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46124> [1:1/다크 판타지] Lost in nowhere - 1 :: 136

◆KIXz2d8NDA

2022-06-27 01:47:20 - 2022-07-26 04:21:31

0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1:47:20


ˢᵉᵐᵃʳᶦ ᵃᶦˢᶦ ᶦˢᵒᶫᵃ ᵐᵃᵗᵒᶫᵃ
ˢᵒʳᶦᵇᶦᵃ ᵈᵒᶜʰᵉ ᶦʳᵒʳᵃ ᵃᵐᶦᵗᵃ
ˢᵃᵐᵃʳᶦᵃ ᵈᵒˢᵉ ᶦᶠᶦᵃ ᵐᶦᵒ ᶫᵒʳᵃ ᶠᶦᵃ ˢᶦᵃ ᵃᵈᵒʳᵃ

>>1 wıтch
>>2 hυnτeᴦ

1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1:49:34


이름 :: 르메 네 헤종말 마녀스티온
나이 :: 본인은 함구한다.
성별 :: 女

외형 :: 숲에서는 확연히 이질적인 빛깔의 분홍 머릿결. 갖가지 리본으로 큼직하게 땋아 장식한 그것이 기다랗게 늘어져 종아리까지 내려왔다.
앞머리로 가려진 틈새로 검은 눈망울이 마주치고, 그 아래엔 곤란한 기색으로 상기 된 뺨과 이목구비가 어렴풋이 비치웠다.
한 편, 그 머리 위에 얹혀 씌워진 넓은 챙과 큼직한 고깔의 마녀 모자는 일찍이 금기시 된 신분과 불온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녀의 체구는 그것까지 치고서라도 숲의 흉한 소문과는 대비되는 확연히 작고 가녀린 실체를 하고 있었다.
밤하늘을 그대로 수놓은 듯 걸친 까만 로브. 그 안에 차려입은 단정한 블라우스. 안감이 프릴로 장식 된 펑퍼짐한 롱 스커트,
의지 할 곳 없는 양 손이 그러쥔 구부정한 나무 스태프까지.
오밤중의 마법 숲을 활보하는 마녀가 할 법한 용모라면, 필히 분명 그런 것이리라.
https://picrew.me/share?cd=4uRByeuNqP

성격 :: 사람과 한참을 만나지 않은 탓인지 말은 조용하며 동작은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기색을 띄고 있다.
그러나 모순일까, 기본적으론 숲을 떠도는 인간을 쉬이 못 본 체 하지도 않는 상냥한 마음을 지녔다.
근 오랜 시간을 사람을 마주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은 차치해두고서라도 말이다.
단지 겉보기와는 달리 섬세함은 다소 부족하여 때로는 평범한 사람의 상식에는 들지 않는 당황스러운 사고도 무색하게 해보이거나 한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과 마녀의 구조적인 차이점일지도 모른다...

기타 :: 종말마녀.
그녀는 금기의 마술, [세계 종말의 술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 마녀.
언젠가 마녀는 그 마술로 이 세상에 종말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해져온다.
썩은 대수(大樹)가 솟아올라 태양을 가리고, 땅에선 지옥의 업화가 들끓으며, 온갖 야수와 마물이 활개를 친다.
따라서 그녀의 별칭은 종말마녀이다.
그런 마녀의 존재를, 인류는 두려워 하고 있다.
'종말마녀를 사냥하고 신에게 그 심장을 바쳐 잃어버린 마을과 평화를 되찾읍시다.'
지금 마을의 사람들은 대의를 위해 하나의 여자를 죽이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의 거주자.
마을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있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는 숲.
그 이름과 같이 아무도 다가오려 하지 않는 숲이다.
그러나 마을의 사람들은 마녀를 사냥하기 위해 사냥꾼이라는 존재를 그곳으로 파견한다.
대부분은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며, 돌아온다 하더라도 마녀에 대한 소식은 들고오지 못한 채였다.
야수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마술에 걸린 숲을 침범하고서 다시 되돌아가려 하다니.
어쩌면 인간이 숲을 해아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종말마녀는 그런 숲의 거의 유일한 거주자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두운 숲속에서 몇 년이고 얼마나 되는 시간이고, 혼자서 계속해서 지내고 있었다.

작고 사근거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야수들과는 친하게 지내고있다.
집 정리는 엉망이다.
고요한 숲의 풍경을 좋아한다.
거짓말은 못하는 편.
마술만능주의.
바깥은 어떨지 가끔씩 궁금해 하고 있다.

2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1:50:42

:: https://www.neka.cc/composer/11357

이름 :: 아르젠타인Argentine 루시스Lucis
성별 :: 男
나이 :: 25

외형 :: 사내의 행색은 결코 멀끔하지 못하다. 일단 모발부터가 아무렇게나 길러 방치해둔 채다. 수북히 자란 앞머리도 눈가와 콧잔등을 덮어 단정치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론 그 색소 옅은 머리칼이 은빛을 띠고 있어 그의 이름과 걸맞기도 하다.
부드럽게 조형된 이목구비. 눈꺼풀 아래로 드러난 홍채는 형형한 황금색이다. 다만 눈꼬리를 올려 치켜뜬 것이 일견 사나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 생김새가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아 남성적인 이미지와는 다소 멀다. 살갗도 희게 밝으니 마치 곱상한 도련님 같다. 하지만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 몹시 깬다. 사람이 한없이 경솔하게 보인다나.
옷차림은 수수하다. 활동의 편의성을 위해 얇고 넉넉한 의복을 선호한다. 그 위에 매번 걸치는 건 사냥꾼의 상징과도 같은 코트. 옷매무새는 그닥 단정하지 않다. 허리띠에 매어둔 칼집 안에 은제 검이 수납되어 있다.
179센티미터. 평균 신장을 조금 웃도는 키. 다부지지 않고 늘씬한 체격. 군살 없는 몸에 사지가 길쭉하게 뻗어있다. 신체 곳곳은 늘상 조그만 잔흉터들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피부는 거친 환경 탓에 결코 성하지 않다. 손가락이 가늘고 마디가 도드라진다. 그 외의 신체적 특이사항은 없다.

성격 :: 경박하고, 시끄럽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으레 이렇게 평하곤 했다. 그 말대로다. 매사를 가벼이 여기며 항상 능청스런 태도로 나온다. 쉴새없이 입을 놀리고, 무슨 일이 닥쳐온들 시종일관 재미없는 농담을 던져대기 바쁘다. 덕분에 진지한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 늘상 기분 따라 움직이고 변덕이 심하다. 사냥꾼이라기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성정이다. 어떻게 보면 유쾌하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서도 주어진 일에는 착실히 임한다. 의외로 몸짓이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근성이 있어 쉽게 포기할 줄도 모른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사냥 따위는 하지 못했을 거다…
기타 사소한 특징들. 개인주의. 생면부지의 타인에겐 별 관심 없다. 자기애도, 자존심도 넘친다. 은원관계는 확실히 처리한다.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고 원한이 생기면 되갚아준다. 진심으로 화내는 일이 드물다.

기타 :: 떠돌이 사냥꾼. 사냥꾼이란, 사특한 존재를 사냥하는 이들이다.
어느 마을 외곽의 숲에는 종말마녀라 불리는 강대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녀의 존재가 두려웠던 주민들이 수많은 사냥꾼들을 숲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 마녀를 마주한 자는 한 명도 없다. 그러기에 마녀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도 주민들은 마을로 사냥꾼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사내도 사냥을 위하여 마녀의 숲에 발을 들인 인간이다. 이번 사냥이 그를 어떤 운명으로 인도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리라…

* 사냥꾼이라지만 특별한 사명감이나 목적 따위는 없다. 그저 사회의 흐름에 떠밀려 검을 든 것. 그에 대해 별다른 유감은 없다.
* 행운아. 운이 좋은 편.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곤 한다. 타고난 천운이 없었다면, 이미 진작에 숨이 끊어져 주검이 됐을 테다.
* 사냥꾼 경력은 6년차이며 실력은 평균보다 살짝 위.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다.
* 힘 있고 선명한 목소리. 역시나 경망스런 톤의 중음.
* 머리 쓰는 일은 자신 없다.

3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1:52:38

안착안착!!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0레스 엄청 분위기 있다구~
앞으로 잘 부탁해 마녀주! XD 앞으로가 엄청 기대돼~

4 마녀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1:59:05

앗, 어서와
1:1 스레에 링크 깔아주려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역시 찾아와 줬구나
고마워 히히
좋은 글귀를 생각해내는 능력은 없어서 그럭저럭 꾸며 본 것 뿐이지만 말이야~...
이제부터 아르주라고 부르게 되겠구나.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아르주~
서로 좋은 일상 마구 돌려보자~!

5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2:13:59

마녀주의 센스 좋은걸!
응응~ ㅎㅅㅎ 꼭 일상을 잔뜩 돌려보고 말거야~
맞다! 시트 쓰면서 세계관의 배경 설정에 대한 걸 적폐 날조 내맘대로() 대강 구상해봤는데 괜찮을까! 배경을 대략적으로라도 정해두는게 편할 거기 같아서...! 마녀주가 원치 않으면 넘어가도 되지만~

6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2:18:25

어라 나 나메도 마녀주라고 하고있었구나 ㅋㅋㅋㅋ... 무심코 미안해!

세계관 배경? 루시스의 시트에 적혀있는 내용 말하는 거야?
현재 구상하고 있던 내용을 말하는 거라면 응응 꼭 들어보고 싶어
사실 세계관이나 일상의 전개에 대해선 같이 얘기해나가고 싶기도 하구

7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02:53:31

ㅋㅋㅋㅋㅋ 괜찮아! 르메네주의 실수 귀여워~
시트에 없는 따로 구상하고 있는 내용 말하는 거였어!
들어보고 싶다니 다행이다~ 괜찮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인간들의 나라, XX 성국.
이 땅에 뿌리내린 종교를 중심으로 인류 사회는 성장해왔다. 특히 비옥한 땅에 세워진 XX 성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이내 성국은 지상 최대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다.
허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어느샌가부터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범인이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짐승들은 괴수로 변이했다. 누군가는 마술이라는 금지된 술법을 다루었다. 이는 명백히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성국에서는 이 현상에 '이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단의 출현은 지상에 큰 혼란을 안겨주었다. 인류는 점차 두려움에 물들어갔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상은 아직도 어지러운 채다.

대략적인 개요는 이래! (나라 이름은 일단 비워뒀어~) 최대한 다크판타지 갬성을 넣어보고 싶었어...!
아래는 사냥꾼에 대해서 짜본 설정이야!

이단의 산물—즉 마물, 야수, 마녀 등—을 사냥하는 자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사회에 만연한 공포를 뿌리뽑는 것… 그리하기 위해 사냥감을 죽이고 불태운다. 각자의 신념과 목적을 가진 채 사냥꾼들은 오늘도 사냥에 나선다.
잘 훈련받은 사냥꾼 개개인의 전투력은 평범한 병사 둘셋을 압도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사냥꾼이라도 단신으로 적과 맞설 순 없다. 이단의 힘은 결코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때문에 사냥꾼들은 대부분 서로 협력하여 사냥을 진행한다.
사냥꾼은 모든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강대한 적과 마주하는, 그들의 숭고한 의지와 용기는 존중받을 만한 것이다. 그만큼 대우도 좋고 벌이도 적지 않은 편.

어때? 이런 설정 괜찮을까! 의견 있으면 편히 말해줘!

8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03:23:27

뭔가 스레 개설할 때부터 긴장하고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마녀주라고 적고 있었나 봐. 흑흑
혹시 마녀주라고 붙이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으려나...!
그리고 설정 관련해서 생각하는 거 있으면 내가 전부 들어줄테니까, 걱정말고 말해줘
아까도 말하기는 했지만 의견 공유하는 편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설정은 전부 재밌게 읽었어~! 전혀 적폐가 아닌 걸
그럼 종말마녀인 르메네는 성국이 지정한 이단 중 하나가 되는 걸까?
또 사냥꾼에 대한 설정이 있으니 떠돌이 사냥꾼인 루시스의 캐릭터도 물씬 사는 것 같아

의견이라면 배경을 나라보다는 마을이나 도시 단위의 규모로 축소하는 건 어떨까?
다름이 아니라 규모가 좁은 편이 조금 더 고립 된 그들만의~ 스러운 분위기가 생긴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외부에서는 주시 중이라는 설정을 넣어도 괜찮겠지!
그리고 배경이 되는 나라의 이름은 좋은 이름을 생각 중이라면 붙여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인적으로는 없어도 좋다고 생각해
이것도 별 건 아니고 맥거핀스럽게 남겨두는 쪽도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이대로도 좋아!
가벼운 의견들이라, 굳이 반영해주려 하지 않아도 괜찮구
설정에 대해 아르주가 이것저것 고민해 주는 것 같아서 기뻐

9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18:01:50

갱신할게~ 어제는 그만 깜빡 잠들어버렸어...!
ㅋㅋㅋㅋ 긴장하고 있었구나~ 마녀주란 이름도 좋지만 르메네주도 괜찮은걸~ 르메네주가 편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응응 고마워! 설정도 재밌게 읽었다니 다행이네~ 의견 잘 봤어! 확실히 그런 분위기도 좋긴 해~ 그래서 르메네주의 의견을 반영해서 개요를 새로 써봤는데 어떠려나!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이단'과 투쟁해왔다.
이단이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사악한 것들. 고댓적 이단이 출현한 이래 인세는 늘상 혼란스러웠다. 범인이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짐승들은 괴수로 변이한다. 누군가는 마술이라는 금지된 술법을 다룬다. 인류는 공포에 떨면서도 이단과 맞서고자 했다. 세상을 돌며 이단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사냥꾼도 이리하여 탄생했다.
덧붙여 인류는 수백 년 전부터 폐쇄적이고 고립된 생활을 지속해왔다. 공동체의 기반은 대부분이 조그만 마을 혹은 중소규모의 도시이다. 대도시라고 할 만한 곳은 몹시 드물다. 도시·마을 간의 거리도 한없이 멀어 교류가 전무하다. 그야말로 닫힌 사회.
공동체가 이렇게 분화된 이유는, 이단이 두렵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한 곳에 모여 살아가는 것이 이단을 끌어들인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서로 힘을 합하는 대신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단의 위협은 피해갈 수 없다.

10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1:56:07

어서와~ 잘 잤어 아르주?
어제는 나도 시간도 늦었고해서 금방 잠들어 버렸어
응 스레 세우는 건 사실 별 거 아닌데도, 아무래도 시작이기도 하고 그래서 긴장하고 있었나 봐...
그럼 아르주 따라서 나메는 르메네주로 고정하는 걸로 하고~

새로운 개요를 살펴봤는데, 마찬가지로 좋았지만... 아무래도 의견 전달이 잘 못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위에서 고립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는 건 인류 전체가 아닌 인간님의 마을 정도로 특정 지어서 하는 말이었어
아무래도 실제로 돌리게 될 배경은 대부분 숲일테니까 시대상 자체를 반영하려는 생각은 없었거든
세계 종말같은 꿈을 꾸고 있는건 종말마녀의 개인적인 목적일 뿐이기도 하니까, 세계 자체는 맥거핀처럼 두되 마을은 이단사냥의 문화가 일찍이 성행하고 있는 우울한 마을- 같은 느낌은 어떨까?
나는 1:1인 만큼 마을과 숲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했거든. 이 부분은 아르주 생각은 어떠려나? 혹시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일상같은 것도 해보고 싶었어?

11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2:35:23

르메네주도 안녕~ 잘 자고 일어났지! ㅎㅅㅎ 르메네주도 푹 잤을까~
아아 그랬구나!! (쥐구멍) 번거롭게 해버려서 미안한걸...! 나는 세계관 전체를 말하는 줄 알았어! 폐쇄적이고 고립된 마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하는 건 인지하고 있었구...~ 내가 착각하는 바람에()
응응 나도 그런 쪽으로 진행될 거라고 대충 생각은 했어~ 딱히 그런 건 아니구! 굳이 다른 지역까지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

12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2:53:36

아냐아냐...~! 새벽이기도하고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쥐구멍으로 숨지 않아도 돼 흑흑
그러면 배경은 이단이 우글대는 숲과 끊임없이 그것을 사냥하는 마을이 되겠구나
세계관은 이정도 개요로만 서로 알아두고 이제 첫 일상 얘기도 해볼까? 일상을 진행해가며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때그때 붙여도 늦지 않을테니까
아니면 더 공유해두고 요소가 있다면 말해 줘도 얼마든지 환영이야~

13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3:03:14

르메네주는... 천사야...!
응응 첫 일상 좋아!! 따로 덧붙일게 생각나면 그때 말하도록 할게!
첫 일상은 역시 둘이 처음 만나는 상황이 좋겠지?!

14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3:17:44

천사는 아르주입니다...!
응응 나도 첫 만남이 좋다고 생각 해
아무도 오지 않는 숲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사냥꾼과 종말마녀의 조우
루시스가 거기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는 순전 운의 영향일까~
아르주는 혹시 일상 중에 바라는 방향이라든가 있어? 마녀가 어떤 식으로 일상 해줬으면 좋겠다, 같은거!

