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악 열린 사쿠라마츠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놀러온 사람과 매점을 연 사람들로 인산인해. 그 속에서 호시즈키당은 당당히 매점 하나를 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호시즈키의 자제인 요조라도 이번엔 매점에 나왔지만, 어느새 매점 뒤로 빠져서 색연필을 들고 스케치북 위를 끄적이고 있었다.
"요루." "......" "요루?" "......" "요-루-우!" "꺅...!"
한창 그림 삼매경인 요조라를 누군가 부르며 어깨를 짚는 바람에 요조라는 그만 놀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작게. 그리고 놀란 얼굴 그대로 뒤를 돌아보자, 같이 가족 유카타를 맞춰입은 오빠 마히루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마히루를 확인하자마자 요조라의 미간이 팍 구겨진다. 마히루는 그 미간을 검지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가서 나베나 먹고 와. 여기 넣을거 있으니까 가져가고." "나베...?" "어. 뭐더라, 공물을 바치고 남은 걸 나눠먹는거랬나. 아무튼 그래." "귀찮아..." "그럼 앞에 나와서 손님맞이 할래?" "으... 가면 되잖아, 가면..."
그리하야 요조라는 깨끗한 흰 천을 덮은 소쿠리를 들고 매점 뒤를 벗어나 밍기적밍기적 신사로 향하게 된 것이다. 유카타 차림이라 걸음이 평소보다 더뎌서, 제법 느즈막히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후미카는 낮은 계단의 앞에 잠시 멈추었다. 준비해온 통의 손잡이를 쥔 손이 한 차례 곰질거리다 힘이 들어간다. 손잡이를 고쳐쥔 후 계단을 마저 오른다. 오늘은 봄을 맞아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날로, 신이 신에게 먹을 것을 바치는 것은 진상이라기보단 대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후미카가 이 마을에 지낸지도 제법 긴 시간이 흘렀으니 같은 지역에 거하는 신에게 선물을 바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과연 벚나무의 신이 이것을 좋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신에게 바칠 물건이니 재료를 허투루 챙기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 신도 어련히 성의 정도는 느끼리라. 들고 온 통 안에서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듯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물이 주는 어감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적어도 미즈미는 그렇게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받아본 제물을 쑥 되짚어봤지만 마땅히 좋은 것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째서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면서 인간들끼리 국 끓여 먹는 건진 모르겠다만, 미즈미는 아무래도 좋았다. 저기 벚꽃나무에 깃들어있다던 신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중요한 건 인간이 품고 있는 믿음이지 그들이 들고 있는 물질적 무언가가 아니었다. 나베 먹으며 신에게 감사한다면 그것대로 좋을 일이다.
원점으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미즈미는 뭘 가져가야 좋을지 고민했다. 한 3초정도... 삼고초려도 울고갈 삼초고려였다. 맛있게 먹을 법한 걸 가져가면 뭐든 괜찮을 거다. 생각을 마친 미즈미는 씩씩한 걸음으로 신사를 올랐다.
오늘도 거하게 하품을 하며 아미카는 집을 나섰다. 야미나베라, 아미카가 먹는걸 좋아하진 않긴 했지만 재밌어보이긴 했다. 그래서 '문화생활'로 해봐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뭘 넣어야할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일단 전골에 반드시 들어갈만한, 적당한걸 챙겨보기로 했다.
"최소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에.."
그렇게 혼잣말을 한 아미카는 신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치 알 수 없는 상대를 상대해야 하지만 일단 들어가야 하는 레슬러의 심정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한 상태로.
각자 신사로 왔으면 순서가 어떻게 되었건 비슷한 시기에 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존재를 모르던 이들도 여기서 처음 얼굴을 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저 위를 바라보면 학생회장인 아키라가 뭔가를 제단에 올리고 참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무녀는 이내 그 제물을 챙겨 안으로 가져갔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이렇게 한명씩 한명씩 제물, 즉 공물을 바친 후에 참배를 하고 근처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가는 구조인 듯 보였다. 실제로 아키라 역시 그 천막으로 들어갔으니까.
"자. 다음 사람. 올라와서 공물을 바치고 참배를 드려주세요."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이었다. 가지고 온 공물을 바치고 눈을 감고 참배를 드려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저 눈을 감고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것도 좋고, 소원이 있다면 살짝 빌어보는 것도 좋을테고, 그것도 아니면 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신사에서 모시는 신이 정말로 있을진 알 수 없었으나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를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까.
/뭘 가져왔는지는 아직 밝히지 말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빌던지, 잠을 잠시 자던지, 혹은 인사를 하던지. 그건 자유롭게 해주세요! 다만 여기서 소원을 빈다고 해서 사쿠라마츠리 소원 이벤트와는 별 상관은 없답니다! 여기서 소원 빈다고 해서 웹박수로 꼭 소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나베 재료]라는 머릿말을 붙인 후에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말고,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을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해요. 먹을 수 없는 것을 보내면 바로 적용하지 않고 컷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