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독이 있나 없나, 있다면 그것이 순순한 독인지 아닌지. 신공을 운용하여 독이 없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야 중원은 내공의 운용을 멈춘 채 국물을 한 숟갈 삼켰다. 적절히 짠 향과 갓 같은 것들이 섞여 나는 시원한 맛이 미약히 입꼬리를 올리곤, 곧 점소이가 가져온 뜨거운 잔에 술을 담았다.
"이 술이 왜 백로란 이름이 붙었는지 아는가?"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랐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 술을 다 빚고 나면 꼭 그 아래에 생기는 침전물에 하얀 것들만 남아 뒤섞여서 그렇다네. 꼭 다른 것관 섞이지 않는다는 듯이. 허여멀건 것들만 나는 것이 꼭 물결 위에 쭉 뻗은 백로를 닮았다고 해서 말야."
뜨거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고, 그것들이 순간 풀리며 나타나는 찬 향기가 좋다. 술을 끊었던 7년 전과 달리. 이제 그는 술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그가 술을 마실 때마다 등짝을 때리던 아내가 있긴 했지만... 가끔 그가 아버지가 계신 방향을 바라보며 술을 마실 때는, 말없이 그 등 뒤를 끌어안기만 했다.
"비취신공이 궁금한가? 원한다면 알려주겠네."
물론 내 가족이 되어야겠지만 하고 중원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제 나름의 장난이었다.
"뭐 가족이 될 수 있다면 못 알려줄 것이 무엇이겠는가. 비취신공도, 건곤대나이도, 만진창도, 화석도도, 모용궁도. 언젠가 내가 그대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이거늘."
다만 그런 것을 바라진 않지 않나. 하고 중원은 류호를 살펴봤다. 저 눈에 보이는 감탄에는 참 조용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여전히 자신을 따르면서도 여전히 순박한 면을 기억하고 있구나 하는 부러움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눈 밖에 띄진 않았겠지만.
"그래. 할아버님과는 잘 만나보았던가?"
그는 농담을 내뱉듯, 제 할아버지가 내듯한 눈을 따라 내었다.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미묘하게 공기를 바꾼 것이다.
소가주로써, 자신의 분신같은 존재로썬 말이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만큼 멍청하진 않았으니까.
"그렇지. 할아버님께선 모용의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네. 그래서 모용이 더욱 커지길 바라시는 분이기도 하지. 아마 나는..할아버님께는 귀중한 진주가 아니겠는가."
빙긋 웃으며 그 얘길 꺼내었다.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여운을 남기는 말이었다. 그 뒤로 중원은 우육면의 반도 채 비우는지 말지 먹었으면서 술은 한 병을 조금도 남김 없이 털어넣었다. 오늘따라 술이 시원했다. 뜨거운 병과, 뜨거운 잔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미 알았겠지만, 그대는 이화대의 부대주를 맡게 될 걸세. 이제 자네는 모두에게 영락없는 모용세가의 사람이 되었고 이 중원 전체에 퍼진 '소가주'의 최측근이 되었단 말일세. 이제 무를 수는 없어. 나가려 했다간...단전을 부수고, 혀를 잘라야 할 걸세."
그것이 모용의 방식이니까. 불길한 얘길 내뱉으면서도 그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악하고 위험한 것에 더없이 익숙했고, 손을 대지 않고도 피를 뭍히는 법에 능통해졌다. 들어간 것 없이 속에 술을 넣었기 때문인지 취기가 간만에 둥질 찾은 새마냥 낮게 돌았다. 그것이 기분이 좋더라고 중원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세가 내에서 누구도 믿지 말게. 이것 하나만은 말해줄 수 있네. 세가에서 진심을 다해 날 따르는 이는 자네 하나이고, 나머지는 모두 내가 두려워서...아니면 내가 약속한 것이 있기에. 아니면 애초에 나를 보고 믿었던지. 셋 중 하나인 이들이니 말일세. 내가 말했지? 할아버지에게 적호검희 미사하란 공이 있다면 이제 모용중원에게는 류호 자네가 있게 될걸세."
눈 앞에 있는 보석의 겉만을 긁어내고도 중원은 이를 가치 있다 여겼다. 도박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그는 그를 믿고 싶은 것이었다. 세가 내에서, 아내를 제외한다면 믿을 사람이 생기길 바란 그의 작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하나는 미안하게 됐어. 가진 무공조차 완벽해지기 전에 이화대에 어울릴 무공은 배워야지 않겠나. 부대주가 쓰는 무공이 삼재무공에 육합권이라 해보게. 이 중원 전체에서 모용세가를 얼마나 무시하겠는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 말에는 꼬리가 조금 길었다.
"이화대를 장악해보게. 무슨 수를 써도 좋네. 폭력을 써도 좋고 논검을 벌여도 좋네. 선을 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허락하겠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충족한다면 내...그대에게 하나는 약속하지. 절대로 부족한 무공을 받음은 없도록 하겠네."
