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물이 아니라 사유재산이니까 죄질이 더 나쁘죠?" 장난스러운 말입니다. 시간을 뺏겼다-같은 논리로 조금 불쾌해하거나 하지 않는 건 다행이네요. 기댄다고 안 닳는다는 말은 그건 그렇죠. 라고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오래 기대고 있으면 저림은 오는걸요." 깔끔하고 냉랭하건 말건 지 페이스대로군. 어쩌면 공부를 잘한다..에는 자기 페이스를 밀고 나가는 것도 포함되는 게 아닐까? 저렇게 약간 장난스러운 마이페이스임에도 얼굴의 분위기는 여전히 묘한 처연함이 보이는 것도 재능이다 재능...
"앗 저려도 괜찮으면 기댈게요" "나중에 감각 없고 팔이 저릿저릿해도 점심시간 끝날 때까진 안 떨어질 거니까요?" 기대서 영단어 외워야겠네요. 라고 말하면서 스스럼없이 요조라의 팔에 기대려 합니다. 개의치않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그래도 정말 그정도로 기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야.. 점심시간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는 않았잖아요?
역시나 돌아오는 짧은 대답.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며, 쇼는 여학생을 잠깐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주변에 관심 주는 것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 어쩐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일찍이 느꼈던 감상이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녀가 드럼 앞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음악에 열중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무심하게 허락이 떨어지자 쇼는 기타 끈을 둘러메고, 줄을 하나하나 퉁겼다. 기타 소리가 증폭되어 앰프 밖으로 몇 번인가 흘렀다. 마이클 잭슨. 드러머의 선곡에 긍정의 답을 하려던, 그 짧은 순간에 심벌즈는 기다려주지도 않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차마 드럼으로 시선을 옮기기도 전에 연주가 시작되었다.
경쾌한 음색이 부실 전체를 울린다. 그러나 그 주자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열정도 열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난폭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연주가 이어질 뿐이었다. 참 제멋대로네, 생각했지만 드러머의 연주는 마냥 제멋대로이지 않았다.
쇼가 천천히 기타를 운지한 손을 움직인다. 이내 드럼의 연주에 맞추어, 익숙한 듯 손을 놀린다. 묵직한 기타음이 앰프를 타고 튀어나와선 드럼 소리와 어우러진다. 그렇게 합치된 화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드러머와 달리 쇼는 연주에 꽤나 집중한 모습이었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기타를 거세게 다룬다. 그 뒤로 숨겨진 것은 열정과 기쁨이었다.
류카주는 저에게 웹박수로 시트를 내리겠다고 이야기했기에 시트를 내리도록 할게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시이주의 문제가 아니라.. 웹박수로 일단 저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보내긴 했는데 딱히 누구의 탓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니까 내 탓인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조라도 나름 마이페이스였지만, 이 옆사람은 요조라보다 더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흘려넘기라고 한 말을 굳이 말꼬리 잡아오는 점이나, 기대라고 했더니 진짜 기대는 점이나.
"그럼, 진작 밀어내지..."
오래 기대면 팔이 저린다길래 요조라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눈은 대강 펼쳐놓은 잡지를 보면서 말이다. 매끈한 잡지 페이지에 손가락이 베이지 않게 조심히 넘기던 중 오빠가 실린 페이지가 나와서 손을 멈췄다. 그리고 옆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체중에 요조라의 가녀린 몸이 좌석 가장자리로 눌렸다.
"으에..."
요조라는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대로여도 잡지를 보는덴 문제가 없으니까.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로 잡지를 보면서 느긋한 점심시간이 흐른다. 잠시 졸아서 그런지 다시 잠들지는 않아보인다. 옆사람에게 한쪽 팔을 내어준 채로 요조라는 조용히 잡지만 읽었다. 설렁설렁 넘기던 다른 페이지와 달리, 오빠가 나온 부분은 한줄 한줄 꼼꼼히 읽다가 작게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아타니 아미카: 272 순발력은 어느 정도? 자고 있을땐 당연히 매우 떨어지지만 평상시엔 날아오는 공을 가까스로 피할 수준? 110 장보러갈 때 비닐봉투 vs 장바구니 에코백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니 에코백을 쓴다. 193 타인과 자기 자신 중 어느쪽에게 더 엄격하나요? 누구에게나 너그럽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자신?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네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껴?" 아타니 아미카: 확실히, 잠은 많은 것 같아아..
"고마워." 아타니 아미카: 천만에에..
"네가 필요할 이유는?" 아타니 아미카: 한명 정도 레슬링 팬은 필요하지 않을까아..? 그게 아니라며언...글쎄에에.. 모르겠네에..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사, 사복 차림은 그저 사복을 차려입을 뿐 아니더냐...! 별 걸 다 궁금해 하고 있구나!"
그렇게 야단을 치자, 순간 높혔던 목소리에 반하듯 약속처럼 기침소리가 즉각 뒤따랐다. 도검의 신이라는 이름에 역설적이게도 몸이 약한 그녀는 평소 내지 않던 큰 소리를 내면 목이 따가와 오는 것이다. 입에 주먹을 가져다 대고 기침을 추스리는 반면, 그 뺨은 다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 아무튼. 다가올 축제라 들뜨는 것은 이해한다만. 괜스런 기대는 하지 않도록 하여라. 너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쩌면 정말로 신사에서의 모습 그대로 하카마를 입고 나올지 모르는 일이고. 검객들에게 있어선 그것이 그야말로 그만인 사복이 아니었겠는가.
"아니면 손가락까지 걸어야 안심하겠느냐?"
대답을 받아놓고도 되묻는 코세이에게 그렇게 말하며 제 손을 눈높이로 들어올려 보였다. 앙증맞다, 라고 표현해도 전혀 손색 없을 정도로 작고 하얀 손. 이 손에 의해서 나유타의 칼날들이 낳아지고, 지배되었으며 또 축복 받아왔다. 그 중에도 솟아 올라와있는 새끼손가락이 걸테면 걸어봐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잘 잤다니. 평소에 드는 잠에 비하면 좀전은 완전 조는 거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그럴 수 있다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관점이란 사람마다 있는 거니까. 그 차이 정도는 요조라도 알고 있었다.
"잘, 졸긴 했죠... 집인줄, 착각도... 했으니까..."
느린 말에 역시 느린 말로 대꾸를 하며 요조라는 눈으로 활자를 읽었다. 잡지의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내용은 요조라의 오빠가 가진 직업에 관한 것이다. 일부는 집에 대한 얘기도 있고. 그 중에는 짤막하게 요조라를 언급하는 부분도 있었다. 꽤나 익살스럽게 말해놨길래 그걸 보고 웃다가, 옆사람이 머리를 들자 따라서 몸을 조금 바로세웠다. 내주었던 팔이 조금 저린 느낌이었지만 안 쓰면 그만이다. 한 손만으로 잡지를 펼쳐놓고 읽다가 옆에서 들린 질문에 눈을 힐끔 굴렸다.
"...아뇨. 가족, 이에요... 이 사람이, 오빠라서..."
펼친 잡지 페이지 한쪽엔 검은 머리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한 남자가 파티시에복을 입고 부드럽게 웃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사진 밑에는 간단한 소개글과 함께 호시즈키 마히루, 24세, 라고 되어있다. 요조라가 잠꼬대로 부른 그 오빠였다.
"가족이니까, 팬은 아니네요..."
요조라는 딱 옆사람의 질문에만 대답해주고 시선을 거뒀다. 곧 예비종이 울릴 테지만, 일어설 낌새나 읽는 걸 멈추는 모습 없이 그 자리에 그 자세를 유지했다.
>>127 조오아아 그럼 상황은... 어떤게 편할까?! 일단 리코라면 대충 학교 근처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있거나... 어쩌다 가끔 도서관에 가있거나... 🤔🤔 학교 밖이라면... 덤벙대다가 소지품 같은 걸 잃어버려 곤란해하고 있을 거 같기도 하고!? 테츠야주는 어떤 상황이 편할까! 아무거나 다 말해줘~ ( ͡° ͜ʖ ͡°)
새학기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매번 일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오늘 같은 날은 특별히 일이 없었다. 회장으로서도, 시미즈로서도. 허나 바로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지 학생회실에 앉아있는 아키라는 카페에서 산 얼그레이 티를 입에 담았다. 입에 가득 퍼지는 홍차 특유의 향과 맛은 피곤함을 달래주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요 근래에는 일도 많을 뿐더러, 공부를 해야하는 시간도 있었으니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적게 자고 있었기에 이런 피로를 달래주는 차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음료였다.
'...그렇다고 해도 내일부턴 또 바빠지겠지만.'
오늘은 운 좋게 처리해야할 서류가 적었다고는 하나, 조만간에 동아리들이 본격적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에 대한 예산을 검토하고 통과시키고 또 관련 서류를 체크하면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책상 저쪽에 쌓아둔 장부 사본은 모두 그것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직접 장부를 받은 후에 즉석에서 복사해서 돌려주고 그간 운용에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체크하기 위한 작업 또한 절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한동안은 자는 시간이 조금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아키라의 입가에 쓴 미소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 정도도 못해서는 장차 시미즈의 이름을 내걸 수 없겠지.'
지역 유지. 그것은 딱히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시미즈 가문은 이 가미즈미의 근원이기도 한 성스러운 샘이 흐르는 동굴과 그 옆에 세워진 낡은 신사. 아오노미즈류카미를 모셨다고 전해지는 그 신사를 관리하고 있었다. 마을의 근원을 관리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와 동시에 그만한 책임을 지녀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 일을 하고 있으나 그 아래의 자식이 자신밖에 없으니 결국 그 모든 것은 자신이 맡아야 할 것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집에서 대대로 하고 있는 가미즈미 온천과 가미즈미 스파도 결국 자신이 관리를 해야만 했다. 학생회장으로서의 일은 그에 비하면 차라리 쉬운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 지금 이 학생회장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실전에 가까운 시험대에 가까웠다.
'물론 내 역량을 확인하는 걸로 끝낼 생각은 없지만...'
3년에 한 번 가게 되는 수학여행 계획서를 살며시 옆으로 치우며 그는 빨대로 다시 홍차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전통 홍차는 아니긴 하나, 카페산 역시 나름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인스턴트가 무조건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때로는 인스턴트도 괜찮은 편이었다. 너무 한 곳에 치우치지만 않는 것. 그 정신을 잊지 않으며 그는 빨대에서 입을 천천히 떼어냈다.
'일단 조금만 더 쉬었다가 돌아갈까.'
부회장도, 다른 임원들도 없이 자신 혼자만 남은 적막한 공간 속에서 그의 작은 숨소리가 울렸다. 가장 외롭고 쓸쓸한 공간일지도 모르나, 그와 동시에 가장 숨을 내뱉고 아키라가 아닌 아키라로서 있을 수 있는 자리였다.
으흐흑 ( ˘•灬•˘ ) 나도 모든 레스에 세 줄짜리 주책 반응을... 모든 참치에게 볼쭈왑과 허그를 곁들인 인사를... 하고 싶... 어... 그러나 오늘도 머나먼 새벽근무의 길을 떠나야 하죠 진단 하나만 슬쩍 던져 두고... 아침에 와서 흩뿌려진 진단을 주워 먹을게요! 모바모바
98 자캐는_독서를_좋아하는가_싫어하는가 별 감정 없다! 중요한 건 내용을 머릿속에 받아들이는 게 괴롭냐 아니냐는 것이라... 굳이 고르라면 독서가는 아닌 편.
무료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이 trpg동아리실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예 안 들어오는건 아니었지만 가끔 사람 1명이 왔다가 가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머무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trpg동아리 자체가 부원이 오든말든 신경을 잘 안쓰는 동아리였기에 오늘은 동아리원.. 부원도 없었다. 그냥 조기종료하고 집에가서 쉬는게 좋을까 생각하는 찰나에 밖에서 평소와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들짐승의 소리였으며, 당신은 그 소리가 복수의 소리임을 눈치챘습니다. 당신은 신중히 움직여 그 짐승이 당신의 냄새를 맡지 않도록 바람을 등지지 않도록 하여 창문을 통해 그 짐승들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하늘 위의 태양의 빛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똑바로 그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수의 들짐승들의 사이에 갇힌 한 명의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은밀행동.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그만두자.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동아리실에서 나와 그 소리가 나는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당연히 그 여성은 들짐승들에게 공격받는건 아니었고 오히려 그 동물에게 음식을 베풀고 있었다. 흠, 상황적으로는 그리 다른 것은 아닐지도.
그녀의 드럼은 마치 짐승의 소리처럼 광포하게 꽝꽝 울려대고 있었으되, 그것을 두드리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못해 무심했다. 마치 그렇게 북 두드리는 법을 배우는 기계와도 같이 영혼이 없었다. 그 연주는 난폭하고도 훌륭했으되 공허했다. '뭐라도 두들겨패고 싶다'라는 조금 과격하기까지 그지없는 표현을 했는데 성에 차지 않는 걸까, 아니면 얼굴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미 무언가 열의라거나 만족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느끼는 법을 다 잃어버리고 만 걸까.
바로 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한 합주였건만, 온 경음부실을 꽝꽝 울리는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그치고 나서도 박수갈채는 없었다. 아무 감정 없는 텅 빈 침묵만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을 뿐이다. 시니카는 드럼스틱을 쥔 채로 드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쇼에게로 시선을 들었다. 잠깐 쇼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나올 법했다. 쇼의 연주는 분명히 선명한 열정이 한가득 담긴 멋진 기타 연주였으니까. 너 보컬이라더니 기타도 좀 치네? 라거나 보컬이랑 기타를 동시에 하는 거야? 하고 물어봐도 될 만한 상황이었건만 시니카는 아무 말도 없었다.
