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에 뛰어들어서 민폐나 끼치는 녀석이란 말을 듣고 언제까지고 거기에 있던 소녀는 재빨리도 죽어버렸어 FBI에 물어봐도 알 수 없었던 그녀의 메세지 언제까지고 외치고 있었대 인간들은 멍청하다냥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의 이름을 부른 것에 큰 이유는 없었다. 평소라면 부르지도 않을 이름을 불러서 정신을 다른 곳에 집중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고, 그것도 아니라면 자꾸 아프다는 말을 하는 그를 질책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브리엘은 상처 부위에 식염수를 부어서 상처를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그는 괜찮지 않은 모양이었다.
"통증을 느낀다는 건 아직 통각이 살아있다는 거니까 다행이네. 그리고 어린애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우는 소리를 하고 있어. 참아."
살살해달라고 하지 않았냐며 투덜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브리엘은 어처구니가 산화되어 버린 표정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줬다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자신의 집에는 마취제가 없었다. 물론 상처를 소독하고 통증을 무뎌지게 만들 독한 술들은 창고에 잔뜩 진열되어 있기는 했지만 지금에서야 그 사실이 떠오를 정도로 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떠오르지 않던 것이었다. 아, 역시 술이라도 먹이고 할 걸 그랬나 하고 뒤늦게 생각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웰의 숨이 닿자, 브리엘은 고개를 뒤로 물려내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그의 상처부위에 거즈를 대고 누르던 자신의 손 위에 겹쳐 올려지는 그의 손에 브리엘은 나른한 눈매를 아래로 내리뜨자마자 가볍게 뿌리치듯 그의 손을 쳐냈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에 예의 무감한 빛이 감돌았다. 언제 상처를 살피고 그의 컨디션을 살폈냐는 듯.
차갑다. 온통 차갑다. 이런 형태로 당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늘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순수해야만 하는데. 그래야 네가 좋아할 것 같은데. 아무리 내 상처를 보듬는다 해도 사람들은 예쁜 면을 좋아하지 흉한 면을 함부로 보듬으려 들지 않으니까, 그때의 맹세를 들었음에도 한 편으로 불현듯 떠오르는 안일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당신을 내 추악한 망상에 밀어 넣었는데. 다시금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려버리고 싶었다. 차라리 눈을 파 버리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테니 한결 나을 텐데. 당신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마주하지 않게 될 텐데. 목 끝까지 얼음조각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헛웃음을 뱉자 시선을 내리 깐다. 목 위에 놓았을 손 말고 그 손을 이어주는 손목을, 저보다 튼튼한 팔뚝을 가만히 본다. 얼굴까지 시선을 올릴 수가 없었다. 신경을 꺼서 이런 게 생겼을까? 신뢰를 위해 내어준 값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흔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도무지 형용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당연함, 당연하지 않다는 반문, 걷잡기가 어렵다. 내가 만약에 이 말을 뱉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신은 이 말을 종용하는 것 같다. 왜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이런 거지? 하는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여전히 알기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당신이 이렇기에 되레 기쁘단 생각까지 들었다.
다만 옷이 찢어져 배를 드러냈을 때는 눈에 띄게 놀라며 황급히 손을 내리려 했다. 손바닥으로 가리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고개를 돌려버리고 입술을 앙다문다. 앙다문 채 미소를 지었다 해도 가느다란 공포에 떨리는 숨결 뒤로 멍 자국을 쓸어내는 손길에 눈을 질끈 감는다. 아팠다고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타이밍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다고 하면 당신이 또 화를 낼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온기는 또 따뜻해서, 목 끝까지 들어찬 얼음조각을 다시금 녹여버리는 기분이었다.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이 울기 때문이다. 그게 날 비참하게 만든다. 모든 게 내 실수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성숙하지 못한 탓인 것만 같았다. 한없이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한없이, 한없이.. 기어이 나를.
"내가 널 상처 입혔는데도, 나는 네게서 떠나지 않을 건데."
잠시 입을 다문다. 커다랗고 억센 손이 목뼈를 분지를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손이 목의 얼음을 죄 녹이고 혈관을 타 돌아다닌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은 내 실책이 맞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익숙하지 못함으로 돌리기엔 기본적인 인간의 상호작용이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불안해하고 괴로울 줄은, 알았을지도 모르고 몰랐을지도 모른다.
"……내게 익숙했던 걸 네게 밀어 넣었어."
건조한 답이었다. 누군가에게 쉬이 잊힌 사람 되는 것, 사랑이라 한들 오로지 집착이요 오롯이 집착인 것. 그럼에도 소유물처럼 어느새 그 온정 희미한 것. 그게 당연한 것인 양 당신을 똑같이 대했으나 당신은 그러면.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필히 망가질 텐데. 목의 가장자리에 선명하게 남은 멍 자국에 온기가 스친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같되 같지 않은데, 상황이 달라졌는데. 더는 당신도 서커스장의 사자가 아니고 나도 갇혀 살던 7살 아이가 아닌데, 아직도 내가 사람을 대하는 기준은 그때 그것이 섞여있고, 아직도 그때의 내 시선으로 누군가를 보기 때문에 기어이 당신을 찌르고야 말았다. 당신은 고통스레 운다. 그럼에도 본인 눈물을 닦지 못할망정 제 눈물 닦을 적엔 숨 꺼질 듯 가느다란 미소가 흔들리고 말았다. 기어이 당신이 나를, 나를 당신이.. 뱉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데.
이미 당신은 준비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구나.
감히 팔을 뻗어 당신을 한가득 안으려 했다. 달달 떨리는 팔로 당신을 양껏 그러안으려 했다. 끌어안듯 부여잡은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이내 사시나무 떨듯 커져만 간다. 온통 무너지고 깨지는데 세상이 마냥 밝다.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새된 비명으로 갈라지고 숨 섞여 당분간 탁할, 잠긴 목소리가 얼음 죄 녹아버린 목 사이로 흘렀다.
"나랑 같이 있어줘."
첫 문장은 마냥 간결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잠시 한 호흡 들이마신다. 다시금 고한다. "나랑, 같이 있어줘.."
"네가 미쳤듯 나도 셰바의 사람이지만, 네가 날 좋아하잖아. 맞아, 미친 여자를 좋아해. 당신을 사랑하니까, 나랑 같이 있어."
다시금 한 호흡.
"너와 같이 있게 해줘. 내 끝을 함께 해줘. 낙원을 보았다며,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 고개를 파묻고 기어이 뱉었다. 응당 요구했어야 했던 것을 이제야 요구하고 만다. 셰바에서 가장 미친 짓을 저지르고야 만다.
"무서워.. 언니, 누나, 제발..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당신과 달리 저는 아직도 흉터가 아니고 상처가 채 아물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 상처를 드러내지 않게끔, 당신이 저와 감히 함께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옥이라도 당신이 같이 있어줬으면 해요. 제가 당신의 낙원으로 남게끔 해주세요. 불안할 때면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늘 떠올리게 해주고, 외로울 때면 당신의 너르고 따뜻한 품을 기억하게끔 해주세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과분하게 욕심을 내게 해주세요.. 당신이.. 당신이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정도는 호위업무를 할 때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라도 FM대로 확인하는 것을 잊지않는 것이 내가 업무로서 인정받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상대는 조금 번거로운 눈치였지만.
"뇌내대조.실시.검토."
커넥션의 대표 제롬 발렌타인이라면 교육을 통해 기억하고 있던 정보이기도 했다. 명함으로 보나 검은 머리에 큰 체구라는 부분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일치했기에 확실하게 경계를 풀어두고 스테츠킨에 다시 안전장치를 걸어둔다. 만약 확실하지 않은게 있었다면 그때는 총을 들고 심문이겠지만 그렇게 가는 경우는 보통 없었다.
"본인. 조직 내. 호위 파트."
굳이 암살에 관해서는 노코멘트로 한다. 일단 주요 업무는 호위 임무 위주였으니까. 그보다 이 제롬 발렌타인이라는 남자는 마스터를 애칭으로 줄여부르고 있었다. 그것이 신경쓰여서인지 조금 냉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관계인걸까? 단순한 업무관계라고 하기에는 애칭이 거슬렸다. 그리고 뭔가 화가 났다.
식염수가 부어져 생긴 짜릿한 고통의 후유증에 아파하면서도 또 살짝 고통에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말대꾸를 한다. 아픈 것은 싫다. 그건 생명을 가진 생명체라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아픔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두 종류일 것이었다.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거나. 하웰은 살아있기에 아픔을 호소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그 말은 정말 브리엘의 말처럼 심각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사람은 극심한 통증 한 가운데에 있다면 정말 아무 말도 못하고 신음도 흘리지 못할테니.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살인지 어리광인지를 부리는 것은 나름 그래도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내 손이 뿌리쳐지자 그런 분위기도 끝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하웰은 브리엘이 손을 땐 부분의 거즈를 스스로 누르며 푸스스 웃었다.
“지금까지 해주신 걸로도, 감지덕지인걸요.”
통증은 여전했기에 하웰은 눈을 바닥으로 내려깔고 숨을 골랐다. 따뜻한 집안에 들여보내주고, 구급차를 불러주고, 상처를 지혈해주고 돌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호의였다. 그것도 이제 3번째 만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에는 과분한.
하웰은 조금 눈을 감고 문에 기댄 채 숨을 쉬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찢어진 환부에서 나는 고통이 지금 자신이 살아있음을 계속해서 각인시키고 있었다. 하웰은 감았던 눈을 떠 예의 느긋해보이는 쳐진 눈으로 브리엘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우연히 이렇게 만났지만 이젠 정말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본심이 툭 튀어나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정신이 흐릿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있잖아요, 나. 그 때 우연히 만난 이후로, 계속해서 당신을 생각했어.”
처음에는 동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신 같이 평범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의사도 이런 비탄의 도시로 흘러들어오는구나 싶었다. 어떤 일을 겪고 이곳으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자신과 똑같은 족속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당신은 고고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단언하지 않았던가.
“단 한 번도, 사람을 해친 적이 없다고 했지. 그 말이 너무, 부럽고…. 또, 미워서.”
그렇게 말하며 하웰은 상처받은 혹은 자조적인 미소를 띄며 고개를 숙여 당신의 시선을 피할 것이었다.
찌푸렸던 미간을 폈던 것도 잠시, 브리엘은 이내 한쪽 눈썹을 찡그리면서 어이없다는 듯 하, 하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내뱉었다. 어린애만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니지 않냐는 투덜거림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브리엘은 하웰의 상처에서 스며나온 피에 젖은 수건을 누르면서 피가 번진 자신의 손을 잠시 시선을 내리고 바라봤다. 응급실에서의 기억이 생경하게도 떠올랐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은 그 이후의 기억까지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들었다. 엄살인지 어리광인지 모를 그의 대답 때문이다.
어렴풋하게 지독한 자스민 향이 맡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웰의 손이 얹어지자마자 뿌리쳤던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브리엘은 애써 설핏 느껴지는 두통을 무시하면서 텅 비어버린 식염수와 지혈에 사용한 수건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빈 식염수는 버려야하고 수건도 버릴 생각으로 사용한 거였으니까.
"말할 기운을 아껴서 구급차 안에서 쓰는 게 어떨까 싶은데. 애꿎게 소문이 퍼지는 건 사양이거든."
손까지 깨끗하게 닦고 되돌아온 브리엘은 응접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비상용 아스피린을 꺼내 한알을 목으로 넘겨낸 뒤 하웰의 말에 대꾸했다. 설핏 느껴지는 두통을 바로 잡지 않으면 잠들기 전까지 계속 자신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브리엘은 잠깐 관자놀이 부근을 문지르듯이 눌렀다. 우연히 만났던 그때. 아, 그때. 계속 자신을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 브리엘은 팔짱을 낀 채로 대답없이 찡그리고 있던 눈썹을 치켜올려서 의아함을 표출해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네. 당신이 나를 미워한다고 해서. 혹시나 미워하는 마음없이 부럽다고만 생각하는 건 곤란하니까."
