시면 안 돼요…!"

방금 전과는 달리 살짝 높아진 목소리.
그 말투와 행동이 어딘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마치 엎지르기 직전의 물, 금이 간 도자기를 다급히 살피는 듯한 모습이다.

"제가 방금 사용한 마술은 어디까지나 당신 안에 조금 남아있는 생기를 모으고 굳힌 것 뿐이라…"

그리고서는 사내의 눈을 한 번 마주쳤다가, 도로 다시 피해버리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깨지면… 그게, 돌이킬 수 없게 돼요…"

완곡히 돌려말하고 있지만 이건 필시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겠지.
아, 혹은 좀 더 상상의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터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언데드가 된다거나, 영혼을 잃고 떠도는 마물이 된다 거나.
이단에 의해 일어나는 비극적인 결말은 인간에게 있어선 상상하기 두려우며, 상상 그자체도 어렵다.
어느쪽이든 간에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 만은 알기 쉬웠다. 마녀의 축 처진 눈매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있지 않은가.
그 소문의 종말마녀치고서는 숨김없는 생생한 표정이었다. 분명 그러했다.

"…저어 그럼…"

마녀는 손 안의 스태프를 버릇처럼 그러쥐었다.
그리고서는 조금 뒤, 사내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바깥에서 온… '사냥꾼' 님…인 거죠?"

44 마녀주 ◆KIXz2d8NDA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20:38:48

갱신할게~ 오늘은 잇는거 조금 늦었졌네. 미안해!
그리고 마녀주는 귀엽지 않습니다~!
똑같은 실수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귀여워 흑흑

45 아르젠타인 - 르메네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22:13:55

"마녀한테 목숨을 빚진 셈이라니."

이마를 짚으며 한탄하듯 말하는 사내. 이 상황은, 사냥꾼인 그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리라. 사냥꾼이라는 업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나. 마음은 어쩐지 불편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내는 더욱 가볍게 생각할 뿐이다. '죽는 것보단 나은 경험이겠지.' 그러나 경계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 마녀에 관한 것, 그 무엇도 아직은 알 수 없으니까.
사내가 팔을 움직이기 무섭게 마녀가 한 발짝을 내딛는다. 그 돌발적인 움직임에, 사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였다. 안일해진 틈을 타 금방이라도 마녀가 본색을 드러낼 것 같아서. 하지만 마녀는. 그저 펼친 손을 내밀어, 사내를 만류하려 한 것에 불과했다. 목소리 또한 어울리지 않게 높아졌다. 마녀의 행동은 역시 이상했다. 마치 눈 앞의 인간을 걱정하는 것처럼. 마치 사람처럼 말하고 사고하지 않는가.

"그래, 얌전히 있을게. 시체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잠깐 긴장한 기색을 내비친 사내.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 태연자약하게 대꾸할 뿐이다. 생기가 깨져버린다는, 마녀의 말. 그게 거짓은 아닐 것이다. 마녀의 표정에서 분명한 그늘이 느껴졌었다. 연기라기엔 너무 현실적인 모습이기에. 정말이지 인간적인 태도가 모순적이다. 사내는 내심 안도했다.

"…이래뵈도 사냥꾼이지."

그리 말하며 사내는 허탈한 웃음을 두어 자락 짧게 흘렸다. 사냥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이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실로 우스운 꼴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단 덕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려나." 마녀와 노닥거리게 된 시점에서, 이미 사냥꾼의 마음가짐은 잃어버린 걸지도.

46 아르주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22:14:54

괜찮아~ 나도 맨날 늦는걸...! 늦는 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오히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니까 귀여운 거다~~!

47 르메네 - 아르젠타인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1:09:15

"아하하… 저도 변해버린 사냥꾼 님을 쓰러트리고 싶진 않으니까요…"

마녀가 조심스러운 미소를 띄며 웃는다. '이해가 맞네요…'라며 그녀는 또 중얼거린다.
'변해버린'이라느니, '쓰러트린다'느니.
사내를 사냥꾼 님이라 불러오며 얼핏 들으면 당돌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다. 하물며 그 작은 몸에서 그만한 무력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그런 능력이 이 분홍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마녀에겐 있다는 것이겠지.
그녀의 본심이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아르젠타인을 당장 죽게 두고 싶지 않은 것은 확실해보였다.

"저어… 사냥꾼 님은…"

"…아직은 죽고 싶지 않으신 거죠…?"

그리고 그 역시 죽고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마녀는 제 손을 서로 마주치면서, 꼼지락거리며 조금은 머뭇거리는 티를 내며 그렇게 물어왔다.
아르젠타인은 죽음을 각오하며 마녀의 앞에 무릎 꿇으며 자포자기 했지만, 돌아온 것은 이단의 축복이었다.
또한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아르젠타인 스스로의 각오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공포는 생물 전반의 수면 밑에 짙게 깔려있는 근원적인 것.
거기에 어떤 사냥꾼이나 이단 따위의 이념이 작용하는지는 몰라도…
살아있고 싶다는 '생존'의 마음 앞에서는 하등 무용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은 아닐까.