역시나, 하는 태도 같았다, 여기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는 듯이. 그래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영 엉뚱하기 그지없는 질문이었다.
"담배 좀 피워도 될까?"
그녀는 드럼스틱을 주머니에 꽂고는, 주머니에서 아무렇지 않게 웬 이상한 기계를 꺼냈다. 담뱃갑만했지만 담뱃갑은 확실히 아니었는데, 액체가 들어찬 원통 같은 게 그 기계에 달려 있었다. 쇼는 문득 코끝에 걸려오는 라임과 포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 그러면 그녀의 몸에서 났던 그 엉망진창으로 정체성 잃고 뒤섞인 과일냄새들은 혹시...
츠키시타 리코, 다른 이름으로는 달의 여신. 낭설에 의하면 달빛만큼 아름답고 고운 백발의 머리카락에 우주를 담은 듯 황홀한 눈동자를 가졌다고 하던. 달을 바라보며 염원하면 언젠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 속 그녀는 지금 가미즈미 고등학교에서 귀여운 길고양이들의 급식 도우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어맛 캔은 까미 거, 닭고기맛은 용용이 거. 오늘은 쿠키가 올까? 리코는 어젯 밤 얼마 없는 주머니를 털어 고양이 주식 캔과 간식 파우치를 쇼핑백 한 가득 사들였다. 학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길고양이들을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학교에 '길고양이 밥주기 당번'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당번이 있다고 한다면 리코는 기쁘게 자처했을지도 모르겠다만. 리코는 첫 등굣길에 작고 가냘픈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오랜 시간 먹이를 먹지 못한 모습과 꼬질한 얼굴. 언젠가 리코는 어두운 달밤 고양이의 끼니를 챙겨주던 인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무척이나 오래된 일이었는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리코는 그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는 것이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허겁지겁 끼니를 해치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렇구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 매일 밤 거리로 나오는 것일까-
" 천천히 먹- "
리코는 세 번째 등굣날, 학교 구석 풀숲 옆에서 그제야 그 오래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딘가 한 켠이 뭉글대는, 작은 생명이 품고 있는 온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 외치는, 자꾸만 눈길을 잡아끄는 그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딘가 꼬질한 밥그릇에 습식 사료를 덜어넣던 리코가 작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둥그렇게 뜨며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제법 우습기도 하다. 이 근처는 전부 빈 교실일텐데! 그래, 제대로 동아리 활동을 해본 적 없는 아웃사이더의 불쌍한 착각이었다.
" 에, 음. 고양이한테 밥을 주고 있어요...? "
생각보다도 대답이 멍청하게 나가버렸다. 알아챈 것은 이미 모든 것을 입 밖으로 낸 후였다. 리코가 머쓱한 듯 무릎을 펴 일어났다. 괜스레 머리칼을 만지작대고, 사료를 먹어치우고서 제 다리에 얼굴을 부벼오는 고양이들을 한 번 내려다보고. 조금 긴 침묵이 지난 뒤에야 리코는 겨우내 입술을 한 번 뗀다.
" 학교 근처에 길고양이들이 모여있길래... 자주 챙겨주거든요... "
바로 앞에. 서있는 사람도 뭐? 하며 되물어볼 듯한 목소리. 문자 그대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그리 소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낯선 이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내 비밀스런 무언가를 들킨 듯한 기분을 유발하곤 하기에. 리코는 그 부끄러움으로 괜스레 상대에게 꾸중이라도 듣는 양 기세를 숙이는 것이다.
역시 밖에서 본 대로 그녀는 고양이들에게 먹을 음식을 베풀고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때는 그냥 사료나 고양이가 좋아하는 그.. 그래 '츄르' 라는 간단한 간식을 주는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고가의 음식을 주고 있었다. 슈퍼마켓에서 가끔 보이는, 할인조차 하지 않는 그 비싼 통조림들의 한개한개의 가격은 분명 trpg 동아리실에 배치된 음식들보다도 더 비싸다는걸 보아서 알고 있었다. 애초에 배치하는 과자나 음료는 전부 다 대량으로 싸게 파는것만 가져오긴 하지만. 고양이에게 이 정도의 돈을 소비하다니, 이것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에게 충고하고싶은 마음이 한 순간은 들었다. 고양이는 당신이 베푼만큼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생물이 아닐 것 이라고.
"자주 챙겨주신다구요."
의문문이 아닌 이유는 이제야 알았다는 확인이었다. 그래, 남이 들고양이한테 무엇을 먹이든 그가 뭐라고 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의 돈도 아니고. 그래도 매번 음식을 주는 그녀에게 은혜는 느끼는지 고양이들은 그녀에게 대단히 친근해보였다. 그 모습이 꼭 쓰다듬고싶어진다고 말을 못할건 없어 보였다.
"딱히 방해가 된건 아닌데.."
사실 다른때처럼 사람이 좀 들어왔더라면 방해가 된다고 말을 할 것도 같았지만 생각해보자면 trpg가 그렇게 집중이 필요한 놀이는 아니었으니 상관이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먹이를 주게된다면 이 고양이들은 언제까지고 이 학교를 찾아오게 될텐데. 그녀가 음식을 못주게 될 상황이 오게된다면.
아니지. 알게뭐람.
"교직원분들 한테는 비밀로 하는게 좋을거에요."
분명 학교측 입장에서는 들고양이는 별로 좋지는 않을테니까. 그나저나 잘도 이 만큼의 고양이가 학교에 모이는구나.
>>243 사실은 시트만 매력적인 척 하고 있는걸지도요 😆 개장 일주일째 일상 0회 기록을 달리고 있거든요 ^0^ (ㅜㅜㅜ) 리코주께서도 선관 요청 주셨으니 저는 두 분 조율 끝난 후에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동시에 받아버리면 힘드시잖아요~! 😏 >>244 쿨기레.. 뭔가 생소한 조합이어서 서칭해봤는데 바로 납득했어요 XD 강하다 강해..
시니카: 이렇게 하는 게 올바른 인간이다. 저렇게 하는 게 옳은 거다... 시니카: 그 말대로 했다가 내가 이 꼴이 됐는데 그런 날 가르치려 들어? 시니카: 두 번 다시는 나한테 말 붙이지 마.
시니카는... 까부는 놈이 있으면 혼내주라는 말과, 괴롭힘당하는 애가 있으면 도와주라, 약한 아이를 못 본 척 하지 마라, 친구와는 의리있고 사이좋게 지내라 같은 말을 듣고 자랐고... 중학교 때 불량학생들한테 찍힌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불량학생과 한바탕 싸움박질을 한 게 시니카의 인생이 비틀리기 시작한 시발점이었습니다... 괴롭힘당한 애가 증언을 안 해주고 그냥 도망가버렸지
리코의 목소리가 얇게 늘어진다. 잘못을 걸린 것마냥 좌불안석인 모습. 리코는 자신이 최고 학년임에도 불구하고상대가 선배라도 되는 듯 대꾸한다. 예의가 바르다 해야할지, 무르다 해야할지. 아무래도 그녀에게 인간들의 위계질서 따위 그닥 와닿지 않겠지만서도. 그리 말을 이어가던 중 새카만 털을 가진 고양이가 리코의 발목 근처에 몸을 부벼댄다.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친근함의 표시. 잠시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고양이를 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던 리코는, 이어진 인간의 목소리에 퍼득 고개를 들었다.
" 앗,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바닥에 놔둔 종이 쇼핑백이 발틈에 걸린다. 그것을 치울 생각도 못하고서 놀라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 안으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캔 두어개가 벌어진 보인다. 오늘 찾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몫일까? 식사를 끝낸 고양이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르릉대며 발밑의 쇼핑팩을 건들댄다.
" 아, 그렇죠. 아무래도... "
리코가 말을 끝내지 않고서 입을 다물어버린다. 누군가에게는 성가신 짐승일 뿐일테지만. 그 말을 구태여 내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 세상이란 참 복잡하지 않던가. 하나의 이치가 있으면 그에 반하는 또 다른 이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각자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의 편을 드랴. 리코가 조용히 종이 쇼핑백을 주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 아이들이 전부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지내게 해주고 싶건만. 신이라 해보았자 별 능력도 없는 자신이 어찌 원망스럽기도 하다. 달이 뜨거든 너희를 위한 기도를 찾아 이루어주어야 할까—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하얀색과 노란색 털이 예쁘게 뒤섞인 고양이 하나가 테츠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제법 겁이 많은 아이였다. 밥을 주던 와중 찾아온 탓에 그대 역시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러 온 줄 아는 것일지. 호의적인 태도로 천천히, 치즈색 고양이가 테츠야를 향해 눈을 맞춘다.
>>257 소중한 사람은 그나마 챙겨주는구나~ 하긴 그만큼 오래 살았으면 까먹을만도() ㅋㅋㅋㅋㅋㅋ 자기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할배...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 공허신이니까 탄생과는 상성...이려나! 히키는 화를 아예 안 낸다는 느낌... 그것보다 어려운 말을 ㅋㅋㅋ
예에 후나가츠히메도 담배는 피워~ 자주 피우는 건 아니고 가끔 생각날 때 한 두번. 아무리 감정적으로 무덤덤한 어르신이라고 해도 화학반응에 영향을 안 받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지~~~ 간혹 기분이 좀 나아지고 싶은 느낌이 들 때 한 두 번 정도 해. 선호하는 건 독한 연초. 여러모로 번거로운 건 귀찮아 하는 편이라 요즘 담배는 간편해서 좋다고 하십니다 :3 물론 학생 행세를 할 때에는 절대 입에 안 대지만.
갱신이야~~~~~ 월요일은 늘 정신 차려보면 10시.. 11시... 이러게 되네 o(-( 다들 안녕이라구~~~~~ 😙
갸아악 다들 어서와!! 지금 다른 일도 하고 있어서 반응이 느리네 ㅜㅡㅜ 아앗 그리고 맞아 얼마 전에 히키 위키 읽으면서 >어라... 달이 없을 때 나타난다고....? 어쩌면 선관 각일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히키주를 만나서 물어보네!!! 호옥시 히키주 달의 신님이랑 선관.... 맺을 생각 있을까ㅏ....?!
>>257 역시 귀여워도 공허의 신님이랄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허함이 절절하네... 시니카가 이런 아이만 아니었어도 안아주는 건데 <:3 시니카는... 이제 누군가한테 깝죽대거나 뭘 하거나 다가갈 기력 같은 게 남지 않았어... 누군가 성가시게 간섭해오는 사람 밀어낼 줄만 알지..
>>272 고생이 집에 와서도 안 끝나는... (토닥토닥) 어서오라구 <:3
>>273 사람 펀치도...? (?)
>>274 애초에 누구랑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든 캐릭터니까 <:3 그렇다, 나는 일상 스레에 친화력 스탯이 0인 캐릭터를 들고 왔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끄덕)
>>291 고마워 히키주!╰(*´︶`*)╯♡ 아마... 열두시 조금 넘어서까진 바쁠 예정이기에...。゚(゚´ω`゚)゚。 여유 생기면 그때 다시 얘기할게! 히키랑 재미있는 선관이 나올 거 같아서 조금 신난 바람에 왈칵 얘기했네...! 응원 고마워 히키주((o(^∇^)o))!!
감정 없는 반응이 아니라, 아예 반응이 없었다. 기껏 우리 드러머보다 잘 친다고 한 칭찬을 시니카는 그냥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 넘겨버렸다. 일단 오토하 쇼가 뜻한 대로 솔직한 감상을 담아서 건네어주는 데에는 분명히 성공했다. 음악이 멎어 조용한 경음부실에서 쇼가 건넨 말이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까. 대답을 하지 않을 뿐이다.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대답하기 싫은 걸까, 이건 아마 시니카 본인에게 물어봐도 본인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대답하지 않는 게 아니라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제멋대로이기 그지없는 질문에 흔쾌히 허락을 내려준 것에 대해, "땡큐." 하고 대답하고는 팁을 입에 물고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스으읍- 하고 공기 빨려들어가는 소리가 나더니, 누가 봐도 담배연기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새하얗고 창백한 연기가 반쯤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가며 새하얀 궤적을 그리다 스러진다. 향신료로 합성한 인공적인 라임향과 포도향이 엉망으로 엉켜서 경음부실에 옅게 퍼진다. 세 번째로 담배연기를 뿜었을 때쯤에 쇼가 질문해왔다. 이름모를 드러머는 쇼를 빤히 바라보았다. 별 걸 다 묻는다는 투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한다.
"코우사카 시니카."
의외로 흔쾌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그녀, 코우사카 시니카는 네 번째의 차가운 안개를 슥 들이켜 폐부를 채웠다. 이것도 역겹다. 그나마 제일 덜 역겨운 것이지만. 그녀는 다시 흰 연기를 길게 그리고는, 드러머의 자리에 걸터앉았다.