자조적인 하웰의 미소와는 정반대로 브리엘의 얼굴에는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냉소가 번졌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여의사의 인생을 망가트리는 게 그렇게 쉽더라. 지금 있는 곳이 지옥이라서, 차라리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었다. 냉소는 곧 빠르게 시들었다. 무미건조하면서 차분하고 조용한, 어떻게 보면 조금 지쳐보이는 표정으로 브리엘은 나른한 눈매를 다른 곳으로 옮기며 늘어트렸다.
일에 관련해서는 조금 고지식한 편인가? 프로스페로는 눈웃음을 가장해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아직 판단내리기는 이르다. 뭐, 고지식한 건 조금 귀띔 몇 번 해주면 금방 해결될 문제다. 사실 고지식한 사람을 싫어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입도 무거우니까.
"그렇지? 역시 운전수들이 숨은 맛집을 안다니까."
오지랖 넓지 않은 것은 높게 쳤다.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고, 제 안위와 돈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호기심 가지지 않는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동업하기에 좋다. 호기심 많은 축은 골치아프다. 그런 사람이 어설프게 머리가 굴러간다면 더 머리가 아프다. 예를 들어, '물품' 운송인데 '사람'을 옮겨야 한다면, 어설픈 축은 제 코트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괜히 소지한 총을 만지작거린다. 마약 운반에 가능성을 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걸 기회로 한몫 잡아보려는 놈들도 존재한다. 그런 인간하고 동업할 수는 없다.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이 좋다.
"매너가 좋네, 리아나 씨."
뒷자석에 천연덕스레 앉았다. 다시 말하자면, 프로스페로는 업무 관련해서는 선을 지키는 사람을 좋아했다.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만 처리하는 사람. 리아나가 어째서 물품 운송인데, 사람이 탔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다시 보지 않을 작정이란 소리도 된다.
"차 좋네. 회사 소유 차야?"
안전벨트를 매며 차 좌석 가죽을 손 끝으로 쓸어보았다. 자동차 타보는 것도 퍽 오랜만이다.
아니 세상에 피피주 무슨 일이야. 흑흑, 뇌가 일을 때려칠 정도로 러쉬를 당했다니 토닥토닥이야~~ (도담도담) 뇌 파업 옳소~~ 우리도 사고정지를 해야 한다~~ (?)
>>53 흨흨 사실 내가 배가 아픈게 정확하지 않아서 일단 배 아프면 뭔가 먹고는 보는데 먹어도 배 아픈거 보면 이건 배가 아픈게 맞다. (?) 좀 가라앉으면 또 먹을걸 찾는게 내 배니까~~ 무엇보다 토요일부터 설음식 만들어야 해서 컨디션 끌어올리기 매우 필요... 왜 현실에는 hp포션이 없나요. mp포션은 있으면서 흑흑,
>>61 않이 근데, 내가 다른건 판단을 잘하걸랑? 애초에 그쪽사람이라서, 근데 내과는 내가 견문이 없어서 그런지 아님 단순히 내 뇌가 먹는걸 좋아해서 그런지 배 아픈거랑 배 고픈거랑 구별을 못하겠는거임; 흑흑, 아무튼 영 파이다 싶으면 그냥 자잘한건 찬가게 주문 때려버릴 거야. 하지만 동태전은 못참지, 내가 이런 날들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흰살생선의 전설을 보여주마. (얌전)(쓰다듬어지는 참치캔) 응애. 초년생을 벗어나 사회에 찌들은 늙다리 참치에겐 힐링포션이 필요해오.
(아니, 에만주의 카와이모먼트가 수라모먼트가 되어버리는 거면 심각하자너.) 피피주도 그렇고 에만주도 그렇고 업무러쉬 빡세게 당했나보구나. 흑흑, 또로나가 사람을 죽이고 있어. 흑흑. 그래도 집이 최고다~~ 에만주도 일단 집 가면 티타임 같이 안정을 좀 취하다가 일하는 거야~~
“애꿎은 소문이라면, 카두세우스 간부의 집에서 시체가 나왔다거나…. 하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은걸요. 아니, 원래 이런 경우에는, 말을 걸어서 의식을 잃지, 으, 않게 하는 게 맞지 않아요?”
정말 살만해져 가는지 말이 점점 길어진다. 집 안의 따뜻한 훈기에 조금 마음이 놓여가는 것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물에 빠져서 축축한 옷가지는 계속 체온을 뺏어가고 있으니 그 훈기라는 것은 제 착각일지도 몰랐다.
브리엘의 대꾸에 하웰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오만하고 고고한 여자. 그런 그녀를 제가 있는 진창으로까지 끌어내리고 싶다는 그런 충동이 일기도 했다. 이 여자가 사람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그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람을 죽이는 약을 만드는 자신처럼.
“그 때, 우리 밖에서 처음 만났을 때. 스카일러 씨, 선생님께서 저를 어떻게 보셨는지 기억나나요? 지금도 선생님은 그 때와 똑같이, 흐으, 저를 보고 있네요. 당신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 나는 사람을 죽이는 약을 만드는 살인자.”
중간 중간 신음이 섞이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말하는 하웰이었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다시금 당신을 바라본다.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브리엘이 하웰을 찾아와 해독제를 사갔을 때, 그녀는 아무런 감정의 편린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느낀 것은 하웰의 자격지심 때문일지도 몰랐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그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나약함과 그로인한 죽음에 대한 유예들.
하웰이 말이 많아지고, 길어진다는 건 그래도 조금은 살만해졌다는 뜻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브리엘은 무감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답문했다. 젖어있는 옷이 바닥에 물기를 흥건하게 만드는 게 신경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거야 나중에라도 닦으면 그만이다. 물론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닦을테지만.
브리엘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가 팔짱을 낀 채 어깨를 보이지 않게 움찔해보였다. 스카일러라는 성도,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밖의 생활을 떠올리기 충분했으니까. 나른하던 눈매를 늘어트리자, 브리엘의 표정은 지쳐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 처연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를 밖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응급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만났던 시기였다. 그때,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너무 간단했었다. 그것에 무감각해질 때쯤, 해독제를 위해 그를 만났었다. 무엇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브리엘은 하웰에게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가 질끈 눈을 감았다.
나를 그렇게 부르지말라고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브리엘은 모든 것에 지친 상태로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중이었다. 애써 파묻은 기억은 언젠가는 공격해 올거라는 말이 맞아.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한다고 생각안해?"
하지만 결국, 인내심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브리엘은 젖어 있는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려 했을 것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생각이다. 그 이유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자신에게 환멸하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며, 그 두려움의 이유는 상대방에게서 미움을 사는 것이, 상대방이 자신을 떠나가는 것이,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서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당신이 그녀에게서 미움받을까, 버림받을까 두려워해 취한 행동이 그녀가 당신이 자신을 버렸다고 착각하게 만들었고, 그녀가 당신에게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기를 포기하고 폭우를 뜷고 당신을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떠나갈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의 추악한 부분을 숨기는 이들은, 또한 상대방의 추악한 부분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서 미움을 살까 두려워하는 이들은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는 일도 두려워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래서 저마다의 각오를 한다.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올라온 그녀의 가슴속에는 지옥이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는 '허용 가능한 손실'에 불과한 대수롭지 않은 멍에, 그녀는 자신의 배에 50구경 총탄이 박힌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만큼 당신의 그림자가 이미 자신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처음 가보는 낯선 일상감이 가득한 그 방에서, 그녀는 이미 윈터본이라는 이름의 지옥을 자신의 낙원으로 맞이하기로 했던 것이다. 당신이 나직이 꺼내는 건조한 해명에, 그녀는 눈물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입힌 상처니까 네가 어루만져줘야지."
윈터본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 철창 안에 가두어두는 사랑. 그러나 당신이 그녀에게 채운 것은 철창의 자물쇠가 아니라 목줄이었다. 목줄을 채워두고 여기 있으라 한 다음 당신은 저만치 걸어가버렸고, 당연히 목줄이 그녀의 목을 조였다.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하는 당신의 꺼질 듯한 목소리가 페로사에게 차갑게 아팠다. 그러나 그 차가운 아픔에 흠칫하고 물러서기에는,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 그녀는 미친 짓을 많이 해봤고, 돌이킬 수 없는 짓도 많이 해봤다. 누군가를 이렇게나 마음에 깊이 들여놓는 미친 짓은 해본 적이 없지만, 그녀는 이런 낯선 순간 앞에서 움찔대며 물러서기보단 미친 척하고 덤벼드는 게 더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진짜로 미친 여자였으니까. 당신이 조심스레 내뱉는 말에, 페로사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부여잡았다.
"나와 함께 살고 싶으면 죽는 것도 함께 죽어야지." 당신이 윈터본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면, 그녀는 자신이 배운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는 떨리기 시작하는 팔로 자신을 끌어오는 당신을 마주 꼭 끌어안는다. 지금 자신을 찌르고 상처를 내고 있는 이 고드름도,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당신의 가슴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차곡차곡 쌓여온 얼음도 모두 다 녹여주겠다는 것처럼.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그래. 무서웠지. 아팠지. 쓸쓸했지... 힘들었겠네. 많이 추웠겠구나. 나도... 나도 그랬어. 누군가 함께해주길 바랐어.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는 너를 원했어. 누군가 함께한다면 너였으면 했고, 추울 때 서로 끌어안는다면 그것도 너였으면 했어."
그리고 당신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온다. 미친 짓. 그녀는 이미 진작부터 저지르고 있었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다.
>>127 어째서 이 타이밍에 뉴비가... 우왁 부끄러워.............. 그렇지만, 러닝 중인 상황극 스레드에 이름 없음 상태로 기입하는 건 그렇게 권장되지 않아. 커뮤니티로 치환하면 캐릭터 프로필도 안 내고 커뮤니티에 끼어들어서 잡담을 시작한 것과 같은 느낌이니까. 우선 잡담게시판에서 도움을 청해보고, 다른 러닝중인 상황극들도 살펴본 다음 흥미가 있다면 도움을 받아서 첫 시트를 준비해보자.
하웰은 브리엘이 제 옷깃을 잡아당기자 끊어질 것 같은 격통에 이를 악물며 신음을 삼켰다.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닌 눈 앞에서 마주한 시선에 하웰은 이상하게도 웃음이 날 것 같았다.
“큭, 흐으…. 부정은, 안 하시네요.”
제 옷깃을 잡아당기는 그녀의 손에 옷에 스며들어있는 물기가 짜여지고, 그 물기는 그녀의 손목을 타고 내려가 포근해보이는 그 니트를 적실지도 몰랐다. 하웰은 그 모든 것들이 기꺼웠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과 동등한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린다.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집주인과 불청객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라거나, 살인자와 살인자라거나, 둘 다 물에 푹 젖은 생쥐꼴이라거나.
그런 충동이었다. 그래서 되려 그 옷깃을 잡은 손을 제 쪽으로 잡아당기려 했다. 중심을 잃고 자신 쪽으로 쓰러지게끔. 푹 젖은 물기와 피가 그 깨끗하고 포근한 옷을 다 더렵혀버리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가 제 품 쪽으로 쓰러질지, 아니면 그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설지는.
“당신도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말 조심 안 하잖아.”
사람을 죽이는 약을 파는 것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던 그 말을, 아직 하웰은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자신과 다르게 당신은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고고하고 깨끗한 사람이야? 당신?