15 아르주 ◆m2FPzIOOFk (6zDVCmO8Z2)

2022-06-27 (모두 수고..) 23:48:01

둘 다 천사인거로 하자~()
그럼 사냥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갔다 마주친 걸까~ 르메네가 사는 곳까지 갔다면 역시 행운이 인도한 거겠지!
으음 그런 건 딱히 없어! 르메네주가 편한대로 굴려주면 좋지~

16 르메네주 ◆KIXz2d8NDA (qxj5AZ2bPs)

2022-06-27 (모두 수고..) 23:58:18

ㅋㅋㅋㅋ 그럼 여기는 천사만 있는 스레인거야? 맙소사
나는 천사가 아니고 마녀주입니다!
아르주 말대로 단순히 사냥을 목적으로 숲에 들어갔다~ 도 좋겠지만,
루시스는 변덕쟁이기도 하고 막연히 사냥꾼이 됐다는 느낌이니까 그날따라 뭔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 같은 걸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딴 생각을 하고 숲을 걷다가, 정신차리니 어쩐지 주변 풍경이 낯선 것을 눈치채고 돌아가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마을이 보이는 일 없이 계속 해매기만 하는 상태로 그대로 어두운 숲에서 조난을 맞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스럽게도 종말마녀인 르메네와 마주치는 거지!

이런 세부 설정까지 생각해 봤는데 아르주 생각은 어때?
조난 당한 직후가 아니고 몇일 지난 상태가 좋겠다든가 하는 생각 있으면 가감없이 들려 줘

17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0:13:50

아앗 좋은 생각이네!! 르메네주 말대로 그런 상황으로 해도 재밌겠어~ 혹시 르메네주는 아이디어 뱅크....?! 조난 당한지 며칠 지났다고 해도 괜찮을 거 같고~
그럼 그런 느낌으로 슬슬 돌려볼까? 선레는 역시 내가 써야겠지?!

18 르메네주 ◆KIXz2d8NDA (loDaHgLeHQ)

2022-06-28 (FIRE!) 00:29:45

에이 ㅋㅋㅋ 아이디어 뱅크라니
그냥 그런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말해본 것 뿐이야~ 디테일한 상황이 있으면 재밌잖아?
그럼 그 외적인 부분은 아르주가 자유롭게 해서 선레 부탁할게
분량 같은거 걱정없이 팍팍 써 줘!

19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0:38:49

ㅋㅋㅋㅋㅋ 그렇지~
응응 선레 써오도록 할게~ 곰손이라 늦어질 수도 있으니까... 피곤하면 먼저 자러가도 돼!

20 아르주 ◆m2FPzIOOFk (RSSGZv7X1U)

2022-06-28 (FIRE!) 01:22:55

르메네주 미안하지만 선레는 자고 일어나서 줘도 될까 ^ㅅㅠ...? 아무래도 자야될 거 같아서...~

21 르메네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01:37:51

아고... 아르주 자야하는구나
응응 완전 괜찮아~ 푹 자고 내일 노는 걸로 하자
좋은 꿈 꾸자 아르주

22 아르젠타인 (RSSGZv7X1U)

2022-06-28 (FIRE!) 17:58:12

"어느 마을 외곽의 숲에는 종말마녀라 불리는 강대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녀의 존재가 두려웠던 주민들이 수많은 사냥꾼들을 숲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 마녀를 마주한 자는 한 명도 없다. 그러기에 마녀 사냥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도 주민들은 마을로 사냥꾼을 불러모으고 있다."

마차를 타고 내리 달려 도착한 마을의 분위기는 사뭇 우울했다. 사냥꾼이 왔다는 소식에도 주민들은 기쁜 기색을 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사냥꾼들을 목격했고, 그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버렸을 테니까. 주민들은 사냥꾼에게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 침울한 행동에선 일말의 희망조차 엿볼 수 없었다.
어제도 마을 아이들 중 하나가 숲에서 실종됐단다. 마을을 이끄는 장로가 근심 드리운 얼굴로 그리 말했다. 이내 장로는 이전에도 수없이 반복해온 말을 꺼낸다. 부디 마녀를 죽이고 그 심장을 취해달라고. 늙은 장로의 부탁은 절박했다.

고용된 사냥꾼, 아르젠타인 루시스란 사내는 이 일을 결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사냥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투지도 없다. 사냥꾼 치고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다.
그럼에도 그의 사냥에 임하는 자세는 타인 못지않게 신중하다. 칼날에 기름칠을 해주고 등불의 기름도 갈아준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이제 달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다.
문득 그는 사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한다. 별다른 의미 없이 짊어진, 사냥꾼이란 이름이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사내처럼 경솔한 마음가짐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꼴로, 사냥꾼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건가.' 사냥은 이단과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 준비조차도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세히 곱씹어보면 '죽는 건 역시 달갑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행동이다. 평소 같았으면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넘겼을 터다. 어쩌면 큰 사냥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더욱 변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 숙련자답지 않은 태도다…

생각이 많아지자 곧 그는 내어받은 숙소를 나온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오후다. 잠깐 한눈을 팔더라도 사냥에 늦진 않을 거다.
사내는 황량한 흙길을 따라 마을을 벗어난다. 마을 바깥은 마치 황무지와 같았다. 나무도, 풀도 없다. 물 흐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저 우울한 분위기만이 지상을 맴돌고 있다.
오래도록 걷다 보니 슬슬 울창한 삼림이 보였다.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자라있다.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이 햇빛마저 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파릇한 생동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내는 즉시 이 장소의 정체를 파악해낸다. 틀림없다, 여긴 마녀가 산다는 숲이다. 그 대지에 사악한 마술이 걸려있어 발 들인 자를 천천히 옥죄고 마침내 집어삼킨다고. 수많은 이들이 숲을 헤매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다. 이단의 본거지에, 그런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으니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사내도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째선지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꼭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예 숲 자체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술이 걸린 걸지도 모른다.
그는 천천히 숲을 향해 나아갔다. 굵은 나무줄기 사이를 헤치며 걸어가던 그가, 돌연 우뚝 멈추었다. 더 이상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직감이 든다. 하지만 숲에 걸린 마술의 힘은 일개 인간 따위의 의지력보다 강했다.
곧 사내는 이 상황을 태평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긴 아직 숲의 초입에 불과하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뒤돌아 빠져나오면 끝이다. 게다가 아직은 낮 시간대. 이단이 기어나오는 밤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렇게 사내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어딘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을 때는 늦어도 한참 늦은 뒤였다. 앞으로 나아가면 계속해서 같은 장소가 나온다. 옆으로 가도, 뒤로 가도…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기만 했다. 완전히 길 잃은 신세였다. 소리도 질러보고 배배 꼬인 오솔길을 따라가기도 해보았지만 결국 숲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보기 좋게 마녀의 함정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사내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제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배도 주리다. 숲에 갇힌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어쩌면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 숲에는 햇빛도, 달빛도 들지 않았으니.
이제 그는 초연히 기다리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 한다… '여길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23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17:59:00

선레 올리면서 갱신~ 쓰다 보니까 좀 길어졌는데 길이는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답레 줘!

24 르메네 - 아르젠타인 (lW11ee2/kM)

2022-06-28 (FIRE!) 21:25:49

―부스럭

사냥꾼 루시스는 듣는다.
풀과 나무를 해치는 발걸음 소리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술에 걸린 숲이 부리는 굶주린 사냥꾼을 혼동시키려 하는 잔재주일 뿐인가?
아니다.
결코 환청 따위가 아니라는 것처럼 그것은 사내의 쪽으로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바람 소리조차 없는 주변이 고요하기에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빠르지도 않지만
여유있지도 않은 보폭이다.

아아,
분명 '마수'일 것이다.
사냥꾼은 알고 있다. 숲에 제멋도 모르고 침입하는 자들을 찢어발기는 포식자들.
그도 그럴게 이 사람을 삼키는 숲에 마수 하나 없다고 하는 쪽이 이상하지 않은가.
오히려 지금까지 야수들과 마주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행운에 해당되는 일이 아닌가.
모두가 그렇게 숲에 삼켜져 버렸다.
그러니 사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다.
아르젠타인 루시스는 단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사내가 초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이에,
정말 코 앞까지 가까워진 발소리의 장본인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

"…사, …사람…?"

그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칠흑같은 그림자 속에서 나온 것은 피에 굶주린 야수가 아니었다.
사내의 눈이 그새 숲의 어둠에 적응한 걸까. 방금까지 달빛조차도 들지 않을 것 같던 숲이었지만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숲에는 어울리지 않는 긴 자락 의복. 흘러내리는 분홍빛의 머릿결. 마녀의 상징과도 같은 챙 넓은 모자.
그리고, 고목의 나뭇가지 같은 지팡이를 손에 꼬옥 그러쥔 앳되어 보이는 인상의 여자. 어떻게 보면, 아이다.
모자와 머리칼 아래로 드러나는 눈과 표정에서 조심스러운 기색이 여실없이 묻어나는 것이 사내가 그곳에 누워있는게 놀랍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같았다.
다만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경악에 가깝다.
마치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을 목격 한 것과도 같이, 그녀는 다가갈지 말지를 선뜻 정하지 못하고, 홀로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사내와 똑같이 길을 잃은 것인가.
어찌되었든 그녀에게 있어서 사냥꾼 루시스는 숲에서 조우한 낯선 사내일 것이다.
초췌하고 굶주린, 칼을 찬 날 선 인상의 사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방금까지 죽음을 준비하던 사냥꾼… 아르젠타인에게 그녀라고 하는 존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가 진짜로 거기서 죽어버리거나 답을 내리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수수께끼의 여자는 발걸음을 때지 않고 있었다.

25 마녀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21:32:09

아르주 안녕~ 잘 잤어?
선레 준비 해 줘서 고마워! 아르주는 금손이었다...!
나도 부족하지만 시작이기도 하니까 평소보다 조금 길게 이어봤어
일상 중간중간에 잡담이랑 의견공유도 환영이니까 있으면 달아 줘!

26 마녀주 ◆KIXz2d8NDA (loDaHgLeHQ)

2022-06-28 (FIRE!) 21:42:27

아 그리구~
배경은 다크 판타지이긴 해도 일상이니까 너무 시리어스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27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22:07:11

르메네주 어서와~ 좋은 밤이야!!
금손이라니 르메네주가 더 금손 같은걸...?!
좋아 느긋하게 돌려보자구~ 응응 일단은 일상물이니까!

28 마녀주 ◆KIXz2d8NDA (lW11ee2/kM)

2022-06-28 (FIRE!) 22:27:43

응응 좋은 밤
금손이라니 그런거 아냐!
답레 기다리고 있을게. 부디 편하게 달아 줘~

29 아르젠타인 - 르메네 (RSSGZv7X1U)

2022-06-28 (FIRE!) 23:24:36

초췌한 행색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어떤 발소리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환청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사내는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마수다. 이곳까지 다다르는 동안 마주하지 않았지만 이 숲 역시 마녀의 본거지. 마수가 없을리 없다. 아무튼간에 저 짐승은 틀림없이, 그가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이제는 저 수풀 너머에서 게걸스레 침을 흘리고 있겠지. "나 원, 이젠 누가 사냥꾼인지도 모르겠네." 자조적인 중얼거림이었다. 사냥꾼이었던 자가 도리어 사냥감에게 잡아먹힌다. 드문 일은 아니기에 더욱 비참한 끝이다.

하지만 덤불을 헤치고 나온 것은 마수가 아니었다. 네 다리 달린 짐승도 아니었다. 두 다리로 서서 이쪽을 경악스레 쳐다보는, 어린 여자아이. 사내는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에도 놀라지 않고 차분히 그녀를 살핀다. 마녀의 숲에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짧은 시간동안 말 없는 탐색전이 이어졌다.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바싹 마른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유를 부리는 듯 가벼운 어조지만, 한편으론 잔뜩 경계하는 중이다.

"역시, 마녀구나~"

처음엔 그저 실종된 사람들 중 하나라 생각했지만. 허나 그녀의 차림새가 너무 이질적이었다. 소문 속의 마녀들은 으레 저런 챙모자를 쓴다 하였다. 게다가 저 불길한 지팡이는 마술의 상징이다. 그러기에 이 존재는 의심할 여지 없는 마녀다. 겉보기론 여린 소녀인 체 하지만 본색을 알 수 없는 마녀다. 이 숲을 지배하며 인간들에게 공포를 심어둔 종말마녀가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저기 가만히 서서 갈등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알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사냥을 개시해야만 한다. 망설이지 않는다. 그게 사냥꾼이라는 자들이니까.

"그래, 사람. 네가 쳐둔 함정에 걸린… 불쌍한 인간이지."

사내가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틀대는 몸짓이 상당히 위태롭게 보인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땅 위에 선 사내는, 칼집에서 은검을 뽑아든다. 순은으로 단조한 검이다. 손과 팔이 금속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렸으니 마녀는 필시 포식할 준비를 하리라. 하지만 순순히 먹혀줄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잔뜩 지쳐있기에 칼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검을 쥐고 한 발자국 내딛자 시야가 빙글 돌았다. 곧 그가 균형을 잃고 꼴사납게 고꾸라졌다. 흙먼지가 잔뜩 휘날려 입 안이 텁텁했다. 사내는 그대로 몇 초간 맥없는 기침을 내뱉다가, 고개를 들어 마녀를 응시했다.

"…이왕이면 안 아프게 죽여줄래?"

그리고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이런 식으로 끝을 맞이한다는 게 우스워서.

30 아르주 (RSSGZv7X1U)

2022-06-28 (FIRE!) 23:26:15

이것저것 덧붙이다 보니 자꾸 길어져~ 마찬가지로 길이는 신경 안 쓰니까! 부담 가지지 마!

31 르메네 - 아르젠타인 (J5Cgik1g4I)

2022-06-29 (水) 00:40:51

그렇다. 마녀.
달리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이곳,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은 종말마녀가 살고있는 본거지다.
아무도 올 수 없으며, 와서는 아니 되는 금역인 것이다.
그런 곳에 사냥꾼말과 마녀 이외에 다른 존재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사내의 눈에 비치우는 여자아이의 탈을 쓴 그 존재는 결국,
―마녀다.

그렇다면, 사냥꾼이라면 사냥을 해야만한다.
사내는 칼을 뽑아 들어 겨누지만 과연 보통 마녀가 아닌 것인지.
그녀는 조금의 놀란 기색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놀라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분명 저에게 무기를 빼들면 마녀가 아닌 보통 사람일지라도 저항이나 적대, 아니면 당황하는 기색이라도 비추기 마련이거늘.
그녀는 자신을 향하는 그 순은 칼날에 대해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곤란한듯이 보이는 표정은 사내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여전히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는것 같았다.

"아…!"

그런 '마녀'가 마침내 움직인 것은 사내가 검을 휘두르려고 했을 때.
정확히는,
그러지 못하고 아르젠타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을 때.
마녀는 그제서야 얼떨결에 모든 생각을 벗어던지고 급히 사내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손에 들려 있던 스태프를 빠르게 휘두른다.
그와 동시에 엎어지는 사내가 아주 잠깐이나마 공기를 거스르는 듯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사내를 해치기 위한 마술이 아닌, 추락에서부터 보호하려는 마술.
아르젠타인은 그것을 느꼈을까?
하기사 비록, 생각 풍선을 불리느라 늦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그는 흙먼지를 입에 넣어야 했지만.

"진짜, 사람이야…"

사내는 바닥에 엎어진 채 실없는 부탁을 하는 사내의 앞에서,
그 말을 듣지 못한듯이 마녀는 그렇게 작게 감탄하듯 웅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실없는 소리를 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여기에 있는게 사람이 아니라면 무엇이라는 건가.
'마녀'라고 하는 족속들은 이미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걸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자 아래로 사내를 조심히 응시하는 마녀의 그 눈은―
정말로 '사람'이라는 것을 가까이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놀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은…"

마녀의 입이 한 번 더 열리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누가 제 목소리를 훔쳐가려는 것을 경계라도 하는 것 처럼, 숨통에서부터 작게 새어나오듯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사내를 향한 물음이었다.

"바깥에서, 오신 건가요…?"

32 마녀주 ◆KIXz2d8NDA (J5Cgik1g4I)

2022-06-29 (水) 00:43:24

아르주 말처럼 이것저것 쓰다보니까 나도 길어진다 ㅋㅋㅋ...
다음부턴 줄여보겠습니다!!

33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01:03:19

ㅋㅋㅋㅋㅋ 아아니 굳이 줄이지 않아도 괜찮아!! 길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니까~

34 아르젠타인 - 르메네 (9sq/6nd/iQ)

2022-06-29 (水) 02:54:54

지친 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을 때. 마녀는 분명 무언가를 했다. 허나 그게 뭐였던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부딪힐 때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마녀가 수를 쓴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감각이 둔해진 탓인지.
사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가올 죽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닥쳐온 건 끔찍한 고통도 뭣도 아니었다. 감탄한 듯이 중얼대는 마녀의 목소리였다. '진짜 사람? 그럼 가짜 사람도 있나.' 눈을 슬그머니 뜨자 마녀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아이의 것처럼 순수한 감정이, 눈동자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내에겐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다. 인간을 마주하고 놀라기만 하는 녀석이라니.

"왜, 사람 처음 봐?"

