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의 눈송이 이월처럼 따스한 마음 평소라면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거나 만우절의 거짓말에 속지 않겠지만 유월의 결혼식에는 가장 멋진 춤을 추기를 의지의 힘, 줄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 아아 당신도 알지, 그저 우리 뿐이라는 걸 구월에 돌아온 새로운 학기에는 너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바깥 사람이라-" 잔에 사과주스를 따라내리며 페로사는 쓰게 웃었다. 아, 그러고 보면 페로사는 유독 거래를 할 때 달러화를 챙겨달라는 요구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녀의 허황된 꿈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피피일 것이다. 그녀는 항상 바깥을 바랐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비탄의 도시 안에서 저지른 중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비탄의 도시에 거주했다는 그 자체가 이 밖에선 중죄 취급이었으니까. 떠밀렸건 끌려들어왔건 자기 발로 들어왔건 비탄의 도시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더 혹독한 원죄가 짊어지워진다. "이제 와서 날 바깥 사람이라 할 수나 있으려나.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해안선은 머릿속에선 다 사라지고 사진 속에나 남아있는걸." 이것은 페로사가 바에 들리는 손님들에게 몇 번인가 털어놓은 적 있던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피피에게는 이게 지뢰가 폭발한 거나 매한가지의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시칠리아라고 하면 코사 노스트라의 본거지가 아닌가.
그러나 피피가 진짜로 밟은 지뢰는 따로 있었다. 삐끗했다는 감각은 알코올 따위에 무언가를 헛짚는 일이 없었다. 그걸 느꼈을 때는 늦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다만... 그 지뢰의 폭발이 피피의 발목을 뜯어가버리는 그런 종류의 폭발이 아니라, 갑자기 발밑에서 폭죽이 삐용 하고 솟아올라 펑 터지는 생뚱맞은 종류의 것이라는 게 피피의 직감과 다를 뿐이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 피피의 말을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되뇌는 페로사의 얼굴이 쑤욱 빨개지는 게 피피의 눈에도 아주 잘 보였다. 칼바도스를 잔에 따라내리던 페로사의 손이 떨려, 원래 넣어야 하는 양보다 1대쉬 정도 더 들어갔다. 그 정도 차이면 술맛에 별 차이는 없을 테지만.
그래서 페로사는, 피피가 내놓는 다른 주제에 잽싸게 따라붙었다. 먼저 말을 돌려주겠다는데 마다할 리가 없다. "그런 게 있나 없나는 항상 점검하고 있으니 걱정 마. 도청기나 카메라 같은 거..." 그녀는 손사래를 치면서,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가게에는 높은 빌딩의 나으리들(그녀는 르메인 패밀리의 간부들을 그렇게 부르곤 했다)도 종종 들리는데, 여기다 도청장치를 다는 건 르메인에게 시비를 거는 셈이라고. 내가 말했던가? 이번에 너한테 넘겨준 쥐새끼들도 그 짓 하다 잡힌 거야." 하고 쓸데없이 음산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꺼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 그녀는 술잔을 가볍게 저어서 섞고, 잔의 남아있는 빈 부분을 샴페인으로 가득 채워올린 뒤에, 가니쉬로 사과 웨지 하나를 끼운다.
"자." 피피의 앞에 코스터가 깔리고, 그 위에 청량한 민트잎을 머금은 칵테일이 놓였다. "좀 나대면 어때. 쥐죽은 듯이 사는 게 질리면 깔롱 좀 부릴 수도 있는 거지. 남들 눈길이 성가시다면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네 선택이야. 도도하게 무시할 수도 있고, 교활하게 피할 수도 있고, 아예 미친 척하고 즐길 수도 있는 거잖아." 마셔보면, 정성껏 에어링을 해도 쉽게 품이 죽지 않는 칼바도스 특유의 존재감 강한 술기운이 왼쪽에 민트향, 오른쪽에 사과향을 거느리고 풍부한 탄산을 몰아서 입안에 쳐들어온다. 자잘한 얼음을 써서 저어 만든 이유가 여기 있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희석되지 않았더라면 이 첫 향이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독했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희석되면서 빈틈이 생겼다. 그 빈틈을 탄산의 여운과 함께 받치고 들어오는 것이 사과주스와 샴페인의 싱그러운 달콤함이다. 그래도 알코올향이 남아있다면, 가니쉬로 끼운 싱싱한 청사과 조각을 깨물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