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또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2,3학년 학생들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창생활 되기 바랍니다.
1. AT필드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하지 않습니다. 항상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2. 참치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용합니다. 편파, 캐조종 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3. 수위는 최대 17금까지로 과한 성적 묘사는 지양해주세요. 풋풋하고 설레는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합시다.(연플은 3/11까지 제한됩니다.) 4. 느긋한 템포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5.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세요.
나는 낯선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바보처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특별히 뭔가 하지도 않고 그저 벤치에 앉아있었다. 공원 이전에 이 공원을 행정 구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동네 자체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평소에 소리 강 건너편 까지 다녔던 기억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확고한 목적이 있어서 이 공원에 온 게 아니라 단순히,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다 보니 이 공원에 도착한 것이다. 어디 까지나 그것 뿐이었다. 그럴 때 있잖아. 문득 평소에는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개척해보고 싶은 모험심이라해야할지. 그런 기분도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 탐험의 결과 도착한 곳이 평소 가보지 않았던 강 건너의 랜드마크나 핫 플레이스 같은 곳이 아니라 그저 고즈넉한 공원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재미없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나 혼자 온 건데.
잡념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고즈넉] 고요하고 아늑하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꽤 넓고 조용한 공원이었다. 아늑함을 넘어서 왠지 모를 공허함까지 느껴질 정도지만, 단순히 놀이기구가 적은 탓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쪽 구석에 그네와 자그마한 모래밭이 있을 뿐, 시소도, 구름다리도 심지어는 그네와 함께 공원 놀이기구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미끄럼틀 조차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공원이라는 장소는 본래 좀 더 향수를 불러일으킬 좌표일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오히려 그것과 완전히 반대의 감정이 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혹은, 뭐랄까, 그런 게 아닐까. 옛날부터 설치 돼 있던 다양한 놀이기구를 위험성과 어린이의 안전을 지킨다는 빌미로 철거해 버린 형태?
확실히 요즘 공원에는 옛날에는 흔히 보였던 정글짐이나 구름다리 같은 놀이기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린아이였을 무렵에는 여러 가지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했구나.. 라는 감상이 스친다. 구름 다리 위를 걷거나 뛰어다닌 다거나, 정글짐 꼭대기에 다리 만을 써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다거나.
지금 자신의 몸이 멀쩡하다는 기적 같은 것을 통감하는 노스텔지어와는 다른 감각이 소름 돋게 뻗쳐왔다.
아마, 성향의 변화일까. 때때로 부럽다, 귀엽다 라고 이야기하던게, 이제는 계속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때, 도와준 것은 하나였으니까. 자신이 나쁜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하나가 정말 싫어한다면, 자신이 알아챌 수 있을테니.
"그리고 혹시 몰라, 계속 잘 자고 잘먹으면 어떻게 10cm가 훅 자랄지도?"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될수 있지만, 중학교 1학년의 겨울방학때 급격히 자란 연우였기에 하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본다. 그러다, 어느새 강당에 도착한 걸 알고 주위를 둘러본다. 역시나 계속 해오던 행사라서 그런지 선배들 중 반절 이상이 떠들거나 폰을 보고 있는게 보인다. 뭐어, 당연하겠지. 머리의 색도, 각자의 개성도 꽤나 다양하기에 웬만한 것이 아니고서야 집중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에게 찍히길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행사의 시작전에 하나와의 이야기는 아쉽게 끊긴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애국가 제창... 역시라면 역시일까, 집중 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신입생 대표, 서해인의 선서가 시작됨과 동시에, 분위기는 달라진다. 해인의 분위기, 기세에 압도되어, 조용해지는 강당. 해인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완벽함이 표출된다. 아마도 해인 나름대로의 연습을 한 결과겠지. 역시나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역시 부반장이...에?"
서해인의 짧은 연설이 끝나고 그렇게 중얼거리려는 찰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인이 하나의 소꿉친구라니, 처음 알았다. 그야, 해인과의 이야기는 계속 공부나 공적인 이야기만 했지, 서로의 소꿉친구같은 사적인 이야기는 하려 한적이 없었으니. 그래도 꽤나 의외이다. 전부터 아는 사이라니.