견제할 것이 무엇이 있다 그러는지 모르겠다. 인간 된 도리로 생각하면 네 그렇지만, 정치적인 입장에 서서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나마 생각하면 노괴의 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갑작스러운 신흥 세력은 누군가의 발돋움 터가 되며 때로는 한 세력을 겨냥하는 날카로운 칼이 된다. 당사자가 바라지 않는다 해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며 나서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미리 싹을 자른다 하는 것은 필히 찔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벚나무와 요괴로 빗대었으나 실상 그 뜻은 네 아우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 요괴의 처사에 대한 질문은 은원의 유무였기에 제법 네게도 중요하다. 은원에 함부로 끼어서는 안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에. 그렇지만 이쪽에서도 방해가 된다면 치우는 수밖에 없다. 다시금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물러설 수도 없다.
"내단이 있을 정도의 요괴면 고생할 텐데도요."
짧은 걱정이다. 네 걱정 많은 사람이기에 이리 손 뻗고 도우려 한다. 말리는 선택지는 이제 교국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재하는 세 번째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렴 하늘을 따르지 않을 사람이 이 교국에 누가 있겠사옵니까."
다만 네 하늘은 구름을 기준으로 미세하게 갈라져 있다. 천마와 그의 후손 중 하나이기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은 네게 신앙이요 충심이며, 아우에게는 한 존재를 향한 신앙이자 충심이다. 네 눈이 잠시 아우를 향하다 슬픈듯한 기질을 보인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아치형으로 휜다.
"아무렴 누가 구름을 믿고 따르겠사와요, 신민은 하늘을 따르는 법이니.."
재하는 천천히 부채를 꺼내 든다. 능숙한 손짓으로 한 번 털면 부채가 온전히 펼쳐진다. 화려한 문양이 더욱 새겨진 부채로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며 생각에 잠긴다. 하늘에 있는 것이라면 외내당주나 장로겠구나. 어쩌다 은원을 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1장로만 아니면 된다. 아니, 1장로는 그러지도 아니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누구라도 상관 없다.
"아무리 구름이 더운 해를 가리고 지친 자의 땀을 식혀준다 한들 먹구름이 드리우는 날이 수십이 넘으면 교국은 혼란에 빠질 것이지요."
교국에 도움이 되었다 해도 그게 도가 지나쳐 썩어빠지니 교국이 개판이지. ..제법 성격 있는 말이었으나 재하 부채 접어들고 접은 것으로 자신의 아랫입술 지그시 누르며 눈웃음 친다.
"하면 그 빗방울부터 치워보도록 할까요.. 날씨를 다루는 요괴가 기승이니, 아우님께서 고생이 많겠습니다. 비를 피할 곳이 필요하시온지?"
비를 겨우 피하기 위해 만든 집은 무너져 내렸다. 원수를 향한 칼날은 뻗지도 못하였다. 이 순간 비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이 내 적들에게 숙이고 들어가는게 아니라면
"그 말이 저에게 있어서는 구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을 바라 보고 싶어도 먹구름이 가득해 감히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구름을 치워주고 내가 하늘을 바라 보게 해준다면 그것이 구원이다. 나의 신앙을 방해하는 자는 신이 정한 규율 안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운다. 이것이 내가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각오다.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쁩니다."
실제로 내가 말을 잘해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이대로 내 집이 무너질 순 없는거다.
"…건아, 아우님. 그런 요괴를 처단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사오니.. 무슨 일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마소서. 요괴를 처음 목 베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나 그것은 초반의 일.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이 달라질 것이어요."
세상이 그랬다. 시선은 그렇게 변한다. 네 손에 들린 부채를 살랑인다. 시선을 아무리 보낸다 한들 내 색이 이렇고 뜻이 이럴진대 누가 막을쏘냐. 본질은 하늘이요 부차적인 것 따르면 부끄러이 여겨야 하며 참회해야 하는 것. 그럼에도 교국의 많은 자가 부차적인 것을 따르니 통탄스러울 노릇이다. 재하 시선이 붉은 머릿결 가진 아우를 향한다.
"…어찌 버티고 살았사옵니까. 노고가 많으셨사와요."
진심이다. 어찌 버텼을까,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네 무엇 했냐 묻는다면 절망하였다 답할 것인데 눈앞의 청년은 그렇지 아니하다. 과거 다른 모습 겹쳐보여 재하 가만히 입 다물고 있다 수심 깊게 젖어든 미소 짓는다.
"소마가 우산은 씌워드릴 것이나.. 비를 멎게 할 영물을 만나는 것은 이제 아우님의 몫이지요."
주군을 알현할 수 있게끔 할 것이나 그 이후는 당신의 몫. 이번 일로 교국이 뒤집힌다 한들 그 틈새를 치고 들어가 자리를 굳건히 할 기회이기도 하겠지. 재하는 시선을 돌린다.
"요괴를 잡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법..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야겠군요. 다만 명심하소서, 영물은 젊은 마교인에게 제법 호의적이옵니다."
주군은 상승무관에게 관심을 가지셨으니 그걸 최대한 이용해보란 뜻이었다. 재하는 호수를 보고 부채를 다시금 폈다.
"……돌아가는 길, 객잔이라도 가지 않겠사온지. 오늘 하루는 먹고 푸는 것이 어떠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