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이름이 기거하는 곳은 지하의 가장 깊은 곳이다. 지하 외부는 물론이고 지하 내부에서도 쉽게 찾기도 어려운 장소라 도시의 괴담 중 하나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홍등가를 통해 들어오는 방법에 사람들의 혼란을 빚기 딱 좋은 것이었다. 제아무리 지하의 구조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지상의 건물을 통해 지하로 들어오는 방식이고, 오는 길 여러 사람을 지나치니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장소에서 에만은 턱을 괴며 누군가를 내려다봤다.
"그렇지?"
바닥에 제압된 것은 저격수를 보낸 조직의 수장이다. 미카엘과 페로사를 다시금 재회하게 만든 큐피드나 다름없지만, 에만은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조직의 수장 자체가 저격수를 보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안 들킬 줄 알았지, 그렇지.. 응."
그렇지만 신경이라곤 일절 쓰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거슬리는 것이 죄였고, 목숨을 노렸다는 것이 죄다. 에만은 눈을 휘며 웃었다. 말간 미소를 지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부스스한 작은 여우가 아닌,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음침하게 웃는 남성일 뿐이었다.
"살고 싶으면, 복수를 해." "복수?" "응, 널 밀고한 조직에게 복수를 해."
활동하기엔 눈엣가시였던 조직의 수장이 미카엘을 노렸던 진짜 조직의 수장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가두고 몰살한다.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 할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미카엘은 속내를 숨기며 천사처럼 웃었다.
"그러면 넌 지하의 영웅이 될 거야. 어때, 하겠어?"
이 조그마한 빌런은 자신이 처음 나타났던 순간 벌어졌던 일처럼, 다시금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흐리게끔 할 생각이었다.
"……하겠어." "착한 아이네.. 좋아, 열심히 하길 바라. 나는 널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
삶이 격동한다 한들 바빌론 시티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껏 발버둥 쳐보렴, 네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 마치 그렇게 속삭이던 도시가 오늘은 다릅니다, 개미가 갉아먹은 듯, 아주 작은 균열이 일었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은 균열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지, 아니면.. 오늘도 당신은 평소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여름의 백일몽이 아닌, 이제는 영원해야 할 순간을 떠올리며,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고, 목에 달린 강철목줄을 박살내기 위한 균열은 소리 없이 커져갑니다.
할 수 있는 일: 4(지난 선택지로 인한 강제 차감으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3) 추가 인간관계: 2
[인간, 원한 관계] - 인연이 있다면 원한도 있는 법.
0-1. 아르카디아의 지배자 - 포인트 차감은 없으나, 인간관계 포인트 전체 차감시 2-2 특전으로 자동 변환 "저 분.. 히어로 은퇴하시기 전부터 VVIP셨잖아요." ─ 용왕을 본 엘리베이터 보이
결과: 오늘도 분주한 화이트나이트의 바, 엘리시온. 그 평온함을 깨트리듯 누군가 나타납니다. 이 호텔의 VVIP이자, 아무에게나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화이트 나이트 블랙 카드를 가진 소수의 거물 손님 중 하나인 용왕이군요. 바에 들어설 때마다 팁을 다발로 뿌려주기 때문에 별명이 '하얀 가오나시' 였던가요? 오늘도 누구에게 팁을 뿌려줄까 생각하듯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허리 옆에 딱 달라 붙은 건... 마오군요. 부작용: 미카엘의 교환일기를 용왕이 쌔벼왔습니다. 이 이후의 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0-2. 수상한 거래처는 항상 조심할 것! - 지난 선택지로 인한 일 포인트 1 강제 차감 "날 그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었다고, 어르신께 데려가서 지하에 매달아주마..!!" ─ 그때 그 진상.
