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모르겠다’라, 야견의 자신의 입에서 그런 되지도 않는 허언이 나온 것을 입술을 닫은 그 즉시 후회했다. 불운하게도 정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와 마주쳐버렸다는 압박감 속에서, 가뭄으로 마른 땅 마냥 갈라진 뇌수에 단비가 내리듯 술기운이 찾아오자 무심코 내뱉고 만 망언. 은혜를 갚겠다고? 상대는 책략과 음모의 모용세가다. 눈앞의 대사가 꼬리 끝으로 부리는 실에 친절이 기름을 발라준 꼴이지 않은가, 젠장! 그러나 그런 야견의 당혹스러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계속해서 술을 따르고, 건네고, 마시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일각 쯤 지났을까. 백로의 무리가 마지막 한 잔만을 남기고 다 떠나갔을 때, 소가주가 다시 입을 열어 중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혼란을 하나하나 읊는다. 하나하나가 추후 무림의 판도를 뒤엎을 사건, 조촐한 술상의 값어치를 아득히 넘고도 남을 이야기일 것이다.
“...말씀하신 바 그대로입니다. 수라도가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란이 있다면 피하면 그만이요. 전란이 있다면 잘 지켜보다 강한 쪽에 붙으면 될 이야기다. 적어도 야견은 지금까지 그렇게 삶을 꾸려왔으며,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았다. 스스로의 보신과 출세 이상을 바라는 것은 그런걸 바랄 수 있는 자들의 사치라고만 생각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갈 무렵, 눈앞의 뱀이 호탕하게 웃는다. 야견은 좀 전의 육편과 기공이 남무하던 지옥도를 보았을 때 이상으로 오한이 돋는 것을 느낀다. 바람에 낙엽이 위로 떨어지면 그대로 두 동강 날 작두 같은 인간이, 취하기도 한다고? 아니, 취소다. 취한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얌전하다. 갑작스래 정신이 나가버렸나? 야견의 빈약한 어휘력으로는 그 이상의 단어가 재빨리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도 놀랐는지 낮은 천둥소리가 울린다. 곧 소나기가 쏟아지려는 것일까.
“대협, 그, 뭐냐, 조금 취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이어지는 중원의 말은 광인의 술주정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안광을 쏘아낼 녹안도, 고요히 으르는 기를 띈 금안도 아니거늘 평범한 갈빛의 눈이 자신을 비추자 야견은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번쩍이는 녹색의 눈빛과 함께 하늘에 번쩍하고 번개 줄기가 내리쬐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중원의 광소 섞인 언변이 이어진다. 그는 오늘 보고, 들은 것을 전부 잊으라 했다. 정파가 사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또 이 세상이 얼마나 미쳐버렸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이루려는 목표에 대해서. 정사를 대통합하여 마교에 맞서겠다는 황당무계하게조차 느껴지는 야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를 헛소리라 치부할 수는 없겠지. 그에게는 그것을 이루겠다는 확언한 의지가 있었으니. 그렇기에 야견은 자신의 목표를 중원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손에 술잔을 들고 백로 위에 겹쳐져 흔들리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뿐.
“저는....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모용세가의 소가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의 빗소리만이 들릴 뿐.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 생각했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것에 지쳐 떠나간 것일까? 어느 쪽이든 듣지 않는 편이 나았으리라. 우연이 겹쳐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 결과 살아가기에 충분한 힘을 얻은 이후에도 그저 연명할 뿐이었다. 중원은 이렇게 넓음에도 자신이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올라갈 곳을 찾지 못했다. 젠장, 미쳐버린 소가주와 술을 나눴더니 자신도 조금 정신이 나가버린 것이 분명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거늘, 어째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단 말인가. 야견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지독한 쓴맛에 술잔을 들어 남은 백로를 전부 비우고 빗속으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