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물고기라 하면 나는 등용문을 올라 용이 된 이야기밖에 모른다. 민물에서 살아서 그쪽 상식이 짧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수치를 모르고, 또 언제나 당찬 성격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대신 팔짱을 끼고 바다에서 하늘 나는 물고기에는 뭐가 있을지 상상하는 것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날치뿐이다. 생각보다 별 거 없네. 나는 콧방귀를 끼었다.
"시끄러워. 나는 도짓코 속성의 온나노코 컨셉이라고. 남자 인간들 땀내나는 일은 몰라."
지금 내 모습과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둔갑하고 있다만, 그만큼 내가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이므로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무튼 이 자식은 신을 대표했다면서 소녀의 마음은 하나도 모른다. 그에 반해 나는 여자 마음도 잘 알고 항상 신경써주면서 산다. 그 덕에 나는... 그리 생각하니 내가 열낸 일이 전부 부질없게 되었다. 그래, 애인 있는 내가 봐주자. 나는 성내는 대신 입꼬리를 끌어 올려 입으로 가는 틈을 만들고는, 그 사이로 공기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었다. 피식- 누가봐도 비웃는 표정 완성이다.
"난 짠내나는 비늘은 관심 없어. 아아- 이라나이-"
나는 긴 다리 한껏 이용해 저벅저벅 산길을 내려왔다. 귀를 양 손으로 막고 모르겠다는 말만 여러번 반복했다. 이자식은 신이면서 인간만큼이나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 게다가 성가시기가 거머리 저리가라다. 괘씸한 녀석... 학교에서 만나면 연애사업을 전부 어깃장 내주마, 따위의 생각을 하며 나는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막레로 봐주면 될 것 같아~! 아아... 싸움 수준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는 농담이고 난 마이리가 계쏙 긁는 거 재밌었어 ㅋㅋㅋㅋ 사실 마이리 시트 봤을때 약혐관이면 재밌겠는데~ 같은 생각도 했거든 상극일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ㅋㅋㅋㅋ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마구마구 긁어줘라~!
구름에, 오로라에, 박쥐에, 다음은 양귀비인가. 코로리의 표현력은 참 다방면으로 뻗어있구나 싶다.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오색찬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그란 구 안에 모든 색이 들어있지만 하나로 뒤섞이지 않고 각각 일렁일렁, 반짝거릴 것 같다고 할까. 정적으로 보이는 코세이와는 정반대 같기도 하다. 쌍둥이면서 참 이곳저곳 다르다는 생각도 하며, 요조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과일, 사탕은, 좋아하는 편, 이네요..."
레몬만이 아니라 오렌지나 사과도 좋아하고, 마른 과일 박은 바크 초콜릿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유달리 좋아하는게 마히루가 만든 것일 뿐이다. 요조라는 코로리가 에이드를 마시고 눈 동그래지는거나, 과자 서랍이 열렸을 때 꽂힌 시선, 사탕을 입에 넣으며 뇌물 안 통한다고 중얼거리는 모습 등등을 시종일관 담담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입안에서 굴린 사탕이 뺨 한쪽을 볼록하게 만드는 걸 보고 콕 눌러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다, 생각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저 안부 묻듯 던진 질문에 방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요조라는 시계침 똑딱이는 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방에 그런 시계는 없었다. 그래서 요조라도 코로리도 아무 말을 안 하니 방 안은 그저 조용할 뿐이다. 가끔, 에이드 속 얼음이 달각거리는 소리만 난다. 달각, 달각, 그 소리 속, 시선을 피한 채 컵을 쥔 코로리와 컵 속 얼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걸 말없이 응시하는 요조라. 한여름날 녹아 흘러내리는 물엿처럼 느리고 무겁게 흐르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다름아닌 요조라다. 빨대를 크게 저어 얼음과 에이드 섞어주고 한모금 마신 요조라가 말했다.
"딱히, 어떤 의도가, 있어서, 물은 건, 아니에요... 그냥, 확인이었을, 뿐이니까요..."
개인적인 의문이었고 그걸 풀기 위한 확인이었을 뿐이라며, 차분히 말한 요조라는 잠시 시선을 옆으로 하고 뺨을 긁적인다. 그런 질문까지 했는데, 앞뒤 얘기 없는 건 좀 그렇겠지, 그치? 다시 시선 돌려 코로리를 바라보고, 손 뻗어 코로리의 어깨 톡톡 두드려주려 한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마음 놓으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턱 괸 손 떼어 자세를 곧게 하고 얘기한다.
중간에 살짝 우물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막상 말하고보니 좀 부끄럽달까, 귀가 화끈거리는 느낌이라 괜히 머리카락 만져서 귀끝을 가린다. 손 움직이는 김에 옷도 좀 만지작 하고, 손톱으로 컵 표면을 톡톡 두드리기도 한다.
"집에, 전해오는 얘기가, 있어서... 신이라던가, 있을지도, 하고 믿는... 편이거든요. 별로, 퍼뜨린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요... 누구인지, 알아둬야, 대하는게, 좀... 편해, 지지 않을까, 해서 물은 거니까..."
마히루에게도 사귀는 건 들켰지만 그것만큼은 안 들켰고, 이자요이 남매가 걱정하지 않게 잘 함구할 생각이라며 덧붙인다. 무엇보다 자신은 코세이가 신이라서 좋은게 아니니까, 그런 걸로 약점 잡을 생각도 없고, 코로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하던 요조라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코로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자신에게 물을 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신의 다리를 잡는 렌의 행동에 아키라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두 눈을 깜빡였다. 당연하게도 갑자기 기습적으로 당한 것이기에 그의 몸은 뒤로 넘어졌고 이어 풍덩- 하는 소리가 주변에 울렸다. 뽀글뽀글. 이내 올라오는 것은 공기 거품이었다. 하지만 아키라는 그 상태에서 숨을 꾹 참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물에 정말로 빠져서 정신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이러면 정말로 상대가 깜짝 놀랄지도 모르나 오히려 그것을 노리는 행동이었기에 그는 정말로 꿈쩍도 안하고 숨도 꾸욱 참으면서 물 속에서 힘을 줘서 떠오르지 않게 버텨냈다.
허나 그가 수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폐활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었다. 숨이 점점 막혀오는 것을 느낀 그는 30초도 안되서 갑자기 기습적으로 물에서 튀어나오면서 렌을 놀래키려고 했다.
"우와아앙!!"
일부러 그렇게 큰 소리를 내보기도 하지만 렌이 깜짝 놀랐을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제대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자신의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머리카락을 쭈욱 잡아서 짜내려고 했다. 시원하긴 했으나 귀에 물이 조금 들어갔는지 그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후에 반대쪽 귀를 톡톡톡 치기도 하고, 다른 귀를 또 톡톡톡 치기도 하면서 귀에 들어간 물을 빼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물이 상당히 시원하네요. 이 물도 모두 신의 기운이 깃들었다고 하는 그 물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신기하지 않아요? ...마치 신의 힘을 받으면서 수영을 하는 것 같잖아요? 뭐, 애초에 전승이니까 실제로 신의 기운이 있을진 아무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