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은 이야기였다. 너는 너무 오만하고 기가 세다고, 그 기를 조금만 죽여도 사람들이 많이 다가오겠다고 말이다.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헛소리다. 결국 이익을 위해 친한 척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답답한 관계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검을 쥐는 게 좋았다. 최소한 내가 매달려 무언가를 얻고 싶다고 한다면 그 길을 보여주려곤 했으니까.
토고는 이채준 스승님과의 만남을 끝내고 미리내고로 돌아왔다. 거래를 끝낸 뒤라 그런지 할결 홀가분했다. 평상시라면 기숙사에 들어가 커어어어어 하며 잠을 잤을텐데 지금은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가? 토고는 늘 지나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활짝 열린 특별 보관실이 신경쓰였다. 평상시에는 닫혀있었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열려있었다. 아마 그 이유를 유추하자면... 대운동회 때문이겠지. 토고는 속으로 못된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여기서 이러면 진짜 목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오 삼대가 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굿 토고로 돌아왔다.
"캬... 으리으리하네..."
주변에 배치된 사람들하며 보관실의 풍경하며... 토고의 눈으로 보기엔 범상치 않아 보였다. 대체 무엇을 지키고 있을까? 보관하고 있을까? 토고는 호기심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토고는 보고 말았다.
토고는 검사가 아니다. 거너인 토고가 검을 본다고 하더라도 별 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어쩔수없는일. 하지만 그런 토고가 감탄사를 참을수없을 정도로 토고가 보고있는 이 검은 훌륭했다. 검 자체의 효과 같은 것을 제외하고도 신 한국의 국왕인 유 찬영 님이 대운동회를 맞이하여 일시적으로 전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검 자체에 담긴... 혼? 그런 것이 토고에게 느껴진 것 같았다.
토고는 일본인이지만, 고아에다 어린 시절 이채준 스승님에게 주워져서 그런 걸까? 이름만 이렇지 본인은 신 한국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토고는 검을 빤히 관찰하다가 이런 코스트는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 의문이 들어 고개를 기울였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까 싶어 주변을 돌아보다가 삐까삐까한 머리에 훤칠한 인상 그렇지못한 분위기를 가진 이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여기서 떠드는 건 매너가 아닌 것 같았지만 토고는 그간 힘든 일을 했기 때문인지 반갑다며 알렌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토고는 알렌의 인사를 받고 검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했다. 솔직하게 느낀 바 그대로를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서로의 역할이 역전되어 알렌이 거너이며 자신이 검사가 된것 같았다. 토고는 "흐음.." 하며 신음을 흘리며 알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게 무슨 느낌인지 대충이나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우짤수있나? 내 보니 저건 역사다. 역사를 증명하는 그런 존재다. 그러니 역사를 겪거나 아님 역사를 알지 못하면 별 감흥 없을거라 내는 생각한다."
물건 중에는 골동품이라는 것이 있다. 토고는 저것과 골동품은 비교하기도 아까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비슷한 면이 어느 정도 있으니 토고는 생각을 계속한다. 골동품은 시간이 흐르고 역삭가 쌓여 값어치를 더해간다. 그리고 저 코스트도 그런 거다. 그 역사적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단순한 검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크크... 그래도 마 검사는... 그 뭐꼬.. 검념? 검이랑 대화카고 그런다메? 그라믄 또 모르제. 역사라는 가치를 지닌 검이 뭐라 한마디만 해도 감동의 눈물 흘릴지도 모른다."
토고는 크크 웃었다. 헬멧 때문에 보이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아, 이 얼마나 안정감 느껴지는가...
"내는 뭐... 일본인이래도 신 한국에서 자란거나 다름없으니께 혼 비스므리한걸 느꼈지만 말이다."
"별 거 있나? 그냥... 니가 까리하다 느낌 까리한거고 멋없다 싶음 멋 없는거지. 가치는 니가 정하는 기다."
