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방식 운운에 그녀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불쾌해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감명 깊었다는 것 또한 아니고, 지적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 납득하지 못한. 그러나 그럼 그렇다고 말해도 괜찮을텐데. 여태 굉장히 장단을 잘 맞춰주다가도 갑자기 쓱 짧고 메마른 감상이 튀어나오는 것은, 오히려 그녀가 내심을 감추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내게 주었던 것이다.
"허허. 아저씨는 그럴 의도는 없었어. 그런데.......마츠시타에 대한 인상인가. 뭐 물으니 기탄없이 얘기하겠다만 어디까지나 내 감상과 추론이니까."
나는 뒷짐을 지며 따라 걸은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쩔까. 생각하고 있는 바는 있지만, 초면인 상대에게 감상을 줄줄이 들어 기분이 좋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군. 상대는 분명히 자신이 비치는 모습을 신경쓰는 성격이다. 그런 만큼 훈계랄건 없어도 내가 봐온 솔직한 감상을 기탄없이 말해준다면 뭐, 참고 정도는 될지도 모르지.
"마츠시타는 맨 처음에 내가 아저씨라 자칭하는 것을 보고 교관이냐고 여쭈었다. 추측컨데 그것은 내 실력과 지위에 따라 네게 줄 수 있는 영향을 계산하고 그에 대한 태도를 재단하려 했음이 아닐까 싶군. 그 이후 내가 같은 반에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중학생임을 전했을 때, 마츠시타는 조금도 신뢰하지 않고 대하는 태도 또한 현격히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믿고 있던간 마츠시타는 스스로의 감상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나를 이상한 놈이나 정신병자 취급하는 대신에 예의바르고 상냥한 태도로 계속 대화하며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이는 처세술이 뛰어나고 본인이 그것을 의식하여 행하고 있음으로 보이는데."
요컨데 요령이 좋다고 할까. 처세술이 익었다고 할까. 스스로의 본심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고, 거짓으로 속이는 대신 상대의 장단에 자연스럽게 맞춰주며 대화를 유도하는 것은 뛰어난 대인관계술이다. 한준혁이에게도 훈계한거지만, 내가 정말 전생자인지 어쨌는지는 사실 나와의 관계에서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내가 정신이상자라 한들,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엔 이유가 있을 터고, 그것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관계 형성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걸 단순히 비위맞추기니 아부니로 치부하는 놈들은 처세술이 형편 없거나, 처세 따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놈들이겠지.
"그런데 도중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로서 유지를 이어간다는 발언은 꽤 와닿더구나. 장단을 맞춰줬다기엔 본인의 의견이 깊게 담겨있다 느껴진 말이었다. 물론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는 녀석이 아주 드문 것은 아니지만. 재밌는건 그 뒷부분이지. 그런 녀석들은 대체로 '살아가는 방식' 에 대해 스스로 확고히 여기고 있는 편이니까. 그런데 방금 내가 언급한 그것에 대해 고민은 하면서도 고개만 끄덕일 뿐 언급은 한마디도 안하더구나. 이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재 택하고 있는 살아가고 있는 방식에서 괴리를 느끼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살아가는 방식이 처세술적으로 생각했을 때 솔직하게 비출 수 없음이 아닌가. 뭐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나는 거기까지 얘기하곤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줄줄 얘기한 감상이 헛된 망상이 아니라면, 대체로의 결론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상대방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자신의 의견과는 별개로도 친해질 수 있도록 예의와 친근함을 드러낼 수 있는 처세술을 갖추고 있으며, 본성은 악하지 않으나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태도를 떳떳하게 주장할 수는 없음이라. 이런 녀석은 보통 착한 아이가 엿같은 세상의 불합리에 눈물과 분노를 감추고 있는 패턴이 많다만. 내가 점쟁이도 아니니까, 거기까지는 뭐라 확신할 수 없군."
나는 건물 입구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물어보기에 기탄없는 감상을 말했을 뿐, 별로 성격이 좋니 나쁘니 옳았니 그릇되었니 훈계할 생각은 없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틀려 넘겨 짚었다면 얼마든지 정정해주거라. 어디까지나 잠깐의 대화속에서 보인 모습을 기반으로 생각했을 뿐이니까."
하고 매듭지었다. 그러나 아마 자잘한 부분에서 억측이나 차이점이 있더라도, 큰 틀 자체는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내심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잠깐 썩은 곰팡이 식빵을 억지로 먹던 소년, 알렌을 떠올렸다. 눈 앞의 마츠시타가 훨씬 더 능숙하지만, 둘에겐 비슷한 느낌이 느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