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 스즈즈 : 카쨩~ 얌전한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스즈즈 : 잭다니엘.. 아,알지! 알아! 그거 그거잖아! 그.. 그거! 그 왜.. 그거! 알지! 우리집에도 몇 개 있어! 나도 가끔 하고 그래..!(유행에 민감한 JK는 뒤쳐질 수 없다) 스즈즈 : 그 말썽이라는게 재밌는건데~ 있지, 카쨩도 같이 놀자니까? 으히.. 으히히.. 재밌을거야 분명~ 거기 가면 다 같이 놀고.. 으히히.. 재밌을거라니까~~ 이이쟝~~~
히키는 또 토리이 위에 앉아있다. 신관장은 곤란한 듯 뒷목을 긁적이며 허공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고, 공복도 아닌데 왜 저렇게 꿍한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그대야말로 먼저 잠에 들지 아니하고 왜 나를 찾으십니까." "저번에 숲길을 산책하시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들켰던 것 때문에 그렇지요. 마을에 소문이 났는데 어찌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내 인두겁을 들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잘각대는 소리가 유독 크다. 곰방대 꺼내어들고 검지와 엄지 맞대어 딱 소리가 나자 엄지 위로 불꽃 피어오른다.
"연초는 200년 전에 끊으셨다면서." "하여 쑥 피우지 않습니까." "기관지에 해로우니 효과 일절 없습니다." "그대는 그냥을 안 넘어가."
아이의 모습으로 흡연은 영 그런지 몸이 뒤틀리며 모습 바뀐다. 긴 머리 틀어올리고 우치카케 차림이나, 여성인지 남성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리 화려히 차려입고 남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개 인간이 말씀 올리오나 그 모습은 너무 경박하지 않습니까?" "할 말은 다 하시면서 일개 인간은 왜 붙이덥니까."
히키는 끌끌 혀를 차듯 웃으며 연기를 뱉었다. 허공을 수놓는 창백한 숨이 길었다. 그때도 이 소리를 들었건만, 이젠 들을 수 없다. 히키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신관장을 내려다본다. 전통을 중요시하지 않아도 된다 닦달을 하였기에 이런 사이가 되었으나 이 인간은 알까.
"따님 키우는 건 요즘 어떻습니까?" "하나비는 학교에서 자주 보는 거 아닙니까?" "글쎄요, 저번에 500엔을 빌려간 이후로는 집에서밖에 못 봤습니다." "또 시부야로 놀러 갔구만, 이 녀석이." "자식 키우기는 힘든 일이지요." "그렇지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꾸미는 것이 즐겁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전통적인 것도 싫다, 신을 모시는 일은 싫다, 엄마도 그렇게 하길 바랐을 거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죄 싸우니.. 타협을 하고 싶지만 마음이 현실이 되지는 않지요." "여간 힘든 일이 아닌가봅니다." "..그래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건강히 살아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키는 곰방대를 물고 습, 숨을 들이마신다. 뱉는 숨과 함께 토리이에서 툭 내려오는 모습에 흔들림 일절 없다. 여덟 팔자 그리며 한 걸음씩 다가가더니, 위로라도 하듯 히키는 신관장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쳤다.
"아무렴 그렇지요. 자식이 부모를 잃으면 천붕이나, 참척은 천붕도 모자라니.."
그 공허를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히키는 옅게 웃었다. 도깨비 발걸음 하듯 비척대며 걷는 걸음에 신관장이 따라 나선다.
"이번엔 또 어딜 가십니까?" "밤 벚꽃 보러 갑니다. 먼저 들어가 주무시지요." "..늦지 않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인간의 시간을 잘 맞춰보도록 하렵니다."
우치카케 화려히 두르며 오비 반대로 걸치고, 여덟 팔자 걸음 걸으며 게다 끌리는 소리 나니.
