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했다. 부드럽게 감싸쥐었던 네 두 뺨도 그랬고, 지금 다시금 폭 빠진 네 품 속도 따스했다. 랑은 네 품 속에 꾹 안겼고, 마주 너를 안아주었다. 고개를 가누어서 오른쪽 귀를, 조금 흐릿해도 들리는 쪽의 귀를 네 가슴께로 향하게 했다. 심장 두근 거리는 소리가 애탔다. 어느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게 똑같은 박자로 울리는게 버거웠다. 랑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네게서 받아온 마음은 차고 넘쳐서 이제는 네게로 다시 흘러간다. 네 목소리가 답해주지는 않았지만, 네가 이렇게 끌어안은 행동이 목소리 없는 답이 되었다. 네가 너무 좋아서 큰일날 것 같다고 했는데, 랑은 그 말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민아."
손가락 끝에 들어간 힘조차도 예민하게 느껴졌다. 너를 안고 있는 자세 그대로 랑의 손가락끝이 네 옷을 그러쥐었다. 살짝 쥔 손짓은 네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걸 참아내려는 발버둥이었다. 겨우 네게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속삭인다. 랑은 고개를 뒤로 젖혀서 너를 올려다보았다. 해가 너무 좋아서 계속 그만 바라본다는 꽃이 생각난다. 너는 여태 계속 해바라기로 피어있었겠지- 생각하면 네가 너무 좋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 벌써 고장난 거 같아."
다시 고개가 숙여진다. 네 품에 톡 머리를 기댄다. 네가 안아주고 있는데도 계속 안아주면 좋겠고, 또 쓰다듬어주면 좋겠고, 네 손을 잡는 마지막 손은 내 손이었면 좋겠어-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하지 못 했다. 계속 말하다가는 끝도 없이 말하게 될 것만 같았고, 랑은 그래도 일말의 이성이 남아있었다. 네가 방금 합숙 훈련을 끝내고 돌아온 상태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푹 쉬지도 못하게 길거리에서 부둥켜안고 세워둘 수는 없는데- 네가 너무 좋아서 이 마음에 집어삼켜질 것 같은 랑은 딱 하나만 말하기로 했다. 랑의 목소리가 네 품속에서 뭉개진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는, 소리에 색을 입힐 수 있다면 분명 분홍이다.
"또 뽀뽀하고 싶어."
너무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묻혀서 네게 닿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나도- 나도 뽀뽀해줘."
다시 고개를 들고 또렷하게 소리내었다. 한없이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이, 네가 붉어질 때마다 곧잘 널 놀리고는 했었던 그 아이가 너랑 똑같이- 아니, 너보다도 붉게 물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철 이른 붉은 장미가 피었고, 단풍물이 들었고, 동백 봉오리가 맺혔다. 네가 안 해주면 어떡하지- 하고 떨리는 긴장감에, 이런 말을 직접 소리내어 네게 눈을 맞추고서 또박또박 말했다는 부끄러움에, 정말 바라서 말해버리고 만 욕심이 한 표정에 드러난다. 꼭 다물어 긴장되어보이는 입술이나 발간 볼빛, 너를 깜빡깜빡 올려다보고 있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 보였다.
채현민: 354 러닝 시점 캐릭터의 최우선 목표/소망은 "다 이뤘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대로." "이대로 계속,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거."
335 미래로 갈 수 있다면 언제 쯤으로 가고싶은지? "지금이 좋은데." "한 순간도 건너뛰고 싶지 않아."
091 물건정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 편? "책상 위에 올라가는 다용도 케이스를 몇 개 두고, 카테고리를 정해두고 그 안에 집어넣어." "손톱깎이나 족집게 같은 금속성 관리용품이나, 상비약, 필기구... 기타용 소모품들... 그런 식으로." "따로 마련한 케이스에 보관하는 것들도 있어."
바람이 바뀐다. 살을 에이듯 메마르고 차가웠던 겨울 바람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길을 잃고 인간불신의 안개 속에서 헤매던 너와, 어느덧 안개 속에서 너를 따라오기 시작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인내심으로 네 뒤를 따라온 소년. 네가 그 소년을 돌아보았을 때, 조금씩 다른 바람이 너와 그에게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차갑고 아직은 삭막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너와 그의 발걸음이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어딘가로 도달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그는 당신을 꼭 안아주었고, 쓰다듬어주었다. 당신이 잡은 손을 놓지 않기로 했다. 이제 당신이 그와 나란히 가고 싶다고 했기에. 그는 기꺼이 당신의 뒤에서 당신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문득, 현민은 그 달라진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알 것 같았다- 네 입에 실린 목소리에 분홍색이 입혀져있는 것을 본 순간, 그는 어렴풋이 직감했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가슴속에 네가 한가득 피워버렸던 꽃이, 네 가슴속에도 한가득 피어버린 것 같다고.
그래서, 현민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도달한 곳은 우리의 마음인 모양이라고.
아직 꽃이 전부 다 만발하지는 않았고,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있고, 아직도 차가운 안개가 남아있으며,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이제 곧 봄이 찾아올 마음이라고.
"으응."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그들에게 닿지 않고 스쳐간 계절의 색채들을 한가득 머금은 네게 입을 맞추면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민은 그것을 바라고 너를 따라오지 않았던가. 애초에 돌이키기엔 너무 먼 길을 오지 않았던가. 현민은 한 팔을 들어 네 뺨을 조심스레 쥐고는, 다시 한 번...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숙여왔다. 가까이, 더 가까이. 평소에는 온통 새까맸기에 잘 구별이 가지 않았던 그의 동공과 홍채가 구별될 정도로. 자다 일어나서 얼굴이 부을 때가 아니면 쉽게 드러나보이지 않는 속쌍꺼풀이 보일 정도로. 현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네게 꾸욱, 하고 입을 맞췄다.
입술이 떨어져나갔지만, 그는 고개를 뒤로 떼지 않았다. 입술이 닿을락말락하는 거리에서 그는 속삭였다. 속삭이는 소리였고 입술을 움직이는 것도 보기 힘든 거리였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금방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시간이 이러네 @@ 일 말고.... 일하느라 신경 못 썼던 것들 좀 해치웠어 ㅠ.ㅠ 아침부터 일어나서 저녁에 집 들어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조금 잔다는게 밤 12시가 넘었네........ 말 못해줘서 미안해 답레는 지금부터 쓰러갈게 @@.... 현민주는 피곤하면 자러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