토고는 알렌이 스스로 생각하라는 듯이 자신의 헬멧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건들였다. 상인은 물건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100GP라 말하더라도 상인은 1000GP라 생각한다면 그렇게 파는 존재들이니까. 이것을 검에 적용한다면? 뭐.. 더 다를 게 없다고 토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사방에서 시선이 꽂히는 건 어쩔수없는걸까.. 토고는 알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토고는 바깥으로 나오자 답답한 물 속에서 나온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채준 스승님과 거래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갑갑함이었다. 지금은 해방감을 즐기고 있는 토고였지만 말이다. 특수 보관실 문 옆옆옆옆옆 자리로 가서 껄렁거리며 토고는 복도에 앉았다. 그리고 알렌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데?"
그리고 토고는 임마는 아무것도 몰랐나? 싶어서 "허.."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이걸 설명할 생각에 토고는 머리를 박박 긁고 싶었지만 헬멧에 가려져 애꿎은 헬멧만 긁었다.
"영월 알제? 특별반이 여러 길드에 도움 받아가 영월 작전 성공한거 들었제?"
토고는 다시 한숨을 흘렸다.
"북해 길드에 줄 선물 사러 내 스승님한티 갔다왔다. 60만GP. 고거 들고 갔다가 거래해가꼬... 140만GP 더 얹어가 북해 길드에 고급 등급 장비 200개씩 해서 400개 선물하기로 했다."
토고는 거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일부러 말 안 했다.... 언젠가 말을 하긴 해야하지만 말이다.
토고는 그의 말에 입을 열었다. 좀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1년. 그래 1년... 알렌은 1년간 이라 말했지만... '최소' 1년간이다.
"아그야... '최소' 1년이다. 더 길어질수도 있다는 거 명심혀라. 그래도 대곡령이 음청 끝내주는 가게인 건 맞으니까 품질 걱정은 없을기다. 대기업이나 딴 길드 휘하, 깐깐한 장인 아니면 웬만하믄 다 가능하고... 가게 없더라도 워퍼 있으니께 배달서비스 받을수 있을거다."
'돈은 좀 들겠지만'
여기에 부산물 관련, 대규모 거래 관련 같은 건... 토고는 말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괜찮으니 말이다. 여명 길드에서 대규모 거래를 할 일이 있을까?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부산물 거래? 대운동회로 바쁘니 게이트에 갈 일은 거의 없을 거고... 아이템화 된 부산물은 가격처리를 해준다고 하는 거니 문제는 없을거다. 아마도.
"그래... 최선을 다 해랴. ...근디 니 저어어어번에 상태 좀 안 좋아 보였는데 이제 괘안나? 검이랑 대화하는 중2한테 한 소리 듣지 않았나?"
토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다리를 펴서 일어나니 피가 안 통하던 다리에 피가 흐르기 시작하여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알렌을 가만 바라보았다.
'뭐고? 이 반응은? 설마...'
토고는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자신이 부끄러웠나? 예. 얼굴을 가리는 걸 보니 전형적인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반응이다. 마치 이불을 발로 차듯 말이다. 이미 해결된 일인가? 예.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지나갔으니 흑역사란 이름이 붙지.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토고는 끝내주게 재미있어보이는 장난감을 발견했는데 말이다. 토고는 헬멧에 얼굴이 가려져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 토고의 표정은 끝내주게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것도 비열하게.
"뭐고? 뭐고? 말해도가. 와 그러는데? 얼굴 좀 가리지 말고 내도 잘생긴 상판 함 보자."
당장 보면 저기 지한이 할아버지나 준혁이 아빠가 가진 세력과 무력 둘을 합쳐서 저정도 명성을 가지고 있는데 말했듯이 세계무역이 맛가버린 상황에서 바다루트를 개척해서 교류를 시작한 상인이라거나, 영웅은 못 되더라도 어중간한 준영웅은 찜쪄먹는 90레벨 후반대의 영감님들의 제자가 위대한 스승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