" 미안해 스즈.. 나 때문에 스즈가.. " " 에헤헤~ 괜찮아 하룻치! 스즈가 이겼잖아~ 신경쓰지말고! 또 덤벼들면 그 때 내가 또 처리해줄게! "
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으로 얼른 데리고 나가라고 말했다. 흥분한 탓에 학교까지 말해버렸고 주변의 시선이 잔뜩 꽂힌 이 상황이 스트레스까지 주고있다. 스즈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더 말하며 눈짓을 주었고 그제야 혼자 있을 수 있게되었다. 친구들이 빠지고 혼자 남은 골목길은 왠지모를 공허함이 덮쳐오기 마련이다. 스즈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빠져나와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친 느낌이 역력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했고 소중한 친구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한 녀석을 때려줬으니 화도 풀려야 할 일이건만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 읏.. 따거라... "
적당히 벤치를 찾아 앉은 스즈는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냈다. 다행히 파우치 안에 있는 물건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더 다행인 것은 옷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것. 꺼낸 거울은 조금 망가진 스즈를 비추고 있었다. 때린 만큼 맞았기에 자신도 성한 꼴은 아니었다. 눈이 조금 부어있었고 마스크를 살짝 내려보자 입술도 터져있었다. 색조 화장에 빨갛게 부어오른 것이 뭔가 어울려서 푸흐흐.. 하고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파우치에서 새 마스크를 꺼내 갈아끼운 스즈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지쳤다.. 지쳤어.. "
배도 고프지만 이 꼴로 집에 들어가긴 무리지. 스즈는 이제부터 뭘 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고민도 있었다. 싸울 때는 몰랐었는데 싸움이 끝나고나자 여기저기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얕보일 수 있었고 무시당할 수 있었다. 스즈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친구와 무리까지 전부 다. 그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시 한 번 가미즈미 고등학교의 미나미 스즈는 함부로 건드려선 안된단 인식을 심어주었고 호불호가 확실하여 옳고 그른 일에 대해 확실히 처리해야하는 자신의 성격에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지치고 피곤한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약한 탈진이 찾아왔다. 스즈는 벤치에 기대고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있으면 잠들 것 같았다. 여기서 잠들면 영락없이 노숙하는 가출 청소년이 되어버릴테니 잠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으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그 쯤에서 스즈는 멍하니 있다가 좀비처럼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무언가를 톡톡톡 하고 적기 시작했다. 자판을 누를 때 마다 느껴지는 약한 진동이 기분이 좋았다. 마스크를 얼굴 아래로 내려 으레 말하는 턱스크를 하고 있던 까닭은 입술이 터져 피가 조금 난 탓에 마스크를 썼다간 따갑기도 하고 안 쪽에 피가 묻어 굳이 새 마스크를 꺼내 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칠대로 지쳤다. 게다가 싸웠던 후유증에 오랜만에 본 친구의 눈물이라는 스트레스 탓에 스즈는 푸 - 하고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알고있지만 이대로 조금 자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깨워준건 어디서 들린 목소리였다. 이어폰을 끼진 않았는데, 스즈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에?'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 아~ 내가 이겼으니까 괜찮아! 제대로 때려줬다구~ 그러니까 괜찮아~ "
누군가를 만나자마자 스즈는 금새 기운을 차린듯 이야기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스즈는 여전히 지쳐보였고 눈도 살짝이지만 피로에 풀어져있었다. 약이라던가, 여자아이는 싸우면 안된다는 이야기들. 스즈는 오랜만에 조금 당황스러워져서 '에, 에에' 하고 저도 모르게 당황한 티를 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심한 스트레스와 급박한 상황변화를 겪었다. 스즈는 자신의 성격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시비를 거는 것이냐며 또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얼굴이 엉망이라는 말에 파우치에서 다시 거울을 꺼내 이리저리 얼굴을 비춰보는 스즈였다.
" 정말이네. 그래도 괜찮아. 하룻치를 울린 녀석은 가만 둘 수 없으니까. 다 잘 된 일이야! 그렇고 말고! "
스즈는 그 또래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여자아이들 특유의 어딘가 장난끼 넘치는, 그러면서도 화장기가 있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으로 눈이 향한 곳은 셀카봉이었다. 무언가 물어보려다가도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푸흐흐, 하고 웃었고 터진 입술이 아파와 '아야야..' 하고 얕게 신음했다.
" 에- 데이트 신청이야? 음.. 으으음... 뭐, 그럼 그럴까? 마침 배도 고팠고. 혼자있는건 이제 싫기도 하고. 미나미 스즈야~ 만반잘부~ "
그렇게 말하며 스즈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다음으로는 셀카봉에 달린 카메라를 보았다. 이 쪽을 찍는 모습. 스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방송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미쳤고 고개를 한 차례 갸웃하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다가 브이 사인을 만들어 볼에 가져다댔다.
"하룻치? 아, 알았다 알았다- 분명 하룻치가 사귀고 있던 남자가 바람을 핀 거야. 그래서 때려준 거지? 혼내준 거지? 이건 좋은 폭력이야. 여자아이는 싸움하면 안되지만, 복수는 해도 된다구. 눈물나게 만들었으면 토혈로 돌려주는 것이 그래, 온나노코니까."