>>324 아냐아냐 어디까지나 히키주가 돌릴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멀티를 돌리겠단 말이었으니까! 너무 바쁜 게 아니라면 캡틴이 먼저 돌려도 돼!! 아참 그리구... 혹시 '이 기간까지는 인간 캐릭터에게 신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하는 기간이 있어? 아니면 러닝 기간 전체 동안 '신은 자신의 정체를 인간에게 들켜서는 안된다'는 철칙이 적용되는 거야? <:3
오빠라고 불렀다고? 요조라는 티 내지 않았지만 잠시 당황했다. 천천히, 차분하게 기억을 더듬어보자, 아까, 아까라면... 아, 떠올랐다. 조금 전, 졸면서 이곳이 집이라고 착각했을 때다. 그 짧은 사이, 이 사람을 오빠라고 착각했나 보다. 최근, 집에서 가장 많이 기대는 사람이 오빠였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 할 뻔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요조라는 차분히 대꾸했다.
"그렇겠네요, 아마..."
모르는 척, 아닌 척 하는게 요조라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티내지 않는 선에서 대강 얼버무릴 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빠 때문에 이게 뭐람. 요조라는 괜히 오빠에게 애꿎은 화를 돌리면서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는 중에 들린 질문- 올라가봐야 하지 않냐는 물음에 답을 하려다가 예비종이 울리길래 꺼내려던 말을 넣는다. 예비종이 울린 후에 넣었던 말을 다시 꺼냈다.
"...저는, 교실로, 안 가니까... 상관없어요... 늦던, 빠르던..."
이대로 교실로 가면 졸아버리거나 기절하듯 잠들게 뻔하니까, 바로 양호실로 갈 생각이던 요조라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남은 내용을 읽기 위해 잡지만 바라보았다. 제대로 안 보면 귀가했을 때 오빠가 이것저것 묻고 귀찮게 굴게 뻔하다. 그걸 넘기기 위해서라도 본 김에 다 보는게 좋다고, 요조라는 생각했다.
아뇨. 대답이 무척 단호하다. 냉랭한 분위기가 어딘가 무섭기도. 리코는 애둘러 하하 웃으며 대꾸해보지만, 상대의 발치를 서성이는 고양이의 집념은 그럼에도 사그러들 기미가 없다. 나비야, 이제 그만....! 리코는 속으로 다급히 외쳐보지만, 그 목소리가 고양이에게 닿을 턱이 없다. 아이들은 길고양이 치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 험난한 길바닥에서 살아남기엔 다소 불리한 요건. 개중 겁이 많은 녀석도 이리 금세 경계를 풀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이유. 곤란한듯 고양이와 상대를 번갈아 바리보던 리코가 다시 한 번 쇼핑백 손잡이를 고쳐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가보구나. 이 시간대에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단 생각이 드는 그녀다.
" 츄르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필요는 없으시겠죠... "
잠깐의 환색, 그리고는 다시 의기소침한 웃음. 고양이들의 환심이 필요해보이진 않으니까. 상대의 표정을 살펴 바라보니 그 생각에 동그란 정답 표시를 매기듯 냉랭한 표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 나, 어쩌면 굉장히 민폐처럼 보일지도.
" 제법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사랑이 고픈 아이들이라.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을까, 기대한 것 아닐까요? 무서운 것도 무릅 쓰고. "
독심술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정확한 답도 아니다. 그저 심증 뿐인 서술. 답안을 직면한 선생님이라면 부분 점수 1점을 남길만한. 리코의 눈길이 상대의 손끝을 따른다. 캔이 두어개 남은 종이 쇼핑백. 누군가를 향한 확실한 관심과 사랑의 증거. 리코가 조심스레 손을 뒤로 돌려 쇼핑백을 감춘다.
" 그 애 이름은 나비예요. "
괜스레 화두를 돌려본다. 애진작 식사가 끝났음에도 고양이들은 이 차가운 풀숲 옆을 떠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일어난 해프닝이 그저 재미있는 걸 수도. 당사자는 제법 곤혹스러운 처지인데도 말이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물어본 것에 불과한데 반응이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시로하가 당황하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인데. 조금 더 놀려볼까하다가 화라도 내면 어쩔까싶어서 일단 보류하기로 마음 먹었다.
" 교복 차림과 사복 차림은 다른거니까. 너도 항상 내 교복 모습만 보잖아? "
그렇다고 카페에 찾아오면 그때는 사복이 아니라 유니폼이니까 조금 다른 모습이더라도 본질적으론 사복은 아니다. 목소리를 올리다가 기침을 하는 시로하를 보고선 책상에 올려두었던 물병을 건네주었다. 역시 몸이 약한 편이라 그런가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저렇게 반동이 오니 ...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 그냥 놀러가는게 기대 되는거니까. 간만에 여가시간을 가지는 것이기도 하고. "
학교 갔다가 카페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서 신으로써의 업무를 보다보면 가사를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들은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된다. 주말 하루는 자느라 바쁘니까 나머지 하루는 결국 밀린 일들을 하다보면 그렇게까지 여유 시간이 많이 남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긴 여유도 보통 잠으로 보내기도 했고.
" 도장까지 찍어야겠는걸. "
작은 키에 걸맞는 앙증 맞으면서도 하얀 손에 내 눈 높이까지 올라와 새끼손가락을 치켜보인다. 이런 작은 손으로 검을 잡아서 그렇게 휘두를 수 있다니. 신이란 그런 법인걸까. 그렇기에 더욱 그녀가 신으로써 받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같은 신이니까 딱히 그런건 없고, 그저 새끼 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서 엄지 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으려해본다.
" 아 참. 오늘 밤에 별똥별이 하나 떨어질꺼야. 시간은 ... 오후 열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구경할꺼면 해도 괜찮아. 아마 남쪽 하늘에서 보이지 않을까 싶네. "
반응은 없다. 예상했던 것이다. 짧은 몇 번의 대화로 파악한 사실은, 상대가 생각보다 많이 무심한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담배 끝에서 퍼져나온, 구별할 수도 없는 과일 냄새가. 동시에 삭막한 기류가 부실 가득 퍼진다. 전자담배에는 저런 향도 있구나, 쓸모없는 지식이 하나 생겼다. 쇼가 의자 옆의 작은 책장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괸다. 그 시선이 연기의 궤적을 따라서 움직인다. 창문 너머로 날아간 연기가 덧없이 흩어진다.
허락도 없이 멋대로 외부인을 들이고, 거기다 담배까지 피는 걸 묵인해줬다는 사실을 누가 알기라도 하면 어떨까. 아마 부장 선배가 불같이 화를 내겠지. 그럴 일도 없는데, 참 쓸데없는 생각이다.
코우사카의 의욕 없는 목소리가, 순순히 제 이름을 알려준다.
"음."
짧은 탄성이 대답 대신 내뱉어진다. 별 의미는 없다. 그냥 그 이름이 이상하리만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오토하, 쇼."
이쪽도 이름을 알려주고 나면, 또 침묵이 이어진다. 갈 곳 잃은 시선이 창문 밖을 향했다.
>>332 그렇구만 >:3 정확히 캡틴이 말한 '비밀을 조건으로 일부에게 알려주는' 그런 느낌으로 혹시 신의 정체를 우연히 알아버리는 일상 같은 걸 돌리게 되면 어떤가 해서. 말했다시피 지극히 현실적인 시니카를 비현실에 맞닥뜨리게 하는 순간이 보고 싶어서 시니카를 데려왔거든 :3 신의 모습을 우연히 봐버리고 "...하?" 하고 말문을 잃어버린다던가.
>>352 혼선을 줘서 미안해.. <:3 다음에 꼭 라면 얻어먹으러 가겠다구!(?) 다른 걸 할 수도 있고.
필요없다는 뜻으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설령 그의 손에 츄르가 있다고 하더라도 눈 앞의 고양이에게 그것을 건내지는 않을 것 이었다. 그것은 그가 먼 옛날에 한 다짐 중 하나였다. 제법 오랜 세월동안 잊어왔지만 곧 바로 떠올린 다짐과 맹세를 수 년이 지나서야 지켜지는 순간이었다.
"사람을 좋아하는건 당신때문인거겠죠."
나쁜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그 일을 '당신덕분이다' 라고 말하는건 꺼려졌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친근감을 가진다고 한들 특별히 나쁜일이 일어나는것도 아니건만.
"나.."
나비라는 이름을 그녀가 알려주자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부르다가 그는 말을 멈추었다.
"귀여운 이름이네요. 전형적이지만.."
그런데 이 고양이들은 밥을 먹었으면 해산을 해야지 왜 남아있는걸까. 그래도 모여있는걸 보면 보기드문 광경이면서도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응석을 받아주는 사람은 좋다. 따듯한 것도 좋다. 그치만 일정 이상으로 침해해 들어오는 건 싫어. 하지만 침해해줬으면 해. 그래서 안아드는 것에 저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또 후유키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만 것 같아서 입을 내밀곤 툴툴댄다.
"바보. 최고 바보. 똥개. 케밥.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돌린 채로 계속 툴툴대는 것이다. 한 마디로는 그 옹졸한 속이 다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애초에 말이야, 나는 의젓하단 말이야. 나 이래봬도 신이니까? 가끔 다른 신들이 헷갈리곤 하는데 일단 인간들이랑 지위가 다르니까?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혼자 툴툴대다 혼자 북받쳐서 고개를 홱 돌리면, 화사한 봄날의 정원과 익숙한 얼굴이 있다.
-얘, 왜 언제나 복도에만 앉아있니? -나는 어여쁜 정원만 보면 된다. 바깥 에도는 굶주린 자들이 많고 외세들이 호시탐탐 노린다고 하니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없다. -바깥은 네 생각보다 곱절로 아름답단다. 나가보지 않으련? -...나갈 수 없다. 나는 이 성에 묶여있으니까.
시니카는 쇼의 이름을 한 번 더 되뇌어보았다. 그리고 입에 전자담배를 물고, 한번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뱉는다. 경음부실 안을 과일향 화학조미료 냄새가 옅게 한 번 더 칠해진다. "쇼..." 하고 시니카는 한번 더 곱씹어본다. 꽤 괜찮은,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아아, 또다.
이젠 잠잠해지고 무덤덤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질투심에 가슴이 시큰거린다. 무뚝뚝한 얼굴 위로 달고 있는 쇼라는 이름이, 무뚝뚝한 얼굴 너머에 잠들어있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열정을 비추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빛나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젠 그럴 일도 없는데, 참 쓸데없는 생각이다.
"괜찮은 이름이네."
해서, 마음에도 없는-아니, 진짜 없는 걸까?-칭찬으로 한 번 말을 돌린다. 생각을 그만둔다. 시니카는 전자담배 기기를 스카잔 주머니에 푹 찔러넣었다. 그러다 문득,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이 시니카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다음 곡은 뭐야?"
기껏 손 풀러 왔는데 한 곡만 연주하고 끝낼 건 아니지? 하고, 뱀 같은 시선이 무기력하게 쇼를 바라보아온다. 무언가,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걸까. 보여달라는 걸까. 그러고 보면 Smooth Criminal은 인스트루먼트만 연주하고, 정작 쇼의 보컬은 들어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똑똑, 히로주 계신가요? 제가 곧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저희 선관은 다음으로 미뤄도 괜찮을까요? ㅜㅡㅜ 아직 리코주랑 짜고 계신 중이기도 하시고.. 먼저 짜보자고 말씀 드렸는데 이렇게 통보하고 사라져서 죄송해요 😭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신데렐라 참치라서요. 다음에 꼭!꼭!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선관 짜느라 나메에 답 못드려서 다른 참치분들께도 죄송하구요.
마주 보는 눈이 미미하게 가늘어지다 곧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알아채기 어려웠지만 그는 분명 고민하고 있었다. 풍어신을 잘 아는 이라면 그 무감각한 낯 뒤의 속내까지 짐작이 가능했겠지만 그것은 백 년 세월 단위는 우습게 여기는 신들에게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치 희박한 가능성의 연속이기에 귀한 만남과, 그만큼 귀중한 누군가와의 인연.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풍어신은 슬슬 이 주제에도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해결책을 하나 뽑아들기로 한 것인데, 참고해서 나쁠 까닭 없는 이야기니 일단은 새겨듣도록 하기다. 이것은 풍어신이 아주 젊었던 시절부터 익히 사용해온 비법으로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그닥 특별할 것 없는 하재下才였다. 무작정 외우고 맥락에 맞추어 따라해보겠다 이 말씀이다. 타고난 정서의 근간은 여전해도 그는 이 방법을 통해 지금의 사회성을 갖추게 되었으니 영 못쓸 무식한 방법은 아니었다.
신은 스즈의 생각을 아주 모를 것 같지는 않았다. 위화감을 느낄 무렵에 반응한다면 은근하게 묻으려던 주제를 알아채게 될 수도 있으니 잠자코 입을 다물 뿐이다. 그러곤 또다시 태연스레 가만한 낯으로 그는 잠시 저 건너온 먼 허공으로 눈길을 돌렸다. 고지에서 바라보는 모야의 풍경은 해가 질 녘의 어스름을 닮아 있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이야기를 나누며 한 마디 말을 꺼내는 일순의 시간마다 누군가의 하루는 푸르게, 검도록 저물어간다. 밤이 더욱 깊어가고 민가의 불이 하나둘 꺼져 어느덧 시간은 자정에 가깝다. 먼 곳을 관망하던 시선이 흘깃 스즈를 향하다 정면으로 돌았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곧 비존재의 개념을 뜻하지는 않듯, 어쩌면 스즈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여부로 따지자면 완벽한 사실이라 말해야 옳을 테다. 그는 좀처럼 누군가를 속이는 데 능숙하지 못한 신인데, 그렇다면 넌지시 해답을 알려주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겠다 생각했다. 신은 아직 제 과오를 돌아보는 데만 해도 여력이 없었다.