결과: 지난번 모천향, 마오를 도운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불운이기도 하지요. 은밀하게 독살 당할뻔한 사람을 구해줬더니만, 평범한 사람이 그걸 알리가 있겠어요? 기분 좋은 퇴근길, 불한당의 습격은 늘 귀찮은 일입니다. 이 조직이 지하와 연관되어 있다면 더더욱 곤란한 일이지요. 부작용: 포인트 강제 차감, 이외에는 현재 이렇다 할 부작용은 없음. 0-3. 미네르바의 부엉이 - 차감 없음. "안녕, 페로사.. '뒤집어진 이름'이요 악인을 비호할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찾아온 이유가 뭘까?" ─ 지하, 익숙한 목소리. 결과: 지하에 가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뇨, 위의 구겨진 녀석들을 던지는 것 말고요.. 어차피 던져봤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텝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 누구도 알지 못하나 그 존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지요? 당신과 함께할 작은 여우의 조언대로 묘책을 구하고자 당신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책상에 깍지를 끼고 앉아 어깨에 코트를 걸치고, 제 나름의 정장을 입고있는 이 작고 보드라운 존재는..? 부작용: 믹깅이가 당신을 속였다! >:3 [일상] - 인간은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고, 일상 속에는 소문이 있기 마련입니다. 1-1. 엘리시온의 바텐더. - 일 포인트 1 차감 "아.. 오늘 손님들 상태가 다 별로네. 비가 온 뒤라 그런가.. 관광객도 그렇고, 단골들도 그렇고. 오늘 어디에서 취한 것 같지 않아?" "..페, 페로사..? 너 그거 뭐야? 세상에! 그렇게 안 봤는데.. 이 배신자!" ─ 선배 바텐더.
결과: 오늘도 당신은 일을 합니다.. 오늘은 조금 어수선한 날이군요. 그렇게 찾아온 꿀 같은 휴식시간, 당신에게 찾아온 선물과 더불어 입 가벼운 엘리베이터 보이의 손짓과 발짓이 더해진 생생한 소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3가지로, [기일/지하 투기장/아미티스 대학]입니다. 부작용: 우리는 다갓과 멱살을 잡는 사이라는 걸 잊지 맙시다. 부작용?: 믹깅이는 참지 않긔!
1-2. 휴식과 어수선함. - 일 포인트 1 차감, 인간관계 포인트 1 차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합니다.." ─ ?
결과: 휴식을 마치고 복귀하던 도중, 다급하게 나가려던 손님 하나와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이 손님이 무언가를 떨어트리고 갔는데.. 손님은 이미 자리를 빠져나간지 오래입니다. 나를 읽어봐. 판도라의 상자가 당신을 유혹합니다. 부작용: 다음 선택지에서 일 포인트 1, 인간관계 포인트 1 확정 차감.
[위선과 선행] - 도시를 살아가기 위해 이름만 바꾸는 행위 2-1. 엘리시온의 아주 친절한 바텐더 - 일 포인트 2 차감 선행 조건: 1-2 '휴식과 어수선함'을 선택하지 않을 것. 특전: 인간관계 포인트를 전부 사용할 시, 0-1번 특전을 삭제하고 자동으로 2-2. '겨울의 보호자'를 사용할 수 있음.</clr> "..내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돌봤더라면, 달라졌을까요?" ─ 의문의 인물
결과: 엘리시온 내부에는 여러 손님이 있기 마련입니다. 거래처의 갑과 을, 관광객, 소수의 거물, 최근 인플루언서의 사진으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젊은 층.. 오늘 당신은 여러 사람 중에서, 유달리 까다로운 손님을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히어로. 과거, 늑대인간을 사냥할 권한이 주어지던 존재. 친절함의 가면을 덧씁시다. 저 사람에게서 아주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부작용: 모든 일에는 은원이 있습니다. 다음 선택지에서 '용왕'의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2-2. 겨울의 보호자 - 인간관계 포인트 전체 삭감 선행 조건: 해당 항목을 선택 이전 인간관계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을 것. "역한 냄새가 나는 군." ─ 용왕, 마오를 옆에 끼고 들어오며.