>>161 기다리고 있을게. 먼저 쳐내야 할 혐생 일에 집중해줘. 날로 먹으라는 말도 이미 소용없을 것 같지만 최대한 편하게 끝낼 수 있기를 빌게. 회사와 달리 난 시간제한 같은 거 두지 않을 테니까, 느긋하게 마음 먹고 다녀와. (쓰담쓰담) 나도 내가 해야 될 일이 있기도 하고.. ^p^
참, 쉬웠다. 나이가 어린 여의사 한명의 인생을 망가트리는 것은. 지옥은 이미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는 걸 알았다. 하웰의 옷에서 스며나온 물기가 자신의 손을 지나쳐서 손목을 타고 흐르며 일상복으로 입고 있는 체격보다 품이 크고 올이 굵은 얇은 니트 소매를 적셔들었다. 부정할 수 없었던 건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한 것이라도 그 아이의 죽음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케줄 표에 적혀있던 게 내 이름이었던 이상, 그 아이의 죽음에 나도 연류되어 있던 것이니까.
그가 간과했던 사실은 브리엘은 체력이나 힘이 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성인 남자가 손을 잡아당기는 힘을 이길 수 있을리가. 브리엘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손을 빼거나 할 생각도 못하고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라면 그와 세게 부딪히거나 그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자신에게만 최악인 점은 그의 위에 걸터앉고 말았다는 점이다. 갑자기 앞으로 기울어진 중심에 하웰의 어깨를 짚느냐고 왼손목에 무리가 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그런 화물들을 보고도 전혀 짐작 못할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에 입술을 댄다. 당신의 말에 조금 비운 잔을 내려놓으며, 시선을 정면으로 한 채 당신의 말에 집중한다. 시간은 금.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만, 우리 같은 경영자에게는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 모두에게 똑같은 주어지는 그 시간을, '어떤 식'으로 소모할지 조율하는 것이 당신의 사업이었구나. 꽤나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라는 게 뭐죠. 진 사장."
태연하게 회를 집어먹는 당신을 보며 시안은 그리 말한다. 비밀스러운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와, 그렇게 자신의 사업에 관하여 밝히는, 그 꿍꿍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아컴호러 아니면 그 뭐야... 그건가. 하이간 둘 다 재밌지. 페퍼의 착란적 정신을 묘사할적에 별난 것과 괴상한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네. 사실 일이 바쁜것도 바쁜거지만, 어떻게 하면 더 키치하고 재밌으면서 간지는 잃지 않는 그런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있는지라 그런 것도 있고 :3
웃어넘기며, 진은 사케를 반 모금 머금었다. 술의 향은 좋다. 다만 취하는 건 싫다. 하지만 취한 척은 반갑다. 진은 눈썹을 훌쩍 올리고, 술향을 흘렸다. 기분을 의도적으로 좋게 만든다. 새삼스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시안은 노련한 상인이었으나 노련한 사업가는 아닌 듯 싶었다. 하기야 돈을 주무르는 것과 돈의 흐름을 잡아채는 것은 당연히 다른 성정. 더불어 사업가로서의 톤 앤 매너가 겸비되어야 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안은 그래, 단적으로 말하자면 쥐새끼의 그릇이었다. 진 사장은 그게 아까웠다.
"시간은 금, 아까운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원래 사업이란 건, 금 대신 시간을 베풀며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거든요."
진은 슬쩍 웃었다. 그 얼굴은 태생적으로 돈을 만져댄 것 특유의 여유가 있었다. 쥐새끼가 본다면 꼴받아할 만한, 그런 부유.
"이런 거 먹어본 적 없죠? 그러니까 즐기고, 이 분위기를 몸에 익혀놓으십쇼."
진은 특별강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메뉴로 끊기는 대화의 흐름, 본론은 절대 말하지 않는 아니꼬움, 대화의 긴장감 등을.
그래서 본론이 뭐냐고? 시안의 사업을 확장한다. 필요한 것은 전문 의료기기. 억 소리가 나며, 구입한다면 분명 눈총을 받을 만한 것. 그것을 외부세계의 명성으로 가리운다. 혹은 유령 회사를 하나 구입하는 것도 방안이겠다. 그러려거든 마땅한 교양을 익히는 것이 필요했다.
하웰은 각오하고 잡아당긴 것이었지만, 몸에 느껴지는 충격에 이를 악물고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귓가에 들리는 욕지기에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과는 별개였다. 와,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야? 고통이 가시고 느껴지는 것은 어깨 위해 닿는 그녀의 왼손과 제 왼손에 잡힌 그녀의 오른손과, 그리고 제 위에 걸터앉은 그 체온이었다.
서로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그 말은 너무 맞는 말이라 조금 웃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그 눈빛과 날카로운 말에 나직한 목소리로 변명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하아…. 말 조심 하자는 뜻이죠.”
이미 환부에 대고 있던 거즈는 손을 떼자 떨어져나갔고, 하웰은 어지러움을 참으며 한숨과 함께 브리엘의 어깨에 이마를 대었다. 밀어내려면 밀릴 수 있는 그런 상태로, 밀어낸다면 밀려난 채로, 당신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을 내뱉을 것이었다.
“나는, 태어나보니 클로리스였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부와는 격리된, 조직 안에서 당연한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독과 사람을 홀리는 약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십대 후반이 되면 실습을 하는데, 그게 뭔지 알아요?”
작게 웃음을 흘리다가 말한다.
“직접 인체에 독을 주입하여 사람을 죽이는 것.”
쿡쿡 웃다가 말을 잇는다. 당신이 말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그곳이 나는 너무 끔찍해서, 도망치는 방법은 죽거나 독립하는 방법 밖에 몰라서. 그래서 지금껏 도망쳐 왔는데…. 당신 말이 맞아. 나 사람을 죽이는 독약을 만드는 사람이고, 열 여덟에 사람을 죽여봤고. 하지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평범하게 태어났다면 당신같이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가졌을지도, 그럴지도 모르잖아.”
어지러워서 말이 횡설수설하는 것 같다. 제대로 말을 하고 있기는 한 건가, 나.
“그러니까, 사실이지만…. 사람을 죽인 내가 당신과 다르다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좀, 아프잖아.”
눈이 조금씩 감긴다. 눈을 천천히 떴다 감았다 하면서 구급차는 언제 오나 생각했다가, 아니 그냥 여기서 죽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224 의도적이지 않은 피쳐링이라니 대박이자너. 괜찮아. 그냥 갈궈도 좋은 후레취향인걸. (?) 메이비 홋홋 귀여워~ 레스여서 그럴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다 귀여워하는 걸지도 모르고~ 난 그런거 신경 안써서 몰루~ 귀여우면 귀여운 거지 이유는 없다~ 특별히 귀여운 이유는 있긴 해도~~ (도담도담) 그러니까 삐걱이라고 해도 맛난것도 잘 챙겨먹고 스스로에게 포상도 주고 그러자~~
스테츠킨에 안전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나자 제롬은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안도의 웃음이기도 했다. 만약 소녀가 자신을 급습한다면, 자신은 저항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인정받은게 안심되기도 해서 그런 표정을 지어보였으려나. 호위 파트라는 말에 그는 흐응. 하는 비음을 낸다. 흥미로웠다.
"호위라면 벨라... 아스타로테에 대한 호위? 아니면, 명령에 따라서 대상이 바뀔 수도 있나?"
어느새 그는 캄파넬라의 근처로 와서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적당한 의자나, 책상 위에 앉아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겠지. 자신은 본 적 없던 호위 병력이라니 신기할 뿐이었으니까. 아스타로테와는 꽤나 오랜 시간동안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사적으로 긴밀해진 것은 최근 일. 제롬은 이 잡화점에서 대부분의 인물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하하. 무슨 생각 중이려나?"
애칭을 거슬려하는 감정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떠보는 것일까.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머금고선 캄파넬라를 바라보는 제롬이었다.
페로사...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의외로 특수부대 부사관으로 경력을 쌓다가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끼고 제대해서, 서른 가까운 나이에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운동선수나 어쩌면 뮤지션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성격은 느긋함보다는 쾌활함의 비중이 더 높았을 것 같네.
다들 좋은 오후. 점심들은 챙겨먹었어? 라 베르토에 또 새로운 시트가 들어왔네. 인기만점인걸.
하웰의 어깨를 짚은 왼손은 자신의 체중이 같이 실려서 통증이 느껴졌다. 상처는 아물어도,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으면 통증은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통증 때문에 미약하게 앓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짧은 찰나에도 소리가 새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기 때문이었다.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오른손을 잡은 그의 왼손을 잠깐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그를 돌아봤을 것이다.
"당신이 나한테, 지금처럼만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말도 안하고 넘어갈 수 있어. 지금 이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는 피곤한 일이야."
거즈가 떨어진 하웰의 환부를 향해 시선을 주던 브리엘은 어깨에 닿는 무게에 잡혀있던 오른손을 뿌리치듯 떼어낸 뒤에 그의 머리를 밀어내고는 애매하게 걸터앉았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스피린의 효과 때문인지 미약하게 괴롭혀대던 두통은 가라앉았지만 속이 메스꺼웠다. 울렁거리는 게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아, 어째서 이 남자는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이야기를 말이야.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 어디까지 최악인지 알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브리엘이 자신의 인생이 가장 최악이라며 스스로를 연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왼손목을 몇번 조심스럽게 돌렸다가 브리엘은 팔짱을 끼고 그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그냥, 들었을 뿐이다. 평범하다는 건 누가 정하는 걸까.
"당신, 지금은 입을 좀 다물고 있는 게 좋겠어. 있어봐. 술이라도 마시면 좀 괜찮겠지."
횡설수설하는 하웰의 말이 끝났을 무렵, 브리엘은 무감하게 중얼거렸다. 글쎄,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은 맞지만 당신은 계속 도망칠 생각이 있고 나는 그런 생각이 없다는 것 뿐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길 바래. 나는. 브리엘은 냉소적인 웃음을 잠깐 짓고 주방에서 럼주를 꺼내서 하웰에게 내밀었다.
"처음 든 생각은 후련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이 답답한 허물 안에 갇혀있었는지 당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도 도피하고 싶었던 저를 둘러싼 현실은 이제 허물을 벗고 승화하여 광활한 대지 위를 활강하는 무엇이 될 것이다."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설명하듯이 중얼거렸다. '…' "코셔는 스스로의 머리와 몸, 신체 곳곳을 더듬으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그는 그의 행동 모두를 설명해야만 한다는 듯한 이상한 강박에 사로잡혔다. 아니, 그건 강박일까? 혹은 일종의 천형일까?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극히 농후해보였지만 당장에야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그런데 그 생각이 걷히고 나서 보니, 터무니없게 명랑한 소리가 저의 입에서 나왔다." "…어라?"
"뭐, 상관없나. 여하간 그는 하웰을 일종의 기술 자문으로 써먹을 요량으로 부러 그 비밀스런 제조법의 편린을 슬며시 보여준다."
'사인이라니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것 아닌가?' "사실 그는 그런 것은 내켜하지 하는 편이었다. 본래 그는 제법 내성적인 사람으로서, 남들에게 대놓고 과시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좀더 은근한 방법으로 그 욕구의 일부를 드러낼 뿐." 그는 하웰이 건네주는 실험용 가운을 받아 입었다. 보호복 안쪽에 있던 금속제 안경을 꺼내 걸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로부터 안경이 주는 지적인 오라는 괄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에 따라, 그가 지적 활동을 하면서 안경을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뭔가 더해지면 좋겠는데.' "커피 한잔 내줄 수 없겠나?" "라고, 그는 묻는다."
이 정도까지라면 상대가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신뢰관계를 쌓은다음 배신한다는 그런 극히 낮은 시나리오 외에는 변수가 없다. 그렇기에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실하게 판단했다. usb는 아마도 업무와 관련한 파일이 들어있겠지. 내가 그 데이터를 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전달하는 것 자체를 신경쓰는 것이 좋다.
"후자."
마음같아서는 마스터의 전속 호위로 다니는 것을 원하지만 이 조직에 있어서는 그 정도의 능력과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은 지시자체를 따르는 것 그것으로 충성을 다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이 조직에 들어온 대가에 대한 보답과도 같으니까. 그런데 그보다 이번에는 이름을 쉽게 불렀다는 사실에 대체 이 남자는 얼마나 사적인 관계가 있나 호기심 반, 이유모를 화남이 반정도 섞여 이미 냉정한 부분을 잃어버린다.
