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행동 자체가 의미가 없다. 지금의 그녀가 그러했다. 교내에서는 기묘한 그림을 쫓아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났지만, 이전에 찾은 그 작은 그림조차도 인식을 하기 위해서 몇시간을 써버린 그녀에게 있어서는 작은 판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의 행동이 귀여워 보일 뿐, 그 이후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야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얼마 전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귀여운 양산, 그것의 첫 개시일이었던 것이다. 봄이 끝날 무렵, 조금씩 햇살이 뜨거워지는 것을 즐기며 좋아하는 기모노를 입은 채로 조용히 지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지복의 시간이라고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크지 않은 보폭으로 나막신의 소리가 울렸다. 아직 서역의 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공원에서는 그러한 것을 틀어주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었다. 그 사이로 허리춤에 매어둔 조그마한 방울이 울려 퍼지는 것을 즐기듯 그녀는 천천히, 공원을 돌다가 지친 것인지 근처에 있던 의자로 향했다.
“어라? 선객이 있었네요.”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좋았던 것인지 의자는 제법 넓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입 주변을 가리고는 슬며시 웃으며 빈 자리를 가리켰다.
“실례가 아니라면, 앉아도 될까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행동으로 옮기는 쪽이 조금 더 빨랐다. 그녀는 곧바로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자그마한 봉투를 꺼내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안쪽에는 슬쩍 보니 벚꽃색의 과자가 들어있었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꺼내, 소년에게 하나를 건냈다.
“일전에 생겼던 화과자점의 모나카랍니다? 오늘 가보니 새로 이렇게나 예쁜 것을 팔고 있길래, 무심코 많이 사버려서 곤란하던 참이었답니다.”
단 것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차를 마시는 것 자체는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과자를 자신의 입에 넣고 음미하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단팥의 단맛에 찹쌀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눌러붙는 듯한 감각, 역시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듯 보였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곳에서는 무슨 일인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젊음의 괴로움을 풀기 위해서 이런 곳으로 와서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던가?”
전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떨까- 학교라는 곳에서는 그다지 흥분되지 않는 그런 곳임을 알고서는 최근에는 어쩐지 조금 소극적이 되어버렸지만, 바깥에서라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는 어쩐지 즐거워져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노는 이런 때에는 어쩐지 바깥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법이죠. 좁은 곳에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넓고 밝은 곳에서야 보이는 것이 있을테고. 생각해보니 이 쪽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잘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그녀는 잠시 옛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들고있던 과자봉투는 잠시 옆으로 치워 두고, 이런 이 조용한 환경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들었던 그런 일… 그 시절에는 여러가지로 있었으니 그 정도야 언제든 있을 법 하니 괜찮나. 그녀는 적당히 고민을 집어치우고는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다.
"그런가요.." 모나카나 화과자나.. 토와는 그다지 즐기지는 않지만. 나름 맛은 괜찮았습니다. 애초에 담백하고 밍밍한 타입이기도 하니. 그런 폭력적인 단맛은 입이 마르게 하는 원인일까요? 마사히로의 질문을 듣고는 조금 고민합니다. 너무 당연한 거라서 그런 걸지도ㅡ
"학생이니만큼 공부를 좀 하고 있었지요?" 무언가 청춘의 낭만같은 종류는 아니지만요.라고 말하며 영단어 단어장 카드를 살짝 흔들흔들거리려 합니다. 재미없는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엔 토와는 그런 타입은 아니고..(토와주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럼.. 당신은 어쩐 일로 모나카를 싸서 여기까지 오셨나요?" 밝고 넓은 이런 공간에서 내려다보기 위햬서일까요?라는 말을 가볍게 건네는 토와입니다.
스즈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풀려 반 쯤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었다. 위험할 뻔한 상황에 몸을 던졌고 그 용기의 대가로 아무런 피해없이 작은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 용기를 내길 잘했다. 뭐든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그 때도, 그 해 8월에도 이렇게 한 걸음 뗄 용기가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텐데. 너와 헤어질 일은 없었을텐데.
" 으응? "
무모함은 삼가라는 말. 스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차례를 되묻고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인데 분명 후배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쩌면 그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알아먹지 못할 어려운 소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다. 스즈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로 그저 막연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 이 정도면 많이 참은거야~ 감당할 수 있을만큼 판 벌인거라구. "
친구들과 같이 있던 그 때는 상대가 누군지도 잘 알았고 어쩌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가미즈미고등학교 2학년 B반 미나미 스즈' 라고 자신을 밝히며 열받으면 찾아오라고 일렀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감추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된다는 듯 스즈는 후- 하고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곤 몸을 돌려섰다.
" 어쨌든! 다친 곳은 없다니 다행이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날 부르라구! 그러니까 나는.. 응.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음, 무언가에 매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열심히 하다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런 종류의 사람은 드물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조금 처량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나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을 좋아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그에 맞는 성과를 얻어내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했기에, 언제나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다. 아름다운 인간은 있다. 하지만 역시 그것 뿐이니까.
“용무가 없으면,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표정도 조금 우울해지기는 했지만, 어쩐지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서 일부러 한다는 느낌도 분명히 들고 있었다.
“밝고 넓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내려다 보는 건, 솔직히 즐겁지가 않답니다. 들판의 꽃이 피어나는 데에도 커다란 이유는 필요 없지요? 그저 그러고 싶어서. 그거면 되는 거랍니다.”
그녀는 천천히 한 손을 뻗어서 멀리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켰다.
“예를 들어서 저 아이들 잡기 놀이가 다소 즐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러는 것으로 즐거워하겠지요. 저도 같습니다. 날이 좋으니, 어딘가에서 몰래 피어나는 꽃들이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