결과: 손님이 가고 난 뒤, 누군가 나타납니다. 이 호텔의 VVIP, 블랙 카드를 가진 소수의 거물 손님 중 하나인 용왕이군요. ..바에 들어설 때마다 오늘은 누구에게 팁을 뿌려줄까 생각하던 표정이, 오늘은 매섭습니다..? 마오도 표정이 좋지 않군요. 매출의 큰 축인 이 두 사람을 잡을 건 당신 뿐입니다. 부작용: 이 이후의 일은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행동] - 오른손의 이름은 대화, 왼손의 이름은 합의. 3-1. 지하의 괴담 - 행동 포인트 1 차감, 인간관계 포인트 1 차감. "멈머가 도망쳐서 잡으면 먐먀가 도망치고, 먐먀가 도망치면 멈머가 죽어있고! 정말이지! 못 해먹겠.. 꺄아악!! 먐먀야!!! 페로사 씨! 살살 때리세요!! 그거 상품이에요!!" ─ 마오
결과: 지하에서 올라온 것이 역력해보이는 누군가와 '대화'를 했습니다.. 마오의 손아귀에서 또 탈출한 무언가군요? 그런데, 팔에 각인된 저 문신은...? 부작용과 행운: 다이스도 은원이 확실한 존재지요. 다음에 차감 될 행동 포인트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실패시 다음 부작용은..
3-2. 디저트는 항상 주의할 것 - 행동 포인트 1 차감 선행 조건: 2-2, '겨울의 보호자' "그래, 내 이름으로 그런 선물을 보냈다 그거지.. 암투를 바라나? 자네의 그 서 푼도 못 되는 머리로 꾀를 굴려보려 시도는 했군 그래." ─ 용왕
결과: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들리는 것이 늑대인간의 청력입니다. 시끄러운 싸움의 소리, 그리고 잦아드는 언성. 틀어박힌 작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지. 부작용과 행운: 무엇을 들었는지, 무엇을 듣지 못했는지, 무엇으로 도울 수 있는지.. 다이스의 가호를 빕니다.
[건너뛰기] 결과: 에만주는 착하니까 남은 포인트를 이월할 수 있다! 부작용: 에만주가 다음 일상에서 포인트 계산에 머리를 싸맨다! >:3
"응, 손님이 바텐더만 옆에 두고 혼자서 마시고 싶다고 하셔서. 출장비는 제대로 받았으니까. 응, 그러잖아도 입금해 놓고 전화하는 거야. 확인해 봐. 됐지? 결근 말고 출장이라고 찍어놔줘."
하고 전화하는 소리를 잠결에 언뜻 들은 것 같았다.
눈을 떠보면 블라인드로 햇살이 한가득 부서져들어오고 있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산들바람이 어쩌면 조금 서늘할지도 모르겠지만, 서늘함은 피부에 와닿고 그만일 뿐 네 살 속으로까지 파고들지는 못한다. 몸에 덮고 있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쾌적하기 그지없는 이불 때문만은 아니리라. 네 머리를 받치고 있는 탄탄한 팔뚝이 따스해서일 것이다. 그녀는 네게 애정 가득한 행동으로 이루어진 가벼운 아침인사를 몇 번인가 더 건넸다. 잠은 깼으되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싫은 모양인지 조금 밍기적거린다. 시간이 여유롭기는 하다. 그녀는 점심 넘어서 오후때쯤에나 출근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때 페로사의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발신인을 확인하더니, 대놓고 너한테 윙크를 하며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가져다대어 보이고 나서 전화를 받았다. "출장 업무는 끝났나?"
인사 대신 전화선 너머에서 건네어져오는 목소리. 두 사람밖에 없어 숨소리도 들릴 만치 조용한 호텔의 객실에서는 굳이 스피커폰을 키지 않아도 너에게도 잘 들린다. 너도 몇 차례인가 들어본 목소리다. 페로사는 짐짓 인상을 쓰고 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목소리 낮춰." 그리곤 일부러 짐짓 허공에 대고, 누구 제삼자 들으라는 듯이 예절바른 말씨로 양해를 구한다. "네, 미스터. 잠시만요. 받아야 되는 전화라서..." 미스터라는 호칭마저도 연막이지만, 그러고서야 페로사는 다시 전화로 돌아간다. 물론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안드라스가 전화를 연결한 이 공간에 확실히 페로사 혼자만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 뭐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다른 출장 업무가 임박했다는 것을 잊진 않았겠지?" "그래, 알고 있다고."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평소대로." "알았다. -오늘 밤은 비워두도록." "이봐,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