"당신.본인.감정하락요인.본인.당신.비호감."
그러한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난건지 아니면 상대가 눈치가 좋은지 곧 속내를 눈치챈 남자가 싫어졌다. 적으로서 싫다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 순전히 어린아이적인 감성으로 말이다.
>>260 킹갓제너럴일반인인 브와 하이퍼충무공일반인인 브주~ 귀여워~ 난 내가 하도 갈구다보니까 어느새부턴가 갈궈지는걸 원하게 되었서. 이것 또한 변덕일가♡ (후레1) 왜~ 그냥 살아있는 무언가에 애정을 느낄 수도 있는걸~ 나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조각을 보고도 귀엽다고 깔깔거리는데~ 특별히 귀여움이요? 안얄랴줌 아닌대오? 아무튼 아님~ 흠, 쿨뷰티 브주? (후레2)
>>272 oO(사실 알고보니 쥬주는 귀여움맨이었다.) 하도 갈구다보니 갈궈지는 걸 원하게 됐다니. 그거 발언 위험할 수도 있다구? 게다가 특별히 귀여움이 안알랴줌이 아니었어? 아차, 잘못 짚었구나. (이마 파바박) 후레대사 2단 콤보로 치는 건 치사한데. 많이 치사하잖아. 그리고 쿨뷰티아님미다.
>>290 캡틴피셜 일반인 아닐까. 어, 이런. 내가 조금 더 귀여워보인다고 말해버리면 내가 우쭐해진다구. 안돼안돼. 취향 스위칭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텐데......나는 괄호 안의 글씨를 보지 못했습니다. 호호. 괜찮아. 후레여도 그저 내가 좀 많이 현실에서 부끄러워질 뿐(??)
꽤나 성실해보이는 성격 탓에 전속 호위이리라 생각했지만 후자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도 라 베르토에 들어온지 그다지 오래되진 않은 것일까. 아마 성실한 성격이 유지된다면 짬이 차면 전속 호위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비호감이라는 말에 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비꼬는 의미라기보단, 귀엽다는 의미의 웃음이였을가.
"비호감이라니 슬프네. 나는 친구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인데."
감정하락요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자신이 했던 말 중에 소녀의 기분을 건드린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뭘까, 조금 생각해보자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벨라라고 부른 것에 화가 난 건가?
"설마 너도, 벨라처럼 아스타로테를 애칭으로 부르고 싶은걸까-"
그는 은근히 떠보는 말투로 캄파넬라에게 말을 건네며, 시선만을 움직여 소녀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어린애를 놀리는 취미는 없었다. 다만 사실이라면 조금 조언을 해주고 싶었으니까.
지금처럼 행동한다는 게 뭘까. 제 멋대로 행동하는 거? 당신을 잡아당긴거? 그래서 당신의 옷을 더럽힌 것을 말하는 걸까. 아, 정말 도움을 받는 주제에 도움주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다니, 이거 정말 구제불능이네. 하지만 원래 자신을 구제불능인 걸.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그런 사람이고.
하웰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브리엘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길 바란다는 말. 하웰도 마찬가지로 중얼거렸다.
“그것 참 우연이네. 나도 그렇거든요. 그런데 아직 살아있네. 둘 다.”
하웰은 잔에 담긴 술을 바라봤다가 손으로 밀었다. 명백한 거절의 의사로. 그리곤 눈을 감고는 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냥 오늘이, 후우…. 제가 죽을 날인 걸로 하죠. 뭐, 고해성사도 했겠다.”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정말 이대로 밖에 버려지면 죽겠어. 사실 죽지 않을 이유도 없잖아.
>>234 피피가 동화작가라면 르귄 여사의 동화같은 느낌일거같아 :3 날고양이들 같이 귀여운 동화 만들어줘 >>237 브리엘주도 출근맨이구나 후후... 동지네 동지... 화이팅이야~ >>245 그럼 쥬는 약간의 비밀을 지닌 평범한 재벌가 영애인걸까~ >>251 특수부대.. 부사관... if의 페로사에게 고한다... 레인보우식스 시즈 발키리 포즈 해줘~~ >>261 프로그램에 가깝지 않을까요 :3 >>264 사실 그냥 일관성이 없는거에 가깝달까 :3:3:3 하지만 일부러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기는 합니다. 아야씨 안녕~ 시트 흥미로와요 아야야야~
“도망치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아, 저 맑고 고운 목소리. 마치 세이렌의 그것과도 같다. 그러나 감히 추측컨대, 유일한 차이점은, 그녀는 그녀 스스로의 목소리에 홀려 파멸하게 되었다는 점일까.
“루트비어와 진저비어… 뭐, 헷갈림직한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얘기한다. “일단 표지는 합격이네. 고맙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도… 모하비의 친구들과는 어떻게 통신하고 있지?” 감청을 피하고 있나? 혹은 모종의 다른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인지? 제법 궁금해져서 묻는다.
“고해, 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는 웃으며 말한다. “온더락으로. 얼음이 녹는 것으로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나는 수천의 목숨을 앗아간 자야.”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상당히 난해하고 번잡스런 과정이 수반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상태로 만드는 건 무엇보다도 쉽다. 생명의 삶의 목적을 앗아가고 새로운 것을 주입시키는. 마치 톡소포자충이 그러하듯이. “구구절절하게 말해봐야 자기연민에 가깝지. 거기까지만 말해두는걸로.”
“그보다, 목소리가 제법 좋은걸, 당신. 아니면 취해서 그런가?” 그는 웃으며 테이블을 연신 닦았다. “괜찮다면 노래 한 곡조만 들려줄 수 있어?”
>>302 맞워요~~ 약간의 비밀~ 나중에 자라면 똑같이 가업을 이을~~ 그치만 딱히 뭔가는 없는~ 너무 꽃밭일거 같아서 살짝 스파이스 첨가했을 뿐이야~~ 그치만 멀쩡한 사람 A.I.로 박아버리면 케이브 존슨이 캐롤린한테 그랬던 거랑 진배없는걸~~ 저희 텔-테일 인더스트리는 언제까지나 여러분의 편리하고 안전한 인공지능 유닛 사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 페퍼의 기묘한 대화 몇편까지 나왔나요. 시즌은요? 지금은 그에게 위기가 닥쳐왔나요? (?)
하웰은 페퍼의 중얼거림에 대꾸하지 않으며 그저 눈을 접어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며 그를 관찰한다. 보호복을 벗고 난 뒤에 나타나는 정신증적 증상일까.
아하, 자신을 기술 자문으로 쓰려고 하는구나. 뭐, 물체D의 제조법이라면 이런 저런 생각을 이야기할 의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사인은 거절당했고, 대신 실험용 가운은 받아들여졌다. 하웰은 그가 안경을 쓰는 것까지 바라보다가 커피를 내달라는 그의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라며 하웰은 비커에 물을 끓이고, 찬장에서 드립백 커피와 잔을 꺼내 능숙하게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카페인이 필요할 때 커피만한 것이 없었다. 커피잔을 페퍼의 곁에 올려두고 페퍼의 모습을 등받이 없는 동그란 실험용 의자에 앉아 느긋이 지켜본다.
쥬는 그 어떤 이유가 있어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건 최화한다구~~ 딱히 로봇 3원칙에 위배되어서 그런게 아니라 마피아사태, 시티헌트 때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한 것에 대한 무의식의 죄책감이 있거든~ 외 무의식이냐구요? 시티헌트때 더 퍼스트한테 뚝배기 맞아서 당시 기억이 없걸랑.
오~ 버스탔군~ 출발이다 부릉부릉~ 바람 차니까 밖에 나갈땐 조심해야 해~ (라고 곧 나갈 사람이 말한다.) 아니, 잠만요. 그릉가? 할라다가 송곳니 빠져서 앙증인거 맞다 하니까 나 갑자기 우러 엉엉. 아무리 바닥을 기는 개라 할지라도 물어뜯을 송곳니는 잊지 않는다 했거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 사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앞으로 몇년뒤가 관건이겠지. 사실 어느 직장이든 그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있어서 일과 직장은 언제나 끌려다니는 삶뿐이었기에 지금의 과정은 그것대로 다른 느낌이기도 했지만.
"거절."
왜 싫은지는 지금부터 이유를 정확하게 정해보자. 일단 우리 친구라고 지칭하는 점이 싫다. 꼭 나이많은 사람이 아이를 보고 지칭하는 태도지않은가. 아직은 미성년자이지만 그렇게 취급받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건 싫어하는 보조적인 요소이다. 근본적으로는 어디서 처음보는 외간 남자가 섬기는 사람을 친한듯이 부르는 것에 불쾌감이 왠지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이 그냥 친한 친구사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부정. 현재. 지칭. 충분."
나는 섬기는 사람을 그렇게 친한 지칭으로 부를 생각은 없다. 지금의 마스터라는 호칭을 허가한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단지 처음보는 낯선 이가 섬기는 사람과 친하다는 그 사실에 화난감정.. 질투.. 그 단어를 확정짓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하려고 했다.
브리엘은 자신이 내민 술을 거절하는 하웰에게 질책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술을 마시면 그나마 통증을 좀 잊을 수 있을까 싶어서 건넨 것이었고, 거절을 하더라도 불편한 기분을 느낄 이유는 없다. 하웰이 거절한 술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깔끔하게 한모금 마셨을 뿐이다. 아, 그러고보니 아까 마셨던 게 서재에 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지나쳤지만 브리엘은 잔에 담겨 있는 술을 비워낼 뿐이었다.
"당신 멋대로 내 집을 죽을 자리로 잡지 말아줄래?"
브리엘은 잔을 비우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하웰의 말에 조용한 어조로 대꾸했다. 자신의 집에서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응급처치까지 해줬더니 죽을 날이라고 하질 않나, 더 나아가서 본인이 말을 두서없이 해놓고는 고해성사라고 하질 않나. 자신은 절대로 교회의 목사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는 고해성사를 해야하는 사람을 잘못 찾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멋대로 하는 고해성사를 들어줄 생각을 하지도 않았지만. 비워낸 잔을 들고 있던 브리엘은 팔짱을 끼고 하웰을 바라보다가 문득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이렌 소리는 다른 곳으로 빠지거나 하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있어서 브리엘은 팔짱을 풀어냈다.
곧, 문에 기대있는 하웰의 등 뒤로 조심스럽게 열린 문을 통해 구급대원들이 들어섰을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눈초리가 정말이지 매섭다. 당신과 같은 위치에서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하더라도, 시안은 천성이 쥐새끼였다. 기껏해야 장사치 마인드 밖에 가지지 못하니, 태생적으로 돈을 다뤘을 당신과는 그 배경이 다를까. 시안은 여유를 부리는 당신의 태도에서 짜증을 느꼈고, 그 말에서 은근한 조롱마저 느낄 수 있었지만, 섣부르게 짜증을 내어 일을 망치는 대신. 짐짓, 평이한 웃음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나마 쥐새끼 치고는 똑똑한 선택이다.
"..... 그러죠."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사기꾼이든 도둑이던. 시안은 유자즙을 회 위에 뿌리며, 당신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딱히 총알이 빗발치고 있는 곳도 아니고.' 여유는 조금 부려도 괜찮다. 당연한거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피피가 뒷좌석에 들어앉는 것을 확인하자 문을 닫는다. 덜컹 소리가 차의 내외부로 울렸다.
"아... 이건 제 차에요. 1년 반 정도 근무 했을 때 받았네요. 일에도 사용하고 있으니 어차피 그게 그거인가 싶긴 하지만."
하하, 하고 가벼운 너털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하루 중 7할의 시간이 거의 차에 앉아있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울적해지는 리아나였다. 그래서 가끔은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업무가 형편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적어도 저 쪽은 제대로 목숨걸고 운전할 일은 없지 않은가. 대부분 바깥까지 나가는 경우는 규모가 큰 일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리아나는 피피의 말에 '저도 잘부탁드려요.'하고 가볍게 인사하고는 스티어링과 기어봉에 자연스레 손을 가져간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않는 눈치였다.
