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은 이야기였다. 너는 너무 오만하고 기가 세다고, 그 기를 조금만 죽여도 사람들이 많이 다가오겠다고 말이다.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헛소리다. 결국 이익을 위해 친한 척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답답한 관계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검을 쥐는 게 좋았다. 최소한 내가 매달려 무언가를 얻고 싶다고 한다면 그 길을 보여주려곤 했으니까.
어쩌면 오토나시가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그렇지만 오토나시는 찬찬히 고개를 저어 보입니다. 그러는 이유는 뻔했지요.
" ' 이미 끝난 거래 '에 혹시나 있을 허점을 찾고 미련을 가지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 별 상관 없어 ' " " 이동하는 동한 헬멧 뒤의 종이를 떼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
사소한 일로도 줄줄 이어지는 생각의 연쇄를 끊기에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오토나시가 그 방법은 선호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거래 당시의 계약사항. 즉 ' 1시간 동안 헬멧 뒤에 종이를 붙여달라 '만 완벽히 지켜준다면 실질적으로 그런 토고의 모습이 몇 분이나 노출이 되던간에 어그로가 조금이나마 분산될거고요!
" 음. 그리고 여우신 님은 ' 이나리 '와는 달라. 오랜 예전부터 이나리 신사에서는 사람들의 친근함을 유도하기 위해 여우 형태의 물건을 팔곤 했다고 들었어. 그래서인지 종교에 대해서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은 ' 이나리 '하면 여우를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 " ' 이나리 '님은 여우의 모습을 가진 신이 아니야. 부하가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거지. 여우신님은 ' 이나리 '님과 별개의 신님이고 ' 매우 복슬복슬하고 귀여우셔 '. "
실제로 토고는 자기 헬멧에 껌이 붙어있어도 자기 머리카락에 붙여진것이 아니기에 발견하기 전까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아는 것은 힘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무지는 축복이다. 라고 토고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고 본인은 헌터이기에 더 많이 알아야 하지만 말이다. 상인이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니, 체감상으론 이미 헬멧에 종이를 붙인지 한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한시간? 어쩌면.... 한...주... 아니, 이주일지도...
"오.. 그른기가?"
토고는 일본 신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광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우연찮게 보게 됐고 듣게 된 것중 하나가 이나리 였던 것이다. 그녀의 설명이 나중에 쓰일대가 있겠나 싶은 토고였지만 그래도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신도 상업에 이용한기가? 천벌 안 받고?"
크크.. 토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직접 웃을순 없기 때문이다. 지금에서 저런 짓을 하면 천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신이란 존재가 공상에 가까운 존재였으니 천벌은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섣불리 손님과의 계약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한 번 깨져버린다면 경우에 따라서 다시 장사를 하기 힘든 것이 상업의 세계. 오토나시는 토고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 상업에 이용했다 '라.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해석 할 수도 있겠네. " " 음. 이건 내 ' 의견 '중에 하나이지만 종교라는게 꼭 신도들의 신앙심만으로 돌아가진 않으니까. 그건 종교에 필요한 ' 기본 중의 기본 '같은 느낌이고 세를 불릴수록 부수적인것이 필요하기 마련이지. 그런 부수적인 것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 돈 '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일까. 아직도 지구는 ' 자본주의 사회 '이니. " " 그렇게 번 돈은 종교로 환원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신에 대한 친근감을 가져 신도가 된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하늘에서 천벌이 내려 올 일이 없었다. "
그런 느낌.
" 여우신님은 꼬리를 물려고 빙글빙글 도셔. ' 빙글빙글 ' "
종교인이 되면 직감적으로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지요. 이 사람이 내 선교에 넘어 올 자인가 절대로 넘어오지 않을 자인가. 오토나시는 토고가 후자일것이라 어림짐작을 했기에 평상시의 오묘한 화법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합니다.
"크크. 혹은 모르제." "신은 신자를 이용하고 신자는 신을 이용해먹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상인적인 관점이다. 신은 신자를 통해 신앙을 모은다. 믿음을 모은다. 그렇게 해서 살아간다. 신자는 신을 통해 돈을 번다. 희망을 얻는다. 그렇게 내일을 살아간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옛 시대에선 신이라는 존재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그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겠지만 어쩌면 신이란 존재를 확인할수 있는 요즘 시대이기에 이런 관계가 더 명확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말을 하면 토고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 같으니 권위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그녀 앞이기에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무교인이었음 서슴없이 말했겠지만은.
"빙글? 돌아뿟나?"
욕이 아니다. 빙글빙글. 꼬리를 문다. 우로보로스를 떠올린 토고였다. 하지만 여우는 꼬리를 물려고 빙글 돈다면 우로보로스는 이미 물었다는 걸까.
"크크. 됐다. 꼬리를 물던 말던 여우가 다 그런거 아니겠나? 언제든 다른 거 할수있는 거." "빙글 돌다가도 딴 거 하고 싶음 딴거 하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