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피가 터진다는 감각은 썩 유쾌한 감각이 아닙니다. 옷 위로 들어난 긴 자상의 흔적. 그 흔적을 바라보며 준혁은 가볍게 혀를 찹니다. 온 몸을 총이 꿰뚫는 감각,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 그 비어가는 감정들의 느낌이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가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다가오던 느낌들이 말입니다. 손에 들린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총을 사용하는 총사라 해놓고 총을 쓸 수 없는 상황은, 썩 유쾌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손을 들어올립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적절히 뒤섞어 수족으로 쓰는 것.
그게 지휘관의 자세이고, 심리이니까요.
미친 개들의 질주
그러니 믿는 수밖에 없을겁니다. 눈 앞에 있는, 과거의 한지훈은 지금까지의 적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것을 어느정돈 인정해야 할 테니까요. 쯧 하고 혀를 차버립니다. 영월에서 느낀 무력감이 다가오는 것을 참아내고 준혁은 알렌을 바라봅니다.
소리를 지릅니다. 공포는 천천히 물려져 달라들 용기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비록 만용이라 할지라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 세 번의 검광이 반짝이고 아슬아슬한 거리 안에서 팔을 노리고 휘둘려진 검에서 첫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아주 미미한 핏줄기, 단 한 방울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피이지만.. 지독히 개운한 공격이었습니다.
천천히 탄환을 장전해내면서 토고의 시선은 손에 쥔 총을 향해 있습니다. 처음 쥔 것이 분명한데도 감각은 익숙한 듯 손에 총을 착 감아갑니다. 왜 그렇게 좋은 총과, 좋은 기술을 강조하는지 퍽 알 것도 같습니다.
온 몸의 의념을 짜내어 총에 빨아먹히면서, 토고는 신경을 집중시킵니다. 아마 이 총을 쏘고 난 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앞에서 아슬아슬한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알렌을 믿어보기 위해 총구를 내밉니다.
끼리릭. 리릭, 틱. 철컥.
총을 장전한 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손 끝에 느껴지는 감각은 오늘따라 예민하기만 합니다. 그럼 이 순간의 감각을..
탕
쏘아내면서.
번쩍!
알렌의 섬광이 시야를 가리기 위해 터져나옵니다.
콰득. 드드드드득,
머리를 노리고 쏘았음에도 그 것을 쉽게 맞아줄 생각은 없다는 듯. 그러나 완전히 피하는 것은 실패한 성 싶었습니다. 어깨를 타고 붉은 피가 뚝, 뚝 떨어지고 있었으니까요.
" 많이 아프네. "
히죽. 웃으면서 한지훈은 알렌을 발로 차 날려버립니다. 기이할 정도의 괴력에 알렌이 밀려납니다.
프흐으으으.... 하아아아아..................
그는 검을 납도한 채 숨을 뱉어내기 시작합니다. 의념 각성자의 건강으로 강화된 폐활량을 넘어 단 한 줌의 숨도 남지 않을 만큼의 숨을 뱉어낸 직후.
철컥.
그의 하얀 검신이, 검집 틈새로 살짝 얼굴을 드러냅니다. 품은 살짝 숙인 채로, 덧없이 깔끔한 그 자세. 세 사람은 동시에 온 몸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찌릿함에 움직이려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모든 숨이 사라진 후 미동 없는 검사의 모습에는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검은 쥔 손은 괴력의 영향임에도 조금의 떨림도 없습니다. 단지 눈 앞에 있는 것을 지독히 베어버리겠다는 듯. 이미 흉악하던 의념은 광폭함에 다달랐다 공백이 되어가듯 가라앉고. 푸른 눈동자는 백색으로 물들어갑니다.
알렌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검을 사용하는 검사, 그 위치에 있는 곳에서 알렌은 지금의 광경이 충격과 다르지 않습니다. 막아내기 위한 자세를 취하곤 있지만. 남은 두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알렌은 보고 있습니다.
검사. 그리고 검, 그 둘이 표현하는 의지.
그 세가지가 단 하나로 압축되어 단 하나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 념? 그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형形.
자신이 원하는 검의 형태. 무엇이라도 베어낼 수 있는, 무엇에라도 닿을 수 있는 검을 그려내고 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알렌은 적임에도 지독한 경외심에 빠지고 맙니다.
의념기
한지훈의 검이 뽑혀집니다. 저 먼 지평선을 향해 그 검 끝에 베어내려 하는 형상이 잡히고.
일섬 一閃
카가가가가각. 길게 그 선을 따라 선을 그어내며 불가능한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막아내려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의념을 끌어내보지만 그런 것이 통용될 법한 공격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경지. 그 검을 그려냈다는 것이 이렇게나 온 몸을 찢어발기는 것이 맞는지. 죽음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합니다.
투둑, 뚝.
토고 쇼코, 현 준혁, 알렌은 전투 불능에 빠집니다! 캡틴의 보호가 발동됩니다! 세 사람은 최선의 컨디션으로 전투에 복귀합니다. 6회의 부활 기회가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