"출발할게요."
- 드륵
P가 D가 되었을 때 차는 서서히 자리를 뜬다. 있는듯 없는듯, 골목에서 도로로 나와 합류하여 물처럼 흐른다. 뒷좌석에서 룸미러로 슬쩍 비춰보이는 날카로운 눈이 퍽 냉철한 감각으로 비춰졌다.
"네 성격상 앞으로 몇 년이면 실적과 경력은 해결될 거라 보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겠지."
실력이 있으니 아스타로테가 이곳에 들였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모르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평가도 될테니 아마 별 문제는 없겠지.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다가도 거절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틀림없이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녀는 받지 않았을까. 무슨 문제인지 듣고 싶어 소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른 호칭을 노릴 생각은 없구나? 네가 그렇다면야 별로 관여는 안 하겠지만."
불쾌감이라는 이유는 모르는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방금 화난 것 같은 감정도 어디까지나 반쯤 떠본 것일 뿐, 확신은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잘 드러나지도 않는 불쾌감이라는 감정을 제롬이 눈치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말이다.
"질투가 맞는 것 같은데? 어른스러우면서, 이런 부분은 어린아이구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모습에 픽 웃음을 흘렸다. 아까의 그 모습은 노련한 특수부대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런 면은 그저 어린아이 같을 뿐이었던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한 채로 그는 캄파넬라의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을까.
"도망치기에 늦은 게 아니라, 늦었을 때 도망치는 거지." 그녀는 아주 간단하고 고약한 말장난으로 가볍게 인과관계를 뒤집어버렸다. "늦었다는 게 누구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딸그랑, 하고 병 부딪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가 닫힌다.
"통신? 어- 친구라고 표현은 했지만 얼굴은커녕 메세지 한 번도 못 주고받아봤어. 사업상의 친구들이란 거지. 비즈니스적 친근감이랑 사람 대 사람의 친근감은 다르지만, 어쨌든 친근감은 친근감이니까 친구라고 표현했을 뿐이야."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이게 보통이겠지. 물론 비탄의 도시의 사람과 바깥 사람이 친분관계를 맺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감청의 위협은 존재하는 법이고, 자신들이 파는 물류가 뉴 베르셰바에 흘러들어간다는 첩보가 경찰에 들어가면 그 물류를 다루는 물류업자들에게 결코 유쾌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앤빌의 재고 관리에도 애로사항이 꽃필 테고. 그녀처럼 활달한 사람에게도 뉴 베르셰바 밖과 소통하는 것은 과감한 일일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생각이 아니면야, 몇 명의 목숨을 빼앗았건 상관없어." 페로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수천 명까진 아니지만 페로사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무감각해질 정도로 많이 해봤으니까. 이 도시에서 죽음은 그만큼 사소한 일이었고, 그녀는 이제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의 죽음이라면 그렇게 크게 연연해하지 않을 정도로 닳아버린 사람이었다. 페로사는 얼음을 끌로 툭 자른 뒤 조각칼을 들고 노련한 손길로 삭삭 깎아내기 시작했다. 곧 커다란 장방형의 보석 모습을 한 얼음이 온더락 글라스 안에 놓였다.
"흐음. 미안하지만 나는 가수가 아니고, 내 목소리가 좋게 들리는 건 당신이 취해서 그렇게 들리는 것일 가능성이 있어." 그녀는 브랜디 병을 집어들었다. 보통 펑퍼짐하게 디자인되기 마련인 브랜디 병과는 다르게 길다란 비석처럼 생긴 병에는 이국적인 문양이 새겨져있었고, 라벨에는 영어권 문자도, 아시아어권 문자도 아닌 것 같은 나부끼는 깃발 같은 문자가 쓰여있었다. 병 아래에 붙어있는 수입사의 라벨이 그것이 VO 등급이라는 것만을 알려주고 있었다. "기회가 닿으면 앤빌에 끝내주는 가수를 섭외할 생각인데, 트래쉬톡에 일정 공지할 테니까 노래와 함께하는 끝내주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좀더 기다려보라구."
마개를 돌려열고 글라스에 브랜디를 따르자, 알코올 향과 함께 캐러멜된 과일 향이 따라온다. 입에 머금어보면 다소 쏘는 경향이 있는 알코올 향 너머로 건포도, 살구, 바닐라... 그리고 불 붙이기 전의 담배를 연상시키는 녹진한 향이 난다. 적당한 에어링으로 알코올 기운을 날리면 향을 더 깊이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이 오기전에 시간감각은 그저 흐르고 있다는 감각 뿐이었지만, 분명 요즘의 시간은 왜 빨리가지 않는가 하고 다급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그건 분명 3자가 보기엔 왜 빨리 어른이 될 수 없냐고 하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느껴졌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도 괜스레 화가 났다.
"충분."
지금으로서는 그 호칭이면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은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다. 3자관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간과되는 부분이 눈 앞의 소녀는 일반적인 친근한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않은 사정이 있었다. 협동하는 동료는 존재했지만 유대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으며, 그외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명하복만을 알 뿐이었으니까.
"...읏"
정곡이다보니 되려 자폭하듯 나는 홀스터에서 토카레프를 뽑아내고 안전장치를 곧바로 풀었다. 무슨 콩트하는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짓인가 싶었지만 부정하고 싶어서 위협한다. 거기다 웃었으니 더더욱 눈 앞의 남자를 혼내줄 필요가 있었다. 맞추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그 정도는 쉬우니 바로 총기를 겨누려한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롬이 무언가 걷어차는 소리가 들린다. 잡화점 한구석에 있던 동그란 모양의 등받이가 없는 의자였다. 제롬은 그것의 다리 부분을 걷어차 살짝 공중에 띄우더니 그것을 낚아채어 몸을 가렸다. 마치, 방패처럼. 총격전의 전조(사실은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일종의 콩트에 불과하지만)에 몸이 먼저 반응했을까.
"꼬마친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거하려고 하면 그건 상대의 논리에 당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구. 그러니 그 총을 내려놓고, '어른의 대화'를 해보는게 어때?"
비록 목제 의자였으나 그나마 엄폐물 뒤에 숨은 그는 조금이지만 안도감이 생겼는지, 다시 소녀를 조금 놀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기를 참지 못 하는 것은 그의 나쁜 버릇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하. 그래도 장난만 칠 생각은 없었다.
"넌 네 입으로 더 가까운 호칭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걸 보면, 너도 모르게 그걸 원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는 소녀의 아픈 점을 찌르려고 했다. 아무래도 그가 보기에 소녀는 평범한 이들과는 달라보였으니까. 가까운 호칭을 원하는 듯 보이지만 말로는 아니라고 하는 점이, 아무래도 친애에 대한 감정을 잘 모르는 듯 싶었다. 위계서열에 따른 관계만을 전전해온 까닭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소녀의 과거사를 알지 못 하여 정확한 추측은 불가능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좋았다.
"거래를 하자. 내가 네게 아스타로테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게. 호칭 문제라던가, 뭐, 이것저것을. 네 기준에선 나쁜 이야기는 아니잖아?"
느긋하게 창가에 팔 기대고 턱 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프로스페로는 운전에 재능이 없다. 그의 운전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쫄아서 기어다니든가, 갑자기 엑셀을 밟더니 무언가에 거하게 박고 마무리하든가. 둘 다 눈 뜨고 보기 힘든 꼴이다. 애초에 운전 잘 했으면 운반도 자기가 했다. 배워보려 애를 쓰긴 했으나 프로스페로의 운전 선생님은 도망가든가,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이 일은 얼마나 오래 했어?"
눈 왔음에도 불구하고 꽤 운전이 매끄럽다. 소문이 단순 헛소문이 아닌 것 제 눈으로 확인하니 퍽 만족스럽다. 프로스페로는 턱 괸 손가락 뻗어 입 가린 채, 배부른 고양이를 닮도록 웃음을 지었다. 리아나의 날카로운 눈과, 프로스페로의 곤충 닮은 눈이 마주쳤다.
"너 이야기 많이 들었거든, 내가. 너 엄청 잘한다고 들었어."
OD 모터스같은 폭주족 집단이랑 안 어울린다는 것까지도. 뒷말은 웃으며 삼켰다. 뒷골목 쥐새끼들 안 떠드는 말이 없다. 이 정도 실력이면 더 좋은 곳 갈 수도 있었을텐데. 약점을 잡혔나?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무엇이든 약점이 있는 사람은 다루기 쉽다.
방금까지는 분명 상대의 논리에 당해서 혼자 발끈해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구도였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 순간이 바꾸어 버린다. 논리로 밀린건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남자가 의자를 호신용으로 가져다 쓰려고한게 트리거처럼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그대로 격발한다면 분명 마스터가 크게 벌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등받이가 없는 둥그런 의자라도 말이다.
"제자리. 원위치."
홀스터로 권총을 도로 집어넣고 안전장치를 돌려놓고 말했다. 개인감정보다 잡화점의 물건을 함부러 건드리는게 더 싫었다.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자신의 감정보다는 충성하는 사람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게하는 것이 먼저였다. 잡화점은 분명 내 주인의 중요한 장소이니까. 나 하나의 일로 무언가 부서져서는 안된다.
"하아..그리고 틀렸어 당신이 거래하려고하는 부분이."
내가 가지고 화내고 있던 부분은 호칭이 아니라 어디서 처음보는 남자가 주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것에 있었다. 문장형의 대화는 기피하지만 그부분에 있어서는 정정이 필요해 말했다.
OD 모터스. 순위 자체는 낮다만 그 영향력은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바깥에서 뉴 베르셰바에 굴러들어오는 차들은 대부분 OD의 손을 거치고 간다고 봐도 될 정도로 모든 종류의 차량을 규모 넓게 다루고 있었다. 무법 도시에, 달리기 좋은 도로와 황야가 있 달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끌리기 마련이다. 운전은 엉망에 관심도 없는 피피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미 차에 깨나 관심 있다고 하는 인간들은 OD의 존재를 들어보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다. 리아나의 차도 분명, 그 와중에 누군가가 훔쳐서 멋대로 매각했다가 어디 한 구석에 꿍쳐놓았던... 그런 차 중 하나겠지.
"글쎄요. 한 7년 정도했나..."
리아나는 액셀을 미세하게 조절해가면서 기억을 더듬어본다. 핸들을 쥘 수 있게 되자마자, 바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급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암흑기중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그 때의 자신은 너무나 절박했으니까.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으로 핸들을 쥐고, 기어를 넣어 앞으로 나아갔던 그 감각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게 7년보다 빠르든, 늦든.
"운전... 으음, 좋아하기는 하죠. 사실, 제 스스로도 나쁘지 않다는 거 알고있어요."
그 와중에 자신이 운전에 소질이 있었다는 것은 천운이었다...고 리아나는 회고한다. 불행은 OD의 성향은 완전히 폭주에 치중 되어있다는 것이었고. 어쨌든 그건 별개의 이야기다. 결국엔 나 스스로의 가치를 찾게 되었으니까. 리아나는 피피의 눈과 잠깐 마주쳤지만 신경쓰지 않고 본래의 목적대로 뒷차를 확인하고는 간격에 맞추어 핸들을 살짝만 틀어올렸다. 와중에 이야기는 계속해 나아간다.
"또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원래 업이라는게 그런거잖아요. 취미가 아니면 물리는 부분은 있는 거고, 킬러라고 사람 죽이는게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죠. 제 말은... 그러니까, 모두가 좋아하는 대로만 살 수 없는 거니까요."
하늘같은 꼭대기가 있고, 바닥 중의 바닥이 있다. 어딜가든지 나름의 사회와 법칙 그리고 이해관계라는게 있다. 원래 사람사는 곳이 그런 법이다. 뉴 베르셰바라고 다를 것은 없다. 리아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그게 운전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네요. ... , ."