무슨 논리일까. 일반인들이 듣는다면 그렇지, 하면서도 기이하게 느낄 법한 말. 시이는 그런 말을 해놓고 자랑스럽다는 듯이 응응, 하고 자기 말에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에, 근데 데이트 신청이라니 나 보코보코한 얼굴의 상대와 데이트하는 취미는 없어. 지금은 그렇네에- 풍기위원과 문제아의 관계려나. 잠시 이야기 좀 해줘야겠습니다 인 거지. 그런 관계로, 잠시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잠시 장바구니에 꽂아뒀던 셀카봉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래서 오늘 스키야키의 게스트를 초빙했습니다. 이름이이-"
쵸로쓰~ 미나미 스즈임당~ 만반잘부! 눈치 좋게 브이를 해보이는 스즈. 애칭은 뭐가 좋으려나. 아, 스즈라는 이름 좋은데에- 왠지 없애고 싶지 않은 이름. 그냥 스즈쨩으로 괜찮을지도.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ㅇㅇ : 만반잘부~] [ㅇㅇ : ㅁㅂㅈㅂ] [ㅇㅇ : ㅁㅂㅈㅂ] [ㅇㅇ : ㅎㅇ]
"그래, 스즈쨩! 오늘은 이렇게 꼬질꼬질한 고양이 스즈쨩을 주워서 잔뜩 나데나데하고 배도 불린 후에 방생해줄 계획이라구. 그럼 잠시 안녕, 식사시간에 또 봐☆"
방송은 잠시 종료. 그리고 잠시 걸어서 도착한 곳은 콘포토 Comfort 아파트. 지은 지 좀 되어보이는 2층이 고작인 아파트다. 목걸이로 만든 열쇠를 꽂아넣고 돌리면 아늑해보이는, 의외로 정돈이 잘 된 실내가 보인다. 밖은 벌써 해질녘이라, 장판 위에 시뻘겋게 해가 드리우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아무도 없지만. 편하게 있어, 나 혼자 살거든. 그러니까 또 싸움하구 오면 언제든 신세져두 돼. 혼자서 사는 건 쫌 외로우니깐. 불법침입도 환영이야-"
" 풍기위원장하고는 사이 안 좋은 편인데~ 화장에 교복에 치마에.. 잔소리꾼이라니까. 유행에 민감한 JK라면 이 정도는 기본인데 말이지.. "
말로는 풍기위원장이라지만 풍기위원장의 느낌을 잘 알고있는 스즈는 전혀 그 쪽 계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이 쪽은 굳이 따지자면 전파계 쪽인 것 같았다. 스즈는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며 '응응. 만반잘부~' 하고 말하며 꺄르륵 하고 웃었다. 동시에 입술이 따가워 인상을 구겨버렸다. 분명 또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은 알지못할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까 받은 스트레스가 차올라서 카메라가 꺼진 후엔 잠깐 동안 멍하다면 멍하고, 울적하다면 조금은 울적한 표정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 실례함다- "
스즈는 짧고 단편적으로 인사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인사는 하는게 예의니까. 스즈는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곤 안내를 받듯 따라서 안으로 얌전히 들어섰다.
" 혼자 산다고? 그건 좀 외로울 수 있겠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이쟝~ 하고 싶은 대로 눈치 안보고 사는 거야! 친구들도 잔뜩 부르고~ "
스즈는 소파를 찾아 앉고는 언제든 찾아와도 된다는 말에 그으래~? 하고 말하며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따라오길 잘했다. 벌써 재밌는 일이 생기려고 하잖아. 그 쯤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스즈는 '잠깐 실례' 하고 말했다.
" 여보세요~ 아, 응. 하룻치는? 괜찮아? 다행이네. 잘 달래줘. 그 쓰레기는 내가 만나면 또 패버릴테니까. 나? 나는 잠깐.. 음.. 으으음.. 아! 데이트! 데이트 중이야~ 그런게 있어. 학교에서 보자구~ "
전화를 끊은 스즈는 잠깐 방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혼자 사는 건 외로운 일이다. 잊혀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남들과 거리가 멀어지면 그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없게된다. 멀어지고, 잊혀지고, 도태된다. 안돼. 그건 안돼.
"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돼? 나는 아까 말했지만 미나미 스즈. 스즈는 이거랑 같은 한자~ "
스즈는 그렇게 말하며 초커에 달린 방울을 톡 건드렸다. 귀걸이와 체인으로 연결된 초커. 딸랑- 하는 소리가 울리자 스즈는 문득 꼬질꼬질한 고양이라는 말이 생각나 또 푸흡 하고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