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 하늘에는 운명에 집어삼켜진 무지개 난 희망을 버렸지만 내일은 방황하지 않을거야 비록 내일이 지옥이더라도/clr> <clr #000000 #000000>난 기꺼이 기어가보이겠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처음에는, 당신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항상 당신의 편이 되어준다. 마지막엔 입 속의 혀처럼 굴며 당신의 시야를 가린다. 추악한 자신을 몰랐으면 해서. #shindanmaker #당신을_사랑하는_방법 https://kr.shindanmaker.com/1043613
(위의 두 줄은 뼈를 맞았다..) (막줄은 완~전 아니라서 뼈를 스치지도 않았는데 그냥 문장 자체가 매우 강렬하네...)
처음에는, 당신에게 자연스레 손이가다가 혼자 깜짝 놀란다. 그러다가 유혹할 땐 뻔뻔하지만 자신이 유혹당할 때 고장나버린다. 마지막엔 당신이 그 사람의 외모에 약한 것을 이용해 당신의 시선을 붙잡아둔다. #shindanmaker #당신을_사랑하는_방법 https://kr.shindanmaker.com/1043613
처음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 말을 건다. 그러다가 유혹할 땐 뻔뻔하지만 자신이 유혹당할 때 고장나버린다. 마지막엔 자신을 걱정해주는 당신에게 작은 희열을 느낀다. #shindanmaker #당신을_사랑하는_방법 https://kr.shindanmaker.com/1043613
급격히 부상한 의식에 제롬은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지막 기억은 수영장이었다 물냄새, 락스냄새, 그리고 흐려져가는 의식 사이에 몸 전체에 퍼지는 서늘한 감각. 하지만 이곳은 그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낯선 병상과, 실내, 온기, 그리고 익숙한 얼굴. 그는 미간을 짚으며 익숙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안경을 쓴 금발 태닝 양아치처럼 생긴, 자신의 오랜 친구. 어째서 이녀석이, 아니,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얼마나 자는 거야? 하여튼 느려터진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등을 받쳐주는 손에는 나름의 배려가 묻어나온다. 제롬은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듯 하다가도 팔을 걷어낸 뒤 침상 옆쪽에 있던 손잡이를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마나 지났지?" "일주일. 아니, 정확히는 일주일하고 반나절인가? 수면제도 안 썼는데 일어나질 않아서, 간호사도 나도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일주일이나... 잠깐. 나는 어떻게 여기로..?" "정말 기억 안 나냐? 네가 나랑 T에게 연락을 때렸잖냐. T 그새끼 발작하는거 막느라 얼마나 귀찮았는줄 알아?"
기억을 더듬어도 희미할 뿐이다. 제롬은 갑작스레 머리에서 느껴진 고통에 반사적으로 손을 갖다댄다. 부드러우면서 거칠거칠한 표면이 손 끝에 느껴졌다. 이건, 거즈다. 그것도 꽤 큰 크기의.
"...아, 그래. 그렇게 된 거였지." "기억났어? T와 내가 급하게 찾아갔더니 수영장에 너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길래, 약 빨고 진상부리다 늦은 줄 알았다. T 그새끼, 피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니까." "별 일 아닌 줄 알고 또 무시할 뻔 했구만 변명은... 그 버릇 고치라고 했을텐데, L."
제롬이 날카롭게 말하자 그의 친우, 레스터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품 속을 뒤적일 뿐이었다. 그이 이미 진작에 체념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병상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레스터는 쯧. 하고 혀를 찼을까. 그가 어째서 일어나려고 하는지, 레스터는 알고 있었으니까.
"너 지금 여자 만나러 갈 몸상태가 아니야. 적어도 2주간은 누워서 생활해야 한다고." "일주일이나 연락을 못 했어, L. 지금 가야해. 잔말 말고 내 단말기나 내놔. 내 코트도."
친구의 말에도 그는 완고했다. 그리고 그 완고함도 레스터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과거부터 그의 성격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친구, 가족, 연인...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간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 그 덕에 몇번이고 목숨을 구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덕분에 눈 앞의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은 몇번이고 목숨을 잃을 뻔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레스터는 순순히 코트와 그의 단말기를 건네주었다. 지금 막아봤자 제롬은 창문을 깨서라도, 이곳을 나갈테니 순순히 그의 말에 따르는게 차라리 그를 위한 것이었다. 제롬이 단말기를 켜자 부재중으로 표시된 연락이 수십개가 보인다. 연인의 걱정의 흔적이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망할. 퇴원수속은 대신 좀 해줘. 난 간다."
"저 답도 없는 멍청이." 친구가 등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제롬은 그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신경은 온통 제 연인에게 쏠리게 되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그녀가 무슨 일이 있진 않았을지. 설마 자신을 찾으려다 되려 위험해지지는 않았을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젠장. 그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불안과 망상이 가속된다. 혹시라도, 여인이 자신에게 지쳐 떠나지는 않았을지... 불안해졌다.
능숙한 솜씨로 단말기를 조작해 부른 택시 서비스는, 자신이 병원을 나오자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셰바의 교통은 빠르다. 어디까지나, 그정도의 값을 치루면 말이다. 그는 단말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운전기사에게 라 베르토 관할의 잡화점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기사의 낯빛에 잠깐의 긴장이 스쳤지만, 그마저도 그는 눈치채지 못 한다. 그는 신호만 갈 뿐, 연락이 닿지 않는 단말기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이내 택시가 출발하며 제롬의 몸이 뒤로 쏠렸다. 얼핏, 택시의 백미러로 자신의 친구가 보인 듯 싶었지만, 복잡해져가는 머릿속에 그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
쾅쾅쾅.