- 어이~ 미나미나~ 잘 살아는 있고? - 요새는 숨쉬기운동 좀 하냐? - 타케, 넌 숨만 쉬잖아. - 그런건 신경 쓰지좀 마라 짜샤, - 그럼 저번에 빌려줬던 공책 돌려줘. - 어... 그거~? 알았어~ 내일 줄게~ - 전혀 펼쳐보지 않은 사람의 말투닼ㅋㅋㅋㅋ - 너 내일 등교 즉시 C반으로 와라. - ...아니다. 학교 뒷뜰에 무덤 파놨으니 아얘 그냥 거기 미리 들어가있던가, 너 좀 묻어주고 수업 들어가게. ^^ - 암ㅋㅋㅋ맼ㅋㅋㅋ장ㅋㅋㅋ - 그거 타케놈이 들어갈 자리였냐궄ㅋㅋㅋㅋㅋ - 난 또 나무 하나 심는줄ㅋㅋㅋㅋㅋㅋㅋ - 타카하시 타케루, 그는 참으로 게으른 남자였습니다. - 캐비닛으로 관까진 안짜놓은거 보면 히메라기가 많이 참았나보네~ - ㄹㅇㅋㅋ - 히메라기~ 교실 들어가기 전에 흙은 완전히 털고 들어가라~ 오늘 복도청소 내가 하는 날이니까? - 시꺼 짜식들아! 누구 맘대로 들어가라 마라야!!!!!!
- 아직도 반응 없는거 보면 숨쉬는거 까먹은거 아님? - 이녀석ㅋㅋㅋㅋㅋ 결국엔 죽었엌ㅋㅋㅋㅋㅋ -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인터넷 장례식을 치루면 된다고 생각해. - 야, 까짓거 그냥 우리가 갈까? - [원정 장례식 파티원 구함! - 한국행 (자비부담) 너만 오면 바로 출발~]
'(액정을 부수고 나오는 흰토끼 스티커) 안 죽었어.'
- 미나코씨 부활했닼ㅋㅋㅋㅋㅋㅋ - 어이어이, 어떻게 된 일이야~ 저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지 않나~ - 그나저나 저 스티커 아직도 잘 쓰고 있네.
'응, 하나에가 사준거니까.'
- 이열~ - 유열~ - 오오~~~~ - 5555~ - 역시 그거냐? 히메라기랑 츠구나가랑 뭐 있는거 아님? - 오늘도 꽃피는구먼, 새하얀 백합이... - (식칼을 든 검은토끼 스티커) 아무래도 뒷뜰에 자리가 모자랄거 같네~ - 어? 무슨 일 있었음? - 판사님, 저희집 고양이가 폰을 만졌습니다. - 루리 너네집 강아지 키우지 않냐? - 타케 때문이네. ㅇㅇ - ㄹㅇ. 타케놈이 히메라기한테 필기노트만 제대로 줬었더라도 여기까진 안번졌음;;;; - 니들은 내가 동네북이냐?!?!
'여전하네. 다들, 5년전하고 다를게 없어.'
- 알면 연락 좀 자주 달라고~ 직접 찾아가서 깜짝파티 하기 전에, - 어? 그러고보니 츠구나가 곧 생일 아님? - 아직 멀었어 임마~ 넌 뭐 한달도 넘게 남은 얘기를 벌써 하고 앉았냐? - 짜샤! 한달 남짓밖에 안남은 거야~ - 너네들 다 아웃이야. 나랑 하나에만 갈거니까, - 여자애들만 재미보겠다 그거냐~ 우리도 좀 존중해줘라~~~~ - 맞아~ 미나 관광지에서 산다며~ 방학때 들러서 나쁠건 없잖아? - 나 작년에 가봤는데 개쩔더라 - ???? - ????????? - 이게 왜 진짜임? - (화난 갈색토끼 스티커) 헐, 배신맨. 우리집 로토가 짖고 있잖아. - [히메라기 하나에 레이드 파티원 구함! - 반상회 (대국민사과) 너만 오면 바로 출발~]
그것은 분명 똑같은 하늘이었다. 화사하게 꽃피는 계절은 바람을 타고 흘러 그녀의 코를 간질이다 떠나가길 반복했고, 따사로운 태양 아래의 계절은 한껏 달아오른 열병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사라졌다. 수확의 금빛 물결에 젖어든 계절이 잠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다가도, 새하얗게 바래어 눈이 내리던 계절은 변함없이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주다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똑같은 달이었다. 뜨고 지는 오차는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그녀에겐 가까이 와닿지 않을 세차였다.
하지만 분명 또다른 풍경이었다.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은 장소, 속속들이 아는 곳이되 정작 길은 찾지 못하는 장소, 본적은 있되 가보진 않은 장소.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어선 그녀에게 세번째 계절로 접어든 봄은 오늘도 어김없이 코를 간질이다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