"인사는 아무래도 괜찮단다. 그렇다면 나 역시 인사를 해 주어야 할 텐데, 만나면 간식이라도 줄까?"
그러니 말을 돌리는데, 해서 나온 소리가 영 허성에 가까웠다. 스즈가 고양이도 아니고 만나면 간식 준다는 소리가 무슨 말인가. 하지만 그는 꽤나 진지해 보였다.
405<알려주마! 독타 쾌락신> 사람을 물게 만드는 마약이 있다?! 미국 정부도 놀란 이유
(Z.RKPyCUX6)
2022-03-28 (모두 수고..) 23:50:10
"자! 이 녀석들아,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알려주마! 독타 쾌락신> 코너라구. 후후, 이번엔 정말로 재밌는 걸 준비했으니까 말이야. 기대해도 좋아!"
[ㅇㅇ : 아기다리고기다리던 ㅇㅈㄹ] [ㅇㅇ : 진짜 언젯적 드립입니까 할매..] [ㅇㅇ : 여고생도 아닌듯] [ㅇㅇ : 페이트 시리즈 엑스트라 클래스 또 줄줄 읊으면 구독 취소한다]
"하...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이 몸은 쾌락신이라구. 너희보다 최소 300살은 연상이니까 말이야. 건방떨지 마! 그리고 페이트 엑스트라 클래스는 요즘 청년이 가져야할 상식이야, 시대 정신이란 말이다, 인마."
[ㅇㅇ : 으윽 달빠냄새] [ㅇㅇ : 그래서 뭐할 건데]
"후후, 오늘 알려줄 상식은 쨔잔, '목욕소금'입니다. 미소녀가 욕조에 살살 풀어 쓰는 그거 생각했어? 논, 논. 제가 말하는 건 불법 드러그인 목욕소금이라구.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말야. 정보는 이 일본의 인터넷 구석구석에 있어서 열심히 모아봤단 말이지- 자, 환영의 박수 짝짝짝~"
잠시간의 자작 박수. 그리고는 부스럭부스럭 A4용지를 꺼내 눈을 찡그리며 읽는다.
"자아, 목욕 소금이란 카티논 계열 유도체로... 쉽게 말해서 마약이란 거지. 201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유행했고 일본의 한구레들 사이에서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유행했다네. 배스소루토-아니면은 몬키다스토, 정도로 불렸다고 해."
[ㅇㅇ : 내 친구가 그거 해봤댔음] [ㅇㅇ : 엥? ㄹㅇ?] [ㅇㅇ : ㅇㅇ; 약빨이 빠르게 온다더라고]
"그래서 다들 궁금한 건 역시 약빨이겠지- 일단 말이야, 무섭지 않아. 벽에다가 주먹을 내질러도 아프질 않구 골절당해도 하나도 안 느껴지지. 그 이외에는 감각이 엄청 예민해진다는 걸까나. 트립을 전부 말로 옮길 수는 없지만 말이야."
[ㅇㅇ님이 새전함에 500엔 후원! 재밌는데 방송에서 이런 얘기 해도 되는 거임?]
"장려하지 않았으니 아슬아슬 세이프-아닐까. 그래도 채널정지는 싫으니깐요, 부작용도 이야기 해볼까나. 다들 마이애미 좀비사건 알고 있어-?"
[ㅇㅇ : 아 그거] [ㅇㅇ : 충격이었지] [ㅇㅇ : 좀비 아포칼립스 오는 줄 알았지 ㄹㅇ;]
"그래, 바로 그 충격의 사건! 벌거벗은 남자가 고속도로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은 사건이네. 물론 이게 목욕 소금이라는 확증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아메리카 정부에서 신종 마약을 사용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발표한 걸까나. 시기적으로는 목욕소금의 유행 시기랑 딱 맞지?"
[ㅇㅇ : 결국 카더라잖아]
"카더라면 뭐 어때서! 너희들 다 이런 로어 들으려고 오는 거 아니야?! 정확성을 기대하지 말라구, 쾌락신에게! 큼큼, 하여튼. 이런, 상식을 마비시키는 마약의 공통 부작용도 있지만- 애초에 마약이란 게 몸에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거지. 너희 시오라멘 좋아하지? 그거 다 나트륨이고 아지노모토거든요. 몸에 나쁜 게 맛있다, 하지만 맛있는 만큼 나쁘다, 하지만 중독성 있다. 그래서 몸은 계속 나빠져 간다- 그런 부작용이네."
"아니아니, 그거 정말 어려우니까? 아아, 뭐라구 해야 할까. 그래, 마약은 확실히 기분 좋지. 극상의 쾌락이지! 쾌락신이 보증한다구 안해봤지만. 하지만 그만큼 끔찍해. 그래, 끔찍하지..."
"몽롱하고 편안하고, 이 갑갑한 지구에서 벗어나는 듯 하고, 꿈결에서나 들을 것 같은 극상의 음악을 듣거나- 남들은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우월감이나,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기분. 인간이란 건 바보 같아서- 그런 거에 쉽게 중독된단 말이지."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있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중독되지 않아. 마약의 진짜는 후폭풍이랄까. 어떤 환각도 없어. 새롭게 끔찍하거나 귀신이 나를 덮치거나 하는 게 아니야. 그저, 아무것도 없어서 슬픈 거야.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그 열 배로 우울해. 존재가 아파. 이럴 바엔 약을 더 빨아서 완전히 없어지고 싶지. 그래서 중독되는 거야."
"공허로밖에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쾌락으로 도피해. 몸을 깎아먹어가면서. 마약은 그래서 슬프지..."
"물론 쾌락신이라곤 하지만 시이 쨩은 절대로 복약하지 않아요? 그건 약속이니까. 이미 머리가 이상해서 약 정도로는 더 이상해지지 않으니까 꺄하-!"
토미나가 후미카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하지_못한_말은 -이.....이건..... 엄청 뼈 아픈데 아얏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 슬프다는 말도.
술취한_자캐가_휴대폰을_만지면 -후미카는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 고등학생이지만 신이기도 하니까... 신일 때 술버릇이 나온다면! 친한 사람한테 전화해서 주절거린다... 막 주책맞게 뭐라뭐라 하는 건 아니거든? 말투도 멀쩡하고 언어구사력에도 문제는 없는... 것 같아 보이는데 잘 들으면 좀 아무말이 들리긴 함. 어쨌든 자꾸 쓸데없이 말 걸어. 할머니... 🤦♀️
자캐의_소지품을_조사한다 -놀라울 정도로 간소하다! 필기구도 꼭 필요한 3~4개 정도가 끝, 교과서도 꼭 필요한 몇몇 개로 끝. 이마저도 가방을 소지하고 있을 때나 그렇지 가방도 안 가지고 다닐 때가 많아. 필요할 때는 스즈한테 물 마시라고 줬던 것처럼 어디서 휙 꺼내오면 되니까. 이것저것 챙기고 다니는 건 번거로운걸...
역시나. 상대는 필요없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상한 대답이기에 리코 역시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내 영향일까? 으음, 리코는 대답 대신 알 수 없을 소리를 흘려낸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이 아닌 신을 좋아해야—... 아니, 이건 너무 나갔지. 요점은 그게 아니다. 리코는 괜스레, 혹시 아이들이 사람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괜히 나쁜 인간들에게도 겁 없이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괜한 걱정일테지만. 사람, 아니... 그녀는 신이지만. 하여튼 인간들이란 긍정적인 일 보다는 부정적인 일을 먼저 걱정하지 않던가. 인간들과 오래 부대낀 탓에 리코에게도 그 영향이 끼치고 말았나보다.
이런, 만약 나쁜 인간이 이 아이들을 해친다면... 물론 난 인간을 좋아하지만. 그 몹쓸놈만은 꼭 찾아 천벌을 주어야겠구나. 리코는 평온한 얼굴로 그리 다짐했다.
어라, 리코가 쫑긋 테츠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저사람, 방금 이름을 따라 부르려 했지? 귀여워라. 그리고는 또 내심 아쉽기도 한 것이, 더욱 상대가 귀여운 것 아닌가. 비단 자신이 신이 아닌 같은 인간이더라도 제법 그 모습을 귀엽다 생각했으리라. 상대에겐 조금 실례일지도 모를 생각이지만.
" 처음에는 개성있는 이름을 붙였는데, 아이들이 너무 많다보니... 이 애는 이름이 용용이에요. "
리코가 저 멀리 떨어진 삼색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보았자 그녀만이 부르는 이름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름 모를, 모두가 똑같은 들짐승이지만 그녀에게만큼은 하나하나 불릴 이름이 있는 아이들. 그 이름에는 오직 그녀의 입에만 담긴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사랑과 정성이 담겨있다. 각각의 아이들을 구분지어 아껴줄 수 있는. 이름의 가치란 그런 것일까. 문득 달의 이름을 가진 여자는 생각한다.
" 새로운 사람을 봐서 그런가, 계속 여기를 어슬렁 거리네요. "
물그럼 상대의 시선을 좇던 리코가 입을 열었다. 딱히 궁금하지 않았던 정보일 수도 있지만..., 힐긋힐긋 남자를 바라보며 움직이는 고양이들이 귀여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저 아이는 네로예요. "
어딘가 어색한 상황에는 다시 한 번 TMI. 리코가 상대의 뒤쪽에 있는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고 사복 차림을 보고싶다, 고까지 할 건 또 무언지. 말투가 완전히 무신경하지 않은가.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왠지 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쓰이기도 하고... 못들은 셈치고 평소처럼 입고가자니 기대를 배반하는 것도 같고... 그런 생각들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시로하의 안에서 부풀어만 간다.
"...너무 오래 붙들고 있는 것 아니느냐."
그러는 한 편 둘 사이의 약속 도장도 길어지기 마련. 이정도면 어기는 쪽이 무조건 나쁠 정도로 확실하게 찍혔을 것이다. 도검의 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얽혀있던 새끼손가락을 풀고는 물병을 입에 가져가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코세이가 방금 내민 그것이다.
"호오?"
별똥별, 이라는 말에 눈썹이 다시 들썩인다. 좋은 정보가 아닌가. 요즘들어 별구경다운 별구경은 좀처럼 해 본 적이 없었으니...
"별의 신이나 되는 자가 하는 말이니 의심의 여지는 없겠지. 후후, 좋다. 오늘 밤은 조금 기대되는구나."
게다가 이름의 뜻을 고양이가 알리가 없으니 부르기 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면 곧잘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나름대로의 분별력이 있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된다. 당연히 그 감탄을 입 밖으로 내비칠 생각은 없었다. 어찌되었든 이 친절한 3학년의 행동으로 이 학교 부근은 고양이가 출몰하는 이벤트지대가 되었다는건가. 정말로 몇 없는 친절심으로 먹이를 줄 수는 있겠지만 얼마 주지도 않고 먹이를 기대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않고 방치하는건 그에게 있어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경계하는걸지도 모르죠."
어차피 계속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을거라면.. 차라리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폭군인건가."
네로라는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모습에서 폭군의 면모가 엿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고 이름이 '용용'인건 좀 이상했다. 어째서 용용인거지. 무슨 특별한 뜻이 있는건가? 용용..용용..
알게뭐람.
"뭐, 어쨌든 교사 뒷편에는 사람이 잘 오지 않으니 고양이들을 그쪽으로 유도하면 더 잘 들키지 않을거에요."
제 이름을 여러 번 되뇌는 시니카.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한참 뒤에야 괜찮은 이름이란 칭찬이 돌아왔다. 쇼는 그게 예의상 건네는 빈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게 시선을 내리깔 뿐이다.
"다음 곡?"
갑자기 파고든, 이질적인 질문에 멍청하게 되물어본다. 그제서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한 쇼가 어깨를 으쓱인다.
"무덤덤한 척 하더니."
그렇게 말은 해도,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상대를 책망하는 태도도 아니다. 그 시선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래, 목은 풀어줘야지."
오히려 반기듯 대꾸하는 것이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난 쇼가 다시 거치대 앞으로 다가간다. 꺼내든 건 아까와는 다른, 검은 도색의 일렉 기타였다. 그 기타를 곧바로 어깨에 멘다. 이번엔 스탠딩 마이크도 함께 설치하고 세팅을 마무리한다.
기타를 쥐고 드럼과 마주보게 선 쇼가 큼큼, 잠깐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곡이 연주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을 까딱이며 리듬을 타더니, 본격적으로 기타줄을 쳐내며 입을 연다. 높고 날카로우면서도 무거운 음성이 성대 밖으로 터져나온다. 기타음은 한없이 묵직하고 낮다. 곧 멜로디와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노래를 완성해낸다.
Under the knife I surrendered The innocence yours to consume You cut it away And you filled me up with hate Into the silence you sent me Into the fire consumed You thought I'd forget But it's always in my head
노래와 연주는 계속된다. 아까보다 더욱 진한, 진정으로 쏟아져나오는 열정이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454 "향? ...액상?" "과일향 나는 거. 멘솔 있는 걸로. ...그래, 과멘충이야."
그렇게 말하는 시니카의 몸에서는, 과일 향기가 나고 있다. 새콤달콤해서 과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콕 짚어 어느 과일인지 말하라면 힘들 것 같다. 포도향 같기도 하고, 사과향 같기도 하고, 레몬향 같기도 했으며, 딸기향 같기도 했다. 인공감미료로 어설프게 흉내낸 과일향들이 그녀의 몸에 엉망진창으로 범벅이 되어 치덕치덕 흘러나오고 있었다.
