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냐 초콜릿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화이트데이는 전통적인 사탕이지! 하는 입장과 사탕보다는 초콜릿이 더 맛있다! 하는 입장의 싸움이 시작되는데.... 사탕 VS 초코 그 세기의 싸움이 시작된다. 커밍쑨....
자, 잠깐만 이 스레 대립 스레 아니지 않아???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아진의 의문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유정의 대답은 꽤 익숙해보였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이것보다 더 엄청난 반응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와 비슷하게 입학했을 때의 반응도. 그렇다보니 익숙했다. 아진의 너스레에 예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로 몇시간 밖에 안걸리는 거리라는 대답까지 덧붙히며 유정은 포장지를 가디건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한꺼번에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 해외에 나가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테지만. 진학이냐, 간단한 여행이냐, 아니면 취업이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네. "
한참을 입안에서 녹여내고 있는 바람에 금방 작게 줄어든 츄파츕스를 이로 물어서 바스라지는지 확인하고는 유정은 친절하게 꺼내지는 의자에 앉은 뒤에 아진의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에 대꾸하고는 가만히 아진을 응시했다. 자신과는 좀 상황이나 사정이 다를 수도 있을테지만 그걸 감안하고 고르고 골라서 대답했다고는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유정은 바라보고 있던 밝은 하늘색 눈동자를 깜빡이던 것도 잠시 눈을 접고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트리고는 교토, 하고 짧게 대답을 했다가 텀을 두고 말을 이었을 것이다.
힙하다- 재밌는 표현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정의 인생사에 그런 수식어를 붙인 걸까가 궁금하지만, 이 나른하고 니힐하게 웃고 있는 DJ에게 그걸 물어보는 건 꽤나 시간낭비일 테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깡마른 몸을 하고 얼굴에 점이 많은 이 창백하면서도 나른한 후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더 많아보이는 타입이니까. 이유가 있거나 코드가 맞아서 시간을 오래 보내야 정말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타입이었다.
"진학이라던가 취업이라던가 하는 건 나한텐 너무 먼 얘기고, 여행이 적당하려나."
하며 아진은 씨익 웃다가, 교토, 라는 말에 반색을 했다.
"거긴 일본에서도 수학여행의 성지라며?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건축물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던데."
여름의 교토라, 좋겠네- 하고, 가본 적 없는 풍경을 한번 제멋대로 머릿속에 그려보기라도 하듯 잠깐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듣는 쪽이 익숙하다는 정의 말에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입을 벌려서 소리내는 대신에 씨익 웃는 얼굴 표정으로 말해보였다.
"듣는 쪽이 익숙한 것도 좋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걸."
하며, 아진은 의자에 앉은 채로 땅을 박찼다. 등받이에 바퀴가 달려있는 의자는 아진이 발을 박차는 발길질대로 툭 떠밀려서 아진을 싣고 어딘가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녀가 굴러간 곳에는 방송부실보다 음악실에 있어야 더 적합할 것 같은 신디사이저와 믹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뭔지 모를 음향장비들의 전원을 툭툭 킨 다음에, 정을 보며 질문했다.
"듣는 것은 좋아한댔지? 교토 말이야... 이런 느낌이려나."
하고 아진은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키보드 앞에 앉은 존재는 후줄근한 교복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무언가로 거듭났다.
아진의 힙하다는 표현에, 앉은 의자에 조금 편하게 기대고 눈을 가늘게 접어서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혼잣말을 흘려냈다. 혼혈일 때 얻을 수 있는 재능은 뭘까. 곧 있을 3월 모의고사 영어 영역이 조금 강하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데 장벽이 낮다는 것 정도라고 유정은 생각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어보이고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반응이나 대답을 끌어오기엔 처음 본 이 방송부 소속인 후배에게는 실례일테니.
