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자리에 올려진 것을 쳐다보았다. 몇일 새에 남의 자리에 귀해 보이는 것을 몰래 두고 다니는 사람이 몇몇 보이기는 했으나 이런 것이 올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 했기에 그녀는 자리에 놓인 양산을 들고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이곳 저곳에 푸르른 꽃이 수놓인 양산은 퍽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쓰던 것은 제법 오래 되기도 하여 슬슬 교체를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으니, 얼굴을 알 수 없는 그 분에게는 감사하기는 했지만 제법 가격이 나가 보이는 것이었기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은 그대로 두도록 할까요.”
받는 것은 익숙하지만 이렇게나 비밀스럽게 또 무언가 하면 안되는 것을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소녀는 미소를 흘리고는 선물을 보낸 상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누군지를 알지 못하니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 보다도 행동 자체가 중요하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기억에 의존한 탓일까.
저 너머의 얼굴을 모르는 이에 대해서도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한때 그 사람은 젊은 군인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몸에 맞지 않는 갑옷을 두르고 전장에 나가 책무를 다했으나 계속되는 싸움에 지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람. 사랑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먼저 행동한 그런 사람.
허면 한때 그 사람은 늙은 시인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마당에 피어난 늙은 꽃나무에 새겨진 주름만큼이나 깊은 성찰끝에서 붓과 먹으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글을 써내고 잠에 들었다.
또 다른 한때는 여행자로, 또는 장군으로. 늘어나는 편지의 글자 만큼이나 많은 생을 살아왔을거라 생각하며 그려온 모습은 어느새 부터인가자신에게 선물을 보낸 그 사람과는 한참 달라져있었으나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의 삶에는 사랑이 있으리라.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사랑받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자.
시이에게 보편적인 도덕을 가르칠 생각이 있었다면야 더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설득하거나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풍어신에게는 스스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니 도의적인 옳음을 행하려 할 뿐, 신이라는 존재는 사람과 다르므로 인간의 도덕률에 맞지 않는 신일지라도 그것은 그 신의 역할일 테다. 그러니 별다른 이견 없이 사사로운 일에 함께 몰두한다.
풍어신도 목 언저리를 스쳐오는 머리칼에는 간지럼을 느꼈다. 그 간질간질한 감각을 무시하려니 다른 감각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끌어안은 온기, 고갯짓을 하며 전해져 오는 생동, 그러나 무게감은 기묘하도록 無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무겁게 가라앉은 해저의 신은 묵묵히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도망 다니는 물고기를 보고 있자니 묘한 호승심이 생기려 하기에 자신은 괜스레 다른 곳을 보며 열중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리하여 잡은 물고기가 합하여 다섯이 되었다. 후미카는 고개를 살짝 돌려 시이에게 눈길을 주었다.
"벌써 이만큼 잡았구나. 평소에도 이 정도는 하니?"
요령이 없다면 내도록 헛손질만 하다 끝나는 놀이니 말이다. 후미카는 불현듯 고개를 들어 금붕어잡이 게임장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덜 저문 햇살에 희미한 빛을 내던 조명들이 이제는 환하게 밝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어 하늘이며 거리에 초저녁 밤의 색이 만연했다. 화려한 색색깔 빛이 골목마다 반짝였다. 문득 지금까지 있었던 우연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축제를 즐기고 싶지만 외로워 울고만 있었던 신에게, 막연한 감정으로 다가가 곁에 선 자신. 그렇게 해서 그 울분은 조금이나마 풀렸을까?
"……지금까지 재미가 있었을지 모르겠구나. 아메, 여태 내 친구 구실은 어땠니?"
아메라는 부름은 아메이로누시의 앞 글자를 딴 말이리라. 제 좋을대로 불러놓고선, 여전히 쪼그려 앉은 자세로 후미카는 고개를 슬몃 기울였다. 길다란 머리카락이 수조의 물에 닿을 듯 흘러내린다.