>>483 '이상하게 신사가 눈에 자주 띄는 것만 빼면... 여기도, 거기서 거기구나. 이번에도 별다를 건 없겠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조금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시니컬한 생각과 무기력한 바람 정도를 품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 시니카는 몰랐다. 가미즈미에 들어서는 그 순간, 비일상과 괴이, 신들이 거니는 지상의 정원 한가운데로 자신의 운명이 내리꽂힌 것이라는 사실을.
>>484 전담 사용자층 중에서도 과일+멘솔 액상만 즐겨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야. >:3 학생이 이러면 안됩니다. (엄격근엄진지)
>>487 아마도 재액과 불화를 관장하는 뱀신...? 🤔 일상스레에 내기에는 가일층 부적합한 캐릭터가 되었으리.. "그래. 그렇게 되는 거지. 믿음은 절대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항상 배신당하는 거야." "억울하고 치가 떨리지 않아? 모든 세상이 너만 빼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그건 그들이 네 몫을 빼앗아갔기 때문이야." "운명이란 그런 거란다. 빼앗긴 것은 절대로 돌려받을 수 없어." "그렇지만 그들이 네게서 빼앗아간 것을 누리지 못하도록 파괴할 수는 있지." "내가 들어주는 소원은 너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거야. 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해줄 수는 있지." "그러니 빌어봐. 빌고 싶다면."
>>497 좋았다고 해준다면 기쁠 따름이야! 맞아, 자기에는 밤은 길디구 (코로리: (환장)) 그리고 후유키주한테 얘기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코로리 시트에 죽음이 살짝 언급되기도 하고, 둘 다 나비와 잠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것도 있고, 같은 반이기도 하고 해서 조금..... 친할 수도 있으려나?! (・∀・) 하는 생각이 들은 적이 있다는..... 이실직고?! 고백?! 이야~!
>>498 아예 오빠가 돼버린 코세이려나?! 별이 잠보다 빠른 건 맞으니까~! 그래도 세이라고 애칭 부르면서 오빠라고는 잘 안 불렀겠지만 ( ^∀^) 전형적인 청춘 일본 남고생~! 코타츠 안에 있는 히로도 귀엽고 게임이나 운동 즐기는 히로도 귀엽다~!
>>517 정확히는 플로터라는 공인데 이걸 스파이크 속도로 날리는 세터가 있다고 들었어 :3 시니카가 배구에(정확히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사람 그 자체에) 환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본체인 내가 배구 지식이 그렇게 밝지 않다 보니 배구 쪽으로 나갈 일은 그렇게 가능성이 없을 것 같네. 시트 캐릭터 중에 배구선수 캐릭터도 없어보이고 <:3 코로리같은 애가 나데나데해주면 얼굴은 좀 펴지겠다. (본심)
그냥 매일 보는 옷이 아니라 다른걸 보고 싶은 것뿐이다. 축제기는 하지만 엄청 성대한 축제도 아닐뿐더러 주인공도 우리가 아니니까 그냥 인파에 섞여서 적당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경품 같은 것도 따면 재밌을테고.
" 신뢰의 상징인거지. "
살짝 웃어주고서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점심을 다먹고 운동장을 돌면서 햇빛도 쬐고 소화도 시키려는지 학생들이 여럿 걷고 있었다. 혼자 걷는 학샏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어대는 모습이 여기서도 보인다. 다들 에너지가 넘쳐서 좋아보이네. 따뜻한 햇살을 쬐자 다시 졸음이 몰려오는듯 하다.
" 거기서도 잘 보일꺼야. 생각보다 밝더라고. "
거기에 시로하가 사는 신당은 산 속에 있으니 못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유성이 제때 정확한 궤도로 떨어질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것은 내가 할 일이고 다른 이들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나저나 오늘도 소원이 가득하게 들어오겠구만. 비록 들어주는 것밖엔 하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나도 빌어주곤한다.
"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간다. 오늘도 밥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 "
시로하가 깨워주지 않으면 분명 학교가 끝날때쯤 슬슬 일어나서 종례시간에 멀쩡한척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점심 같이 먹자고 챙겨주는건 몇 없으니까. 근데 리리는 ... 점심 먹었나?
" 그럼 조만간 한번 초대할께. 축제 시즌이 지나고서가 되겠지만. "
사쿠라마츠리는 당장 코앞에 다가와있으니까 말이다. 쓰고 있던 안경을 다시 창가에 올려두고 잘 준비를 해본다. 5교시가 시작할때쯤엔 다시 잠들어 있을 것이다.
리얼충? 리얼충 같은 얼굴이 있나? 싶긴 했지만 어쨌든 정말 맞춰버리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 놀란 티를 낸다. 역시 쾌락신~ 이란 거냐.
" 전 항상 고객님 응대에 진심이랍니다. "
할아버지한테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 어쨌든 심심하던 차에 쾌락신 친구의 방문으로 서점에 활기가 생겨 재밌기도 했고. 가미즈미 청년, 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가미즈미 (서점) 청년의 줄임말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은 상대가 아예 다른 지방에서 왔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굳이 교정해주지 않기로 했다.
" 만화... 라고 하면 원피스, 나루토, 헌터헌터... 이런걸 본 기억이 나네. "
있지, 만화책이나 그 라노벨? 같은걸 원하는 거면 따로 말해줘, 시켜서 다음에 방문하면 줄께. 라고 말하며 장부를 꺼냈다가 이상형 얘기에 컥, 소리를 낸다.
" 어, 없어, 그런거. "
진짜 구체적인 이상형이 없긴 했다. 평소엔 그냥 '웃을 때 이쁜 사람'으로 적당히 둘러대긴 했지만... 방송에서 그런말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라는 판단에 제대로 대답하긴 했지만 오히려 더 수상해 보였다.
"질렸습니다." "또 질리셨습니까." "예, 아주 질렸습니다." "이번엔 왜 질리셨습니까."
신관장은 히키가 토리이 꼭대기에 앉아있자 그 위를 쳐다보며 목덜미를 긁었다. 히키의 저런 모습도 참 간만이다. 히키는 지금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토리이의 가로로 이루어진 장식을 아슬아슬하게 지날 정도로 긴 머리카락, 그 위에 돋아난 사슴의 뿔, 평소에 입던 평범한 기모노 차림이 아닌 온통 흑색과 적색으로 이루어진 소쿠타이 차림이다. 얼굴은 소리코에 쓰이는 가면이 덮고 있다. 단지 그것뿐이면 좋겠으나, 봄날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요란한 방울 소리와 홍백 고헤이, 마찬가지의 홍백색 새끼줄, 거기다 긴 종이 장식까지 머리카락과 함께 나부낀다. 히키는 그 사이에서 코웃음을 쳤다.
"또 시작이라 그렇습니다. 욕망이나 쾌락의 신에게는 안타까운 말이나 눈앞의 설탕에 꼬리치며, 그 끝이 파국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유혹에 못 이겨 선택하는 꼴이 달갑지 않습니다."
히키는 과거를 회상한다. 불과 백 년 조금 넘던 날에도 이 세상의 탐욕은 불이 붙고 들끓고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 아래의 것으로 삼았으며, 속이 빈 것처럼 하루하루를 채우기에 바빴다. 그 속에 타인의 동의는 없다. 인생은 덧없고, 헛될 뿐인데 왜 받아들여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남을 몰아넣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 인간들도 있기 마련이지요." "헛소리."
히키는 입을 벌렸다. 소리코 가면이 얼굴이었는지, 갑자기 희고 검은 것이 쩍 벌어져 길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다. 치열이라기엔 비현실적인 것이 복숭아를 와드득 깨물었다. 아닌 봄날의 복숭아는 신계에서 가져온 것이 틀림이 없다. 거칠게 득득 깨무는 소리를 뒤로 즙이 뚝뚝 흘렀다. 꼭 시체에서 떨어지는 피 같다. 신관장은 그 모습을 보다 잠시 어딘가로 향했다. 히키는 그간 복숭아를 계속 씹고 삼켰다.
신관장이 돌아왔을 때는, 그 손에 그릇과 젓가락, 물이 담긴 소반이 들려있었다. 신관장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릇의 뚜껑을 열고 물을 부었다. 히키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복숭아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인간의 것이 아닌 얼굴이었기에 꼭지와 씨까지 씹어먹는 건 쉬운 일이다. 먹는 것이 쉬운 일이듯, 공허함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쉬운 일이고, 히키의 본분이었다.
"내 탐욕을 이기지 못해 되레 공허해진 자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마저도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어찌 요즘엔 탐욕을 이기지 못한 자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당한 사람들이 공허로 빠집니까?"
그렇지만 최근 보이는 공허는 본분이며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엇나가게 하기 충분했다. 본인의 탐욕도 아니고, 타인으로 비롯된 공허가 보인다. 고작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것도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밀어 넣는 것으로 비롯되는 공허는 깊었다. 히키의 오랜 삶에서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 중 하나기도 했다. 과거에는 공허를 두려워해 타인을 공허로 밀어 넣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인간의 천성이 악하기 때문인지 깊게 의심하게 된다.
"인간이 날이 갈수록 악해집니다." "언제는 그런 것을 좋아하셨으면서." "이젠 질립니다." "수호신 노릇이 그립기라도 하십니까?"
히키가 고개를 홱 내려 신관장을 노려봤다. 주변이 순식간에 싸늘하고, 습해졌다. 검은 뿔에서 수십 개의 춘유록빛 눈동자들이 번쩍 뜨여 신관장을 일제히 내려다본다.
"본인의 앞에서 다시는 그때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 하였거늘.. 네 두상이 경망스러웁기 그지없구나. 두상만치 가벼운 구순을 잘라내어야 그 말을 얹지 않겠더냐." "틀린 말 하였습니까. 불과 어제까지만 하셔도 인간을 구경하는 건 즐겁다 하신 분이." "그렇다고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더냐."
신관장은 대답 대신 그릇을 연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좋은 냄새가 난다. 얇게 썬 햄과 쪽파, 튀김가루, 그리고 반숙의 계란이 얹힌 라멘이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드시고 다시 생각하시지요."
히키는 말없이 노려보다 토리이에서 휙 뛰어 내려왔다. 이후 그릇을 싹 비우고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다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니 방으로 들어가 딸과 옹기종기 모여 TV를 시청했다. 신관장이 식은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상영령은 때때로 사나워지곤 하였으니, 이때 음식을 바치면 화를 면할 수 있다.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
예의상 건네는 빈말이 맞긴 했다. 아니, 예의상 건네는 빈말이어야 했다. 뭐 어쨌든, 그렇기를 바랐고, 그렇게 전해진 것 같으니 다행이다. 시선을 내리까는 것. 그 정도 반응이면, 이 거리감에 적당하다. 그래서 시니카는 다음의 이질적인 질문을 한결, 종이 한겹 차이지만 어쨌건 한결 편하게 쇼에게 건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곡."
그러다 시니카는, 어깨를 으쓱이며 뒤이어지는 말에 미간에 실금을 그렸다.
"까불지 마."
그러나 어쨌건 그 짜증은 자신도 그 의지와 열정에 끌고 들어가려는 언사에 대고 부리는 것이었고, 적어도 쇼의 의지를 방해할 생각이었기에 무덤덤한 척 하더니, 하는 그 말에 대한 책망은 그 정도로 그쳤다. 드럼스틱은 내팽개쳐지거나 하는 일 없이 그녀의 손에 잘 쥐어져, 드럼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은 풀어줘야지, 하는 말에 대답 대신으로 페달에 발을 올리면서. 보컬이 세팅을 끝내는 동안, 시니카는 쇼를 느긋하게 기다려주었다. 중간에 잠깐 드럼스틱을 스네어드럼 위에 올려놓고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한 모금을 더 피우긴 했지만, 쇼가 노래를 시작할 때쯤에는 시니카 역시도 양 손에 드럼스틱을 쥐고 연주를 마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아, 정말이지,
드럼과 심벌즈가 가볍게 울며 쇼의 포효에 박자를 맞추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자를 완전히 익힌 그것은, 다시금 흉포한 괴물이 되어 쿵쿵 울어대기 시작했다.
버겁다.
보컬과 기타의 박자를 선명하게 잡으면서, 그러나 보컬에 빈자리가 생기거나, 혹은 보컬이나 기타에 힘을 실어 받쳐줘야 하는 대목이 되면 이빨이 부딪히는 듯한 심벌즈 소리와 쿵쿵거리는 울림이 야수의 울음소리처럼 멜로디를 헤치고 나와 선명한 심박음을 내며 사운드를 채워나갔다.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했고, 날뛰어야 할 때는 날뛰었다.
내게는 닿을 일 없는 열정이.
흉폭하고 선명했으되 잡아먹지는 않았다. 그저 같이 어울릴 뿐. 그것은, 일종의 춤이었다. 얼음과 불의 춤. 서로가 서로에게 손끝 하나 발자국 하나 겹치지 않는 윤무곡이 경음부실을 가득 메운다. 시니카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무덤덤하게, 쇼의 기타를 따라 두 번째의 합주를 펼쳐냈다.
