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적막이 감도는 수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구의 남성이 텅 빈 수련장을 두리번 거린다.
" 원래 이렇게 한적한건 아닌거 같은데 "
수련장 안쪽을 둘러보는것을 멈춘 강철은 옷깃을 정돈하며 잡념을 떨쳐내곤, 뺨을 두어번 두드려 주의를 환기했다. 사람이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수련에는 중요한 점이 아니였으니까. 품 속의 사탕을 까서 입에 집어넣은 그가 사탕을 씹어삼킴과 동시에 의념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 까득 "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던가. "
손가락이 지나간곳마다 의념이 선을 이뤄 빛무리를 만들고, 규칙을 이뤄 마도진을 형성했다. 은은한 빛을 발하는 마도진은 보는 것 만으로도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일순간 주위의 의념이 뒤틀리더니 순식간에 다른 형태의 마도진으로 화하고, 붉게 변한 마도진에서 불꽃이 토해진다. '변환식이라...' 최근에 익힌 기술을 곱씹으며 허공에 부유하는 마도진을 빤히 바라보던 강철이 손뼉을 쳐 의념을 흩어냈다.
" 쓸만한데. "
만족스러운듯 특유의 씨익하는 웃음을 지어보인 강철이 다시금 무언가를 하려 의념을 끌어올리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토고는 수련장과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고생을 싫어하고 편한 것만 하려는 한량이 늘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토고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까지 오게 된 이유는 참으로 간단했다.
'헌터가 뒷배 없고 길바닥 출신인 건 다 아니제. 내처럼 뒷배 두둑하니 있는 아도 있을기고, 아예 귀한 집 도련님 아가씨인 아도 있을긴데, 그 아들이랑 친해지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것나? 먹다남은 콩가루라도 먹게 해도가.'
날로 먹고 싶어서.
참으로 욕망 가득한 이유지만, 토고는 어쨌든 제 발로 수련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했다.
'왐마야... 점마 뭐꼬? 곰탱이가 사람이가? 몸도 참 크다랗네...'
도착하자마자 토고가 본 것은 마도를 수련중인 곰같은 사람이었고, 토고의 얼마 남지 않은 뇌세포가 빠릿하게 움직여 그 자도 특별반 소속이란 것을 떠올렸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상대의 실력을 보고 싶은 토고였지만 그가 토고를 눈치챈 듯 하여 토고는 천연덕스럽게 껄렁이며 그에게 걸어갔다.
"여- 이름이 철이었제? 내는 이번에 편입하게 된 토고다. 니 뭐하는데? 그 삐까뻔쩍한 마도 수련하나?"
'분명 들어본 발소리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자, 헬멧을 쓰고 다니는 남성을 발견할수 있었다. 인기척과 함께 걸어오는 인물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비교적 높은 영성 덕분에 이름을 까먹지 않고 인사에 화답할수 있었다.(※헬멧을 쓰고 다니는 인물이 흔하지는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이 분명...
- 여- 이름이 철이었제? 내는 이번에 편입하게 된 토고다. 니 뭐하는데? 그 삐까뻔쩍한 마도 수련하나? " 아. 토고씨? 다들 의뢰다 뭐다 해서 바쁜데 너무 노는것도 좀 그런거 같아서 말입니다. "
씨익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눈 앞의 사내가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을 하다 잡념을 떨쳐내며 질문을 던졌다.
" 토고씨도 훈련 하러 오신겁니까? "
그는 아니면 다른 용무라도? 라고 말을 덧붙이며 의문을 표하다, 품 안에서 나뭇가지를 꺼내어 한쪽 어깨를 일정한 리듬으로 몇번 두드렸다. 톡톡하고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가 비어있는 수련장의 벽면을 타고 흐르다 조용히 흩어졌다.
토고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아 하는 표정이 연상가는 몸짓이었다.
"기냥 친구나 만들러 왔제. 남이 안 시켜도 훈련하는 아는 기본적으로 성실하지 않나? 그런 아랑 친구 맺어야 내까지도 성실해 보이는기다." "그란데 니는 마도쓰나? 대가리 안 아프나? 내도 한 번 찍먹 해보려다 닌 그짞에 재능 없응케 딴 거나 해라는 말 듣고 포기했는데, 재미는 있나?"
장난스럽게 팔뚝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주먹을 쥐었다 펴곤 이어지는 토고의 말에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손해와 이익은 생각보다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고, 저울추가 맞지 않는다면 떠나가는것이 합리적인 선택일터. '매번 계산적으로 살수는 없겠지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습관적으로 소품들을 만지작 거리던 강철은 이윽고 토고의 시선이 나뭇가지를 향한것을 보곤 만지는것을 잠시 멈추었다.
" 아. 이건... "
이것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진 강철이 나뭇가지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스태프라고 하기엔, 너무 날것의 나뭇가지인 느낌이 들었고. 그냥 나뭇가지라고 하기엔 특별한 힘이 서려있었으니 말이다. 약간의 고민 이후, 강철은 나뭇가지를 한번 빙글 돌리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