도로에 들어선 차들 사이에서 본래의 제 자리를 찾아들어가듯 리아나네 차량이 멈춘다. 유압 브레이크와 디스크가 움직여 속도를 죽이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앰프에서 팝음악이 초연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기계처럼, 어쩌면 기계보다 더더욱 빠르고 단호한 태도의 변화에 제롬의 표정이 잠시 가라앉았다. 저런 부류를 많이 본 적 있지. 조직에 충성하며, 마치 기계와 같이 주인에게 목숨을 바치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투기계들. 원위치라는 말이 있어 일단 의자를 내려놓기는 했으나 표정이 가라앉은 것은 이어서 캄파넬라가 문장으로 말하자 풀렸으려나.
"어, 문장으로도 말할 수 있었어?"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첫인상부터 이미 단어만으로 대화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말투의 변화가 두드러지자, 꽤나 신기한 경험이라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을가.
"그럼, 어떤 것을 원해? 라 베르토의 호위 씨?"
처음보는 남자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에 화가 났다- 라는 점을 제롬이 알리도 없었기에, 그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질문을 던졌다.
상대가 이리저리 툭툭건드리면 아직 어린나이가 그것을 깨뜨리고는 하지만 곧바로 냉정을 회복하는건 어렵지는 않았다. 총을 잡은 시점부터 기계처럼 목적 달성에만 사력을 다하는 그 행동이 나를 하얀 마녀라는 이름으로 지칭하게 했으니까. 임무때문에 사람을 죽여서 죄책감이 든다거나 구역질이 난다거나하는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조차 기계적으로 배제하고있다.
"로봇아님.불가피.상황.문장형.대화.채택."
문장을 담으려고하는 순간 생각이 더되기에 그 생각을 차단할 뿐이지. 머리속에서는 이것과 저것에 대한 구분을 나누어놓고 이 대화법을 만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않는 행동이기는 하다.
"당신.해결불가.대신, 벌칙. xx가 xx번지 한정디저트. 재방문시. 제공바람."
그저 지금은 더 가까이 간다던가 하는 그런 도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볼일도 끝났을테니 곰곰히 고민하다가 대답은 이렇게한다. 사적인 요구로 대체. 달콤한 건 남한테서 사먹을 때 더 달콤하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이 취급받아도 상관없었다. 달콤한 것은 좋으니까. 중요하니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거지만 달콤한 것은 좋으니까. 요구를 이렇게 쓰기로한다.
뒷좌석 창문을 아주 미세하게 내렸다. 겨울 냄새가 가느다랗게 스며들어왔다. 자동차 냄새는 오래 맡으면 허파 언저리가 꽉 막힌 듯 답답해진다.
"일찍 시작한 편인가, 그럼? 내가 운전 쪽은 잘 몰라서.."
이것만큼은 진실이다. 프로스페로는 운전과 운반에 대한 지식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저 필요한 것만 쏙쏙 빼서 취하고 버렸다. OD 모터스와 리아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겉핥기식 지식 그 이상은 구태여 알려 하지 않았다. 알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가, 당장 자신조차도 정보망에 찌라시 뿌려대는 것이 일상이다.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지금이 그 자리다.
"그렇지, 뭐... 결국 다 먹고 사는 문제야. 살기 팍팍해서들 그러는 거고."
한탄하듯 작게 한숨 쉬며 말 이어갔다.
"너나 나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다행이었던 거고."
팝 노래가 귀를 긁듯이 지나갔다. 나쁘지 않다. 창 밖으로 본 거리는 슬슬 익숙한 곳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랑은 으레 그렇다. 좋은 부분을 으레 보여주다 점점 그 속내를 보인다. 암묵적인 합의 끝에 볼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예기치 못한 경우에 볼 때도 있다. 그 이후의 환멸을 두려워하기에 끝까지 단 모습만 보이다 깨져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인간 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그게 셰바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럼에도 만일 생기거든 네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혹한에서 성냥불 지킬 것이 같은 혹한으로 이루어진 이글루 아니면 무엇이겠나요. 로즈밀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엇보다 소중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카엘은 어머니가 머리를 빗어주며 얘기할 적엔 신뢰치 못했다. 그러나 현재 무엇보다 잘 알 것만 같다. 도망치면 안 됐다. 후회하기엔 이미 먼 길 왔고 마주할 차례다.
차라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솟는다. 지옥 밑바닥에서 살아올라 온 사자는 필히 지옥을 겪었다 말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고통에 몇 배는 괴로워하고 있다. 당신의 숨 떨리며 메이는 목소리가 건조한 낙원에 폭우 쏟아내어 숨이 막혔다. 아마 죄책감인 것 같다.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기에. 내가 과연 어루만질 수 있을까. 자격 없을 텐데.. 그럼에도 이미 한 번 어루만졌음을. 이리도 모순적임을. 그렇게 온정 한 번 베풀었으면서 팽팽한 목줄 당겼던 것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내가 어리석었어." 꺼질 듯 작은 목소리가 다시금 내려앉는다. 어린아이가 뱉는 말을 뒤로 손 뻗는다. 이젠 누가 상처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스운 일이다. 이리 되고야 만다. 일방적으로 안아낸 품은 그리도 따뜻하다. 얼음 쌓여 녹을 텐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얼음이 다 녹아버리면 무엇이 있을지 무서워. 이 현실도 두려워. 당신을 만나기 전 떠나고픈 마음 있었다 어찌 말할까. 한때 내세로 가고자 했던 마음 있었다 어찌 말할까. 그렇게 작은 구원 받아놓고 내가 또 내치려 들었다는 사실을 어찌 말할까.
입술을 겹쳐오자 눈을 천천히 내리 감는다.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졌다. 놀랄만치 차가운 눈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얼음이 녹아내려 물이 떨어지나 보다. 따뜻한데도 따갑지 않다. 평소 같으면 과분하여 따끔하단 생각 없잖아 있었는데. 당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에 대답 대신 얼음 녹은 물이 눈을 타고 뚝뚝 떨어질 뿐이다.
"…과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나 같은 사람은 전혀 받을 자격 없다 생각했는데.. 제 어미 죽이고 남의 낙원을 망쳐 도망친 사람에 불과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쭉정이한테도, 역겨운 사람한테도, 당신이 불을 지피니까.. 그런데 이제..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내가 물러서겠어요..?"
'우리 모터스 소속이라면 자차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쪽팔리게 뚜벅거리지 마라!' OD의 수장의 말이었다. 그러니까 이것도 멤버 중 하나라는 인정의 의미로 수여받은 차다. 그나마 삼촌들이랑 친해서 받을 수 있었던 것 뿐이지. 고마운 마음은 있지만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빚을 생각하면 공짜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볼 수 있을지도요. 제가 지금 스물 넷이니까요. 굳이 운전 아니었어도 이르지 않았을까요."
아닐 수도 있고. 이 도시는 어린 아이도 살기 위해서 사람을 돌로 때리고 칼로 쑤시고 다니는 곳이다. 그런 원한은 사고 싶지 않다. 직접이라면 더더욱 하고싶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피피가 음악에 대해 물어오자 리아나가 말을 길게 끄며 헛기침을 했다.
"아-... 뭐, 그런 편이죠. 으흠."
리아나가 오늘 업무 중에 거짓말을 한 순간이 있다면 이게 유일한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순전 대중적인 입맛에 맞춘 '손님용 플레이리스트'였기 때문에. 분명 피피가 내리는 즉시 자기 취향의 메탈음악을 틀어놓고서 혼자 돌아다닐 것이다. 스스로의 취향이 부끄럽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그런걸 누가 좋아하겠어...'
어쨌든 이것도 비즈니스다. 이것도 업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억울하지는 않다. 익숙한 감각을 느끼는 피피처럼, 리아나 또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간판이 드러난다.
처음 혼자 시체 처리한 것은 리아나와 같은 열 일곱이지만, 독립은 스물 하나에 했다. 용궁의 주인과 관련된 그 사건, 그 여름만 아니었다면 더 늦어졌을 독립이다. 어쩌면 아예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열 일곱은 확실히 어린 나이다. 뉴 베르셰바에서 소위 말해 그나마 '안정적'인 자리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노래 듣는 거 좋아하거든."
뒷좌석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퍽 듣기 좋은 류는 아니다. 이 남자 웃음소리가 다 그렇다.
"아, 그러네. 저기 식당 주차장으로 좀 가줘. 나 내리더라도 내리지 말고."
만약 리아나가 그렇게 해줬다면, 태연자약하게 내려 리아나 운전석 문을 열어줄 것이다. 방금 전에 열어준 것에 대한 답례란 이상한 말을 해대면서.
진은 시안의 언짢음이 보이지 않는 양, 능청스레 사케를 음미하며 몇십 초를 침묵으로 보냈다. 그리고 유자즙에 적신 사시미를 또 하나. 치아와 치아 사이를 야들거리는 살이 가로막고, 짓이겨지니 바다향이 기분 좋게 흘러나온다. 기름지지 않았고, 몇 시간 적당히 숙성한 듯 살의 풍미가 짙었다.
'이게 거래지.'
기분이 정말로 좋아진 진 사장은 다시 시안을 바라보았다. 조용하게 주변을 살피는 얇다란 시선이나, 남자라기엔 왜소한 어깨. 험한 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또- 아무 일도 안 한 것 같지 않은 손. 그리고 고가 브랜드와는 거리가 있는 유니섹스 착장. 추억이네.
"다른 얘기나 한 번 해봅시다. 선생께서는 자리잡기 전에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빙빙 돌리다, 사업을 넘어선 곳에선 훅 치고 들어오는 화법. 선생이라는 늙어빠진 호칭. 예민한 화두에 진은 본인의 사례를 가볍게 먼저 제시한다.
"저는 말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한낱 계집애였지 말임다. 부모가 사주는 걸 입고, 먹고 하던. 그야말이 아가씨였다 이 말입니다. 그러다 사업이 망하고 가정이 파탄났습죠. 뭐, 흔한 얘깁니다. 어찌됐든 먹고살 건 필요했기에 건물을 써서 '고정 소득'이 들어올 수 있는 불량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지금입니다."
중간에 많은 것은 생략했지만. 진은 깡패처럼 가벼운 말로 본인의 이력을 읊었다. 사케를 반 모금 마시며 생각한다. 그리고 웃어버렸다.
>>591 1. 가능하면 안마시려고 하는데 남이 강하게 권하면 거절 못하네요- 2. 좋아한다 까지는 아니지만 탄산 없는 걸 (그나마) 선호 3. 마시면 취하는 급. 제정신으로 1병 불가능. 거기에 마시면 바로 얼굴색부터 변하는 타입이니까요- 4. 안주는 약간 소박한? 가정적인? 그런 것들을 좋아하네요. 속애 부담 안되는 류의.
>>610 진은 술을 마십니닷...!!!!!! 좋아하는 술은 딱히 없고 안주에 걸맞는 술을 걸치는 타입입니닷....! 안주는 소박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 다양한데, 본인은 회에다 술만 홀짝홀짝 마시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닷...!! 주량은 강하지만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오면 바로 끊습니닷....!!!!!!!!!!!!!!!
>>608 냐하~ 예리한 질문~ 회사의 기반은 꾸준히 세워뒀지만 정말로 회사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21세입니닷...!!!!!!!
함부로 구원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수식어를 자신에게 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 잘 안다. 자신은 나이들고, 누구 하나 구해낸 사람 없이 그저 혼자 살아남은, 혼자 남겨진 낙오자다. 많은 사람을 해쳤으되 얻거나 구한 것 없이 홀로 남겨졌을 뿐이다. 얼마든지 울부짖거라.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 단장의 차가운 조롱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었다. 열렬히 사랑했고, 신앙과 다름없이 빠졌으며, 사라졌을 때 찾아나섰다. 처음 겪어보는 혹한 속을 헤매이는 것은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이었으나 페로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글루 속에 홀로 남겨져 있던 나갈 길 잃은 아이를 찾아내었다.