한숨을 내쉬며 대꾸하는 사내. 힘겨운 몸짓으로 흙바닥에서 일어난다. 그리하여 우뚝 서있던 나무줄기에 몸을 지탱한 채로 서서히 숨을 골랐다. 사내의 옷깃에 이파리 따위가 붙어 몹시 지저분하다. 뱃속은 아직도 굶주린 채고 피로도 가시지 않았다.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가누다가, 들려온 말에 사내는 마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질문이 이상한 게 아니고, 이렇게 마녀와 태연히 마주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했다. 오묘했다. 마녀는 단순한 사냥감에 불과한 존재일 텐데, 어째서 이 마녀는 사냥꾼을 적대하지 않는가. 아니,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연극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에게 마녀는, 흉악한 이단이자 인간의 적이라는 인식이 단단히 박힌 존재이다. 그건 밤과 낮이 찾아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사회의 상식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온 몸의 털이 쭈뼛 솟는 것 같았다. 결국은 마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일까.

"바깥이 아니면, 여기서 갑자기 솟아났겠니." 그럼에도 사내는 농담 섞인 말을 해보인다. 어쩌면 그런 반응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녀를 사냥하려고 왔는데." 그리고 사내는 순순히, 자신의 목적을 말해본다. 이에 마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쉬이 짐작가지 않는다.

35 르메네 - 아르젠타인 (J5Cgik1g4I)

2022-06-29 (水) 20:00:58

"처음, 은… 아니지만…"

사내가 한숨과 함께 대꾸하자 놀라운 것을 보듯한 마녀의 기세가 한풀 꺾인다.
시선을 떨구고 웅얼거리며 이 상황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이 되었다.
사람을 보고 얼어붙을 정도로 놀랐지만, 지금은 또 처음 본 것은 아니라며 앞 뒤가 맞지 않는 묘한 언동을 하는 마녀다.
흔히 사연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그것은 마녀에게도 해당 되는 것일까.
어쩌면 아르젠타인의 통찰력이 마녀의 사악한 계략을 관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그러나 사내가 목적을 순순히 털어놓음에,
놀라는 일도 없이 그저 태연자약하게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마녀는 떨구었던 시선을 다시 올려서 그 처진 눈매로 아르젠타인의 눈을 응시한다.
이제 죽을 사람을 마주하기 때문일까. 그 시선엔 미약한 동정의 빛까지 감도는 듯했다.
하지만.

"왜냐하면, 평범한 인간은 애초에 이 숲이 들여 보내주지도, 돌려 보내주지도 않는 걸요."

마녀가 하는 말은 이상하다.
그 말은 즉슨,
사내가 이곳에서 해매고 죽을 뻔한게 그녀 자신의 술책이 아닐 뿐더러,
마치 이 숲이 하나의 의지를 가지고 사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당신은… 이곳에 갇히신거예요."

눈 앞의 마녀가 세간이 찾는 종말마녀라면 그녀 역시도 여기서 오랜 시간을 살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 마녀가 이렇게까지 말 할 정도라면 꼼짝없이 숲에 묶여버린 것이 아닌가.

36 마녀주 ◆KIXz2d8NDA (J5Cgik1g4I)

2022-06-29 (水) 20:05:43

갱신할게~ 어제 새벽에 이어줬구나? 못보고 잠들어버렸지 뭐야 ( ;꒳; )
사실 의도적으로 길게 늘리거나 줄이고 있지는 않아서 너무 걱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아르주도 부담없이 이어주기!

37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21:21:07

마녀주 안녕! 좋은 밤이야! 간밤엔 잘 잤으려나~
응응 알겠어 고마워!

38 마녀주 ◆KIXz2d8NDA (nHsb6k2Iz.)

2022-06-29 (水) 21:59:48

아.... ㅋㅋㅋㅋ 나 또 마녀주로 이름 달고 있었구나
두 번이나 이러면 좀 부끄러운데...
그냥 마녀주로 할래. 응
아르주도 좋은 밤~ 덕분에 잘 잤어
그리고 혹시 일상 잇기 어렵거나 하면 말해 줘...!

39 아르젠타인 - 르메네 (9sq/6nd/iQ)

2022-06-29 (水) 23:04:50

마녀의 말이 행동과 다르다. 방금은 사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음에도. 실은 처음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다행이네, 나도 마녀를 처음 보는 건 아니거든." 사내가 축 처진 어깨를 으쓱이듯 흔들었다. 새삼 이 상황이 우습다. 마녀를 상대로 농담이나 하고 있다니, 다른 사냥꾼들이 알면 흉을 보겠지.
사냥꾼의 방문을, 마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걸까. 마녀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반대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을 뿐. 마녀는 숲에 아무런 술수도 부리지 않았고, 오히려 숲에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사내가 눈썹을 치켜뜬다. 퍽이나 이상한 이야기다." 나 참, 비범한 것도 문제라 이건가~" 그는 그리 말하며 맥없이 웃었다. 힘 빠진 웃음소리가 나무 사이를 맴돈다.
뒤이은 마녀의 말, 갇혔다는 사실은 놀라지도 않다. 한참 전부터, 이 숲을 헤매며 인지했었다… 이미 그는 이곳에 단단히 묶여버렸다. 벗어날 수 없는 족쇄다.

"그래, 적어도 살아있을 수는 있겠네.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겠고."

사내의 입에서 나온 건 역시나 재미없는 우스갯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마녀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숲에서 살 수 있을 리 없다. 결코 진심을 담아 한 말은 아니었다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준이다.
다시금 몸을 휘청이던 사내가 볼품없이 쓰러졌다. 방금 전보다 더욱 위태로운 몸짓. 더러운 흙바닥에 엎어지며 그는 신음을 내뱉는다. '젠장, 쪽팔려 죽겠네.' 발버둥친다. 하지만 한계까지 다다른 육체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곳을 몇 시간, 혹은 며칠이고 헤맸으니 당연지사. 사내는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잇새로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유언마냥 비참하다.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로 해…"

맛있게 드시라고. 이어질 말은 무언가에 가로막혀 나오지 않는다. 끝내 사내는 이단의 앞에 무릎꿇고 죽음을 기다린다. 사냥꾼으로서는 몹시 꼴불견인 최후가 아닐 수 없다.

40 아르주 (9sq/6nd/iQ)

2022-06-29 (水) 23:08:41

ㅋㅋㅋㅋㅋㅋ 이로써 마녀주는 귀엽다는 사실이 증명됨!()
잘 잤다니 다행이네! 마녀주도 잇기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줘~

41 르메네 - 아르젠타인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00:43:22

"아…"

사내는 무릎을 꿇었으나 그 앞에 서있는 마녀의 눈높이는 고작해야 그것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순간이나마 마주친 마녀의 눈은 동그래져서, 당혹과 놀람의 빛을 동시에 품고있었다.
먹지 않는데…
그러나 그런 마녀의 말은 입 밖으로 이어져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마녀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무릎을 꿇은 사내의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러더니 손에 꾹 쥐고 있던 스태프의 밑단을 지면에 세우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역시, 고기는 구워서 먹을 생각인가?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은 마녀는 허공에다 이렇게 읊는 것이었다.

"―euզa emoƽ հjauvg ƽhιrɑ"

꿈 속에서도 들어 본 적 없었을, 사내에겐 알 수 없는 언어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목으로 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외치는 듯이 울림이 있고.
그것에 자연 그 자체가 그녀에게 화답하려는 듯이.

마술이었다.
동시에 이단이며 신비였다.

그 실체에 시선이 잠시나마 빼앗겼던 사이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고꾸라지던 몸뚱아리와 정신이 다시 정상을 되찾았음을.
분명 완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확신이 사내에게는 들고 있었을터이다.

42 아르젠타인 - 르메네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02:20:13

마녀가 무언가를 중얼댄다.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 그 뜻도 알 수 없다. 하물며 인간의 것이 아닌 발성이기에. '마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으리라. 사내는 분명, 자신에게 끝이 도래할 거라 생각했다. 마술은 영혼을 어지럽히고 인류를 해치는 술법이다. 그 최후가 좋을 리 없다.
그렇기에 이어진 장면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사내는 제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지친 육체도 너덜너덜해진 마음도 서서히 말짱해진다. 완벽하진 않지만, 정신을 재차 차리기에 충분하다. 뜻밖의 결과에 사내가 감았던 눈을 뜬다. 마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지팡이를 곧게 세워들고서.

"…방금, 네가 한 거냐?" 사내가 그리 물으며 몸을 일으킨다. 몸짓 하나하나가, 전부 가벼웠다. 옷매무새가 꽤나 너저분했다. 동시에 그는 역시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동시에 반신반의하기도 하였다. 사람을 치유하는 마술…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쯧." 한 번 혀를 찬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팔을 살짝 들어보였다.

"마녀가 사람을 돕는다니, 이거 원."

마녀의 행동은 사내에겐, 그저 혼란스러웠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 의도도 도무지 파악할 수 없다. 진심인지 허위인지조차 모른다. 단순히 먹잇감을 갖고 노는 것일 수도 있다. 마녀는 사악한 존재니까, 그렇게 배웠으니까.
사내가 고개를 도리질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흙바닥 한켠에, 방금 전 떨어트린 검이 보였다. 땅에 내동댕이쳐져선 희미한 광을 내는 은빛 날이. 그에 어떤 생각이 사내의 뇌리를 스쳤다. 처음 마주한 그때부터, 마녀는 줄곧 무방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저 칼을 들어 휘두른다면. 마녀는 당장에 스러질 것이다. 종말마녀는 그렇게 소멸할 것이다.
허나 사내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 다만 팔짱을 낀 채 자조하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 참, 종말마녀란 녀석이 이렇게 무를 줄은 몰랐는데."

종말마녀. 세계를 멸망시키는 마술을 연구하여, 지상의 인류에게 종언을 고하게 될 이단. 사내는 그런 마녀에게 도움을 받았다. 과장되게 말하면 목숨을 빚진 것과도 같다. 종말마녀는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이토록 헤아릴 수 없는 속내라니.
줄곧 마녀를 쳐다보면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살아서 나가기만 하면 딱 좋겠어."

그리고, 그는 늘 그랬듯이 경박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느슨한 태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계심이 약간은 풀어진 것인지. 방심은 독이건만, 사내는 요행을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43 르메네 - 아르젠타인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20:34:39

몸을 일으켜 묻는 사내의 말에 살며시 감고 있던 눈을 뜬 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회복의 마술을… 사용했어요."

역시 방금의 그것의 정체는 마술인가.
보다 여자의 정체가 마녀로서 명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러나 마음대로 해도 좋다, 라고 사내가 말하자마자 마녀는 그를 삶거나 굽는 대신에 구하기 위한 마술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인지, 사내로서는 역시 유추하기가 힘들테다.
속셈이 있는 걸까?
계략이라고는 해도, 죽어가는 파리같은 인간의 목숨을 살려서까지 이뤄야하는 목적이 있을까?

그 전에 지금 마녀의 목을 치면 그런 생각 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그런 의문과 질문들이 사내의 머릿 속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와중에,
그가 시험삼듯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녀가 펼친 손을 하고서 앞으로 다가왔다.

"아…!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움직이시면 안 돼요…!"

방금 전과는 달리 살짝 높아진 목소리.
그 말투와 행동이 어딘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마치 엎지르기 직전의 물, 금이 간 도자기를 다급히 살피는 듯한 모습이다.

"제가 방금 사용한 마술은 어디까지나 당신 안에 조금 남아있는 생기를 모으고 굳힌 것 뿐이라…"

그리고서는 사내의 눈을 한 번 마주쳤다가, 도로 다시 피해버리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깨지면… 그게, 돌이킬 수 없게 돼요…"

완곡히 돌려말하고 있지만 이건 필시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겠지.
아, 혹은 좀 더 상상의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터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언데드가 된다거나, 영혼을 잃고 떠도는 마물이 된다 거나.
이단에 의해 일어나는 비극적인 결말은 인간에게 있어선 상상하기 두려우며, 상상 그자체도 어렵다.
어느쪽이든 간에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 만은 알기 쉬웠다. 마녀의 축 처진 눈매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있지 않은가.
그 소문의 종말마녀치고서는 숨김없는 생생한 표정이었다. 분명 그러했다.

"…저어 그럼…"

마녀는 손 안의 스태프를 버릇처럼 그러쥐었다.
그리고서는 조금 뒤, 사내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바깥에서 온… '사냥꾼' 님…인 거죠?"

44 마녀주 ◆KIXz2d8NDA (E0d1FJcbTE)

2022-06-30 (거의 끝나감) 20:38:48

갱신할게~ 오늘은 잇는거 조금 늦었졌네. 미안해!
그리고 마녀주는 귀엽지 않습니다~!
똑같은 실수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귀여워 흑흑

45 아르젠타인 - 르메네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22:13:55

"마녀한테 목숨을 빚진 셈이라니."

이마를 짚으며 한탄하듯 말하는 사내. 이 상황은, 사냥꾼인 그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리라. 사냥꾼이라는 업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나. 마음은 어쩐지 불편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내는 더욱 가볍게 생각할 뿐이다. '죽는 것보단 나은 경험이겠지.' 그러나 경계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 마녀에 관한 것, 그 무엇도 아직은 알 수 없으니까.
사내가 팔을 움직이기 무섭게 마녀가 한 발짝을 내딛는다. 그 돌발적인 움직임에, 사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였다. 안일해진 틈을 타 금방이라도 마녀가 본색을 드러낼 것 같아서. 하지만 마녀는. 그저 펼친 손을 내밀어, 사내를 만류하려 한 것에 불과했다. 목소리 또한 어울리지 않게 높아졌다. 마녀의 행동은 역시 이상했다. 마치 눈 앞의 인간을 걱정하는 것처럼. 마치 사람처럼 말하고 사고하지 않는가.

"그래, 얌전히 있을게. 시체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잠깐 긴장한 기색을 내비친 사내.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 태연자약하게 대꾸할 뿐이다. 생기가 깨져버린다는, 마녀의 말. 그게 거짓은 아닐 것이다. 마녀의 표정에서 분명한 그늘이 느껴졌었다. 연기라기엔 너무 현실적인 모습이기에. 정말이지 인간적인 태도가 모순적이다. 사내는 내심 안도했다.

"…이래뵈도 사냥꾼이지."

그리 말하며 사내는 허탈한 웃음을 두어 자락 짧게 흘렸다. 사냥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이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실로 우스운 꼴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단 덕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려나." 마녀와 노닥거리게 된 시점에서, 이미 사냥꾼의 마음가짐은 잃어버린 걸지도.

46 아르주 (df7BjjrFuU)

2022-06-30 (거의 끝나감) 22:14:54

괜찮아~ 나도 맨날 늦는걸...! 늦는 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오히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니까 귀여운 거다~~!

47 르메네 - 아르젠타인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1:09:15

"아하하… 저도 변해버린 사냥꾼 님을 쓰러트리고 싶진 않으니까요…"

마녀가 조심스러운 미소를 띄며 웃는다. '이해가 맞네요…'라며 그녀는 또 중얼거린다.
'변해버린'이라느니, '쓰러트린다'느니.
사내를 사냥꾼 님이라 불러오며 얼핏 들으면 당돌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다. 하물며 그 작은 몸에서 그만한 무력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그런 능력이 이 분홍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마녀에겐 있다는 것이겠지.
그녀의 본심이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아르젠타인을 당장 죽게 두고 싶지 않은 것은 확실해보였다.

"저어… 사냥꾼 님은…"

"…아직은 죽고 싶지 않으신 거죠…?"

그리고 그 역시 죽고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마녀는 제 손을 서로 마주치면서, 꼼지락거리며 조금은 머뭇거리는 티를 내며 그렇게 물어왔다.
아르젠타인은 죽음을 각오하며 마녀의 앞에 무릎 꿇으며 자포자기 했지만, 돌아온 것은 이단의 축복이었다.
또한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아르젠타인 스스로의 각오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공포는 생물 전반의 수면 밑에 짙게 깔려있는 근원적인 것.
거기에 어떤 사냥꾼이나 이단 따위의 이념이 작용하는지는 몰라도…
살아있고 싶다는 '생존'의 마음 앞에서는 하등 무용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은 아닐까.

48 마녀주 ◆KIXz2d8NDA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1:21:20

역시 천사는 내가 아니라 아르주였던 건가. 후후
나를 귀여워 해주는 것도 좋지만 마녀님도 잔뜩 귀여워 해 줘
무섭지 않으니까. 물지 않으니까! (?)

49 아르젠타인 - 르메네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02:10:56

꽤나 섬짓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보다도 사내의 이목을 끈 게 있었다. 그리하여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마녀가 미약한 웃음을 머금은 걸. 그 속에는 몹시 때묻지 않은 순수마저 있었던 것 같다. 착각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이 마녀가, 어떤 의미에서든 매우 이질적인 존재임을. 그리고 그건 결코 나쁜 뜻이 아니다.
"그럼, 얌전히 있어야 할 이유가 늘었네." 사내는 그리 화답하며, 오뚝 솟아나온 바위터에 걸터앉았다. "나도 퇴치당하는 건 사양이야." 그가 가벼이 손사래를 친다. 다소 누그러진 몸짓이다.
그리고 마녀가 묻는다. 죽고 싶지 않느냐고. 사내는 잠시, 오묘한 표정으로 마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일단은 인간이라고."

그 말뜻은 알아차리기에 어렵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삶을 갈망한다. 하다못해 사람보다 작은 미물들 따위도 생존을 바라는데. 사내 역시도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그건 태어났을 때부터 뇌리에 새겨진 원초적 본능. 거스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무튼간에, 중요한 건 이런 잡다한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살려서 보내주겠다는 얘기야? 이 숲도 슬슬 질리기 시작했거든."

