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웃음을 거두었다. 여흥은 이만하면 족했다. 모두가 공포에 질러 고개를 숙인 모습이 썩 맘에 들기는 하였으나, 중원은 곧 야견의 소속을 떠올리곤 가볍게 혀를 찼다. 이미 그가 말한 것이 있으니만큼 복수는 할 수 없겠고, 만약 그가 나를 건드린다면 비룡에게 쓸만한 계기를 만들어줄 법도 하니 중원은 눈길을 거두어 술잔에 남은 술을 가득 채우곤 점소이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백로를 두 병 가져오게. 하나는 시리게, 하나는 뜨겁게."
곧 덜덜 떨며 술병을 가져오려 떠나는 점소이의 방향을 보고, 그는 찬찬히 야견을 향했다. 눈길은 여전히 냉랭하고 잔혹했고,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지도 않았다. 대신 그 미소로 입꼬리를 찬찬히 올리며 야견을 바라봤다. 수십의 혈겁을 칠년만에 쌓아올린, 피로 쌓아낸 소가주의 목소리란 그런 것이다. 그는 한때 새끼뱀이었고, 나이가 들어 두 번의 탈피를 거쳐냈다. 그리고 이제 탈피를 벗어내어 어느정도 안정된 뱀은 쉿쉿거리는 소리를 숨기곤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어.. 부드럽게 요구를 취했다.
"앉으시게. 설마 술 한 잔 주겠다는 것에 거절을 표하진 않으리라 믿네."
곧 시체를 넘으며 덜덜 떠는 점소이에 의해 두 병의 술이 내어졌다. 하나에는 지독히 차가운지 하얀 김이 휘어졌고, 하나는 지독히 뜨거워 하늘을 향해 찬찬히 흩어지고 있었다. 중원이 처음 쥔 술은 뜨거운 술이었다. 잔에 천천히 흘려낸 술에는 그 끝에 새하얀 침전물 같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 눈에 선명히 보여졌다. 그것을 내밀며, 중원은 방긋 웃었다.
"백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술이라네. 온술은 백로가 날아가는 듯 하고, 찬술은 백로가 날개를 접은 듯 하지. 입에 머금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 삼키도록 하게. 떠오른 것들이 입에서 뒤섞여 오묘한 쓴 향이 나는 것이 이 백로의 매력이니 말일세."
야견은 중원이 탁자에 앉아 술을 주문하고, 이를 권하자 흙바닥에 박힌 이마를 거두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답한다. 그러나 조금 모용세가의 소가주가 술을 권한다는 사실은 방금 전까지 이어진 육편과 선혈이 난무하는 참극 이상으로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야견은 마음속으로 파계회에서 배운 경을 되새기며 심신을 안정시키려 애써보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원이 내미는 따스한 백로를 받는 손은 미세한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잔 너머로 느껴지는 술의 온기에도 불구하고, 야견의 손은 저 멀리 북쪽에 자리잡은 북해빙궁에서 술자리를 가지는 것처럼 매서운 냉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실수로 술이라도 엎지른다면, 눈앞의 독사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는 마음에 야견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술을 들이킨다.
“....말씀하신 바 그대로의 술이로군요.”
젠장ㅡ! 야견은 입에서 읊는 담백한 감상과 정반대로 속으로는 짜증과 감탄이 반쯤 섞인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목덜미에 칼이 들어온 상황이거늘 술맛은 더럽게 좋네! 아니, 인생 마지막 술일지도 모르니 이리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까. 술잔에 떠오른 새하얀 침전물은 정말로 백로라도 되는지, 입안에서 한바탕 향을 뿌리는 날개짓을 하더니 이내 목덜미로 넘어가 잔향만을 남긴다. 백로는 여름에 들리고 가을에 떠나는 철새라 들었는데, 마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경계가 혀의 미뢰 위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은 술이었다.
“....송구스럽습니다. 소가주님께서 연거푸 베풀어주시는 은에도 불구하고, 한낱 무뢰배인 제게는 그걸 갚을 길이 떠오르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