48 마녀주 ◆KIXz2d8NDA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1:21:20

역시 천사는 내가 아니라 아르주였던 건가. 후후
나를 귀여워 해주는 것도 좋지만 마녀님도 잔뜩 귀여워 해 줘
무섭지 않으니까. 물지 않으니까! (?)

49 아르젠타인 - 르메네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02:10:56

꽤나 섬짓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보다도 사내의 이목을 끈 게 있었다. 그리하여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마녀가 미약한 웃음을 머금은 걸. 그 속에는 몹시 때묻지 않은 순수마저 있었던 것 같다. 착각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이 마녀가, 어떤 의미에서든 매우 이질적인 존재임을. 그리고 그건 결코 나쁜 뜻이 아니다.
"그럼, 얌전히 있어야 할 이유가 늘었네." 사내는 그리 화답하며, 오뚝 솟아나온 바위터에 걸터앉았다. "나도 퇴치당하는 건 사양이야." 그가 가벼이 손사래를 친다. 다소 누그러진 몸짓이다.
그리고 마녀가 묻는다. 죽고 싶지 않느냐고. 사내는 잠시, 오묘한 표정으로 마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일단은 인간이라고."

그 말뜻은 알아차리기에 어렵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삶을 갈망한다. 하다못해 사람보다 작은 미물들 따위도 생존을 바라는데. 사내 역시도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그건 태어났을 때부터 뇌리에 새겨진 원초적 본능. 거스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무튼간에, 중요한 건 이런 잡다한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살려서 보내주겠다는 얘기야? 이 숲도 슬슬 질리기 시작했거든."

50 아르주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02:12:44

ㅋㅋㅋㅋㅋㅋㅋ 천사 아니야!
당연히 마녀님도 앞으로 잔뜩 귀여워해 줘야지~ (쓰다담)

51 르메네 - 아르젠타인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2:44:19

"…그렇군요. 그럼…"

챙넓은 모자. 그 아래에 드리워진 그림자 안에서 흘긋이 보이는 마녀의 눈.
그 시선이 사내의 눈과 닿았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검은 눈동자. 흔들리는 것도 같다.
대답을 들은 마녀가 인간 사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 생각이 들었는가, 숨을 들이쉬면서 이렇게 운을 틔웠다.

"…그, 일단… 오늘 밤은 머무르고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말이 끝맺어지자 마자 실수했다는 듯 '앗' 하는 탄성과 함께―

"겨, 결코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구요…! 아무래도, 오늘 중 돌아가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다가… 숲은 흉폭한 야수가 많아 위험하기도 하고… 사냥꾼 님의 마술로 붙든 생기도 금방 깨져버릴테니까… 그 원기도 회복할 겸, 해서…"

말이 점점 많아진다.
방금 전 첫 조우때에만 해도 다가갈까 말까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던 그녀인데, 지금은 마치 변명을 하는듯 허둥대는 기색을 보이며 두서 없이 장황한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물론, 저같은 마녀가 엄청 싫으신 건 알고있지만… …저도, 사냥꾼 님이 바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달빛에 비치우는 마녀의 검은 눈에서 어떠한 결의마저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인가.

"적어도 오늘 밤만은… 그래주셨으면 해요."

단지 '삶'을 위해서 인가.
아르젠타인 앞에 선, 언젠가 세상 위의 모든 것을 멸할 마술을 가지고 있을 터인 종말마녀는.
또한 심장이 고동치고 있을 제 가슴께 위에 손을 올려 놓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수년을 숲에서 살았을 장본인 답다고 할까. 그건 올곧으면서도 단단한 시선이었지만,
마력이 담긴 달빛의 소행인지, 어쩐지 안타깝고도 서글픈 감정이 엿보이는 듯도 했다.

52 아르젠타인 - 르메네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19:01:04

마녀의 시선이 흔들린다. 수차례 머뭇거리는 걸 끈기있게 기다렸더니 돌아온 말은, 매우 황당한 제안이었다. 그 내용은 사내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걸터앉은 바위에서 슬금 몸을 일으켜, "…응?" 끝내 맥빠진 투로 대꾸하는 그다. 마녀도 스스로의 말에 놀란 건지 황급히 변명이랄 것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주절주절, 긴 말을 쉬지도 않고 뱉어낸다. 여전히 당황에 물든 얼굴을 하고서 사내는 마녀를 응시했다. 마녀 또한 말을 마치고, 가만히 사내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 안에는 굳은 의지가 잠들어 있었다. 마녀의 행동은 몹시 인간적이었다. 이단이 어찌하여 인간의 흉내를 내는가. 그렇기에…

관심이 생긴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 사내는 웃음을 참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리더니, 돌연 폭소를 터트렸다. 줄곧 고요했던 숲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가 울린다. 소성은 찰나의 시간동안 이어졌다. 역시 마녀의 장광설을 듣고 재밌어하는 것이리라. 결코 부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이내 웃음을 멈춘 사내가, 마녀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간다. 이젠 거리끼는 기색마저 없다.

"그렇게까지 부탁하면 거절하는 것도 어렵잖아~"

사내는 여전히 태평하다.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마녀에게 달리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냥꾼의 직감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끄덕이며 고갯짓을 해보인다.

"그래, 그러자고. 좋은 생각이네."

그리고,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걸어다니는 시체 꼴이 되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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