50 아르주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02:12:44

ㅋㅋㅋㅋㅋㅋㅋ 천사 아니야!
당연히 마녀님도 앞으로 잔뜩 귀여워해 줘야지~ (쓰다담)

51 르메네 - 아르젠타인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02:44:19

"…그렇군요. 그럼…"

챙넓은 모자. 그 아래에 드리워진 그림자 안에서 흘긋이 보이는 마녀의 눈.
그 시선이 사내의 눈과 닿았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검은 눈동자. 흔들리는 것도 같다.
대답을 들은 마녀가 인간 사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 생각이 들었는가, 숨을 들이쉬면서 이렇게 운을 틔웠다.

"…그, 일단… 오늘 밤은 머무르고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말이 끝맺어지자 마자 실수했다는 듯 '앗' 하는 탄성과 함께―

"겨, 결코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구요…! 아무래도, 오늘 중 돌아가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다가… 숲은 흉폭한 야수가 많아 위험하기도 하고… 사냥꾼 님의 마술로 붙든 생기도 금방 깨져버릴테니까… 그 원기도 회복할 겸, 해서…"

말이 점점 많아진다.
방금 전 첫 조우때에만 해도 다가갈까 말까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던 그녀인데, 지금은 마치 변명을 하는듯 허둥대는 기색을 보이며 두서 없이 장황한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물론, 저같은 마녀가 엄청 싫으신 건 알고있지만… …저도, 사냥꾼 님이 바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달빛에 비치우는 마녀의 검은 눈에서 어떠한 결의마저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인가.

"적어도 오늘 밤만은… 그래주셨으면 해요."

단지 '삶'을 위해서 인가.
아르젠타인 앞에 선, 언젠가 세상 위의 모든 것을 멸할 마술을 가지고 있을 터인 종말마녀는.
또한 심장이 고동치고 있을 제 가슴께 위에 손을 올려 놓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수년을 숲에서 살았을 장본인 답다고 할까. 그건 올곧으면서도 단단한 시선이었지만,
마력이 담긴 달빛의 소행인지, 어쩐지 안타깝고도 서글픈 감정이 엿보이는 듯도 했다.

52 아르젠타인 - 르메네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19:01:04

마녀의 시선이 흔들린다. 수차례 머뭇거리는 걸 끈기있게 기다렸더니 돌아온 말은, 매우 황당한 제안이었다. 그 내용은 사내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걸터앉은 바위에서 슬금 몸을 일으켜, "…응?" 끝내 맥빠진 투로 대꾸하는 그다. 마녀도 스스로의 말에 놀란 건지 황급히 변명이랄 것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주절주절, 긴 말을 쉬지도 않고 뱉어낸다. 여전히 당황에 물든 얼굴을 하고서 사내는 마녀를 응시했다. 마녀 또한 말을 마치고, 가만히 사내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 안에는 굳은 의지가 잠들어 있었다. 마녀의 행동은 몹시 인간적이었다. 이단이 어찌하여 인간의 흉내를 내는가. 그렇기에…

관심이 생긴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 사내는 웃음을 참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리더니, 돌연 폭소를 터트렸다. 줄곧 고요했던 숲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가 울린다. 소성은 찰나의 시간동안 이어졌다. 역시 마녀의 장광설을 듣고 재밌어하는 것이리라. 결코 부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이내 웃음을 멈춘 사내가, 마녀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간다. 이젠 거리끼는 기색마저 없다.

"그렇게까지 부탁하면 거절하는 것도 어렵잖아~"

사내는 여전히 태평하다.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마녀에게 달리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냥꾼의 직감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끄덕이며 고갯짓을 해보인다.

"그래, 그러자고. 좋은 생각이네."

그리고,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걸어다니는 시체 꼴이 되긴 싫으니까.

53 르메네 - 아르젠타인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21:17:10

그저 적막했던 아무도 오지 않는 숲.
그 한가운데에서 사내의 웃음소리가 드높아져 간다.
불청객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폭소에 이 어두운 숲 속이 다 떠나갈듯한 것은 물론인데다, 근방에 잠들어 있던 야수들조차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불쑥 들이밀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그의 웃음소리가 커져갈수록,
마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어둠 속에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샛붉게 변해버렸다.

"하, 하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사냥꾼 님은, 제 말을 전혀 안 들어주실 것 같아서… 우으…"

앞으로 다가온 그에게 살짝은 억울한듯이 마녀의 표정은 지금 살짝 울상이다. 사냥꾼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완전히 비웃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반면, 마녀의 말을 그렇게 덥썩 믿어버리는 인간은 어디있겠으며 인간을 이렇게 살갑고 또 조심스럽게 대하는 마녀는 또 어디에 있겠냐만은.
만약 아르젠타인의 직감이 완전히 틀렸고, 사실 모든건 사내를 해 하기 위한 거짓이었다고 한다면,
그녀는 상당한 실력의 연기자라고 해도 되겠지. 마을의 광대조차도 가볍게 뛰어 넘을 것이다.

"그럼… 정하셨으니까… …어… 제 저택, 이라고 할지… 집까지 안내 할 테니까, 잘 따라 와 주세요…?"

시간이 지나 조금 진정 된 마녀는 몸을 돌려 나무 사이로, 숲 안으로 저 먼저 걸어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길은 종말마녀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
또, 사냥꾼이 방금 전까지 해매고 있던 길.
그녀의 뒷모습에선 모자 바깥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칼이, 그리고 작은 몸집보다 훨씬 기다랗고 구부정한 고목 지팡이가 마치 선봉대의 깃발처럼 보폭의 걸음에 맞춰 흔들렸다.

54 마녀주 ◆KIXz2d8NDA (CKBVjLWEoo)

2022-07-01 (불탄다..!) 21:19:29

아르주 안녕~ 잘 잤어? 좋은 꿈 꿨을까?
오늘 엄청 덥다!! 좀 있으면 녹겠어...

55 아르주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22:06:10

마녀주 어서와! 잘 자고 일어났지~ 마녀주도 잘 잤을까!
그러게...! 역시 집에서 에어컨 틀고 누워있는 게 최고야...

56 아르젠타인 - 르메네 (9t/sEld4zA)

2022-07-01 (불탄다..!) 23:36:45

마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어쩐지 잔뜩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 사내의 웃음을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라도 한 건지. 오해를 풀기 위해, 사내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웃은 거 아니거든~ 그냥 좀 재밌어서."

아마 마녀는 제 말을 비웃은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여전히 이상하며 순진한 마녀다. 이단에게 그런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사내는 이 마녀를 그렇게 평가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덧붙여 마녀의 말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의외의 행동으로, 몇 번이나 사내를 놀래켰지 않는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나 불신하는 것은 또 아니다. 돌이켜보면, 이 역시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의 대화라곤 보기 힘들다.

"그래, 잘 따라갈게. 혹시 미아라도 되면 찾아줘야 해~"

사내가 익숙하게 실없는 소리를 한다. 그러더니 얌전히 마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마녀의 뒷모습은 병사를 인도하는 선봉장의 그것과도 같았다. 작은 체구 탓인지, 그 정도의 늠름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숲 속을 계속해서 나아가지만 바뀌는 건 없다. 사내의 눈엔 단순히 같은 풍경만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지?" 사내는 노파심에 그런 말을 꺼냈다가, 그게 어리석인 질문이었단 걸 뒤늦게 깨닫는다. 하기사 초행길인 그보다는 이 마녀가 지리를 더 잘 알 것이다.

57 르메네 - 아르젠타인 (Qu0Bzwwack)

2022-07-02 (파란날) 01:54:43

"네에? 그야, 찾으러 가겠지만… 그, 그래도 일부러 떨어지거나 하시는 건 안 돼요…"

이미 긴장따윈 다 풀어졌다는 듯 사내가 가벼운 태도로 농담을 말하지만, 오히려 그 태도 때문인지 마녀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인가 보다.
정말 그러면 어쩌나 싶은지 진심으로 걱정되는 기색을 내비치며 말하고 있었으니.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앞장서서 걷는 그녀가 간헐적으로 아르젠타인이 따라오고 있는 뒤쪽으로 시선을 힐긋힐긋 보내기 시작한 건…

"아, 걱정마세요. 이 숲은 나가거나 들어오기는 정말 어렵지만… 안에서 길을 찾는 건 비교적 쉬우니까요. 예를 들어서, 으음… 어떤게 좋을까… …아, 저기의 저 나무는 조금 모양이 다르죠? 이 근처에서는 가장 키가 큰 작은 눈 나무예요. 저 나무를 중심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저쪽에는 둥근 이끼 바위가 있다거나… 그리고…"

그렇게 설명을 늘어놓으며 눈짓 손짓을 섞으며 열심히 설명을 시작하는데,
지칭하는 것들이 도통 사내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 뿐들이다.
정확히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숲이라는게 어딜 보아도 전부 똑같이 생긴 풍경에다 환경이니, 그저 따라서 맞장구 쳐준다고 납득이 가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그러던 와중 마녀가 머쓱한 웃음을 흘려내며 이렇게 말한다.

"―라고 해도, 저같은 마녀는 그냥 마력의 농도를 감지하면서 길을 찾는게 더 쉽지만요. 아하하…"

그럼 앞의 설명은 전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아닌가?

"아, 도착했네요…"

그러는 사이에 숲을 해치며 안내하던 마녀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멎는다.
과연, 빈말은 아니었던 것인가.
사내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를 애워싼 곳에 묘한 분위기를 그 가운데에 홀로 풍기며 서있는,
―지금까지 숲을 하루 종일도 해매면서 어떻게 놓쳤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된.
저택이었다.

58 마녀주 ◆KIXz2d8NDA (mBuV2TOdn2)

2022-07-02 (파란날) 01:59:59

마녀주도 잘 잤습니다!
에어컨 하나로 극락을 왔다갔다 하는 나약한 인간이여...!
참, 아르주는 혹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상황 같은 거 있어? 당장은 생각 없으려나?

59 아르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02:13:33

잘 잤다니 다행이다!
해보고 싶은 상황이라~ 숲에 들어온 다른 사냥꾼이랑 마주하는 상황 같은 거? 아니면 마녀님이랑 바깥세상 구경하는 거...는 너무 무리수려나 ㅋㅋㅋㅋㅋ

60 마녀주 ◆KIXz2d8NDA (Qu0Bzwwack)

2022-07-02 (파란날) 02:34:26

앗 지금 아르주랑 동접인가? 엄청 귀하다...!
그리고 전혀 무리 아니야!!
왜냐면 마녀주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사냥꾼님과 바깥으로 나가볼까~ 하고. 이건 운명인가? ㅋㅋㅋ
음~ 그리고 실은 둘의 상황 진행 방향에 대해 살짝 생각 해 본 것도 있어서.
원래는 지금 일상이 끝나면 얘기해보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지금 말해두는게 괜찮으려나? 아르주는 어때?

61 아르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03:16:34

아앗 늦게 봤어!! 어차피 곧 자러갈거 같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그랬구나~ 마녀주랑 통한 거 같아서 기쁜걸~
그건 마녀주 내키는 대로 해주면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지금 들어보고 싶긴 해!

62 마녀주 ◆KIXz2d8NDA (Qu0Bzwwack)

2022-07-02 (파란날) 03:24:54

으음, 그러면~
...역시 끝나고 말해줄래! ㅋㅋㅋㅋ
하지만 별 건 아니니까 너무 기대하거나 궁금해 하지는 말구
아르주 슬슬 자러 들어갈 시간이구나? 오늘 밤도 잘 자고 좋은 꿈 꿨으면 좋겠다. 오늘 부터 주말이니까 말이야
그럼 푹 쉬고 또 보자!

63 아르젠타인 - 르메네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18:17:54

"그럼 일부러 떨어지는 것도…"

사내는 다시 장난스레 대꾸한다. 그러나 가볍게 내던진 농담임에도, 마녀는 그의 말에 짐짓 놀란 듯하다. 진지하게 걱정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으니. 게다가 마녀는 아예 사내 쪽으로 시선 보내는 걸 반복하기까지 했다. 정말 순진무구한 반응이다. 그게 너무 우스운 나머지, 사내는 풋,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다가도 금세 기세가 죽어선 "농담이야, 농담~" 재빨리 해명하기 바쁘다.
뒤이어 마녀는 주위 환경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은 눈 나무… 둥근 이끼 바위… 그런 마녀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내는 그 설명을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별로 쉬워보이진 않는데."

그러나 이어진 마녀의 말은 상당히 맥빠지는 결론이었다. 그야, 마녀가 마력을 감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마녀를 따라 줄곧 숲을 걸어가니 조금은 주변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같다.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광경은 바뀌질 않아서, 같은 곳을 헤매는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사내는 군말없이 마녀를 뒤따랐다.
이윽고 마녀가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걸음을 멈춘다. 사내도 그 자리에 멈춰서서 시선을 돌린다. 나무들 사이로, 한 저택이 고고한 기세를 뽐내며 우뚝 서있었다. 그 분위기가 묘하고 또 기이하다. 저런 건물이 숲에 있었다면 진작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와, 집도 참 좋네."

사내는 역시,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64 아르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18:18:55

갱신! 덕분에 잘 잤어~
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때 들어볼게!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지고() ㅋㅋㅋㅋㅋ

65 르메네 - 아르젠타인 (Qu0Bzwwack)

2022-07-02 (파란날) 23:55:24

"빈 집을 '마술'로 개조했으니까요…!"

뒤돌아 몸을 사내 쪽으로 향한 마녀는 두 팔을 모아 강하게 대답하는데,
묘한 빛으로 반짝이는 눈과 '마술'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어떠한 은근한 자부심마저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냥꾼이라면 무릇 사냥을 하는 기술에 자신을 얻고, 대장장이라면 자신의 영혼을 건 철붙이가 인정 받길 바라는 법이다.
비록 이 을씨년스런 숲에 홀로 사는 마녀라고해도,
마찬가지로 마술과 술식을 연구하는 학파로써 보자면, 그런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걸까.
…아니, 어쩌면 그저 이 종말마녀만이 유별난 걸지도.

"그러엄, 사냥꾼 님… 들어오세요."

―끼익.
마녀가 현관의 문고리를 돌리자 나무가 젖혀지는 소리가 울렸다.
밖에서 보았을 땐 그렇게나 고풍스러운 저택이었다. 둘러싸인 숲의 가운데에 위치한 문명의 건축물.
아닌 때인 곳에 덩그러니 나타난 듯한 그 이질적인 모습이 분위기로나 실체적으로나… 말 그대로 '마녀의 집'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어쩌면 사내는 마녀의 집에 발을 들이는 최초의 인간은 아닐까.
언뜻 보이는 복도 안쪽에서는 따스한 불빛이 밝혀져 있는 것이 보인다. 숲에 들어선 이래로는 아마 처음 보는 불빛이 아닐까.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사내의 시야에도 내부의 풍경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어, 엉망이죠… 아, 으음… 조금, 부끄럽네요…"

그 풍경이라는 것이.
읽을 수 없는 문자를 한 책들의 산. 어둑한 빛을 발하는 돌. 유리병 안의 식물. 안이 보이지 않는 케이지. 무언가의 재료로 보이지만 절대 만지고 싶지 않은 물건들. 아예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용도도 모를 도구들.
등등의 물건이 멋대로 널부러져, 쌓이고 쌓여서, 발 디딜 틈도 없게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사는 곳인지, 아니면 그저 사람이 살기위해 창고로 만들어 놓은 곳으로 들어 온 건지 햇갈릴 수준의 어수선한 내부 환경이다.
과장을 좀 보태서 복도가 터져버릴 듯 한 지경이다.
'…으으, 생각해보니까 집 정리를 전혀 해놓지 않고 나왔잖아.' 눈을 질끈 감은 마녀는 몸을 파들파들 떨며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손에 들린 지팡이를 휙 하고 허공에 찌르자 바닥에 늘어져있던 잡동사니들이 각자 구석으로 우르르 갈라지면서 그제야 비로소 중앙에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생겨났다.

"…주, 주방으로 가요…! 사냥꾼 님… …따라오세요…"

집 조차 마법으로 만들었다면서, 정리를 마법으로 해결 할 생각은 못한 걸까.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허둥대며 사내에게 말하는 마녀는 제법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개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잡동사니의 샛길을 해쳐 나아가는 그녀는 걱정이 되는지 "아무 것도 함부로 만지시면 안 돼요…!" 하고 말하여 그 편린을 내비치는 것이다.

66 마녀주 ◆KIXz2d8NDA (Qu0Bzwwack)

2022-07-02 (파란날) 23:58:59

잘 잤어 아르주?
라고 말하는 사이에 벌써 새벽 갱신...! 좋은 주말 보냈으려나~
아니아니 ㅋㅋㅋㅋ 정말 별 거 아니니까. 기대 할 거라면 조금만 부탁 해

67 아르젠타인 - 르메네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15:21:18

마녀의 말에, 사내가 짐짓 감탄한 듯 눈썹을 올린다. 마술로 건물을 뜯어고친다니 새삼스레 놀라는 것이다. 이 마녀는 그런 마술에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저렇게 눈을 빛내며 들뜬 기색을 하는 걸 보면. 그 태도는 종말을 바라는 마녀라기보단 단순히 학문에 매진하는 연구자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여전히, 소문과는 영 딴판인 모습이다.

