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미소로 이쪽을 돌아본 순간, 공기에 흐르던 그것은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던 사냥감의 냄새다. 저 치들이 그것을 맡았다면 이 명량한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등 뒤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었다면. 혹여 겁에 질려 물러나지 않았다면? 의지를 증명시킬 힘이 없다면, 그것은 곧 애처로운 허세이자 덧 없는 만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그러나 도검의 신은 굳이 그것을 들추려 들지 않았다. 빚을 졌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제 입장도 잊고 잔뜩 일갈을 했을테지만, 신세를 졌다...라는 말이 마냥 거짓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분명 가타나누시는 참지 못해 백마디 말보다 칼을 뽑는 것으로 격차를 벌이는 것을 택하려 했다. 그렇기에 이 미나미 스즈의 개입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사장에게 혼이 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되었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해져 오는구나.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서는 헛기침으로 통성명의 운을 튼다.
"하가네가와 시로하. 가미즈미 고교에 재학중인 3학년생인게야."
그러던 중, 문득 시로하의 희연 눈썹이 올라가 아리송하게 변한다. 지금껏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대하며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말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의 초문(初聞).
나 드디어 종이비행기 접었어ー! 코로리는 사탕세트보다 드디어 종이비행기를 접은게 더 기뻤다! 그리고 한 번 포인트를 얻으니, 10점만 더 얻어서 사탕세트가 두개였으면 했다. 하나는 세이꺼!
.dice 1 3. = 2 당첨/당첨/꽝
.dice 1 7. = 7 1점, 10점, 20점, 30점, 50점, -5점, -30점
366카가치의 완전뒷북 최강뒷북 마니또 후기. 하지만 초딩이니 그럴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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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거의 끝나감) 00:02:44
다육이는 창가에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미처 변색은 고려하지 못한 채로 그 곁에 내려두었으며 (머지않아 비명지를 예정이다) 매실맛 사탕은 하나 쏙 먹어보고 으 이게 무슨 맛이야 하며 기숙사 구석에 박아두었다. 남 주기는 싫다.
사로잡힌 벚꽃의 키링은 여러 차례 햇빛에 비쳐보며 저도 모르게 넋 놓고 말았고, 치- 이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거든! 화내며 가방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줄 거면 못해도 123457890897개는 주지 하나가 뭐냐며 옹졸하게 불평했다. 고마타마고 두 박스를 받았을 때는 세 개 줘야지, 두 개라니 센스 없네! 하며 또 불평했고, 저번에 준 사탕으로 미루면 이번 것도 맛은 뻔하다며 흥칫뿡했다. 뭐 이딴 걸 준다고 맛있어할 줄 알아? 맛없네! 세상에서 제일 맛없어! 와, 어떻게 이 정도로 맛없을 수가 있지? 노트북(기네스북이다) 올라야 하는 거 아니야? (줄줄이 먹고 있다) ...도쿄. 그러고 보니 도쿄도 가지고 싶다. 대도시라니 탐날 수밖에 없는걸. 아아, 도쿄로 갈 걸 그랬다. 거기는 띠꺼운 청룡신 따위도 없을 텐데!
"...물, 물은 줘야 하나...?"
제가 보내드린 하월시아 옵튜사는 잘 지내고 있나요? 그 말에 살짝 찔려서, 무심코 방치해두던 창가의 다육이를 흘긋 눈질했다. 다육이, 생존해 있습니다. 적당한 빛을 주는 것이 잘 자라는 비결이라 하니 아마 물도 주면 좋을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 전개로 페트병에 물을 받아 졸졸졸졸줄줄꿀럭꿀럭콸콸콸콸콸 생명수를 부어보았다. 다육아, 잘 자라렴...
"기뻤을 리가 있나. 베에에에- 다."
메시지에 쏘아붙이며 선물 상자를 교양없이 착착 뜯었다. 빈 앨범을 두 손으로 뺐을 때는 잠시 멍 때리고 말았다. 이윽고 카가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겠는걸요."