"사랑이 어리석은 일인걸 어쩌겠어." 이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나도 지금 어리석게 굴고 있잖아." 구원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하고, 구조라기에는 숭고하지 못하다. 이글루의 좁은 입구를 비집고, 커다란 사자는 입에서 흰 김을 내쉬며 아이를 꼭 끌어안아온다. 풍성한 터럭과 따뜻한 품을 하고서. 당신이 건 조그만 목줄을 끊어내려면 끊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나. 처음으로 자신에게 목줄을 걸 때에 느꼈던 당신의 환희와 자신의 희열을 잊을 수 없었기에. 그래서 사자는 천사를 사랑하기로 했다. 어리석은 짓, 사랑... 그 정도의 이름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아직도 빗물 머금어 몸에 칙칙 감기는 터틀넥 티셔츠 위에서부터, 물기를 머금어 짙은 금색이 된 머리칼들이 당신에게로 투두둑 쏟아진다.
짧지 않은 접문이 끝나고, 페로사는 나직이 중얼거리는 당신의 뺨을 살며시 거머쥐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당신의 목덜미에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눈가를 살며시 핥았다. 혀에 닿는 소스라칠 정도로 뜨겁고 축축한 온기와 함께, 잊고 있었던- 잊고 지내기로 했던 옅은 시트러스향과 데킬라 냄새가 비에 젖은 물냄새와 섞여 기억하던 것보다 더 진하게 당신에게로 다가왔다.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했지, 미카엘.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억지로 서커스 경기장 위로 몰아넣은 단장만큼이나, 네게도 진짜 죄를 물을 사람이 있잖니. 너는 그저 외로웠을 뿐이잖아. 그저... 그저 내가 너한테 너무 늦게 왔을 뿐이잖아. 그래도 이젠 내가 왔으니까, 미카엘..." 하고, 조심스레 조곤조곤 속삭이는 말이 들려온다.
>>665 왜냐하면, 일단 난 술에 관심이 없구, 우리집은 먹는 사람 차리는 사람 따로 있어서 항상 내가 차리고 뒷정리까지 다 해야 하거든 흑흑, 그래서 내가 한번 놓치면 맨밥이 상에서 뒹굴고 회가 매마르고 그래... 더욱이 오늘은 아침부터 상태가 영 아니어서, 미안하다 소주야아아아아아아어아아아아
값이 무어냐고 남자가 묻는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를 받을 때에도 한 번은 거절했었다. 업무용차량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필요해지면 천천히 알아서 구해보겠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운전수가 차 없이 운전이라는 일에 대해 어떤 이해를 하겠냐면서 결국에는 반 어거지로 차키를 리아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처음엔 전통같은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제멋대로 개조하다가 실패한 차량을 떠맡긴 거라거나. 그리고 그 차는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그 당시에 들었던 답은 여전히 납득 되지 않은 채였다. 이제와서 묻기는 늦었다. 맞든 아니든 간에, 자신의 존재의 가치, 지금까지의 삶, 도시의 굴레를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나름의 답을, 리아나는 스스로 내리기로 했다.
"저 자체가 저당인 셈이겠죠."
. . .
도착한 파스타&그라탕. 차는 피피의 지시대로 주차장에 들어섰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가게에선 창문 안 쪽으로 따스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쌀쌀맞은 바람이 아직 새차게 불고있는 바깥과는 대조 되는 풍경이다. 피피가 문을 열어주자 어리둥절해서 안쪽에 앉아있던 리아나가 '이러실 필요까진 없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바깥으로 다리를 내놓았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선 후에는 제 손으로 운전석을 닫았다. 하늘은 검붉은데, 날씨는 추웠다. 저도 모르게 트랙 자켓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럼... 만 이천 조금 넘게 나왔는데, 그냥 만 벅만 주세요. 처음 이용하시는 분이니까."
>>672 흑흑, 난 커서 그런 어른 안될거야. 물론 이미 어른이긴 하지만, 그래서 냉장고 가장 차가운 곳 심연 깊숙한 곳에 놓아뒀엉~~ 하루만 더 있으렴 쇠주야, 내가 내일 요리 시작하기 전에 조져줄게. 지금은 괜찮다~~ 괜찮아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난 주방의 닌자가 될 것이다. 크크킄. 이따가 차갑게 얼려둔 요플레 먹고 잘거지롱~
>>686 시트 읽어보니 선관...은 연결점이 잘 짚어지지 않지만~ 어쩌다가 갑자기!!!! 진이 찾아올 경우도 있어보입니다!!!!!! 덩치가 산만한 건달 업고 낑낑 와갖곤 "아 돈은 적당한 선에서 달라는 대로 줄 테니까 일단 고치고봅시다!!!!!" 이럴거 같습니닷....!!! 이런 선레 괜찮으실지!!!!!!
"...개인감정의 우선도를 낮추는 건 병기로 살 때는 편할지 몰라도, 개인으로 살 때는 피곤해진다?"
걱정 반, 오지랖 반의 말을 지나가듯 말하고는 그 이상 관여하지는 않기로 했다. 오지랖이 넓은 사내였으나 처음 보는 아이를 위해 더 깊이 관여할 이유도, 그런 의리도 없었으니. 애초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캄파넬라에겐 실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그것을 구분할 줄 알았다.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돌아다니는 로봇인줄 알았어."
왜, 다들 그런 상상 하잖아. 우리 사이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인 척 돌아다닌다는. 제롬은 그런 쓸데없는 농담을 지나가듯 뱉으며 웃어보이더니, 캄파넬라의 말에 키득 하고 웃어버린다. 아이라 단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혼나겠지?
"좋아 친구. 다음에 또 만나면, 그걸 가져오도록 할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더이상 이곳에 볼일은 없었다. 하물며, 캄파넬라에게 뭔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문을 열며 나가면서, 소녀를 향해 "다음에 또 보자 친구." 라며 웃어보이고는 문을 나섰다. 그가 사라지자, 한동안 시끄러웠던 잡화점 내부는 또다시 조용해졌을 것이다.
"납치는 좀 치는 놈일 경우엔 외주를 맡기는데 그 비용을 감당해주셔야 하고요, 그냥 X밥일 경우엔 저희가 합니다."
진 사장이 상담 중 몇 번이고 하는 말. 그래, 이번은 그 X밥일 줄 알았다. 너무 X밥이라, 진이 특별히 애들 기강을 잡으러 함께 출동하기까지 했다. 다만 간과한 건 그 고객이 납치를 맡긴 인간이 쇠약해진 몸을 각성제로 움직이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타겟의 히스토리는 이랬다. 첫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한다. 뭐 하찮은 일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알 바 아니고. 하여튼 살인을 견디다 못해 마약을 복용했다고. 그리고 플래시백을 견디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을 복용하고, 살인을 하고... 그리고 지금 몸은 쇠약해졌으며 마약을 더 살 돈도 없던 것이다.
조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씨X거.
하여튼 얼치기 여럿, 쓸 만한 녀석 하나. 진 사장. 이렇게 납치를 하려다 X됐단 말이다. 그리고 제압한 타겟은 얼치기들에게 이송을 맡기고 진 사장이 몸소 근처 영업장에 부하를 업고 온 것이다. 뻑뻑한 워커를 신은 채로.
"계심까! 이 놈 좀 봐주십쇼!"
본인도 땀과 피범벅으로 숨을 몰아쉬며, 웬 쥐새끼 같은 몰골로 문을 열어제꼈다. 업은 인간은 옆구리에 천을 대충 동여맨 것으로 보아 개복되었으며 복막이 옆구리쪽으로 터져나간 것으로 보였다.
예약 환자 하나, 예약 없이 방문한 환자가 셋. 이상이 오늘 병원을 찾아온 손님의 수였다.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둘 내지는 셋 정도가 더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엘레나는 시계의 초침을 따라 눈을 굴렸다. 쉬지 않고 움직이던 초침이 가장 위로 향했을 때. 예약 없이 방문한 환자가 하나 더 늘었다.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더라도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가령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라든지.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난 엘레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쪽에 눕히세요."
환자에게 걸으라고 할 순 없으니 근처에 두었던 이동식 침대를 가리켰다. 바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는 다시 환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를 다쳤나요? 환자의 혈액형은?"
말하며 업혀있는 남자의 전신을 훑었다. 물을 것도 없이 복부의 외상이 눈에 띄었지만, 외에 다른 곳을 다쳤을 가능성도 있다. 수슬을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아둔다면 대처하기도 빠를 것이다.
잘게 웃으며 고개 끄덕였다. 나 자신이 저당이라. 이 도시에서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삶을 저당잡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으로 모자란다면 타인의 삶까지 저당잡으면서까지 아득바득 세상에 붙어있으려 애를 쓴다. 비단 생명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 불행, 자의식까지 모두. 나 스스로만을 담보로 잡고도 충분한 인간은 어쩌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자신의 가치로도 충분하단 이야기 또한 되니.
그러니 프로스피로가 판단하기에, 저 여자는 저 자신의 가치를 이 자동차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 나쁘지 않았다.
. . .
리아나가 따라 내리자마자 그 뒤의 차문을 닫아주었다. 퍽 뻔뻔스런 표정으로 능글거린다.
"응? 내가 부탁한 의뢰는 식당의 '탁자'까지였는데. 잊었어?"
만 벅은 나중에 받아야지, 씩 웃었다. 함께 식당 들어가자는 듯 손 뻗었다. 잡는 것은 리아나 선택이다.
캄파넬라주도 반갑단 것입니닷...!!!! 갠찬섭니닷...!!!!!!! 어차피 늦은 시간!!!!!!!!!!! 진주는 언제나 별 기대 없이 말을 꺼내는 것입니닷....!!!!!!! 거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그냥 무언 스루해주셔도 되는데! 늘 이유를 말씀해주시니 상냥한 분들이란 것입니닷.....!!!!!!!!!!!!
처음 겪어보는 사랑임에도 무엇이라 한들 정의 내릴 수 없다. 당신이 내게 구원 그 이상의 가치였기에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차갑고 나가기 두려운 곳에서 당신이 나를 꺼내왔다. 그것이 어리석은 일이라 한들 이제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작은 손이 커다란 등에 닿았다. 따뜻하지는 않지만 녹아내리지는 않을 얼음조각 하나가 가만히 고개를 올린다. 드문드문 붉은 머리카락이 섞인 옅은 금발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떨어지길 반복한다. 울음소리 하나 없다. 울고 있는 자각도 없듯 그렇게 눈물만 뚝뚝 흘렸다. 얇고 가느다란 목줄을 처음 채우던 날부터 당신이 줄곧 기다렸음을 깨달아버린 이상, 외면할 수 없고 부딪쳐야만 하는 걸 알게 된 이상. 그렇게 또 성장으로 한 걸음 내디뎌 올라가게 된 이상.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기로 했기에.
접문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 짧지 않았던 시간에 답해주듯 고해성사를 했던 것 같다. 고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힐난하거나 질책하지 않았다. 뺨을 거머쥐고 눈가를 핥았을 뿐이다. 커다란 동물이 제 새끼 핥아주듯. 그럼에도 모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인지 진하게 다가온다. 시트러스와 데킬라 향이 어지러이 섞였다.
"……내 잘못이 아니야..?"
갈라졌으나 조근조근 혼자 되묻는다. 진짜 죄를 물을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저 외로워서 그랬을 것이다. 도망치면 다 될 줄 알았으니까, 그때는 그랬으니까. 그때는 당신이 없었다. 미카엘은 멈춰 선다. 위아래로 길게 뻗은 속눈썹의 간격이 점점 벌어진다. 눈 홉뜨며 입술 작게 벌렸다. 놀란 듯, 눈동자는 가늘게 떨렸다. 눈물이 삽시간에 후두둑 떨어졌다. 막을 새 없이 굵고 무거운 눈물이었다. 살아오며 가장 바라던 말이었다. 누구도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뱉지 않아주던 말이었다. 하물며 제 외숙부마저 흥미를 위해 괜찮을 거라며 방관했다.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 목을 비집고 으, 하는 소리가 기어오듯 새어나왔다. 떨리는 숨 삼키듯 흑 하는 소리가 났다. 제 친구 앞에서도 비슷하게 울었지만 그리도 참던 소리를 결국 내버렸다.