"마술이란 거, 참 대단하구나."

그래서 사내는 가볍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동시에 저택을 올려다보니 음침한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정말이지 우아하면서도 을씨년스런 건물이다. 역시 마녀의 집, 이단의 은신처라는 분위기다. 어쨌거나 그도 마녀를 따라 현관에 들어선다.

"그럼… 실례할게~"

그치만 그 실체는 세간의 인식만큼 무시무시하지 않았다. 천장에 시체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도 아니고, 사람을 가둬놓는 감옥도 없었으니. 그저 검소한 생활공간일 뿐이다… 저 복도 너머에는 난색의 빛도 비추어지고 있다.
아니, 검소한 생활공간이라는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이리 어지르고 저리 어지른 게 완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흡사 도둑이라도 든 듯한 모양새다. 도무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도구들이 쌓인 모습은, 마녀의 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기까지 했다. 집 정리는 마술로라도 해결할 수 없는 건지. 마녀가 지팡이를 휘두르니 길이 와르르 열리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듯하다.

"와, 엄청 어질러놨구나."

그건 감탄과 황당을 섞은 한마디였다. 사내 역시 혼돈의 복마전과도 같은 내부 풍경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마녀라는 존재가 깔끔떠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슬쩍 흘겨본 마녀의 얼굴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부끄럽긴 한 모양이지. 사내에겐 그 모습이 마냥 재밌게 느껴졌다.

"네에, 네~ 함부로 안 만질게요."

걱정스런 당부에 대꾸하며, 마녀의 뒤를 사내는 잠자코 따른다. 도중 널브러진 가재들에 호기심이 동하긴 했으나. 집주인의 말을 못 들은 척 할 순 없다. 게다가 멋대로 손을 댔다 두꺼비가 되어버린다던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것보다 언제까지 사냥꾼 님이라고 부를 거야?"

잡동사니 골짜기를 따라 걷던 사내가 불쑥 질문한다. 마녀의 호칭이 줄곧 신경쓰였던 듯. "아르젠타인이야, 이름." 사내는 고민도 없이 선뜻 이름을 알려준다. 이 짧을 만남에 통성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 변덕이었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사냥꾼의 이름을 짊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걸까.

68 아르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15:22:13

갱신~ 오늘도 잘 잤다구~ 마녀주도 남은 주말 잘 보내길 바래!

69 르메네 - 아르젠타인 (DfOrEnMOJM)

2022-07-03 (내일 월요일) 17:28:50

"네에?"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보이자 마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걷는 것을 잊은 것 처럼, 발걸음 마저도 순간 그 자리에 멎어버린다.
통성명의 의미로 이름을 대보인 것일텐데, 마녀는 거기에 묵묵부답이다. 아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대거나 그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에 "아… 저는…" 하고 머뭇거리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 걸음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인지.
―그의 이름을 못 들은 척 하자고,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주방에 다다른 그녀가 그를 위해 의자를 빼어주며 말한다.

"펴, 편히 앉으세요. 사냥꾼, 님…"

공기를 젓듯 지팡이를 허공에 부드럽게 휘두르자 곳곳에 놓인 밀랍촛대에 불이 지펴져 오른다. 역시 마술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방의 풍경 또한 시야에 훤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방은 다행스럽게도 잡동사니의 복도, 그러니까 본관과는 분리 되어 따로 떨어진 곳에 있다.
단순히 식사와 요리만의 공간이라고 할지. 여전히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었다만은 방금 전의 복도를 보고 와서인 탓인지는 몰라도 그렇게까지 지저분한 느낌은 들지 않는 공간이다.
와중에 또 다른 다행인 점은 사냥꾼이 제대로 앉아서 식사를 하며 쉴 자리가 많이 있었다는 것일까.
큰 것은 아니지만 나무테이블을 가운데에 놓고 의자가 여러개인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아마도 마녀는 홀로 살고 있기 때문에 필요없는 가구일 터인데…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머무는 것일까.
마녀는 사내를 앉혀놓고는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바삐 움직여서 커다란 솥에서 무언가를 떠다가 그의 앞에 내어주었다.

"지금, 드릴 게 제가 오늘 해둔 것 밖에 없어서… 호화스러운 식사가 아니라 미안해요. 마술을 사용해서 급한 일은 막았지만… 지금 사냥꾼 님은 위태로운 상태니까요. 그러니 일단 이걸 드셔서, 원기를 되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괜찮을 거예요…"

사내의 앞에 내어진 것은 스튜였다. 그리고 스푼 하나.
나무 접시에 가득 담긴 보통의 스튜…
일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이 스튜에서 낯선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이 음식은 무언가가 다르다며 꿈틀거리는 것 같다.
단순히 착각일 뿐일까.
…어쩌면, 재료를 너무 알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어… 어떤가요…?"

와중에 맞은 편에 마주보고 앉은 마녀는 사내에게 물어온다.
내려오는 앞머리 사이에 비춰지는 눈동자가, 어쩐지 긴장의 빛을 담고 있었다.

70 마녀주 ◆KIXz2d8NDA (DfOrEnMOJM)

2022-07-03 (내일 월요일) 17:31:45

아르주 안녕~ 좋은 꿈 꿨을까? 주말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와중에 마녀주는 너무 더워서 큰일 났어... 으윽
이제 진짜진짜로 여름이구나 싶은게 실감 나

71 아르젠타인 - 르메네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20:39:25

사내의 발언은 마녀에겐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이다. 걸어가던 행동도 멈추고 눈을 둥그레 뜰 정도니. 사내 또한 마녀의 반응이 의외인 건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낯을 가리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라도 있는 건지. 어찌됐건 그는 마녀의 행동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강한 부정이려니 했다.

"싫으면 됐어."

한없이 가볍고 무게 없는 언사였다. 그는 도망치듯 종종걸음하는 마녀를 따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곧 둘은 주방에 다다랐다. 채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마녀가 손짓하자 어두컴컴한 방에 빛이 들었다. 사내가 그걸 담담하게 바라본다. 저런 사소한 마술은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테이블 앞 빼둔 의자에 사내가 앉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의 난장판 복도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어질러진 것들이 몇 보였으나 복도만큼 심각한 수준도 아니었고. 식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무릇 진지해야 한다. 마녀도 그걸 아는 걸까. 의자가 너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만은…
사내는 마녀가 내온 스튜를 눈여겨본다. 허기진 위장이 빨리 음식물을 내려달라고 보챘지만 그는 성급히 굴지 않았다. 왜냐면, 이 스튜가 수상해도 너무 수상했으니까. 평범할 것 같지만 그 기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스튜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것도 같았다… 사내는 무심코 벙찐 얼굴을 하려다, 겨우내 표정을 되찾았다.

"어… 음."

사내가 가만히 고민하는 소리를 낸다. 맑은 국물은 먹음직스럽게도 보이지만, 그 재료는 알 수 없다. 이 스튜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갔을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려는 걸 간신히 틀어막았다. 대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하게 말해보인다.

"괜찮네, 잘 먹을게."

평정심을 되찾은 사내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식사를 거부하는 건, 역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애써준 은인에게 실례일 테니까(그 은인이 마녀라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게다가 굶어죽는 것 또한 사양이다.
수저를 든 사내의 손이 신중하게 움직인다.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런 행동이다. 수저를 담그니 둥그런 숟가락에 국물이 고인다. 곧 사내는 큰맘 먹고 수저를 입에 머금는다. 최대한 맛을 음미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72 아르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20:40:21

마녀주 좋은 저녁!
요새 살인더위 심하지...~ 하루에 에어컨을 몇번 트는지 모르겠어~

73 르메네 - 아르젠타인 (DfOrEnMOJM)

2022-07-03 (내일 월요일) 22:17:34

아르젠타인이 큰 각오를 다지고 입에 머금은 스튜는…
………
…과연, 평범하게 맛있었다.
아니, 바깥에서 먹었던 그 어떤 스튜와 비교해 보아도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맛이, 미뢰 전체에 퍼지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재료라고는 알 수 없는 열매와 향신료나 풀 뿐인데,
고기 하나 입 안에 씹히지 않는데도 소박하면서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배가 굶주려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말 그대로 몸에 스며드는 것만 같다.
이건 맛의 신세계…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막상 맛을 보자 이건 이것대로 또 평범한 스튜가 수상하게 보인다.

"…에헤헤…"

반면 마녀는 그런 사내의 큰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신의 요리를 군말 없이 먹어주는 그의 모습이 뿌듯하게만 와닿는지 수줍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스튜는 몸에 쌓이고 쌓였던 피로를 풀고, 안에 텅 비었던 무언가가 채워지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마녀를 찾는 과정에서 임박했던 죽음이, 마녀에 의해 멀어지고 있었다.
묘한 인과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식사도 이제 천천히 접어들고 있을 쯤이었을까.
조용히 사내가 스푼을 들던 것을 바라보던 마녀가 "…저어." 하고 조심스럽게 운을 틔웠다.

"방금은, 무시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그런 마녀가 하고 있는 얼굴은, 이제껏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내도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저같은 마녀가, 이름을 알고 부르는 거… 사냥꾼 님은 싫지 않으신가요…?"

방금 전 복도에서 통성명을 시도 했을 때 살며시 보였던 바로 그 표정.
아래로 처진 마녀의 눈은 사뭇 진지했고, 근심이 어린 어두운 기색이었다.
마녀는 할 말이 아직 남아 있는듯, 양 손을 가슴 위에 얹고는 계속 얘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분명, 죽음에서 당신을 구하고 지금 이렇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하지만 제 본질은 마녀…예요. 이단을 찾고 멸하려는 당신들에게 있어선 분명 저주 깊은 존재겠지요… 그런 마녀가, 당신같은 인간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저는 그 자체로도 이단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방금 사내의 이름을 뻔히 듣고도 듣지 못한 척 했던 이유일까.
이단과 친히 지내는 자는, 그 자체로도 이단 취급이 된다.
하물며 그 존재와 이름을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부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이단으로 불릴 이유가 충분하다.
그 점을 깊히 걱정하고 있는 것이, 얼굴로 전부 드러나 있었다.

"제가 만약 당신의 이름을 이 입에 올린다면, 그 이름은 더럽혀진 것이겠죠… 당신같은 인간의 관념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요…"

식탁의 위에 까내리고 있던 시선을 들어, 검은 눈망울로 아르젠타인을 바라본다.

"숲에서 잠깐 마주친 마녀 따위… …사냥꾼 님도, 기분 나쁘다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74 마녀주 ◆KIXz2d8NDA (DfOrEnMOJM)

2022-07-03 (내일 월요일) 22:24:05

아르주도 좋은 저녁~ 곧 새벽이네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잇기 어려우면 말 해주기...!

75 아르젠타인 - 르메네 (1pQKbfjlUA)

2022-07-04 (모두 수고..) 19:33:40

스튜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실,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몹시 맛있어 눈이 휘둥그레 뜨일 정도였다. 물론 정말 눈을 그리 뜨진 않았지만. 마녀의 요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상한 재료가 들어가서 맛이 희한할 거다, 하고 생각한 게 반성될 정도였다.
곧 사내가 말 없이 수저질을 몇 번 이어가는데, 영락없이 먹는 것에 열중한 채다. 음식물이 들어오니 허기가 해소되고 마술로 붙든 기운도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조용한 주방에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이 울린다. 와중 그 정적을 비집고 나온 목소리가 있었다.

사내는, 마녀의 부름에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입을 여는 그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그러더니 주절주절 말을 이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말뜻, 사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헌데, '인간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걱정하는 마녀라니.' 거기까지 생각이 이른 사내가 피식, 바람 빠지듯 맥없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서 팔을 올려 턱을 괴는 것이다.

"이단이니 뭐니, 진지하게 걱정하기엔 늦었지 않아?"

그 말대로다. 사내는 이미 이단의 마술을 받아들이고 이단의 소굴에 발을 들여 이단이 내온 음식을 맛보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단에 물든 것이며 마녀와 내통한 죄를 묻기에 충분하다. 그럴진데 거기서 이름마저 더럽혀진다 하여 질색할 건 없다.

"그런 걸 걱정했으면 내가 얌전히 널 따라왔겠니."

사내의 가벼운 시선이, 어두운 표정을 한 마녀에게 가 닿는다. 만일 사내가 이단에 연루되고자 하지 않았다면 일찍이 마녀의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단을 눈 앞에 두고서 망설이는 행위 자체가 이단을 옹호하는 것임에도. 더 나아가 마녀의 인도를 따르지 않았는가. 지금의 사내는 이미 이단과 깊게 엮인 셈이다. 또한 이는 그가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딱히 이단이 싫은 것도 아니거든. 사냥꾼이 이런 말 하면 좀 웃긴가~"

그리 말하며 사내가 실없는 미소를 머금는다. 누가 들으면 바로 화형대에 매달릴 만한 발언임에도 사내에겐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그토록 터부시되는 이단의 앞이기에 꺼리지 않는다.
사내는 자신의 의지로 사냥꾼이 된 것이 아니다. 옛부터 루시스의 이름을 가진 자들은 으레 사냥꾼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하여 태어난 후손 역시도 사냥꾼으로 육성하는 것이 그들 집안의 규율. 사내—아르젠타인은 그 고리타분한 전통을 짊어지도록 강요당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학습된 공포와 학습된 증오를 가지고 줄곧 기계적으로 사냥에 나섰다. 그에게 진정으로 이단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아무리 이단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수많은 희생자를 낸들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다. 이단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것도 아니며 소중한 이를 잃은 것도 아니기에.
이단은 사내에게 그저 사냥감이었다. 엽사가 수렵에 나선다고 하여 그 짐승들을 싫어한다 볼 수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뭐, 너도 마녀인 주제에 이상한 소리를 잔뜩 하니까 다를 건 없겠네."

그리고 사내가 사냥꾼답지 않은 사람이라면, 종말마녀 역시도 마녀답지 않은 존재이다. 이단은 악하고 무자비하다, 모두가 똑똑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종말마녀는 세간의 인식과 달랐다. 무르고 순진하며 인간을 선뜻 돕기까지 한다.
사내는 그런 마녀의 태도에 호기심마저 들었다. 그녀는 어째서 이토록 이질적인가. 왜 인간이 아니면서도 이렇게 인간다울 수 있는가.

"그렇지, 넌 딱 봐도 사악한 마녀는 아니잖아. 싫거나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어." 간단명료한 결론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이단에 대한 공포를 주입받는다. 그런 사회에서 호기심은 죄악이다. 이단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중죄를 범하는 게 된다. 그러기에 사내의 생각은 명백한 죄인의 것이다. 동시에 비정상적이다.

"너한테 은혜를 입기도 했고 말이지. 은인을 미워할 생각은 없어, 아무리 마녀라 해도."

항상 그렇듯 진지하지 못한 마음가짐이다. 이래서야 사내는, 이단을 숭배하는 이단자와 다를 바 없다. '마녀한테 단단히 홀려버렸으니 사냥꾼 일도 이젠 못 해먹겠네.' 사내의 태평한 생각이다.

76 아르주 (1pQKbfjlUA)

2022-07-04 (모두 수고..) 19:36:36

오늘도 좋은 저녁! 오늘은 좀 늦었다!
ㅎㅅㅎ 잇기 어렵진 않지만! 마녀주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져~

77 르메네 - 아르젠타인 (HuRjkFGwsc)

2022-07-04 (모두 수고..) 22:14:14

…늦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마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이 집을 떠나면 될 것이다.
이단이 배푸는 호의만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그저 이익만을 챙기고 숲을 떠나면 될 것이다.
이름 같은 것은 제쳐두고, 마녀인 자신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방법은 많이 있다. 사람은 교활하다. 굳이 마녀에게 이름을 내보임으로써 스스로의 인간성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을 테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사내의 말이 허를 찌른듯이 와닿는 것이다.
마치, 저 홀로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정작 자신인데도,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 같아서.
그의 넘겨짚는 듯한 말이 본질을 스치우는 것 같아서.
그것이 어쩐지 바보가 된 기분이라 부끄러워져서 지금처럼 말을 더듬으며 앞 뒤에도 맞지 않는 반박으로 머뭇거리고 마는 것이다.

"이,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당신이라는 사람이 걱정 되어서…"

바깥의 사람은 오랜 시간 마주친 적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것이 이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은 당신이다.
그저 이 숲에서 죽어가는 인간을 못 본 척 할 수 없었던 것 뿐인데…
스스로 조차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악한지 아닌지 단정 지을 수 없는데.
헌데 그런 마녀가 한 번 치유해 준 것으로 당신은 그렇게나 경계를 허물고 이름마저 나눌 생각을 하다니.
태도가 가벼워도 너무 가볍지 않은가.

"……르메네 헤스티온."

그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던,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던 마녀에게서 작고 차분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름이다.
사냥꾼 아르젠타인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건, 일찍이 인류를 저버린 여자의.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의 주인의,
언젠가 세상에 종말을 불러올―

"인간들이 종말마녀라 속삭이는, 저주 깊은 이단의…"

아마도 사내가 들려준 생각에 대한 대답 대신이었을까.
그것도 그렇지만 사내의 이름을 이미 이쪽이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비록 진지하지 않은 마음일지도 모르지만, 저렇게 말해주는 인간이라면…

"저의, 이름이랍니다."