>>558 시니카: 호의가 좋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애초에 호의만큼 등처먹히기 쉬운 게 어딨다고. (다시 말하지만 시니카의 인생꼬임 시작점은 >>262(이하생략 시니카: ...그런 의미에서 정말 이상한 선배님이시네요. 말투도 그렇고. 시니카: 뭐, 거절하진 않을게요.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따뜻한 체온으로 너를 감싸 안는다. 모난 말이 날아와도 후유키는 잔잔히 미소 지었을까. 아무리 날카로운 말이라도 제 마음에는 상처 하나 내지 못하는 것이었고, 제 마음은 넓은 호수와 같이 그것을 다 받아줄 만큼 넓은 것이었기에. 작은 파문은 금세 잠잠해지니 파도가 되는 일은 없는 것이었다.
"그러게. 방해만 됐네."
네 말대로,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네 허리가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이었으니. 그렇지만, 너에게는 미안한 것이지만. 끼어들었기에 성장한 네 모습을 보고, 또 오랜만에 너를 이렇게 안아 볼 수 있었을까. 네가 돌아보면 후유키는 그 봄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네게 손을 내밀던 때로 겹쳐지는 것이다.
"그래. 어엿한 신이지. 그렇지만, 시이는 이제 겨우 400살인걸."
후유키의 눈에 비치는 너는 같은 신이었지만 아직 어른은 되지 못했으니. 또 속 터지는 소리를 하며 후유키는 생글생글 웃는다.
시니카 TMI 주세요! 우리 시니카... 무서운 이야기는 잘 듣나요? 잘 듣는다기보단 심드렁하게 들어. 관심이 없달까? '어차피 다 지어낸 이야기' 라는 느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달까? 괴담 주인공 체질이지 >:3 아침에 강한가요 약한가요? 전날에 언제 잤느냐에 따라 달라져. 잘 타이밍을 잘 맞춰서 칼같이 잤다면 일어날 때도 칼같지. 못 맞췄으면? 좀비가 된다. >:3 요리는 할 줄 아나요? 잘할까요 못할까요! 요리.............................................. 어? 시니카야 너 요리 잘하니 못하니? 시니카: 알 게 뭐야. 라네... <:3 시니카가 일상에서 요리하는 장면이 나와봐야 알겠는걸. #shindanmaker #님캐TMI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기타와 드럼 소리가 어우러진다. 한 폭의 노래에 깊게 심취한 몸이 리듬에 맞춰 까딱까딱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놓치는 일 없이 드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화음을 맞추어 그 뒤를 따라간다. 한 치의 떨림도 없는 보컬이 춤추는 곡 위를 수놓는다. 성대로 목소리를 쏟아내며, 쇼는 분명히 미소짓고 있었다.
즐거웠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만남. 낯선 이와의 합주. 그 누구도 모를 무대. 이 상황의 모든 것이 즐겁다.
하지만, 저 드러머에게는 어떻게 와닿았을지. 자신과 달리 일말의 열정도, 정열도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기에 냉랭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난타가 이어졌다. 야성적인 울림이다. 그 모습이 꼭 상처입은 짐승 같았다. 하지만 그곳에 살기 위한 몸부림은 없었다. 그저 찾아올 죽음을 초탈하게 기다릴 뿐이다. 그녀는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했다. 안타깝다. 안쓰럽다.
우습게도, 그런 감상이 들었다는 것이다. 쓸모없고 과도한 동정이다. 남이 어떻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찰나의 시간, 단순한 흥미로 결성된 세션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 코우사카 시니카라는 사람은 그저 낯선 이일 뿐이다.
악기 소리가 일순간에 멎는다. 두번째 합주는 이렇게 끝이 난다. 쇼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아까 전 스쳐지나갔던 미소는, 다시 사라지며 제 존재를 감춘지 오래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첫 입으로 충분했다. 시니카는 눈 앞이 띵해지고 어찔해지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부자연스러운 초콜릿 향은 초콜릿이라기보다 어떻게든 카카오 흉내를 내려고 애쓰는 샴푸 같았고, 바디감이 강한 증기에 서린 민트는 도무지 상쾌하지가 않고 따갑고 쓰라리기만 했다. 도무지 어우러지지 않는 초코와 민트 향기 사이에 과하게 집어넣은 단맛이 어떻게든 두 맛을 화해시켜보려고 용을 썼지만, 그것은 그저 민트가 시니카의 목구멍에 낸 상처에 소금을 치고, 애써 초콜릿인 척하려 드는 향기와 고역스러울 정도로 뉘엿걸은 이중주를 그 위에서 추고 있을 뿐이었다.
시니카는 있는 힘껏 켁켁거리며, 유독한 증기를 펑펑 뿜어냈다. 증기 이상의 것이 나올 것 같았다. 그 화장품향이 어찌나 느끼했는지 이대로 가다간 오늘 점심 급식과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될 것 같았다. 시니카는 애써 목구멍에서 치밀어오르는 것을 막으며 억지로 침을 삼키고는,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그 바람에 전자담배 기기가 시니카의 손에서 쑥 미끄러져나갔고, 그만 유리로 된 탱크가 바닥에 메다꽂혀 경통이 와장창 깨졌다.
"아, X...."
쿨럭거리느라 흐려진 시야 사이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시니카의 눈에는 아주 잘 보였다.
"으윽."
그녀는 욕지거리를 욕지기와 함께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갓길의 음습한 도로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경통이 박살나버린 전자담배를 주워들고는 인상을 구겼다. 경통이야 새 것으로 갈아끼면 된다지만, 몸뚱이와 무화기 본체에 또 새로운 기스가 생겼다. 이대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진짜로 점심 급식과 원치 않은 해후를 하게 될 것 같기에 눌러참았다. 그녀는 바닥에 흩어진 유릿조각들을 발로 슥슥 밀어서 아무도 닿지 않을 하수구로 밀어넣었다. 반짝이는 날큼날큼한 유리조각들이 두꺼운 운동화 밑창에 밀려 저 아래로 떨어져간다.
원래라면 저 무엇도 닿지 않을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져가는 반짝이는 파편들이 시니카의 예민한 감성에 또 불쾌한 이미지를 남겼겠지만, 지금 시니카의 오감을 이 빌어먹을 똥같은 액상이 한가득 메우고 있는 판인지라 그런 이미지를 도저히 눈에 주워담을 겨를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크기의 유릿조각들을 다 밀어넣자, 시니카는 가방에서 여행용 티슈 팩을 꺼내어 담배기기 표면과 경통 내부의 코일 침니에 묻은 액상을 꼼꼼히 닦아내고는 짜증이 나는 듯 티슈를 옆에 있던 공공 휴지통에 팩 내팽개쳤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감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그녀는 경통이 깨져버린 전자담배를 주머니에 넣고는, 주머니에서 다른 것을 꺼냈다. 탐스러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담겨 있는 전자담배 액상 병이었다. 방금 포장을 뜯어, 방금 한 입 먹은 것이었다. 2천4백 엔이나 주고 산 건데. 일단 민초맛 액상인지라 민초단 단원에게만 수요가 있어서, 전자담배 액상 리뷰 사이트에서도 민초단들만이 리뷰를 남기는 액상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이 액상에 대해서는 그 결속력 강하기로 유명한 민초단들마저도 액상 리뷰 란에서 이 액상은 민초에 대한 더할나위 없는 모욕이다, 아니다 이 액상이야말로 액상의 형태로 현현한 민초의 신이다 하면서 두 파로 갈리여 장절한 키보드배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평점 분포가 5점 만점에 5점과 1점으로 극과 극으로 갈려 있었지만, 우선 평점 평균 자체는 3.4점으로 준수한 수준이기에 믿고 사봤더니...
시니카는 액상 통을 거리낌없이 휴지통에 쾅 던져넣었다. 피같은 2400엔이 아까웠지만, 인생의 교훈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리뷰에서 싸움이 났는데, 평점 평균이 4점 이상이 아닌 액상은 그냥 거르라는 교훈 말이다. 시니카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티슈 뭉치와 액상 통을 집어삼킨 쓰레기통을 빤히 바라보더니, 핸드폰을 뽑아들고는 거리낌없이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잘 알았다, 이 액상의 수준. 한 입 먹자마자 죽고 싶어졌다. 오늘 점심밥과 예기치 못하게 재회할 뻔했다. 이따위 걸 맛있다고 빠는 놈들은 민초단의 수치이니 어디 가서 나 민초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지 말기 바람...'
>>627 그런 말을 들으면 알아서 할게- 하고 틱틱대는 시니카지만 그런 말을 해주면 시니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호감도가 쌓여서 어느 순간 그 사람을 별로 고깝지 않게 여기게 된 스스로를 보고 충격을 받는 시니카를 볼 수 있으니 많관부(???) 일단.. 시니카주가 입가심이 필요하다........ >83 양치 좀 하고올게
"같이 있어 줄래?" 시니카: 그런 말을 할 사람을 고르는 안목이 유감스럽기 짝이 없네. 시니카: 그렇게 주변에 사람이 없어? 시니카: 같이 있어는 줄게.
"고마워." 시니카: (별 말 하지 않고, 고개를 까닥해 보이고는 자기 갈 길로 총총 간다)
"목걸이, 팔찌, 발찌 중 뭐가 제일 좋아?" 시니카: 쓸데없는 질문이네. 시니카: 딱히... 뭔가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물론 진짜로 그런 걸 선물해주면 아닌 척하면서 애지중지함)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655 허거덩 그렇구나 언뜻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혀 피어싱으로 그렇게 하는 거였구나 :D 신기한걸~~~~ 나는 그냥 합성 뭐 이런 걸줄... ㅎㅎ 아무튼 알려줘서 고맙다~~~ 이정도는 괜찮닷~~~ 그렇지만... 그렇지만... (고민) 그러면 뱀 혀는 가끔 분위기 잡을때 나오는 걸로만~ (설정 막짜기) 대충 그런거지 실눈캐가 눈뜨기, 인간인척 하는 인외가 은근슬쩍 인외성 드러내기... 뭐 그런거...
>>653 후후후... >:3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거북이 맞다! 눈 크기만으로도 이미 사람보다 훨씬 크고 말이야~ 미즈미도 강의 현신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아득해져서 멋지다구... 꼭 비늘 있는 인외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라는 게 느껴지는 존재는 정말 멋져 암튼 조아 야호
"우울할 때 뭘 해?" 히키: 우울함은 잘 모르겠으나 적적한 날엔 배를 채우지요. ..하루종일 채우면서 무슨 소리를 하시냐니요. 히키: (히키는 잠시 침묵했다.) 히키: 혹 주위에서 눈치 없단 소리 많이 듣지는 않습니까?
"할 수 있는 최악의 욕은?" 히키: ...최악의 욕..? 미안합니다. 욕은 잘 하지 않는지라.. 히키: ..듣고.. 싶다 하였습니까? 혹 그런 취향이 있다면 어울려드릴 수는 있으나... 일단은 노력해보지요. 잠시..(히키는 고민했다.) 히키: 아.. 이해합니다. 그럴만도 하지요. 본디 반려동물은 기르기 어려운 법이죠. 교육부터 시작하여.. 훈련까지요. 다만 자유분방하니, 필히 키울만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히키는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고 나긋하게 웃었다.) 히키: 미안합니다. 역시 욕설이란 것은 어렵군요.
"특별히 싫어하는 맛은?" 히키: ..딱히 가리지는 않습니다만.. 아, 그.. 과하게 비린 맛은 즐기지는 않습니다. 익다 만 어류 같은 것, 있지 않습니까.
시로하주도 안녕이야~~~~~~~😙😙😙 캡틴도 안녕!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구~~~~~\\( •̀ω•́ )//
>>671 .........? 그럼 만두머리도 말랑말랑하겠지? 히키주 이거 사실이야? 나 지금 급해(?)
>>676 기운 없는 쇼주 쑤다담.....!(*•̀ᴗ•́*)و ̑̑
>>673 어....? 뭐지 이렇게 취향이 통하는 사람을 봐서 지금 꿈인가 헷갈렸잖아....😲 솔직히 인간 기준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외 이런 소재도 좋아하는 입장이라 주접을 주체할 수 없다...
ㅋㅋㅋㅋ 그치만 후미카도 아직 갈 길이 먼걸~ 사실 안 그래도 나... 서로 비슷한 점도 있고 연관 있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서 선관 제안할까 하고 있었다구~ 미즈미주만 괜찮다면 함... 가봐? 앗 그런데 내가 이제 가볼 예정이라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서두... ;3c
114 자캐의_학창시절을_한_문장으로_요약한다면 424 자캐는_유선이어폰_vs_무선이어폰_vs_헤드셋_vs_기타 무선이어폰파. 그러나 그렇게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라 인지도 없는 싸구려를 쓰고 있어요. 400 자캐가_의자에_앉는_방식 피곤해서 거의 눕듯 기대 앉거나 등받이에 등을 갖다 대지도 않고 바로 앞으로 숙여 누워버리는... 아타니 아미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아타니 아미카: 281 형제관계 사실 여동생이 한명 있지만..? 여동생은 잠이 (아미카에 비해선) 별로 없는 편. 그래도 사이는 그냥 평범한 수준인듯. 112 물건은 실용적인 것 vs 예쁜 것 실용적인걸 더 좋아합니다. 137 엘리베이터 vs 계단 빠른 엘리베이터를 좋아합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 아타니 아미카: "뭐어어야아아..? 평생 그런 적이 없어서어..."