1.치장품에 문외한이라 이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지는 잘 알지 못 합니다. 그러하여도 만든 이의 정성은 담겼을 것이 분명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것이라 생각해 보냅니다. 용도는 편하신 대로 쓰십시오. 색과 문양이 다른 밴드형 자수팔찌 한 쌍을 후유키에게. 참고 이미지 https://i.postimg.cc/Jzw6qkY7/Kakao-Talk-20190514-000541658-04.jpg =>카시아리
2.에니시에게 고마타마고 두 박스를 보냅니다. 한 상자는 원조인 참깨맛이고. 한 상자는 고구마 맛입니다.
메시지-도쿄에 가보신 적 있나요? 도쿄 바나나와 함께 괜찮다는 평을 받는 오미야게입니다. =>금록
3.츠무기에게 도토리 한 알. 그리고 새하얀색 포장지로 감싸져있는 길쭉하고 얇은 상자. 포장을 벗기면 상자 안에는 장우산이 들어있습니다. 푸른 하늘색의 민무늬이며 손잡이 부분에 택이 두개 달려 있습니다. 하나는 우산에 원래 달려있던 택으로 별 다른 내용은 없지만 '비에 젖으면 하얀 구름 무늬가 생깁니다.' 라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나머지 하나는 푸른 나뭇잎 모양 택으로 적혀있는 내용은 'あ'. =>도토리씨
4.코세이에게 전달되는 세 번째 음반. 역시나, 직접 구운 공CD다. 저번보다도 많은 음악이 수록돼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6ZKYrAi8NQ (약 1시간 분량의 동영상입니다. 데이터 주의.) 음악 취향이 참 지독히도 낡아빠졌다. 쪽지가 첨부돼 있다. '공부할 때 즐겨 듣는 믹스에요. 순전히 제 취향이라, 베이퍼웨이브를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네요. 귀에 거슬리시면 학생회 편으로 말씀 남겨주세요.' =>제우스
5.시이 작은 유리병. 코르크로 닫혀 있어요.. 설탕 과자가 들었는데, 딱 7개입니다. 각각 무지개의 1색 같아요. 예쁘기도 하지요. [ 순서는 중요해요. 가장 처음이 빨강, 가장 마지막이 보라. 잊지 마세요. 토쨩으로부터. ] =>토쨩
6.스즈에게.
https://postimg.cc/KkG0m0g1
"넌 화려한 걸 좋아하니까 이런 초커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내일 이걸 하고 학교에 오면 기뻐할거야." =>푸딩
7.오리박사가 히키에게 [벚꽃 장식 다이어리와 삼색볼펜]을 선물합니다.
『 안녕하세요. 오리박사입니다. 아마도 제가 누구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편지를 쓸 때와 선물을 고를 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 편지를 쓰고 선물을 고르거든요. 오늘의 선물은 다이어리와 볼펜입니다. 그 날 그 날 있었던 일을 적어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하루를 계획하는데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저는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데 저는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일어난답니다. 부디 당신도 그런 멋진 일이 가득해서 멋진 일들을 잔뜩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오리박사
8.「요즘 시대에 귀찮게 필름 카메라가 무언가, 그리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만 고전은 언제나 고전만의 낭만이 있는 법이죠. 사용이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장식물로도 썩 보기 좋으니, 애물이 되지만은 않길 바라야겠습니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남기고픈 기억이 있을 때면 이 물건을 쓰곤 합니다. 당신에게도 간직할 나날이 가득하기를.」
─연보라색 토이 카메라가 마사히로의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유즈
9.늦봄, 문안 인사 드립니다.
아침에는 아직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붓꽃이 대단히 아름답기도 하지만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바라보는 벚꽃 역시도 그리워집니다. 오토하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계절과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젊은 이들의 혈기인지 아니면 그저 곧 있으면 다가올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인지 약간은 소란스러웠으나 그것 역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은 사그라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가 되어서 깨달은 것입니다만 오토하님의 성인 오토하에 이름인 쇼를 합치면 소리에 날개를 달아 전하니 이를 목소리라 한다. 는 뜻이 되어 대단히 좋다 생각합니다. 노래를 하신다 들었으나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이미 연이 닿아 있는 이상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 순리. 그때가 되면 오토하님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변변찮은 것입니다만, 이번에도 괜찮아 보이는 것을 동봉하였습니다.