르메네는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78 마녀주 ◆KIXz2d8NDA (HuRjkFGwsc)

2022-07-04 (모두 수고..) 22:30:33

아르주 어서와~! 오늘은 월요일...!
맛있는 저녁 먹었을까?
그래? ㅋㅋㅋ 살짝 걱정했는데 너무 잘 이어줘서 고마운 거야~
역시 아르주는 금손...! 그리고 아르젠타인도 캐릭터 너무 좋아~!

79 아르주 (fObJgnJ/AM)

2022-07-05 (FIRE!) 00:06:03

마녀주 안녕~ 저녁 맛나게 먹었어~
금손이라니 전혀 아닌걸~ ㅋㅋㅋㅋㅋㅋㅋ 좋다니 다행이다!(머쓱) 마녀님도 귀엽다구!

80 아르젠타인 - 르메네 (fObJgnJ/AM)

2022-07-05 (FIRE!) 16:56:38

사내가 짓궂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상한 마녀다,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정작 스스로도 비상식적인 행동을 거듭했지만서도. 피차일반이다. 그렇기에 더 우스울 수밖에 없다. 사내는 가벼운 웃음을 입가로 흘린다.
마녀 역시도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유지한다. 그런 마녀를 맞은 편에서 지켜보는 사내. 그들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오랜 정적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건 마녀였다. "…응?" 덩달아 사내도 반문하듯 목소리를 내었다. 적잖이 놀란 눈치인데, 설마하니 마녀가 제 이름을 스스로 읊을 줄은 몰랐던 탓이다. 애초에 먼저 이름을 꺼낸 건 사내였음에도.
사내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눈길이 마녀—르메네를 향하고 있다.

"마녀치고는 평범한 이름이네. 어쨌든 기억해둘게."

기억한다 하여도, 다시 보게 될 일은 없을 테지만—라고 사내는 무덤덤히 생각한다. 이 기묘한 인연도 숲을 떠나면 끝이 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만 기억만은 선명히 남겠지. 그런 것이다.

"덕분에 배도 잘 채웠고~"

돌연 그리 말한 사내가 짐짓 과장되게, 복부를 통통 두드렸다. 스튜는 진작에 다 먹었는지 그릇이 싹 비워진 채다. 상당히 만족스런 식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속이 채워졌으니 이젠 피로가 몰려온다. 육신에 걸린 마술도 슬슬 그 효력이 다해가는 것인지. 사내의 표정에서 피곤한 기색이 엿보인다. 계속 나불대던 주둥이도 잠잠하고 시선도 한곳에 고정한 채다. 지금도 촛대 위의 흔들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간헐적으로 꿈뻑이고 있지 않는가. 이대로 놔두면,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어버릴지도 모른다.

81 르메네 - 아르젠타인 (w.6.HrZghE)

2022-07-05 (FIRE!) 20:27:07

"평범…한가요? …기억도 하신다구요…? …으으."

왜인지 그 말이 낯을 간질이는 것 같아서 모자의 드넓은 챙이 얼굴을 가리도록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물론 스스로의 이름에 자격지심 같은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인간에게 이름을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경험이었던지라 이 상황 자체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녀의 진명이라는 것은 그 이름 만으로도 괴상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가 처음에 숲에서 보였던 태도로 미루어 보아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마녀의 이미지란 훨씬 괴팍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먹는다고 하셨었지…' 방금 전 숲에서 들었던 그 말을 르메네는 살짝 상기시켜본다.

"하지만, 제가 이름을 알려드린 건 사냥꾼 님을 모질게 대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그저 사냥꾼 님이 제게 이름을 알려주셨기 때문에… 결코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어… 그러니까, 제가 사냥꾼 님의 이름을 부를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미안스러운 마음은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머무르는 몸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날이 밝으면 이 숲을 떠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단으로서 향하는 그 어떤 싹도 여지도 남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간과 마녀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인간인 채로 있는 것이 좋다고―
그렇기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숲의 불청객, 아르젠타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부 드셨나요? 아, 피곤하시죠…"

사내의 기세가 눈에 띄게 느긋해지고 시선은 한 곳만을 멍하게 고정 시켜놓고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은 긴장이 사라진 몸이 휴식을 바라고 있다는 신호니까.
마술이 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따라다니던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 준비해 드릴 테니까요. 다행히 남는 방은 많이 있어서…"

남은 일은 이제 사내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돕는 것 뿐이다.
서투른 회복마법보다는 신체의 자연회복이 백번 낫다는 말도 있다. 물론 르메네는 그 말에 대해선 살짝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는 순수한 인간이기도 하고… 마녀와 인간은 얼핏 닮아보이지만 세세한 부분은 구조부터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 억지로 마술에 의지시키는 것보다 자연히 회복하도록 두는게 나을 것이다.
마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따라와 주세요…"라며 사냥꾼을 조용히 기다렸다.

82 마녀주 ◆KIXz2d8NDA (w.6.HrZghE)

2022-07-05 (FIRE!) 20:32:07

마녀님이 아르주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네. 후후
나도 아르젠타인의 능구렁스러운 면모덕에 즐겁게 돌리고 있어
바람같은 사나이의 매력이라고 할지~
그러니 머쓱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야!

83 아르주 (fObJgnJ/AM)

2022-07-05 (FIRE!) 21:12:11

그래도 자꾸 그렇게 말해주면 부끄러워...~ 아무튼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마녀님도 엄청 매력적이고 귀여워! 주접력이 딸려서 이런 단순한 말밖에 못하지만 ^ㅅㅠ

84 마녀주 ◆KIXz2d8NDA (w.6.HrZghE)

2022-07-05 (FIRE!) 21:35:39

익 ㅋㅋㅋㅋ 아냐아냐! 일부러 주접 해주고 그럴 필요 전혀 없는걸. 충분히 전해지니까 말이야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다고 하는 거기도 하구. 마녀주도 주접 같은 거 전혀 못 해~!
그리고 아르주랑은 편하게 이을 수 있는 점을 좋아하니까
혹시라도 일상 중에 이렇게 잡담 하는 거 부담 되면 말해주기~

85 아르젠타인 - 르메네 (fObJgnJ/AM)

2022-07-05 (FIRE!) 22:58:51

"그래, 이해했어."

종말마녀, 르메네가 조그맣게 소명한다. 그것에 사내는 아쉬운 기색도 없이 어깨를 으쓱인다. 어쩌면 종말마녀는, 인간이 이단의 세계에 지나치게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녀의 조심스런 말이며 행동이며 모두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곧 사내는 마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신세 좀 질게~" 남는 방이 많다면… 밖에서 보았던 저택의 크기만큼 방이 있는 걸까, 싶다. 헌데 홀로 은둔하는 마녀에게 많은 방이 필요한가. 마녀의 생활이라던가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만큼 사내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뿐이다.
그리고, 숲을 떠나면 그 뒤론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일을 사실대로 고할 순 없으니, 역시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리라. 어쩌다 무덤까지 묻고 가야할 비밀이 생긴 셈이다.
여러 생각을 하느라 줄곧 조용했던 사내가 불쑥 입을 연다. 답지않게 가라앉은 목소리다.

"오늘 일은 고맙다고, 미리 인사라도 해둘까." 그러고 보면 여태 감사인사 하나 하지 않은 것 같다. 별 이유는 아니고, 그냥 말할 틈이 없었던가.
"왜 날 도와줬는진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런 목소리도 금세 경망스런 톤으로 되돌아온다. 말 끝을 늘이며 르메네의 뒤를 따르는 사내의 모습이 태연자약하다.
종말마녀의 호의는 그 의중을 알기 힘들었다. 그저 너무 마음 약한 탓인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지. 그렇다 하여 캐물을 생각은 없다.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을 수 있다.

86 아르주 (fObJgnJ/AM)

2022-07-05 (FIRE!) 23:00:17

ㅋㅋㅋㅋㅋㅋㅎㅎ 고마워... 역시 마녀주는 날개 네쌍의 천사...!()
전혀 부담되지 않아! 오히려 이렇게 잡담하는거 좋아하는 편이고~

87 르메네 - 아르젠타인 (2SyqHw0RDk)

2022-07-06 (水) 00:42:55

주방에서 나와 잡동사니의 산이 쌓인 복도를 건너서 -다시 마술로 길을 내야 했다- 이번에는 계단을 올라 윗층으로 향한다.
마녀를 따라 걸으면 과연, 굉장히 많은 문들이 나있는 것이 보인다. 제 각각의 위치에서 나란히 달려있는 문들. 홀로 살고 있는 것 치고는 과하게 많은 방일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기묘한 기분이 드는 공간이다.

그러다 문득, 그 뒤를 따르는 사내가 입을 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
앞장서서 복도를 거닐다 사내의 다른 기색에 잠시 움직임을 멈칫거리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마녀는 사내에게 에헤헤, 하고 수줍게 웃음을 흘려보인다.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네요…~" 기쁜듯, 비록 옅지만 이제껏 본 적 없던 밝은 미소다. 아르젠타인과 같다.

"그게 실은… 이유같은 건, 없었답니다."

그녀는 걸음을 마저 움직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숲, 아무도 오지 않는 숲에는… 사람이 함부로 들 수 없는 의지가 있어요. 들어가자고 생각해도 올 수 없고, 우연으로라도 들어 올 수 없는 숨겨진 마법의 숲… 그래서, 이 숲에는 사람이 들지 않게 된 지는 엄-청 오래 됐답니다. 신기하죠…? 저는 이런 숲에서… 다른 '인간'의 존재를 잊은 채로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숲에 사람의 비명소리같은게 들려 들리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가보니, 거기에 사냥꾼 님이 주저앉아 계셨어요… 단지, 그것뿐이랍니다."

"그래도 역시 조금은, 망설여졌지만요…~" 마녀가 복도의 방 하나에 다가가 문고리에 손을 얹고 방을 열어 젖힌다.
둘 앞에 나타난 광경은 너무나도 말끔하게 정리된 방이었다.
정확히는, 꽤 오랜 시간 쓰이지 않아서 방치되어 있는 방처럼. 어슴푸레한 달빛이 창가를 통해 방 안을 비추고, 그 창가에 맞닿도록 침대가 배치되어있다. 그리고 그 외로는 옷걸이, 책상. 비어있는 장농. 그것이 전부다.
깔끔하다 못해 가구와 물건이 필요 이상으로 최소화 되어있는 느낌이다. 확실히 사람 사는 방 특유의 활기가 없다.
방금 건너온 아랫층의 복도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애초에 그 복도는, 왜 그렇게나 너저분 했던걸까. 이 저택에 있어선 모든 잡동사니가 쌓여드는 무저갱과도 같은 곳이었을게 분명하다. 그 안에 어떤 위험한 물건이 숨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사실을 생각하면, 사내는 새삼 목숨을 붙여 여기까지 온 자기 스스로가 대견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저어, 이런 누추한 방이라 죄송해요… 하지만 쉬시는 데에는 무리 없을 거예요. 침대도 있고, 제대로 이불도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오늘 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일어나주세요. 제가, 사냥꾼 님이 내일 중엔 돌아가실 수 있도록 방법을 꼭 알아볼테니까요…"

마녀 르메네가 손 안의 기다란 고목 지팡이를 휘두른다. 그러자 아까 전처럼 책상 위에 있던 촛대가 반응하여 그제서야 은은한 불빛이 피어올라 사람이 사는 느낌을 조성한다.
마녀는 초를 끄고 싶다면 불어서 끄면 되며, 끄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꺼진다고 아르젠타인에게 일러둔다. 만약 잠들기 어렵다면 자기가 마술을 걸어주겠다고도, 말한다.

"…아, 그리고… 저는 이 저택의 맨 윗층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혹시라도 불편하시거나 필요한게 생기시면, 부디… 불러주세요."

88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00:45:24

ㅋㅋㅋㅋ 나 언제 날개가 네 쌍이나 된 거야...?!
그럼~ 사양않고 묻는 거지만, 혹시 아르주는 전투같은 상황은 어떻게 생각 해?

89 아르젠타인 - 르메네 (muc2fY6bvU)

2022-07-06 (水) 17:59:08

주방을 나서 어지러운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른다. 그렇게 도달한 2층 복도에는, 예상했던 대로 많은 방이 있었다. 무수하게 늘어선 문들을 보니 기묘하기까지 하다. 이 많은 공간들을 어째서 만들어둔 건지.
마녀가 작게 웃어보인다. 처음 보는 듯한 밝은 미소를 짓는 게 내심 기쁜 모양이다.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 사내 또한 씩 웃으며 화답한다.

"생각보다 심심한 이유네."

마녀의 행동엔 특별한 이유가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별 거 아닌 이야기. 이 역시도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지, 뛰어난 운 역시도 그의 특기이니. 사내는 마녀의 뒤를 따라 열린 문 안으로 진입한다.
방은 깔끔했다. 아래층의 복도처럼 지저분하지도 않다. 적은 수의 가구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보니 소박하게도 느껴진다. 방치된 탓인지 생활감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미약한 달빛을 따라 사내가 방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방을 몇 차례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별로 누추하지도 않아~ 푹 쉴 테니까 걱정 마셔."

지금껏 떠돌이 사냥꾼으로 생활하며, 사내는 이보다 더 좋은 잠자리를 본 적이 없다. 침대가 제대로 갖추어진 것만 해도 어딘가. 푹신한 침대는 쌓인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제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방은 사내의 입맛에 완벽히 들어맞았다.
마녀의 지팡이질로 촛대에 불이 피어오른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온 방에 생기가 돈다. 허리띠의 칼집을 풀어 책상에 올려두고서야 기지개를 양껏 피는 사내다.

"그래, 알았어. 내일 보자고."

그리 말하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부드러운 촉감이 뭉글뭉글하게 느껴졌다.

90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18:00:56

슬슬 끝인 분위기니까 이번 일상 여기서 마무리지으면 좋을 거 같은데 마녀주는 어때!
전투...? 전투 좋아! 아니 사랑해!() 있으면 재밌을 거 같지!

91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18:41:39

아르주 전투 좋아하는구나~! 어떻게 돌리면 재미있을까 싶어서 여러 상황들을 생각 해보고 있었거든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라도 해보면 좋겠네. 후후

응응. 나도 슬슬 막레 하려고 분위기 잡고 있었으니까
그럼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일상 얘기 해볼까? 첫 일상이었는데 괜찮았으려나~
아르주는 혹시 다음 일상은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거 있어?

92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19:02:08

좋아좋아! 마녀주 덕에 재밌게 잘 돌렸다구~
다음 일상이라! 아르젠타인이 마을로 돌아간 뒤에, 종말마녀를 마주치고도 처치하지 않은 걸 어쩌다 들켜버려서, 이단이랑 내통했다며 쫓기던 와중 숲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다거나~ 같은 ㅋㅋㅋㅋㅋ 상황 정도가 생각나네~ 마녀주는 좋은 생각 있어?

93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19:29:55

음, 나도 아르주 생각이랑 조금 비슷하기는 하지만... 한 번 들어볼래?

날이 밝은 다음 날, 아르는 돌아가기 위해 르메네를 찾았지만 예상 외로 르메네는 아직도 이 숲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지 못 한 상황인 거야
르메네 자신 자체가 숲에서 오랜 시간 지내며 바깥으로 나갈 생각 조차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을 빠져 나가기란 르메네의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던 거지
그래서 거의 반 강제로 숲에 갇혀버린 아르는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종말마녀의 저택에 머물게 되고,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술식을 찾는 르메네를 도우며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는 전개...

이런건 어떠려나~?!

94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19:43:47

오오 괜찮아~ 아무래도 숲을 쉽게 나갈 순 없을테니까 그쪽이 더 자연스럽긴 하네!
그럼 마녀주가 말한 상황으로 돌려볼까?!

95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0:15:47

괜찮아? ㅋㅋㅋ 솔직하게 말해줘도 좋아
아르주 저번에 끝나고 말해준다고 한 그거 기억하고 있으려나? 사실 그때 생각 한 진행 방향이 이런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조금 더 남은게 있긴 하지만... 그것도 마저 들려줄까?
아니면 그냥 빠르게 돌려볼래?
참, 그리고 아르주는 둘 외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건 어떻게 생각 해?

96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0:25:30

진짜 괜찮은걸~ 그게 이거였구나! 마녀주만 괜찮다면 더 듣고싶어~
다른 인물 등장하는 것도 좋아! 너무 주객전도되지만 않으면!

97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0:58:32

써놓고 보니 전 레스에서 질문 너무 많았으려나 싶네. 흑흑
응 주객전도는 중요하지. 그 부분은 마녀주도 주의하고 있을 생각이야
어디까지나 종말마녀와 사냥꾼의 이야기가 주체가 됐으면 좋겠으니까

남은 이야기는 사실 아르주가 아까 말해준 상황과 비슷하기는 해. 단지 시기가 조금 다를 뿐~!
아르젠타인은 끝내 밖으로 나가게 되어 숲과 작별하지만 오랜만에 나와 마주한 마을은 뭔가 전과 다르게 굉장히 공허해 보이고 낯설게 다가와서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 다시 숲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전개를 목표로 해보고 싶어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을 조금 등장시켜도 좋다고 생각 해! 예를 들어 다른 마녀들이나 아르주가 전에 말해준 사냥꾼같은 인물일까?
단지 지금은 르메네와 아르젠타인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 집중해서 돌려보고도 싶어
예를들어 종말마녀가 왜 종말마녀라고 불리우는지나 아르젠타인이 왜 이단에게 그렇게까지 적대적이지 않는지 같은 것들을 서로 알아가면 좋겠지
그리고 그런 종말마녀에 대한 아르젠타인의 개인적인 생각같은 것들이나...