"어떤 맛을 좋아해?" 아타니 아미카: "글쎄에..굳이 좋아한다면 적당히 약한 맛이면 좋을 것 같아아.. 너무 짜도, 달아도, 써도, 셔도, 매워도 다 싫어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정당하다?" 아타니 아미카: "수업시간에 자는 건 정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아.. 하지만.. 약간 선을 넘는건 괜찮지 않을까아..?"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714 사실 그거... 넣으려다 일상에서 풀 소재라고 생략했는데 처음 인간으로 변했을때 뭐든 꿀꺽꿀꺽 삼키다가 켁켁거려서 요즘은 씹어먹는다는 설정이야 신 모습에서는 이빨 작아서(무독뱀임) 다 삼켜 먹어,,,,, 이것도 좀 다른 설정이지만 소식가인 이유도 소화 느리게 되는데다가 아무래도 아래가 뱀이다 보니 위장이 긴데 거기서 썪으면 안되니까.... 웅웅 뱀 자첵 당뇨에 취약하구,,,, 뭐 그런저런 설정이 있어
>>711 무선이어폰! 역시 신세대라는 걸까~ 의자에 앉아서도 자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 동생 있었구나~ 너무 적폐지만 아미카 동생한테 레슬링 기술 써보는게 생각나...(쇼주의 경험담) 역시 엘베는 못참지~ 평생 그런 적이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 수업시간에 자는 거 정도는 괜찮다구~()
마음을 잃다. 문득, 가슴 한 켠이 시큰거렸다. 시니카는 자신에게 남은 것이라곤 이것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했다. 이 상황을 즐겁다고 생각하거나 이것에 열정을 갖거나 할 수 있는 기능 같은 것이 그녀의 마음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텅 비어버린 자리를 만지며 비참해할 뿐. 자신에게 남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저 오늘에야 통성명을 한 머리 긴 경음부원 역시도 그것을 아는지, 동정심이 담긴 눈으로 이쪽을 바라봐온다. 그게 비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견딜 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비참하다고 눈물흘리거나, 화내거나, 신경질부리거나, 그런 다른 감정으로 이어갈 수 있는 다리마저 모두 초토화되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텅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래서,
시니컬한 시니카 양은 평온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 충실함과 성실함, 열정이 한가득 들어찬 칭찬에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시니카는 입에서 나가는 대로 대충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취향이 별나네."
한 곡을 가지고 얼마나 연주한 건지, 후렴구를 몇 번이나 부른 건지 벌써 하늘 저편으로 노을이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타를 쳤음에도 시니카는 쇼가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호흡이 거칠어지기는커녕,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인형처럼 앉아 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경음부의 공연은-"
그때 시니카의 말을 끊는 노크 소리가 있었다. 드럼스틱을 내려놓고 나가서 문을 열어보면, 수위 선생님이 어른 특유의 잔잔하고 배려심많은 걱정이 어린 얼굴을 하고 언제까지 연주하다 갈 거냐고 쇼와 시니카에게 질문을 던져온다. 여상스레, 열정 넘치는 경음부원들을 대하는 말투 그대로다. 시니카는 어떻게 할 거냐는 듯 쇼를 돌아다보았다. 수위 선생님이 착각한 게 있다면, 여기에 경음부 부원은 쇼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다. 두어 곡 더 연주하다 갈지, 오늘의 방과후 연습은 여기까지 할지 좋을 대로 하면 된다.
519 자캐가_가장_좋아하는_숫자와_그_이유는 "굳이?" "숫자같은 걸 생각하는 건 수학시간만으로 족하잖아." 165 일과를_마치고_집에_돌아가다가_하루종일_바지를_뒤집어_입고_있었다는_걸_안_자캐는 "......" (솔기 박음질이 반대로 되어있는 치마를 본 시니카) "............" (미간이 구겨짐) (다음 날에 등교한 시니카는 다림질이 잘 된 치마를 입고 있었다) 155 자캐는_놀이기구를_얼마나_잘_타는가 "......" (롤러코스터: 무표정) "......" (자이로드롭: 무표정) "......" (블룸라이드: 무표정) "넌 놀이공원에 무슨 재미로 왔니?" "......" (째릿) (입다뭄)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고.'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애초에,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이 있기는 했나.' 시니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821 >>781에서 작성한 쇼의 답레처럼, 시니카의 마음속에 남은 것이 얼마 없어서 오히려 어떻게 놀아도 딱히 문제될 건 없지. 코로리가 놀이기구 내성이 없다면 시니카는 놀이기구 적성이 없으니까 괜찮아. 코로리가 울렁증을 극복하려고 놀이기구 도장깨기를 하고 다녀도 놀이기구가 싫어서 회전목마나 화원 같은 잔잔한 컨텐츠만 즐겨도 (시니카주가 어떻게든 등떠밀어서) 같이 어울려줄 테니까 걱정말라구 >:3
>>820 하지만 의문의 조력자가 아니니까 인기캐릭터는 아니지 않을까하고! 그보다는 역시 다른 캐릭터들이 더욱! (강한 긍정)
>>8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히는 물이 있으니까 이건 안전해! 라고 생각하는 조금 이상한 사고방식이에요. 물세례를 맞으면 아주 시원하다는 듯이 싱긋 웃으면서 물기를 털어내고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좀비가 된 아키라는 저도 보고 싶네요. 이때만큼은 콕콕 찔러도 반응을 안(못) 할 것 같긴 한데!
요조라가 잠에서 깨어 하교하는 시간은 매일 달랐다. 매일 다르지만, 대부분은 모두가 하교하고 부활동만 간간히 돌아가는 시간대였다.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며 낮에서 저녁으로 바뀌어가는 시간.
그래도 가끔은 드물게 하교 전에 깨곤 했다. 그런 날은 교실에 가면 아직 반 아이들이 있고, 시간상 종례를 하려는 때라 이런 날은 요조라도 자리에 앉아 종례에 참석했다. 왼쪽 줄 끝의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앞인가 어딘가를 보고 있으면 선생님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리고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다 하고 그러다가 문득 차렷, 경례, 하는 반장의 목소리가 들려 저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한다. 느릿하게 숙였던 고개를 다시 느릿하게 들고나면, 반 안에는 얼굴도 모르는 애들 몇 명만 남아있었다.
위이잉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요조라의 주머니에서 폰이 울렸다. 마치 이 때를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전화인지, 쉼없이 이어지는 진동을 느끼며 폰을 꺼내자 액정에 히루, 라는 저장명이 떠 있다. 요조라는 기깔나게 하교 시간을 맞춘 전화를 받으며 책상 옆에 건 가방을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오. 일어나있었네. 왠일?] "낸들 알아... 그러는 오빠는, 왠 전화야..." [아 별건 아니고. 나 지금 학교 앞인데.] "학교? 대학, 갔어...?" [졸업했는데 무슨 소리래. 너네 학교 앞이라고.] "아...?" [아, 같은 소리 말고 얼른 나와. 오. 저기 보이네.]
전화를 하며 교실을 나놔 복도를 걸어가던 요조라는 학교를 나오자 저멀리 교문에서 보이는 오빠, 마히루를 보고 하아,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마히루가 이렇게 돌아다닐 땐 꼭 좋은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또 뭘 하러 온 걸까. 이전의 고난(?)들을 다시 떠올리며 걷던 요조라. 교문에서 손을 흔들며 넉살 좋게 웃던 마히루에게 다가가자마자 불평부터 나오는 건 당연했다.
"뭐하러 왔어. 학교 앞까지 오지 말랬잖아. 내가..." "아이고. 기껏 데리러 와줘도 짜증이냐. 하여간 귀염성이 없어~" "누가 데리러 오라고 했..." "가는 길에 상점가 컵토스트나 같이 먹을까 했는데, 나 혼자 가야겠구만~" "이익..."
하루 중 이 시간에만 맛볼 수 있는 컵토스트는 요조라가 화과자들 다음으로 선호하는 간식이다. 안 그래도 요즘 늦게 깨서 좀처럼 먹으러 가질 못 했다고, 어제인가 중얼거렸었는데, 마히루가 그걸 들었나보다. 그걸 인질로 삼다니. 넉살에 더해 능청스럽기까지 한 마히루를 보는 요조라의 눈이 가늘게 째졌다. 어쩐지, 시간을 절묘하게 맞췄다 했어.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은 투덜거리며 마히루가 타고 온 자전거 쪽으로 걸어가는 요조라와 싱글싱글 웃으면서 페달을 고쳐 밟는 마히루였다.
"탔냐? 졸지 말고 똑바로 잡고 있어. 난 뒤에 눈 없다." "별 소릴 다 해... 빨리 페달이나 밟아..."
요조라가 재촉하며 옆구리 쥔 손에 힘을 주려고 하자 마히루가 으악, 하며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자전거는 차르륵 차르륵 체인 구르는 소리와 함께 봄날 오후를 내달렸다.
마히루는 자전거를 몰아 곧장 상점가로 갔다. 요조라 혼자 걸을 때에 비하면 훨씬 빠르게 가면서, 남매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주로 낮에 본 잡지 얘기였다.
"그래서, 오늘도 종일 잠만 잤냐?" "어... 아니, 점심 때 도서관 갔어. 그 잡지 봤어..." "아 그래? 그거 사진 진짜 잘 나오지 않았냐? 역시 원본이 좋으니까 사진은 빛이 나더만." "웃겨... 사진은 원래, 보정빨이잖아..." "보정도 원본이 좋아야 잘 먹히는 거라고." "헛소리 컷이야. 컷... 아, 그 인터뷰 뭔데..." "인터뷰가 어때서. 완벽했잖아." "아니, 그, 신작 내용에서, 먹보 여동생의 검수를 받는다느니..." "그거 팩트잖아. 신작은 항상 네가 제일 먼저 먹으니까." "나만 먹는게 아니고, 아빠랑 엄마도..." "오, 다 왔다. 주문하자."
얘기를 하다 보니 다 와가는 줄도 몰랐던 요조라는 느닷없이 멈춘 자전거 때문에 마히루의 등에 이마를 가볍게 박았다. 놀람 반, 불만 반으로 투덜거리려는 찰나, 마히루가 뭐 먹을래 하고 묻는다. 덕분에 투덜거림은 쏙 들어간 요조라는 생크림과 사과잼을 골랐다. 마히루는 생크림에 딸기 시럽으로 주문하자 금방 나왔다. 갓 구운 토스트를 사각으로 잘라 그 위에 생크림과 각자 고른 주문이 들어간 컵토스트는 양손으로 받아들자 살짝 식은 손을 기분 좋게 데워주는 온기가 먼저 닿았다.
"야야. 저기 자리 있다. 앉아서 먹고 가, 아니 벌써 먹고 있냐?" "...뭐."
남매는 바깥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 앉아 가늘고 긴 포크로 토스트를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반쯤 먹었을 때, 마히루가 요조라 것을 하나 가져가서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하나 다시 주는 걸로 분위기는 풀렸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토스트를 다 먹고 이제 집에 가나 싶었는데, 마히루가 자전거를 끌며 말했다.
"가기 전에 책방 들렀다 가자." "왜, 잡지 사게...? 으에, 나르시스트..." "잘 먹어놓고 넘어오는 소리를 왜 하냐? 아는 작가 신작 나와서 사러 가는 거라고." "그래, 그래... 그 중에 잡지 한 권쯤, 껴 있을 수도 있지..." "이게 확 그냥." "메..롱이다..."
걷기 귀찮은 요조라는 자전거 뒤에 앉아서, 마히루는 그 자전거를 끌며 같이 가미즈미 책방으로 갔다. 가는 길에도 조용히 가진 않았다. 너 살 찐 거 아니냐, 그게 먹여놓고 할 소리냐,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냐, 필요한 부분이 큰 거니까 괜찮다, 왈가왈부 하다보니 책방 앞에 도착하는 것도 금방이다. 요조라가 자전거에서 내리고 마히루가 자전거를 세운 후에 같이 책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남매가 같이 소설 코너로 갔지만 곧 나뉘어서 각자 볼 책을 찾았다. 먼저 살 책을 다 고른 마히루가 요조라를 찾아 책방 안을 한바퀴 돌자, 사진집과 화집 코너에서 집중하는 뒷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장난칠 셈으로 조용히 다가간 마히루였지만, 먼저 눈치 채고 눈을 가늘게 뜬 요조라로 인해 장난은 무산되었다. 마히루는 그냥 조용히 옆으로 가서 요조라가 뭘 보는지 들여다보았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지중해의 에메랄드빛 바다 사진을 보고 남매의 대화는 그렇게 흘러갔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산 사진을 보곤 슈가파우더 뿌린 스폰지 빵 같다고 하고, 층이 보이는 기암 절벽 사진은 잘 쌓은 오페라 케이크의 단면 같다던가. 결국 먹을 걸로 비유하는 걸 보면 과자집 자제들 답달까. 한권을 그렇게 다 본 뒤 요조라는 그 옆에 있던 풍경화집을 집어들었다. 그건 한번 파라락 넘겨보더니 마히루에게 슥 내민다. 이게 뭐냐는 눈으로 마히루가 쳐다보자, 요조라가 당당히 말했다.
"이거, 사 줘." "에, 엥? 내가 왜?" "같이 와줬잖아... 사 줘어..." "너도 온 김에 이것저것 봤잖아. 그보다 살려면 네 용돈으로 사. 어차피 남잖아. 같이 놀 친구도 없..."
아차. 마히루는 순간 실수를 직감했다. 아무리 사실이래도 조심해야 할 말은 어디나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아니나다를까. 단박에 시무룩해진 요조라가 화집 내민 손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그래... 놀 친구 없어서, 남는 용돈... 이거나 사야겠다..." "아, 아냐, 아냐아냐 내가 사줄게. 나 어제 매상 받아서 돈 많아." "괜찮아... 나도 용돈 남아돌아... 쓸 친구 없어서..." "어허 오빠가 이 정도는 사 줄 수도 있지! 이리 줘, 줘봐 계산해올게."