오토하님께 따스한 바람이 불기를 빌고 있습니다. -전신주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 산신]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8&v=7787O--BIrg&feature=emb_title =>전신주
10. 후미카에게 표고버섯을 선물 맛있습니다. 바다에 들고들어가면 바다도 표고 국물이 되는 걸까요? 소금물도? =>주사기
11.코로리에게 동전모양 초코렛 20개를 선물
슬슬 정체를 들키는게 무서우므로 이 한마디만. 맛있게 드세요. =>전국방콕협회장
12.행운을 주는 물건을 주고 싶었어 내가 생각나는 행운의 물건은 네잎클로버랑 고양이 수염이야 근데 난 고양이 안 키워 그러니깐 이거 줄께 - 견우 (네잎클로버가 압화된 책갈피가 동봉되어있다) =>견우
13.토오루의 책상 위에 포장된 선물상자가 올려져 있습니다. 그 위에는 늘 그렇듯 쪽지가 포스트잇 위에 적혀 있군요. '내 정체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또 다른 힌트! 파동권과 편익의 천사!'
선물상자를 풀어헤쳐보니 안에는 초콜릿 쿠키와 부드러운 재질의 패드, 손목 패드가 있군요. =>더 클리너
14.코팅 된 네잎클로버를 미즈미에게
푸른 잎이 나기 시작한 벚나무 아래에 앉으니 그 옆에 한가득 피어난 토끼풀들이 눈에 들어왔어
한참을 기어 다니다가, 찾은 이 행운을 오늘 네게 보내 =>헤세
15.[내일도, 모레도 안녕! 오늘 하루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하루야.
더웠던 것 같은데, 비가 줄줄 내리고 나니 갑자기 추워졌어! 아침에 일어날 때 재채기가 히치 헤치 나오더라고. 그렇지만 원래 봄 님은 변덕스러운 분이니까. 야마다찌, 분명 비 님으로 벚꽃을 떨어뜨리고 후회하느라 날씨가 추운 거라고 믿을래. 그리고 해가 따뜻했으니, 화가 풀릴 날이 머잖았을 거야.
변덕스러운 봄 님만큼, 오늘은 다들 변덕스러운 마음이 아닐까?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일지도 몰라. 앗, 야마다찌가 그런 건 아니고..! 절대 아니야! 오늘은 안 졸았으니까! 딴짓도 안 했어! 갑자기 궁금해! 토톳치는 집중하면 끝까지 하는 걸까? 다른 생각도 안 할까?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일 것 같은걸. 집중하는 건 좋지만 무리하지 않기야? 오늘은 변덕스러운 날이니까! 그러니까 놀아버려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야.
오늘 하루는, 변덕이 가득한 하루가 되자!
공부에게 너를 뺏겨 질투하는 비밀친구, 야마다!] 🍿오늘은 영화관 티켓과 팝콘 세트 티켓을 두고 도망간 것 같다. 어째서인지 티켓에서 달달한 버터향이 난다.🍿 =>야마다
아참 어제자 마니또를 이제 확인했는데,,,, 멋진 하이쿠랑 구슬 잘 받았어~ 뭔가 신비롭고 영험해... 잘 보관하고 반질반질 잘 닦으면서 관리할게~!!!! 그리고 공설로 전달은 못 됐지만 연근조림도 잘 받았어! 마음만으로도 엄청 고마운걸!!! 후미카한테 딱 맞는 선물이라 감동했어!!! :3 if의 후미카씨가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래~~!!!! 😚😚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표고에 설명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닷물도 표고 육수가 될 수 있는 거임? 거북이도? 반찬으로 잘 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