으으, 아무튼 돌려보고 싶은게 엄청 많아서 두서 없이 잔뜩 말해버렸네...!
결국 아르주랑 좀 더 많이 돌려보고 싶다는 얘기야~ ㅋㅋㅋ
아르주 생각은 어떠려나?

98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2:06:19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막 첫일상 돌렸으니까! 앞으로 더 많이 돌려봐야지!
말해준 전개나 방향성 같은 건 다 좋은거 같아! 서로 알아가는데 집중했음 좋겠단 거도 동의하고~ 아까부터 괜찮다고만 하는거 같은데 사실 개연성에 심하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뭐든 좋아해서 ㅋㅋㅋㅋ...
그럼 슬슬 돌려봐도 되려나?!

99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2:14:36

그렇구나. 아르주는 잡식성...?!
ㅋㅋㅋ 알고있지만, 그래도 아르주가 어떤 걸 좋아해주는지 알고 싶어서 이것저것 얘기해보게 되네
응응, 이제 또 일상 돌리면 될 것 같아. 너무 서론이 길었으려나~
아 그리고...! 내 글이 간혹 사냥꾼이 해야 할 반응이나 생각 같은 걸 먼저 적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라도 불편하면 얘기해 줘

100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2:29:25

잡식성 ㅋㅋㅋㅋㅋㅋ 맞을지도...? 나도 마녀주 생각 듣는 거 좋아하니까!
불편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직접적인 캐조종만 아니면 괜찮아~
그럼 선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101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2:41:35

정말? 좋아해주면 다행이다. 히히
캐조종같은 부분은 특히 주의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라도 그런거 느끼면 말해 줘
그리구 미안하지만 아르주쪽에서 선레 한 번만 더 이어줄 수 있을까...? ( ;꒳; )
아르젠타인이 아침에 맨 꼭대기 층의 마녀를 찾아오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102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2:48:29

응응 알겠어! 선레 써올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구~

103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3:23:57

고마워 아르주. 흑흑
그럼 마녀주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104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3:28:07

선레 쓰는 중에 궁금한게 생겼어! 저택 꼭대기층은 어떻게 생겼을까!

105 마녀주 ◆KIXz2d8NDA (2SyqHw0RDk)

2022-07-06 (水) 23:33:02

꼭대기층은, 음~
층을 계속 오르다보면 꼭대기에 나있는 문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꼭대기 방이야.
그러니까 꼭대기 층이 곧 마녀의 방이란 느낌일까?
나중에 따로 묘사해주긴 할 거지만 꽤 좁은 방이고, 르메네의 생활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각진 천장의 어질러진 방이야!

106 아르주 (muc2fY6bvU)

2022-07-06 (水) 23:51:27

어질러진 ㅋㅋㅋㅋㅋㅋㅋ 알려줘서 고마워! 선레 금방 내올게!

107 아르젠타인 (KYcQcJysrI)

2022-07-07 (거의 끝나감) 00:01:37

침대에 누워 쥐죽은 듯 있던 사내가, 문득 눈을 뜬다. 주변을 둘러보니 밖이 훤했다. 달빛이 비쳐들어오던 창은 이제 밝은 햇볕을 들여보내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온 방을 맴돌고 있다. 명백한 아침이다. 어제는 눕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었지.
정신을 차린 사내가 침대 위에서 잠시 꾸물댄다. 아직도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간만에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잔 덕에, 몸의 피로는 대부분 풀린 것 같다. 침대에서 내려온 사내가, 벗어둔 코트를 걸치고 놔두었던 검집도 다시 허리띠에 매단다.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칼도 손으로 대충이나마 정리한다.
사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선다. '맨 윗층에서 지낸다 했었나…' 그는 이제 종말마녀를 찾아갈 참이었다. 제일 중요한 걸 물어봐야 했으니까. 숲을 벗어날 방법을 알아냈는지, 알아냈다면 언제쯤 나갈 수 있는지. 사내는 인간이다. 길 잃은 인간은 하루빨리 인세로 돌아가야만 한다.

사내는 수많은 방의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른다. 계속 층을 올라가니, 계단 끝에 문이 하나 나있는 게 보였다. 문에 가까이 다가간 그가 정중히 노크를 한다. 안에 있을 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용하고 느리게 두드리는 손짓이다.

"아침부터 귀찮게 해서 미안~"

그리고 능청스레 몇 마디를 덧붙인다.

108 르메네 - 아르젠타인 (OlsvFpdsKw)

2022-07-07 (거의 끝나감) 15:34:43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의 다음 날.
창 밖에서는 아침의 햇살이 새어들어와 사내가 잠든 방 안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바깥의 풍경은 온통 잿빛. 하늘조차도 아침의 기세를 타서 조금이나마 밝을 뿐인 잿빛. 숲이라는 것은 나무와 싹이 튼 녹지를 일컫는 말인데, 이 숲은 정말이지 온통 무채색의 풍경 일색이다.
아르젠타인이 이 금역의 숲에서 본격적으로 길을 잃고 해매기 전,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도 아마 주변 풍경이 색을 잃어가기 시작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침대에서 일어나 매무새를 다진 사내는 잠들기 전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어젯밤, 마녀는 자신을 찾고 싶다면 맨 윗층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사내가 빠져나갈 방법을 마련 해놓고 있겠다고.
사내가 계속해서 층을 오르자, 바로 다음 층에서 계단 끄트머리에 덩그러니 나있는 문이 보인다. 저곳이 무시무시한 종말마녀가 있는 방일 것이다. 당초 저곳 외엔 달리 방도 없으니.
계단을 올라 문을 콩콩 두드려 노크하자, 잠시 뒤 문고리가 돌아감과 동시에 문이 빠지듯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문이 자연스럽게 열리다니, 그것부터가 초자연이었지만.

"아, 사냥꾼님… 일어나셨어요?"

역시, 마녀는 깨어있던 것인가.
그리고 방 안의 풍경을 보자마자 사냥꾼은 직감하겠지.
맨 처음 마녀의 저택에 들어왔을때, 복도가 그렇게나 정리정돈의 무저갱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다만 이 마녀의 방은, 그렇게까지 위험한 느낌은 아니다. 여기저기 물건을 자유분방하게 늘어트려 놓은 것은 같지만 1층의 복도가 완전한 카오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여기는 그나마 질서정연한 혼돈이라고 할까.
침대 위와 바닥에 널부러져 방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마도서들. 용도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마석과 마도구. 창가와 벽에 기대어져 있는 스태프와 빗자루. 책상 위에 늘어진 알 수 없는 문서들. 그리고 곳곳에 비치된 향초... 그것의 잔향이 사냥꾼의 코 끝을 간질이고 있다.
이 현장들을 구태여 좋게 말하자면 생활감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방 한 가운데에서 의자에 거대한 책들을 층층이 쌓아 올려,
그 위에 앉아 사근한 목소리를 내며 살풋이 지어보이는 미소로 사냥꾼을 맞이하는 작은 몸집의 여인.
그녀가 바로 사냥꾼이 사냥을 하러 나서는 이유이자 원죄적인 사냥감, 종말마녀인 것이다.

"…어, 그게… 무슨 일이신가요?"

헌데, 그런 마녀의 미소가 왜인지 어색해보인다.
물론 본래 언사가 소극적인 그녀이기는 하나 이 어색함은 낯을 가린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종류의 것라는 걸 사냥꾼은 안다.
마녀와 마주한 것은 이제 24시간도 채우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소문의 이단답지 않게도 그녀의 실체는 생각하는 것이 전부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순진스러운 마녀였기 때문에.

"필요한게, 생기셨나요? 아니면 역시, 방이 불편하셔서…?"

그녀는 툭 소리나게 무릎 위의 책을 덮고서, 독서를 위해 착용하고 있던 둥그런 안경을 낀채 바닥으로 내려와 사냥꾼에게 좁은 걸음으로 다가왔다.
우물쭈물하는 기색으로 두 손을 마주치면서, 사냥꾼의 눈치를 슬금슬금 올려다보고 있는 마녀.
분명 어젯 밤, 바깥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 사냥꾼의 마음을 알고, 그가 돌아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마련해 놓겠다고 한 것은 그녀였을 텐데.
밤이 지나고 해가 뜬 지금에 와서 방의 얘기를 하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은 왜인가.

"…그, 그렇죠…! 식사, 할 시간이니까… 지, 지금 준비해 드릴까요…!"

그러면서 갑자기 사냥꾼의 아침밥을 잊고 있었다는 듯이 사냥꾼을 지나쳐 내려가려고 하는데,
아르젠타인이 잡지 않는다면 그대로 주방까지 내려갈 기세다.

109 마녀주 ◆KIXz2d8NDA (OlsvFpdsKw)

2022-07-07 (거의 끝나감) 15:36:58

캬아아아아악!!
다 써두었던 답레를 바보처럼 날려버렸어... 너무 슬퍼 ( ;꒳; )
지금 답레는 완전히 기억에 의존해서 써가지구 어색할수도 있어. 미안해 아르주 흑흑

110 아르젠타인 - 르메네 (KYcQcJysrI)

2022-07-07 (거의 끝나감) 19:57:52

문을 두드리니, 그 고리가 멋대로 돌아가며 문짝이 젖힌다. 그렇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이 또한 마술의 일종이려니 싶기에.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건… 역시나 이곳저곳 어지른 방의 모습. 허나 그 위압감은 복도의 광경보다 못했다. 대책없이 쌓아놓았다는 점은 같았지만.
종말마녀는 그런 방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미소지어보이고 있다. 그런데 어딘지 이상한 미소였다. 사내는 그런 이질감을 단번에 눈치챘지만, 구태여 신경쓰진 않았다. 다만 능글맞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뿐이다.

"그래, 덕분에 잘 잤어~"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난다. 이 마술 걸린 숲은 요상하여, 들어온 이도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러기에 마녀는 그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었다. 사내도 그런 마녀의 호의 덕에 앞날 걱정없이 푹 잠들 수 있었다.
그것이 사내가 마녀의 방에 올라온 이유였다. 초조한 눈빛을 한 마녀를 내려다보며,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내려 하지만…

"그러니까 어제 말했던 그건…"

오히려 마녀는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아침 시간에 식사 얘기를 꺼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으나, 그 태도가 어색하지 않은가. 명백히 수상스런 반응이다. 만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종말마녀는 그만큼 단순한 존재이니,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내는 길게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마녀가 황급히 그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니아니, 잠깐만." 사내는 금방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날 듯한 마녀를 저지하기 위해, 다급히 말을 꺼낸다.

"숲을 나갈 수 있는 방법 알아본다는 거,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려고 온 건데."

그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한 건 마녀였을 테다. 그런데 정작 마녀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아니, 거의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나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니, 필시 어떤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물론 재촉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뒤이어 사내가 두어 마디를 덧붙인다.

111 아르주 (KYcQcJysrI)

2022-07-07 (거의 끝나감) 19:59:13

날렸었구나... (토닥토닥)
그런 걸로 미안해할 필요 없으니까~ 어색하지 않다구~

112 르메네 - 아르젠타인 (OlsvFpdsKw)

2022-07-07 (거의 끝나감) 22:17:37

아르젠타인이 이대론 늦겠다 싶은지 금방 핵심을 찌르는 용건을 꺼내자,
허둥대며 주방으로 달려 내려가려던 마녀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만다.
머뭇거리며 천천히 뒤를 도는 그녀의 모습. 거기에서 아르젠타인은 마음 속에 싹튼 불안감이 점점 확신이 되어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우으…"

다시 그를 대리고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은 마녀.
그녀가 설명하는 전말은 이랬다.
어젯밤, 아르젠타인에게 방을 내주고 그를 돌려보내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 마녀는 그 즉시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평소 마술에 대해서라면 감히 박사라 칭해도 될 만큼 자신이 있던 마녀였고, 이 숲에서 오래 거주해 왔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숲을 나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마녀는 그날 새벽을 잠도 자지 않고 온갖 서적과 마술을 총동원해가며 아르젠타인을 바깥으로 돌려보내는 법을 찾는데에만 시간을 썼다는 것이다.
애당초 마녀는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이 이렇게나 나가기 어려운 숲일 거라는 것은 르메네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거예요… 죄송해요…"

그리고 그 진전없는 상태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어느새 아침 해가 뜨게 되고 사냥꾼이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명을 마친 마녀가 울상으로 훌쩍이면서 자책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돌아가지 못하면 곤란한 것은 사냥꾼이었지만, 그 책임은 어쨌든 마녀인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그치만…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요…! 저녁때까진, 어떻게든…"

그래도 아르젠타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는지, 그녀는 그렇게 말해보지만 역시 말에는 이렇다 할 자신이 실리지 않아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되고 만다.

113 아르젠타인 - 르메네 (ZW4YEu5A9w)

2022-07-08 (불탄다..!) 01:12:27

마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사내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는 마녀를 순순히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설명을 시작하는 마녀. 그러니까 숲을 나가는 방법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단 거다. 사내는 흔치 않게 무감정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행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내의 표정도 금세 가벼운 쪽으로 돌아왔다.

"뭐, 됐어. 사과할 필요 없어."

그가 울먹이는 마녀를 어르듯 말한다. 이번 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방법을 찾지 못한 종말마녀의 잘못은 더욱 아니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의지를 가지고 사내의 앞을 막아선 숲이 아닐까. 그렇다고 숲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으니. 실없는 생각이다.

"…아니면 그냥 여기 눌러살아버릴까~"

질 나쁜 농이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진지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사내는 그저 짓궂게 웃을 뿐이다. "농담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음침한 숲에서 생을 허비하긴 싫다. 이단의 소굴이라는 건 둘째치고.

"따로 도울 만한 거라도 있으려나."

그러다가도 금세 태도를 바꾼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다. 사내는 말끝을 흐리는 마녀에게 그리 묻는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면 타개할 수 있다. 물론 마술을 하나도 모르는 사내가 끼어들어봤자 방해만 될 수 있지만. 또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더 할애한다 한들 좋은 해결책이 나올 거라 장담할 순 없다.

114 르메네 - 아르젠타인 (dkD2iK0VfU)

2022-07-08 (불탄다..!) 16:43:50

"네?"

사내의 말을 들은 마녀가 불쑥 고개를 치켜들면서 촉촉해진 눈망울을 동그랗게 뜬다.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었던 것을, 아르젠타인이 곧바로 농담이라며 철회하자 "그, 그렇죠…" 하고, 눈가를 훔치며 코를 삼킨다.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은 무채색의,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이단 만의 공간. 거기에 아르젠타인 같은 인간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도와, 주시는 건가요…?"

마녀는 새벽 내내 철야를 하면서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지금에 이르는 시간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냥꾼은 돕겠다고 나선다. 이 숲은 인간이 해아리기에는 무리가 있을만큼 복잡하고,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그 숲에서 길을 잃은채 죽어가던 그였는데. 그럼 이 숲이 이제는 조금 무서워질 법도 한데…
그럼에도 그는 감히 마녀를 돕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젠타인이 이단답지 않은 마녀를 의아하게 여기는 것처럼, 그런 사냥꾼이 르메네에게도 이상하게 생각되면서도, 조금은 기뻐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보통의 인간이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한 숲이라서… 막상 사냥꾼님께 부탁드려도 곤란할지도 모르겠네요… 마녀인 제가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요… 아하하."

115 아르젠타인 - 르메네 (ZW4YEu5A9w)

2022-07-08 (불탄다..!) 18:36:44

장난에 놀라는 마녀의 반응이 퍽이나 재미있다. 사내는 마녀를 보며 실소를 흘리다가도 입을 다문다. 고인 눈물을 훔치는 마녀의 모습이 안쓰러운 것이다. 약간 미안한 감정마저 든다. 그녀는 지금 숲에 흘러들어온 인간을 내보내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이상한 농이나 던지는 꼴이라니! 허나 늘 그렇듯 진지하게 반성하는 일은 없다. "미안, 미안." 그저 웃음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사과할 뿐.

"위험하다곤 해도 네가 있으면 괜찮지 않겠어?"

곧 사내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답한다. 어깨를 으쓱이는 그 행동은 다소 뻔뻔하기까지 했다. 그는 인간의 몸이지만 종말마녀는 마술에 능통한 이단이다. 숲에 대해서도 잘 알며, 어제 그러했던 것처럼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담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도와줄 만한 게 있으면 말해~"

그렇기에 사내는 거리낌없이 마녀를 돕고자 한다. 무엇보다 마녀의 연구는 사내에게도 중대한 문제다. 인간은 이곳에 머물러선 안된다. 이단의 소굴이며 마술의 온상지이기에. 그러기에 사내는 반드시 숲의 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116 아르주 (ZW4YEu5A9w)

2022-07-08 (불탄다..!) 18:37:43

좋은 저녁이야 마녀주! 오늘도 너무 더워...~

117 르메네 - 아르젠타인 (dkD2iK0VfU)

2022-07-08 (불탄다..!) 23:17:42

"…확실히 제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러나 의외로, 마녀는 쉽사리 도움의 손길을 승낙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은 사냥꾼들끼리도 확실한 금역으로 지정해놓았을 정도로 위험한 장소. 실제로 아르젠타인은 목숨을 잃을 뻔했고, 그런 일이 두 번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보통의 인간이 확실한 준비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숲을 나갔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숲을 잘 알고 있기에, 마녀는 그 사항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듯이 보였다.
하물며 르메네의 경우, 어제 자신이 아르젠타인을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태라서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분명 있을테다.