" 난 개인적으로 겨울의 교토를 좋아하지만 여름의 교토는 한번 가보는 건 추천할게. "
다른 건 몰라도 풍경은 끝내주거든. 하고 유정은 아진의 반응에 숟가락을 얻는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자세를 고쳐 앉아서 그런지 발끝이 닿을 것 같아서 앉아있는 의자를 살짝 뒤로 빼냈다. 그러고보니 그다지 돌아다니지는 않았네. 가끔 대회때문에 이동하는 와중에 몇번- 정도였을테고. 이제는 아주 작아진 사탕을 이로 깨물어서 부숴버린 입안에 남은 건 사탕이 붙어 있던 막대 뿐이라, 유정은 의자가 굴러가는 소리에 그 행동을 가만히 볼 뿐이었다. 듣는 걸 좋아한다는 건 커뮤니케이션 쪽 이야기였는데. 조금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는 상황에도 유정의 표정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 내가 좀 막귀여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
연주가 끝나자 언제 의자를 거꾸로 돌렸는지 모르겠지만 등받이에 양팔을 걸치고 거꾸로 앉아있던 유정은 진심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서정적인 음계가 복잡할 것은 없었지만, 피아노 위를 노닌다기보단 거문고 줄 위를 노니는 것에 더 가깝게 건반의 완급을 조절하는 손가락이 우아하게 춤을 출 때면 거문고 줄 뜯는 소리가 났고, 피리를 부는 악사의 숨결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름을 잃은 옛 신이 학의 깃털로 짠 옷을 입고 이 순간 잠깐 건반 앞에 내려와서, 녹색 눈을 빛내며 오래전에 잊힌 곡조를 한 소절 연주하는 듯했다.
"여름의 교토는 이런 느낌이려나?"
하고 정을 웃으며 돌아보았을 때, 녹색의 눈을 빛내던 이름 잃은 신은 다시 차분하고 후줄근하게 내려앉은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되돌아왔다. 정의 박수 소리에, 아진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쪽 발을 뒤로하고 치맛단 양끝을 잡고 살짝 들어보이며 꽤 고풍스런 답례를 취했다.
"막귀면 어떻고 금귀면 어때- 듣기 좋았다면 그걸로 됐어."
생각해 보면, 학교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하는 컨텐츠 중에는 익명 사연 낭독이나 DJ의 독백 외에도 DJ가 골라서 재생해주는 노래들 또한 있었다. 누구나 다 알 만한 명곡도 있는가 하면, 선율은 좋은데 누구의 노래인지 모를 곡들도 있었다. 그 노래들 중에, 이 후배가 작곡해서 연주하는 곡도 있었던 걸까?
"다른 곡들도 더 들어보고 싶으면, 유튜브에 Plaster wing이라고 검색해봐."
제법 유튜브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정말로 그 채널명을 검색해보면 각종 음악 장르 카테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그 채널에 92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가 몰려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자를 돌려서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앉아서 등받이를 안는 것같은 자세를 취한 채 연주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정은 속을 알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클래식하지 않은 건 처음 듣는 걸지도 모르겠다. 제쪽으로 옮겨지는 아진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 겨울이랑 여름 중에 여름을 좋아하나봐? "
교토라고 이야기한 뒤에 보인 아진의 반응으로 유추하기는 했지만 기분나쁘지 않도록 주의깊게 살피며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유정은 아진의 답례에 박수를 쳤던 팔을 올려서 등받이에 올려놓고 그 위에 턱을 괴며 독특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아- 하고 상체를 조금 더 가까이 해서 끼익 하는 소리가 능글맞아보이는 웃음과 비슷하게 울렸다.
" 이정도로 굉장한 연주를 들었는데 딱히 이쪽에서 보답해줄게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연주였어. 다른 사람처럼 보일 만큼. "
교내의 방송이 울려퍼질 때는 언제나 친구라고 부르는 몇명의 인원들과 시끌벅적하지 않더라도 늘 시시하기 짝이 없는 수다를 떨기 때문에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가끔씩 귀에 익은 곡들 사이에서 처음 듣는 곡이 들렸던 건 이 후배의 데모 곡이었을까. 다른 곡이라고 하는 거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유정은 아진의 말에 치마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꺼냈고, 읽지 않은 라인은 제쳐두고 유튜브에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