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역시 라임이의 경우도 그렇고, 영월 기습 작전이란 것은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 명성이 뒤따르는 일의 뒷면에는 으레 그런 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명예란 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 실적 운운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군. 추측이지만, 녀석은 정말 순수한 실적 주의자는 아닐거다.
"별로 누구에게 하는 얘기는 아니다만. "
자신이 내린 선택과 지휘에서 희생이 컸다면, 그걸로 마음속 어딘가에서 부담이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걸로 얻어낸 실적을 손에 꼭 쥐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 기분이 되는걸지도 모르지. 그 희생에 상당하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헛된 희생을 유도했다는 생각과 직면해야된다. 어쩐지 실적 실적 떠들어대는 것 치곤 우쭐거리는 기색이 덜하더니. 이거라면 어느정도는 설명이 된다.
"지휘관이란건 필연적으로 선택하는 입장이고, 그런 개같은 일은 늘 따라붙지.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릴지. 합리적인 판단이라는건 생각보다 인간성에 피해를 많이주는법이거든. 아저씨 생각으론, 네 설명이 맞다면 녀석은 자신이 얻어낸 결과를 중요하다 여기지 않으면 일으킨 희생의 무게를 감당키 어려운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게 신병을 깔봐도 되는 이유로써 합리적인진 모르겠다만."
말하다보니 뭔가 떠오를락 말락하는 과거의 기분과 감정이 엿 같아서, 나는 담배를 한개비 더 꺼냈다. 입에 물곤 짜증내듯 불을 붙여 다시 한모금 문다. 어쩐지 나도 옛날엔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지.
캐묻는다기보다는. 지한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둘 다에게 괜찮은 결말일지를 생각해본 것이었지만. 지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온전히 전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전할지도요? 같은 말을 한 다음. 대운동회가 끝난 뒤에는 추모가 있다고 들었는데. 참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보인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잘 받쳐준다... 노력은 해봐야지요." "그래서 대운동회를 더 열심히 준비하는 걸지도 모르고요." 가볍게 말하면서 주위에서 무언가 불온한 기운이 슬쩍 나타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네요. 진짜로 무언가가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지한은 경계합니다.
.dice 1 100. = 20 ~50 그냥 까마귀였다. 51~93 둘이서 합공하면 금방 사라질 몬스터 94~99 도망치는 걸 추천 100 아니 여기 왜 대적이 와요
"그래야겠지. 거기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희생의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할테니. 대운동회에서 실적을 남기지 못하면 지난번 일은 요행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인식이 박히면 욕 먹는건 주로 지휘봉이다.....이 경우, 주변에서 하는 비난 이전에 자기 자신이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만."
나는 언젠가 강산이와 대화하면서
'이번 대운동회에서 특별반의 운명이 크게 달릴거다. 기대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세간에게 지난번 일이 요행이었는지, 제대로된 실력이었는지를 가를테니.'
라고 얘기한적이 있다. 녀석의 입장이라면 필사적이 될 수 밖에 없겠지. 이런건 주변 평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주변 평가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 것 이상으로,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고 가슴을 필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될 것이다. 내 지휘와 판단은 옳았다고. 지휘관으로써 자기 자신을 신용할 수 있을지를 가르게 될 것이다.
쯧, 하고 혀를 찬다. 원래부터 반항할 생각은 없지만 적당히는 골려줄까 했는데, 이럼 나도 진지하게 하긴 해야겠군.
"뭐 둘은 친해보이니까. 전에 셋이서 갔을 땐 태도가 부드러운걸 기억했기 때문에 네게 이런 얘길 꺼냈던거고."
현준혁이 본인에게 떠보니까 너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은걸 말하는건 너무나도 잔혹한 짓이라서. 나는 어디까지나 상대도 알법한, 적당한 상식 범주의 이야기로 그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