"우으, 음…"

그렇게 고민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아무래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모양인지, 지금에 와서는 두 주먹을 관자에까지 가져다 댄 채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종말마녀였다.

"…아."

그러다가 무언가가 퍼뜩 스쳐지나간 모양인가.
마녀가 고민하는 내내 닫고있던 눈을 뜬다. 검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가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냥꾼을 비춘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일단은… 아침 식사, 할까요…?"

118 마녀주 ◆KIXz2d8NDA (dkD2iK0VfU)

2022-07-08 (불탄다..!) 23:21:47

아르주 안녕~! 좋은 저녁이지! 주말 전이기도 하고~
그리고 맞아. 이번 여름은 얕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더워지더라 힝
그래도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다행이야. 아르주가 있는 쪽은 혹시 많이 더웠으려나?

119 아르젠타인 - 르메네 (1p3KYq.A3.)

2022-07-09 (파란날) 17:19:42

마녀는 그럼에도 고민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사내는 그런 마녀를 재촉하는 일 없이, 그저 가만히 기다려준다. 아마 종말마녀는 그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리라. 이 이단의 숲이란 사내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마땅한 수가 없나, 그 자신도 고민을 거듭한다.
문득 마녀가 굳게 감았던 눈을 뜬다. 그 모습에 사내는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나 싶을 정도였다. 마녀가 꺼낸 말은 그런 희소식이 아니었지만.

"그래, 마침 배고파지던 참이었거든."

사내 또한 마녀의 말에 동의하며 실없이 미소짓는다. 아무리 급해도 식사는 챙겨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또 일단 배를 채우다 보면 괜찮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게 마녀에게도 통용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내는 먼저 뒤돌아 계단을 내려간다. 방금 전까지 고민하던 건 전부 잊은 듯 가벼운 발걸음이다. 급기야 노래를 흥얼거리듯, 말을 꺼내는 것이다. 정말이지 태평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메뉴도 어제 먹었던 스튜려나~ 아, 싫다는 건 아니고."

그리고 혹여나 마녀가 오해할까, 능청스레 뒷말을 덧붙였다.

120 아르주 (1p3KYq.A3.)

2022-07-09 (파란날) 17:21:12

오늘도 좋은 저녁! 그리고 좋은 주말이야~
여기는 항상 덥지~ 집 안에만 있어도 너무 덥다니까... 에어컨이 필수라구...

121 르메네 - 아르젠타인 (3HpLA8VVkk)

2022-07-09 (파란날) 20:37:27

금새 기분이 좋아진 듯한 사내를 보고 마녀는 의아한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자신의 요리를 마음에 들어하는가보다 싶은 마음에 작게 미소 짓게 된다.

"에헤헤… 미안해요. 이런 숲에, 다른 사람이 찾아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어서…"

사내의 존재에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게다가 이곳은 확실히 혼자 사는 저택같아 보이니까. 딱히 지금까지 식사에 관련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테다.
어제 저녁, 솥에는 마술 같은 스튜가 듬뿍 담겨있었다. 집주인만 질리지 않는다면야 이 숲은 딱히 생활습관에 대해 터치 할 사람도 없어보이니, 하나의 음식만 먹으며 계속 지내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녀는 그렇게 홀로 이 숲에서 살아왔던 걸까? 그럼 대체 그건 얼마나 되는 세월이 되는 걸까.

아르젠타인이 저먼저 앞서 계단을 내려가자, 르메네가 그 뒤를 조르르 따르는 모양이 된다. 지금 당장의 그림만 보자면 마치 사냥꾼의 집에 마녀가 손님으로 초대받아 온 모습이다. 사내를 뒤따르던 마녀는 문득 "아…" 하고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니면… 다른 것도, 해드리는게 좋을까요? 재료가 아직, 조금 남아 있거든요… 다만 사냥꾼님이 바깥에서 드셔 왔던 것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른 요리가 되겠지만요…"

마녀의 요리라. 어떤 형태가 될까.
어제의 스튜만 해도 굉장히 불길하게 보였다.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가 아닌, 본능이 위험하다며 꿈틀거릴 정도의 수상함.
사내는 그 재료조차도 아직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편이 좋을수도… 그렇기에 지금 종말마녀의 말은 아르젠타인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할 것이다.
물론 받아들이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사냥꾼의 선택이 되겠지만.

"사냥꾼님은, 그게, 제게는 손님이시니까… 가실때까지는 최대한,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앞서가는 아르젠타인의 등 뒤에서, 그 말을 잇는 한 마디가 더 들려왔다.

122 마녀주 ◆KIXz2d8NDA (3HpLA8VVkk)

2022-07-09 (파란날) 20:38:55

아르주도 고생이 많구나... 흑흑
마녀주는 절세하는 중이라서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트는 처지야
그나마 요즘은 바람도 많이 불고 선선해서 좋네~

123 아르젠타인 - 르메네 (3UmuQB5Jvo)

2022-07-10 (내일 월요일) 22:04:37

마녀가 살며시 웃는다. 그 반응에 사내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마녀의 미소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기뻐하는 건 알 수 있다. 문득 의문이 든다. 이 숲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는가.
이어지는 마녀의 말에 그는 손을 살살 저어보인다.

"아니, 됐어. 어차피 곧 떠날텐데."

그 말처럼 곧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내다. 그 전에 숲을 나가는 방법부터 찾아야 하겠지만은.
그리고 사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게 두렵기도 한 것이다.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제의 그 스튜는 맛이 있어 뒷생각 하지 않고 먹어버렸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지."

사내가 가벼운 투로 긍정한다. 역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단이라기보다 평범한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사내는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마녀도 그 뒤를 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앞에 예의 그 어수선한 복도가 펼쳐진다. 여전히 어지러운 풍경이다.

124 아르주 (3UmuQB5Jvo)

2022-07-10 (내일 월요일) 22:06:03

오늘은 많이 늦어버렸다...!
마녀주도 화이팅이야...~ 그래도 다행이네~ 나는 집에만 있는데도 덥더라 ^ㅅㅠ

125 르메네 - 아르젠타인 (Pbz329oV/U)

2022-07-12 (FIRE!) 00:04:14

"우… 그런가요…"

마녀는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 말투로 말한다.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는데. 하물며 이곳은 이단의 본거지인 것이다.
계단을 계속해서 내려가자 바로 보란듯이 카오스의 복도가 나온다. 당연하지만, 여전히 어지러운 공간이다. 마녀가 곧바로 지팡이를 들어올리자 후두둑 소리 내며 잡동사니의 산이 갈라져 두 사람이 지나갈 길을 내어준다. 그때, 사냥꾼의 뒤를 따르던 마녀가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서더니 "어, 어서 가요…" 하며 먼저 주방으로 앞장서는 것이었다. 그 걸음과 어투가 괜스레 급박해보인다. 아마도 두 번이나 사냥꾼에게 이 복도를 보인 것이 퍽 쑥스러운 모양이지.

"빈약한 상이지만… 맛있게 드셔주세요."

아침의 주방은 같은 공간이었지만, 이번에는 볕이 들어 저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하고있었다.
어제는 정말 마녀의 주방같은 느낌이었다만은, 이번에는 평범한 마을의 주방같이 보인다. 지금, 사내의 앞에 놓여있는 마녀가 내어준 수프만 아니라면…말이다.
아니, 그래도 경험이 있어서인지 주변이 밝은 덕인지는 몰라도 어제만큼 수프가 수상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아침 햇살의 힘인가.
그리고 돌아 온 식사시간.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한참이 지나도 마녀의 수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틈틈히 스푼을 들어 먹고있기는 하지만… 종종 아르젠타인은 자신 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까.

"…아."

그러다가 딱 걸린듯, 마녀는 그와 시선이 마주쳐버린다.
그러한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하려는 듯, 아니면 아르젠타인이 넘어가주길 바라는 것처럼 다시 시선을 그릇으로 내려깔고 수프를 먹는 시늉을 급하게 해보이는 것이다.
마녀의 기나긴 머리칼은 마치 이때를 위해서 기른 것처럼, 그 가냘픈 시선을 완벽하게 가리고 있었다.

126 마녀주 ◆KIXz2d8NDA (Pbz329oV/U)

2022-07-12 (FIRE!) 00:06:59

아르주 안녕~!
더운 날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다... 으윽
마녀주도 많이 늦으니까 괜찮아. 언제든 이어만 준다면!

127 아르젠타인 - 르메네 (Aul3u/XCZo)

2022-07-13 (水) 20:03:22

후다닥 앞장서는 마녀의 뒤를 따르며, 사내는 실없이 웃는다. 저런 꼴의 복도를 내보인 걸 부끄러워하는 것도 같다. 딱히 부끄러울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괜히 장난기가 동해 몇 마디 꺼내는 사내다.

"그러게 좀 치우고 살지 그랬어~"

일견 마녀를 나무라는 것도 같지만. 그 목소리에 진심 같은 건 담겨있지 않다. 실제로 마녀가 정리정돈을 하든 안 하든 그건 사내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그는 곧 떠날 손님이다. 그러니 이는 몹시 의미없는 잔소리다.
사내와 마녀는 다시금 주방에 들어선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럼에도 수상해보이는 스튜는 여전하지만.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수저를 든다. 맛은 좋지만, 아까 전 마녀의 말도 그렇고 영 찝찝하다. 그렇다고 굶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오늘도 잘 먹을게~"

아무튼 그런 생각은 전부 집어치운다. 사내의 가벼운 인사가 이어진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내는 제 정수리에 꽂히는 시선을 이따금씩 느낀다. 별 거 아니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호기심에 고개를 들어본 참에 마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왜?"

그제서야 사내가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마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일 뿐. 자세히 보니 마녀 앞의 스튜는 도통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거의 바닥을 보이는 사내의 것과 비교된다. 게다가 마녀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해보이는 것이다. 사내의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피어난다.

"뭐 할 말 있어?"

사내는 그걸 대수롭게 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집요히, 다시금 질문한다. 그러고선 아예 마녀에게 지그시 눈길을 주기까지 한다. 그녀가 대답하기 전까진 시선을 거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28 아르주 (Aul3u/XCZo)

2022-07-13 (水) 20:04:35

ㅠㅅㅠ 고마워...~ 마녀주도 천천히 이어줘~
오늘은 비가 오네~ 습해질 거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힘든거 있지...

129 아르주 (6.XPrjw7U6)

2022-07-15 (불탄다..!) 18:02:50

혹시 답레 올려둔 거 못봤을까 싶어서 갱신해둘게~ 부담 갖지는 말고!

130 르메네 - 아르젠타인 (8dp9RIL4z2)

2022-07-15 (불탄다..!) 18:57:44

그가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가볍게 핀잔을 준다. 먼저 재빠르게 잡동사니의 복도를 해쳐가는 마녀는 그걸 듣지 못했거나 부러 듣지 못한 척 하는 것 같았지만 "으으…" 하고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르젠타인의 핀잔이 마녀의 정곡을 찔렀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넷?"

그리고 식당에선, 사내가 직접적으로 시선에 대한 것을 화두에 올리자 놀란 마녀가 몸을 꼿꼿히 세우고 어깨를 움찔거리며 반응한다. 크게 벌어진 동공과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 어지간히도 사냥꾼의 말에 놀란 것 같다.

"아, 그게… 우, 실은…"

대답을 머뭇거리는 마녀. 그렇지만 식사 중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 본 댓가인걸까. 사냥꾼은 답을 내놓기 전까지는 마찬가지로 시선을 거둘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마녀는 그게 또 익숙치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혼난다고 생각했던 걸까. 뺨을 조금 불그스레 붉히면서 천천히 그 입술을 열었다.

"이 주방에서는 진짜 '사람'과 이렇게, 마주보고 식사 하는 일이 없었어서… 그래서, 신기하다고 해야할지, 그게… 신경, 쓰여서…"

본인 스스로가 그 이유를 말해놓고도 바보같은 말이라고 생각한걸까. 마녀는 그 뒤에 "에헤헤…" 하고 너털웃음을 흘려내보인다.

"이, 이제 안 볼테니까요…! 그,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 미안해요…"

라고 해도, 사내 쪽에 있는 접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마녀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둥지둥 수프를 떠서 입에 넣고 있는 것이었다.

131 마녀주 ◆KIXz2d8NDA (8dp9RIL4z2)

2022-07-15 (불탄다..!) 19:01:06

미안해 ‪( ;ᯅ; )‬ !!!
답레는 확인했었는데 어제 내가 시간이 없어서 답레 못썼어... 흑흑
아르주 불안하지 않게 얘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132 아르젠타인 - 르메네 (mwKHhwiT42)

2022-07-18 (모두 수고..) 17:13:02

사내가 의문을 던지기 무섭게, 마녀가 반응을 보인다. '저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생각하는 사내다. 마치 잔뜩 놀란 토끼 같은 모양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반사적으로 웃음이 튀어나온다. "풋." 다음 순간 이어진 마녀의 말에도, 사내는 비어져나오는 헛웃음을 참으려 노력해야 했다.

"고작 그런 거였어?"

사내가 장난스레 되묻는다. 그 얼굴에 웃음기가 여전하다. 생각보다 김 빠지는 이유다. 얼굴을 붉히는 마녀의 모습이 순진하고 순박하게마저 보인다. 사내는 마녀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뭐, 나도 마녀랑 마주보고 식사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니 대충 종말마녀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 허나 사내에겐 이 비일상적인 광경도 마냥 즐겁게 느껴진다.

"나 떠나도 서운해하면 안 된다?"

그러더니 역시 짓궂은 우스갯소리를 내뱉는다. 이 마녀라면 그럴 만도 하니, 은근 일리있는 말이랄지. 사내가 수저를 가볍게 내려놓는다.

"아무튼, 잘 먹었어."

이번에도 그릇을 깨끗히 비운 채다.

133 아르주 (mwKHhwiT42)

2022-07-18 (모두 수고..) 17:15:12

아니야 괜찮아~! 나도 자주 늦으니까~ 나야말로 미안한걸...~
그리고 나는 마녀주 믿고 있다구~(농담) 늦더라도 언제든 이어주면 괜찮아!

134 르메네 - 아르젠타인 (3v8bI9VPAQ)

2022-07-22 (불탄다..!) 01:13:48

"고, '고작'… 으으…"

사냥꾼의 말에 마녀가 마치 가슴이 아려온다는 것처럼 소리내며 반응했다.
바깥 사람의 존재 자체가 놀랍게 느껴질 만큼 바깥을 잊고 숲에서 틀어박힌지 얼마나 되는 시간이었을까. 물론, 자각하고 있었지만…
바깥에서 온 진짜 사람의 입으로 직접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스스로가 너무나도 확실한 이단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미묘한 감정과 동시에 지금도 짖궂게 반응하는 사냥꾼에게 괜한 반발심이 들어 "안 서운해 해요…"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어… 전부 드셨어요? 저는, 아직 조금 남아있어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건너편의 마녀쪽의 그릇을 바라보면 방금 전의 탓인가, 아직도 절반 정도 수프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존재라는게 그렇게나 신경이 쓰였는지 아까부터 전혀 수프에 손을 못 대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그런 마녀는 마저 식사를 해치우기 위해 수저를 들다가도. 문득, 사내에게 이렇게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사냥꾼님은… 신경쓰이지 않으세요?"

마녀인 자신이, 이 저택이, 수수께끼의 숲이. 모든 것이 말이다.
종말마녀인 그녀에게 있어서 사냥꾼인 사내와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생소한 경험인 만큼, 아르젠타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같은 지상을 밟고 서있으나 사내가 나온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 차지하고 있는 이곳.
낯설게도, 생소하게도, 혹은 어쩌면 두렵게까지도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테다.

"방금 전의 사과, 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겠지만… 신경쓰이거나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제가, 대답해 드릴게요."

그냥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마녀는 그렇게 말하며 마저 수저를 입으로 옮겨 천천히 잔 수프를 비워가기 시작했다.

135 마녀주 ◆KIXz2d8NDA (3v8bI9VPAQ)

2022-07-22 (불탄다..!) 01:16:50

이번에도 조금 많이 늦었지?!
내가 너무 기다리게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 흑흑
요즘엔 늦게까지 볼 일이 생기다 보니까 이어야지 이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쉽게 쓸 수가 없네...
다음엔 조금 더 노력해서 써볼게 아르주~!

136 아르주 ◆m2FPzIOOFk (6DW.mA3IUM)

2022-07-26 (FIRE!) 04:21:31

마녀주, 갑작스러운 말이지만 일대일을 중단해야 할 것 같아. 슬럼프가 왔는지 언제부턴가 답레를 쓰려고 해도 의욕이 안 나고 캐입도 힘들어져서... 이대로 이어가봤자 민폐만 될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야. 둘의 이야기가 나한텐 너무 버거웠나봐. 내가 너무 부족한 탓이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되어서 미안해. 그래도 그동안 즐거웠고 놀아줘서 고마웠어. 마녀주도 현생 잘 보내고 즐상판 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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