"벨라? 벨라!?"
얼마 지나지 않아 잡화점 앞에 도착한 제롬은 다짜고짜 문을 두드렸다. 문고리를 밀어도, 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불안은, 가속화된다. 제롬의 표정에서 더이상 여유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자신의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젠장, 어딜 간 거야 벨라.."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지 평소 이럴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제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단말기를 뒤질 뿐, 뾰족한 수는 내지 못하고 그대로 잡화점의 잠긴 문 앞에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허리까지 흘러내려오는 검푸른 머리카락이 우아하다. 다시 당신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커피를 따르는 작은 소리를 제외하고는, 그윽한 커피향과 침묵만이 주방을 채운다. 그리고 먼저 그 침묵을 깨는 건, 가져온 선물을 언제 건네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자신이 아닌 당신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느끼고서야 시안은 아, 하며 한 박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들고 있던 와인과 위스키 병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그중 위스키는 그때 당신이 응접실에서 마셨던 것과 같은 회사의 것이다. 깜짝 선물이라며 준비 해놨지만, 건넬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한 자신의 행동에 살짝 주눅 든 목소리로 말한다.
"응. 이번에 술들을 들여왔는데, 재고가 조금 남아서요. 난 안 마시는데 그냥 버릴 수도 없고. 고민하다 보니 당신이 생각나서요.."
술. 좋아하는 거 같았어서. 느린 어조로 덧붙여 말하며, 그때 위스키를 마시던 당신의 모습을 그린다. 싫어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하지 않아,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당신의 반응을 살핀다.
"괜찮아.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여긴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사람도 얼마든지 올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러나 아스타로테는 앤빌에도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기에는 꽤 많은 짐들이었다. 홀가분한 마음이 아니더라도, 아스타로테가 마음에 짐을 한가득 싣고 앤빌에 오더라도 페로사는 양말바람으로 앤빌에서 달려나와 기꺼이 아스타로테의 짐을 같이 거들어주었을 것이다. 다만 아스타로테가 그것을 부끄러워했더랬다. 아스타로테는 한동안 앤빌에 가지 않았다.
비탄의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싶으면 저런 일이 터지고, 그게 지나가면 이게 오곤 했다. 어쩌면 앤빌도 변했을까? 하고, 다시 그 풍경을 담아두면, 언제나 변화무쌍한 검붉은 뉴 베르셰바의 밤하늘 아래 그 식당만큼은 참 얄미울 정도로 그대로였다. 그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탄의 도시의 음울하고 눅눅한 공기를 씻어내어주려는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그대로일 테고, 벽돌이 드러난 벽이며 천장의 나무 타일이며 페인트칠이 닳아가는 바닥과 트러스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인테리어며 대충 짜맞춘 듯한 랙의 술병들을 아늑하게 감싸안아주는 난색의 조명도 그대로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있는, 한때 아스타로테의 동료였고 지금은 아스타로테의 친구인 바텐더 역시도 그대로일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그대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항상 뒤통수 높은 곳에서 질끈 동여묶던 금발은 나슬나슬한 곡선을 그리며 등허리로 쏟아져내려오고 있었고, 입고 있는 셔츠도 평소의 그 거친 면 셔츠가 아니라 고운 옷감으로 만든 블라우스였으며, 무엇보다 그녀가 생전 입은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갈색의 펜슬스커트 차림인 게 아닌가.
그래도 적어도 옷차림이 바뀌었다고 사람이 바뀐 건 아닌지, 주크박스에서 느긋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여전히 페로사가 흔히 즐겨듣곤 하는 그것이었다. 그녀는 바 너머에 마련해둔 의자에 조심성없는 자세로 걸터앉아서는 담배 한 개비를 빼물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앤빌의 음식 냄새와 술 냄새가 섞인 훈훈한 공기에, 열대과일 향이 섞인 매캐하고 달콤한 냄새가 한 줄기 섞여 불어온다. 그녀는 도어벨이 딸랑거리는 소리에 이쪽을 보았고-
"─로테." 그녀는 방금 불을 붙인 장초를 재떨이 모서리에 문질러 꺼버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어서 와. ...무슨 일 있었어?"
웃는 법은 아직 알고 있을까 생각될 만큼 무감하고 건조하게 메마른 표정을 지은 채 브리엘은 머그컵을 쥔 상태로 팔짱을 끼고 시안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주방의 형광등에 비쳐보이는 구리색 눈동자또한 무감하기 짝이 없다. 브리엘은 꽤 담백하고 건조한 태도를 유지한 채, 시안이 대답하기를 기다리며 느리게 눈을 한차례 길게 감았다가 뜬다.
시안이 들고 있는 병들 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위스키였고 그 말대로 자신은 술을 꽤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굳이 재고로 남은 걸 자신에게 가져다줄 필요가 있을까? 이걸로 뭔가를 바란다면? 이 도시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도시인데. 잠시 생각하다가 머그컵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브리엘은 시안과 거리를 좁힌 뒤 위스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평소와 달리, 무방비하게 드러난 창백한 손이 위스키를 집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거 받아주면 무슨 부탁을 할 생각이야? 당신."
마침 위스키도 전부 마셔서 하나쯤 사올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브리엘은 비스듬히 시선을 비틀어서 시안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