카가치는 굳이 말하면 위조 사진 전문이다. 합성 사진. 거짓으로 점철된 사진.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위조하지만, 대부분의 이유 따위 정해져 있다. 그것은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 제 모습이 기분 나빠, 거짓된 모습이라도 꾸며내 보이고 싶다. 우습게 합성하여 타인을 조롱하고 싶다. 사진으로 떼돈을 벌고 싶다. 남을 속이고 싶다. 카가치는 거짓의 신으로서, 그 심리를 누구보다도 관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짓의 신이므로 사진에서 위조 사진부터 연상하는 것은 자연한 순리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사진은 추억이기도 하다. 추억이라고 다들 이르더란다. 카가치에겐 실로 머나먼 그 느낌을, 그들은 당연한 것처럼 공유하더란다.
카가치는 탐욕스러운 신이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어버리고 싶다.
그야...
"짜자잔-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어보실까-"
찰칵.
"아, 씨이... 초점 다 흐려졌잖아. 다 너 때문이야-!"
카가치는 죄 없는 마니또의 메시지에 불평했다. 거미줄처럼 깨진 액정 너머에는 다육이와 원석팔지, 그리고 열린 창 밖의 환한 봄풍경이 자리해 있었다. 다만 초점이 흐렸고, 벚꽃은 이미 수없이 떨어져버렸다.
...이래서야, 추억은 되지 못하겠지.
기숙사 책상 위에는 앨범이 있다. 곱게 펼쳐져 있었다. 앨범에는 언제 뽑았는지, 인간이 할 방법으로 뽑기는 한 것인지, 어느새 단정한 사진이 꽂혀 있었다. 하월시아 옵튜사는 풍성히 자라 있고, 장미수정 팔찌는 선명한 빛을 발산하며, 창 너머 벚꽃은 흐드러져 과연 절경이라 할 수 있었다. 초점은 전문가의 솜씨처럼 반듯하고 내리쬐는 햇빛은 흠 없이 환했다.
악수가 하고 싶댔으니 요조라는 한 손만 내밀었지만, 이 서점 직원, 이름을 코로리라고 밝힌 그녀는 애써 들었던 책을 내려놓고 두 손을 내밀었다. 요조라는 손을 내민 채 가만히 있었으니 코로리의 손은 무사히 요조라의 손을 잡아 위아래로 흔들며 악수를 할 수 있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요조라는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듣지 않았으면 모를까,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호시즈키, 요조라... 에요..."
잘 부탁한다던가, 그런 말은 덧붙이지 않는게 요조라답다. 꼬옥 잡은 코로리의 손과 달리 그저 손을 내밀고만 있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살가운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것도 말이다.
"후링...?"
뜬금없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린가, 하는 듯 중얼거리기는 해도 되묻지 않은 요조라는 악수가 끝난 손을 거둬들인다. 왼손으로 옮겼던 가방을 다시 오른손에 들고서 코로리가 책을 챙겨 드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퀭한 눈매 속 검은 눈이 코로리의 행동을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노을빛 눈과 시선을 마주한다.
"네에..."
즐거운 항해 되라는 영문 모를 말에도 요조라는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 아까 내려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들고, 보던 부분을 살짝 펼쳐 안을 본다. 요조라는 손님으로, 코로리는 서점 직원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요조라가 나간 건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나서다. 한 코너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 책 저 책 몇번 들춰보다가 그대로 나갔는데, 나가는 길에 조금 빙 돌아 카운터를 지나갔다. 때마침 코로리가 자리를 벗어나있을 때 말이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며 나간 뒤 카운터엔 자그마한 통이 하나 남았다. 달콤쌉쌀한 아망드 쇼콜라(아몬드에 초콜릿을 겹겹이 코팅하고 겉에 코코아가루를 버무린 것)가 가득 담긴 통엔 호시즈키당의 스티커와 드세요, 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1.영어는 나름 하는 편이기 때문에 꽤 능숙하게 길을 알려줄 거예요! 물론 발음은 일본인 특유의 발음을 내겠지만! 2.싱긋 웃으면서 오빠보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분명히 근처에 있을테니까 그 사람과 결혼하면 오빠가 가미즈미 스파에 초대해줄게. 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네요. 3.아키라가 말 그대로 눈이 홱가닥 도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도련님 무쌍!! 은 아니겠지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