느릿느릿 돌아서려는 요조라를 돌아세운 마히루가 얼른 화집을 가져와 계산대로 간다. 그 모습을 뒤늦게 보는 요조라의 얼굴에 계획대로, 라는 미소가 번진 건 비밀이었다.
봉투 하나에 여러 책들을 두둑히 담아 든 남매가 책방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이제 서서히 검푸른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도 자전거가 있으니 집까지 가는 길이 힘...들지는 않을까. 잠금을 푼 자전거에 마히루가 타고 다시 뒤에 요조라가 탄다. 책이 든 봉투는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요조라가 마히루의 허리를 잡으면 마히루가 페달을 밟는다. 체인 구르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며 남매를 태운 자전거는 집으로 돌아간다.
"야, 조냐?" "뭐래..." "어째 휘청거리는 거 같아서. 좀만 버텨. 집에 금방 가니까." "안 졸리니까 잔소리 그만해..." "그럼 됐고. ...야, 요루." "또 왜..." "아직 잠 안 줄었지? 밤에도 그대로고?" "그렇지...?" "그러냐." "뭐... 오빠랑 나는 다르니까..." "그래. 개인차는 있댔으니까. 어, 맞아. 오늘 산 것도 방에 장식할 거냐?" "오늘은 아니지만, 아마..." "어쩐지 꽃 그림이 많더라. 간만에 하나 그려보던가?" "그럴까... 어차피, 축제용 간판도 그려야 해서..." "아 그거 있었지. 아버지가 새 붓 샀다길래 뭔가 했네. 글씨도 직접 쓰냐?" "쓰지. 캘리 느낌으로... 아니, 올해는 다르게 할까..." "글씨 말고 그림을 메인으로 하는 건 어때? 글씨는 작은 입간판 같은 거 달면 되잖아." "그럴까... 어... 아빠, 물감은 샀을까..." "난 붓만 봤다. 없으면 내일 사러 가면 되지." "그거, 내일도 오겠단 소리...?" "모르지~ 윽 악 야 꼬집지 마! 야! 요루!"
>>800 신의 모습이면.. 귀여워. 다음날 히키가 의문의 미니 푸딩 초콜릿(카바야 푸치)을 줄지도 몰라.
>>801 ((>>803)) 무슨 신인지는 모르는구나. 코로리가 어떤 신인지 물어보고 잠의 신인걸 알았을 때 재워줘서 고맙다 할 거라 수정할게.😊 이렇게 사소한 핑퐁도 즐겁네.
>>805 >>811 시니카 마지막이 안쓰러운 걸. 역시 힐링이 필요해. 텅 비어있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히키의 관심을 받는답니다. 그 감정을 받아들여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오를지,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이 되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지 지켜보다 후자가 되면 공허로 데려가는게 히키가 하는 일이거든.
나는 괜찮아. 순간 아프긴 했는데 덕분에 잠이 확 깼네. 사실 하던 일도 있어서, 피곤하더라도 쉽게 잠들긴 어려울 것 같네.😔
"헤에, 없어 그런 거어~ 라니, 장난하냐고-! 너 청춘 남고생이잖아? 한창 사춘기잖아? 꿈과 희망 힘과 꾸망이 드글드글할 시기잖아! 없다니 그럴 리가 없다고! 아, 알겠다. 시이가 이상형인거지? 이상형이 바로 눈 앞에 있어서 놀란... 그래,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앓......."
멋대로 뻐기다가 멋대로 우울해졌다. 얼굴을 가리고 흑, 흑... 거리며 우는 시늉을 하다가 훌쩍, 하고는 손을 내린다. 하긴, 시이가 이상형이고 정말로 꿈에 그린다는 녀석들은 전부 쓰레기였으며 정신이 이상했다. 정신이 이상한 신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하는 일이다.
"흑, 쾌락신같은 정신 이상한 애는 죽어도 싫다고 말한 건 너무하지만(날조다.) 쾌락신은 마음이 넓으니까 넘어가줄게. 하긴 이상형 없다구 하는 게 있다구 자랑스레 떠벌리는 것보다 낫지. 있는 애들은 꼭 이런다니까."
이하 성대모사.
"부히, 내 여친 말이지- 개방적인데 게임에도 취미를 갖고 있고 키는 150cm 이하였으면 좋겠는데 머리는 트윈테일이면 좋겠어. 아참, 제 여친은 화장 하면 안 돼요. 이런다니까? 진짜 이런 애들 어디서 단체로 농사라도 짓는 거야? 에도시대부터 유구하다고 젠장- 청년, 자네는 요즈음 보기 드문 건실한 녀석이야. 그러니까 소년 점프 한 권만 주세요."
[ㅇㅇ : 쾌락신이 맞는 말을 하다니] [ㅇㅇ : 그와중에 에도라는 컨셉 아직도 유지중이네] [ㅇㅇ : 청년 불쌍해...] [ㅇㅇ : 이렇게 성가시게 해놓고 소년 점프 달랑 한 권 사들고 가는 거냐]
분노에 시이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 후유키가 안아든 것은 시이가 아니라 하나의 안마의자로, 분노에 몸을 떨며 반박을 찾고 있느라 바빴다.
"저, 저기요 무식하게 나이만 먹은 아줌마-!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뀌고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해서 사백년이면 조만간 일본은 침몰이거든요?! 사백년 물로 보지 말란 말이악!!!"
바둥바둥 길길이 날뛰다가 결국 다친 허리가 도져서 시이는 입을 다문다. 홱 돌린 고개는 입술이 튀어나와 불만이 가득해보인다. 시이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증 이후에는 울증인 건가.
"나 놀리는 거지. 신 되기 전에는 고작 유령이었다구 놀리는 거지. 400살 밖에 안 됐다구..."
성이 불탄 이후, 시이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신이 되었다. 신앙은 화재와 함께 공고해졌다.
"나라고 뭐... 신 될 줄 알았나. 난 그냥, 그냥 애들이랑 놀고, 조금 놀래켜주고, 그런 건데... 신 된 거 싫단 말이야. 남들처럼 신당이 있는 것두 아니고. 나만 신관 없구... 나도 신관 가지고 싶은데... 신당이랑 새전함 갖고 싶은데, 신이면 이런 거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윗사람의 실수에는?" 시미즈 아키라:지적할 것은 지적해야죠. 그리고 저 역시 학생회 임원들에게 그렇게 지적받을 생각이에요. 소인배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어떤 날씨가 좋아?" 시미즈 아키라:가장 좋아하는 날씨는 역시 온천물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눈 내리는 겨울 날씨에요. 가미즈미 온천! 그 날은 특별히 더 물을 데워서 운영합니다! (홍보풍) 스파도 많이 이용해주세요! (확성기)
"지금까지 만나 본 인간 중 네가 제일 인정한 사람은?" 시미즈 아키라:역시 가미즈미 마을에서 오랫동안 대를 이어서 가게를 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네요. 시미즈 아키라:물론 저도 그 대를 잇는 사람 중 하나가 될 생각이지만요. (싱긋)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그 지금 상황에 대해서 조금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일단 일상을 구하기 전에 먼저 일상을 구하는 사람이 있는지 체크를 했으면 해요. 당장 토와주가 일상을 구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스루되고 지금 새 일상이 매칭이 되고 있는데 이게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물론 여러분들도 나쁜 뜻은 없겠지만 이런게 은근히 쌓이고 쌓이면 커진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현재 매칭된 것에 대해서 크게 말은 하지 않겠지만 이런 현상은 가급적 없었으면 하고 말할게요.
가미즈미 마을이 작은 마을은 아닌지라 시내가 있었다. 그때문에 물건을 파는 가판대나 그 앞에서 뭘 살지 고민하는 여학생의 조합이 보기 드문 것은 분명 아닐터였다.
"그러니까 이 게르... 뭐시기 팔찌가 효능이 있단 말씀이신가요?"
그렇지만... 게르마늄 팔찌를 사겠다고 고민하는 여학생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몸까지 굽히며 게르마늄 팔찌를 가만히 지켜보는 게 과연 이 사람이 동년배 여고생인지 이제 막 환갑을 앞에 둔 경로원 할매인지 알 길이 없다. 미즈미는 이 요상스러운 물건이 신기했는지 연신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이 장사치 -요즘은 이런 말 안쓰나?- 말로는 사용하는 것만으로 몸에 활기가 돌고 피도 맑아지며 소화도 잘되고 (이하 중략) 머리도 좋아진다는데 과연 신통방통하다.
"그러니까 이걸 꿀꺽 삼키면?" "아이고 아가씨! 이거는 팔찌야 손에 두르기만 해도 돼." "네에-? 과학의 발전은 대단하네요!"
요즘 세상에 과학은 마치 요술과도 같아서 콤-퓨터나 휴대용 무선전화기로 멀리 있는 사람끼리 대화도 하고 업무도 보고 그런다는데 이 게르-마늄 팔찌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미즈미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환하게 묻는다.
>>962 이왕이면 학교 배경으로 돌리고 싶어서, 첫번째랑 마지막이 좋을 거 같아. 짝꿍 과제 귀여워~! 근데 코로리 공부 전혀 안해서 토와한테 완전 민폐인데 ( ◠‿◠ ) 마지막이라면 코로리가 자고 있다가 점심시간 때 놓치는 것도 가능하고~ 어느게 더 재밌으려나. 첫번째가 조금더 끌리는 거 같기는 한데 토와주가 상관없는 편이라면 첫번째 상황으로 괜찮을까?
말은 그렇게 하더라도 스즈는 자신이 선배라고 해서 으스대거나, 어깨를 세우는 편은 아니었다. 너도 나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고 나는 1년 먼저 태어나 학교를 먼저 들어왔을 뿐이다. 너와 나 사이에 다를 것은 없다. 전부 소중한 사람이고, 전부 소중한 인연이다. 그런 것을 1년 먼저 태어났다고 으스대는 것은 얼마나 같잖은 일인가. 스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 아, 그래도 준다고 하면 감사히 받을게! "
여기서 또 하나. 스즈는 먹는 것을 좋아했다. 맛있는 집이라면 몇 시간을 기다려서 줄을 설 정도였고 먹는 양도 남들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이었다. 보는 사람들 모두 너는 복스럽게 먹는 것이 보기 좋다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그 때마다 스즈는 부끄러우니 그만하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젓가락을 놓는 일은 드물었다.
" 응.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해줘. 학교가 아니더라도 만나면 인사하자! "
스즈는 잘 부탁해? 하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오늘은 신 님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렇게 또 소중한 인연을 만났으니까. 이게 언제까지고 이어질 인연인지는 알 수 없겠다만 적어도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었고 오늘 하루 이 곳 이 자리에서 만난 것은 결코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인연이라면 소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음- 후미카는 조금 신기하네. 뭐라고 할까.. 나보다 후배인데도 나보다 몇 십년은 더 오래 산 사람 같아. 아! 나쁜 의미가 아니야! "
스즈는 손사래를 치며 혹시라도 오해할까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그리곤 건네주었던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이렇게 만난 소중한 인연에 대해 몇 마디 말을 더 보태었다.
" 진중하다고 해야할까.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는 말이었어. 물론 좋은 의미로! 음.. 글쎄. 잘 모르겠지만 신기한 것 같은 일도 조금 일어난 것 같고 말야. 아! 아니어도 아니라고 하지 말아줘. 난 그냥 이 조금 신기한 기분 이대로 간직할래. "
다음 날이 되면 못 보는건 아니겠지? 스즈는 그렇게 말하며 푸흐흐 하고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스즈는 뒤를 돌아 신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신들이 자신을 지켜봐주었고, 또 돌봐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허락해주었다.
쇼는 지금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내라곤 해도 대도시처럼 엄청 크고 그런 건 아니지만. 별 일만 없었으면 그대로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서 기숙사에서 뒹굴댔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예고치 않게 생긴다. 그냥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가판대를 구경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게르… 뭐? 쇼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옆을 흘겨보았다. 조촐하게 놓인 가판대와 그 앞에 선 여학생. 여학생은 가판대의 물건을 흥미롭게, 그리고 열성적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효과 직빵! 신통방통 게르마늄 팔찌'라고 쓰인 촌스러운 현수막이 가판대에 걸려있었다.
저거, 유사과학이다. 인터넷을 질릴 정도로 돌아다닌 덕에 쇼도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가판대 장사꾼이 되지도 않는 수법으로 남을 등처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 학생도 가관인 것이, 팔찌를 삼킨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데! 그리고 팔찌를 팔에 두르는 게 어째서 과학의 발전이야!
요새도 저런 거에 속는 사람이 있나? 그런 생각을 잘 증명하듯 팔찌 가판대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저 순진한 학생만이 전부였을 뿐… 생긴 건 멀쩡해보이는데 왜 유사과학을 믿는 거야.
쇼는 그대로 몸을 돌려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다가간다. 네트워크가 발달한 요즘 시국에 유사과학으로 사기치는 건 좀 아니지. 그러니까 딱히 저 학생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다. 저 사기꾼이 돈을 챙기며 히히덕대는 꼴이 보기 싫은 거다.
"저기요."
가판대 앞에 선 쇼. 딱히 화난 것도 아닌 목소리가 사기꾼에게로 향한다. 표정 또한 무감정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