그리도 당신의 품에서 고요하게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침묵 뒤로 말없이 다시금 안았을 뿐이다. 붉은 눈가를 뒤로 속눈썹 낮게 내리 깐다. 그러고는 고개를 파묻었다.
>>750 진은 구름과자~~!!!!!!! 미리 함량이 낮은 걸 좋아하는 것입니닷....!!!! 딱히 군것질하는 습관은 없지만 간식을 주면 곧잘 먹는단 것입니닷...!!!!! 근데 이건 없냐 저건 없냐 되게 쫑알댑니닷.... 앉아있으면 눕고싶고 누워있으면 쿠키를 먹고 싶고 쿠키를 먹으면 우유는 없냐고 묻는 몰염치!!!!!!!!!
당했다. 지금 딱 리아나가 든 감상이 그랬다. 이제 막 조금 말주변이 이상할 뿐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 찰나였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식당의 탁자라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였던 건가.
"―저기요, 피피씨."
능글대며 웃는 그에게 무어라 하려는 듯이 운을 땐다. 금방이라도 도려질듯 노려보는 눈매가 꽤 매섭다. 오해를 살 정도로 본판이 사납게 생긴 탓에 살짝 인상 쓴 것 만으로도 얼굴이 이렇게 험악해진다. 그대로 있기를 잠시,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욕설일까 정론일까. 의외로 흘러 나오는 것은 한숨섞인 말이다.
"...하아, 빨리 가요 그럼."
피피의 손을 잡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뿌리쳐지는 일도 없었다. 꾹 참고 태도에서 노기를 거둔 리아나가 자포자기스러운 목소리로 고개짓했다. '이럴 줄 알았어'라는 생각이라도 하는 걸테다.
>>752 아니 원래 내가 선호하는 답레 분량은 딱 이정도니까 괜찮아.. (쓰담담) 나도 짧아지고 있는걸. 에만이 요리 가르쳐달라고 하면 페로사 그렇게 잘 못한다고 하면서 가르쳐주긴 가르쳐줄 듯 좋아하는 간식류는 저번에도 푼 적이 있지만 이런저런 베리류를 좋아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등. 특히 딸기.
험악한 낯에는 웃는 얼굴로 대응했다. 능글대며 눈웃음 살살 치는 건 참 잘한다. 황망해진 손은 손가락 가볍게 흔들고 주머니 안에 넣는 것으로 대신한다. 애초에 리아나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외형의 인간들 앞에서도 짜증내고, 패악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헛소리하다 웃는 인간이다. 내가 거짓말 했나, 뭐? 나는 분명 식당의 '탁자'라고 했는데 말이야. 리아나가 일에 있어 고지식하단 확신이 프로스페로 안에서 확립되기 직전이었다.
"애초에-"
식당 문을 열며 말을 끝맺었다.
"나는 공과 사 구분은 꽤 잘하는 편이라."
다시 히죽 웃었다. 식당의 훈기가 훅 끼쳐왔다. 토마토 냄새, 크림 냄새, 무언가가 기름에 조리되며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 적당한 사람들의 소음. 그것들이 모여 만드는 지극히 당연한 포근함과 일상.
"들어오니까 따뜻하고 좋잖아."
프로스페로는 망설임없이 가장 구석에 자리잡은 탁자로 향했다. 탁자 위에는 비닐봉지 두 개가 있다. 하나를 집어 리아나에게 건넸다.
생선회를 씹으면 젤리와는 다를 물컹한 식감만이 느껴질 뿐. 다들 기름 맛이니 그런다지만, 자신은 별 맛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니 무슨 맛으로 먹냐 싶고. 입안에 남은 맛을 씻어내려 반쯤 남은 술잔을 비워내면, 그 알코올의 맛이 목에 남아 불편하다. 시안은 언짢은 표정으로 선글라스 뒤로 자신을 보고 있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거래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능글맞으니 재밌기만 하던 사람이, 지금 와서는 저를 가지고 놀 듯 요물스럽게 구는 것이다. 거기에 당신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으니 그 위치를 뒤집을 수가 없을까.
"쓰레기나 뒤지며, 하루하루 살기 바빴죠."
하는 말이 까칠하니 불퉁한 어조다. 본래부터 싫어하지만. 지금 들어서 더 싫어진, 빙 둘러서 하는 화법은 놀리는 기분처럼 들리니. 토라진 아이처럼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시안은 어깨를 으쓱인다. 웃는 당신을 따라 어이없단 듯, 하. 헛웃음을 내고선 말한다.
음악 취향 알려주세요! 바에 틀어놓는 음악은 뭉근하고 느긋하게 깔리는 로파이를 선호하지만 이따금 쓰잘데없이 힙한 씬쓰웨이브 같은 걸 틀 때도 있고, 베이퍼웨이브를 틀 때도 있고 아무튼 비범. 자기가 듣는 음악은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올드팝을 오가는 취향이야.
고백받으면 반응이 어떨까요? 이게 고백당시 호감도에 따라 다른데 딱히 애정으로의 호감은 없다면 장난으로 받아들이거나 쓰게 웃으면서 술 한잔 주고, 애정으로의 호감이 있는데 긴가민가 이마음 버리는게 맞을까 버리고싶은데 왜 내맘대로 안되지 하는 상황일 때 고백하면 온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걸 볼 수 있고, 페로사가 상대에게 애정으로의 호감이 있고 상대도 자신이 애정으로의 호감이 있다고 확신한 상태에서 무드까지 충분히 갖추면 맞고백을 받을 수 있어. (에만이 2와 3의 중간 어딘가였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변할까요? 혹시 안 변하나요? 변한다기보단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있지. 기본적인 모습은 별로 안 변할지도 몰라.
그런 의도라거나, 공과 사라거나. 할 일에 대한 보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수 외의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드라이버가 식탁까지 올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럼 적어도 설명이라도 해주던가. 이 도시 사람들은 하여튼 간에 비밀이 너무 많다. 난데모의 사장이 더 나아보일 정도다.
"차 히터가 별로 따뜻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피피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확실히 가게 안은 포근했다. 하지만 따뜻한 곳을 찾을거라면 방금 차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최대한 사람과의 분쟁을 피하려다보니 하고 싶은 말을 빙 둘러서 하는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피피가 봉지를 건네자 '괜한 짓을...'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받아든다.
아야 TMI 주세요! 우리 아야... 단 것은 잘 먹나요? -당장 막대사탕을 매일 물고 다니는 아이에게... 엄청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먹는건 잘 먹을걸요. 말투는 어때요? 예의바른가요 모나있나요? -존댓말! 정확히는 남에게 상처주고 싶어하지 않으려는 말투? 뭔가 수집하는 것은 있나요? -딱히 모으는 건 없네요. 이제는. #shindanmaker #님캐TMI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이제야 말문이 트인다. '이런 거 먹어본 적 없죠?' 라니, 원색적이기까지 한 말로 긁길 잘했다. 그게 맞아들어간 것도 기분 좋고. 진은 온기가 남은 술을 입 안에서 굴렸다. 따듯한 술은 역하지 않다. 온기는 비강의 저항감을 낮춰 금방 마시도록한다. 진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진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차로 입가심을 했다.
반응이 보이는 사람은 싫지 않다. 의뭉만 떨어대는 사업가보다야 이쪽이 편한 건 당연하지. 그러나 진이 바라는 것은, 시안이 그 '의뭉만 떨어대는 사업가'를 반쯤 닮는 것이었다.
진은 본인이 받았던 교육을 이젠 시키고 있었다. 떠올리면 술이 끌리다가도 거부감이 든다.
"장성하셨습니다. 고생하셨겠네요."
덤덤한 말. 공감할 수 없는 사연에는 더 이상의 말을 써봤자 짜증만 돋군다.
"뭐, 누구나가 그런 건 아니지만은~ 대개의 사람들은 쓰레기를 곁눈질하며 살아가는 법 아니겠슴까. 다만 선생께서는 허드렛일 정도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일을 만들어낸 거고요."
진은 턱을 괴고 방긋 웃었다. 면상이 재수없다.
"욕심있으시군요!"
나지막한 노크소리가 들리고, 직원이 조용한 발걸음으로 스시 두 접시를 내려놓는다. 각각에는 작은 스시 3점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다. "시마아지, 오오토로, 아마에비입니다." 그리고 직원은 물러간다.
"저는 그런 사람이 싫지 않그든요. 진흙 속의 진주라 캐도, 진주는 꿰여야 보배인 법. 스스로를 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에요."
환자를 다루는 꼴이 퍽 거칠다. 저러다 상처 더 벌어지면 골치 아프다. 하지만 제지하고 말 것도 없이 이미 상황이 끝나버렸기에 참견하는 대신 차트나 적기로 했다. 혈액형은 B. 예상되는 손상 부위는 두부와 복부. 까다로운 곳만 골라서 다쳤네. 생각하며 볼펜을 눌렀다.
"Rh+? -?"
B형 혈액팩이 얼마나 남았나 생각하다가 곤란하겠단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엘레나는 가만히 진을 바라보며 말의 저의를 파악하려 했다. 곤란하다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스스로를 지칭한다면 그저 아쉬움의 표현이겠지만, 아니라면 협박이 될지도 모르는.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동 피우는 환자나 보호자가 아주 없진 않았기에 벌써 피곤함이 몰려오는 듯했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무라사키 명함을 챙겨둘까.
아직도 눅눅한 물기가 남아있는 터틀넥 셔츠가 감긴 몸이 당신의 품을 뭉근하게 짓눌러왔다. 물기가 식어 표면은 차가운데도 잠시 살을 맞대고 있으면 따뜻한 열기를 머금은 굴곡과 근육이 여과없이 전해져왔다. 손을 뻗어 움켜쥔 등도 마찬가지다. 등에 나 있는 근육의 따뜻한 굴곡이 손끝에 분명히 느껴진다. 그녀는 정말로 이곳에 있었다. 폭우 속을 달려왔음에도 그녀의 체열은 식기는커녕 더 따뜻해져 있었나 보다. 당신이 이 여인에게서 찾아낸 얼마나 귀중할지 모를 가치가 느긋하게 따뜻했다. 녹지 않을 얼음이라면 평생을 품어줄 것이다. 녹아없어질 걱정 없이 온기를 알려줄 수 있겠지. 소파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비스듬히 걸치고 앉아서, 자신의 품안에 그러안겨오는 차가운 몸의 천사를 페로사는 꼭 안았다.
"네 잘못이 아니니까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느릿하게 눈가를 핥고, 끝에는 눈가에 입을 맞춰주고 나서 페로사는 대답했다. "그걸 네 잘못으로 돌리는 놈들은 모두 네 죄책감에다가 싸구려 말로 족쇄를 채우고 자기 좋을 대로 끌고 다니려는 놈들뿐이야. 너를 끌어내서 이런 자국을 함부로 남겨버리는 그런 놈들 말야." 그녀의 손이 당신의 목가에 남아 있는 멍자국을 쓸었다. "아파해도 되고, 슬퍼해도 되지만, 그것 때문에 너 스스로를 잃어버리진 마." 당신이 눈물을 흘릴 시간을 위해,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품을 내어주었다. 약속이었으니까. 자신이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이젠 내가 도와줄게. 같이 도망쳐줄게."
이제 이글루를 떠날 때가 됐다. 날개를 접고 땅에 내려온 아이와 함께 해주는 것. 그게 저번에 나눈 서약이 아니던가. 그 서약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출발하기 전에 우선은,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고 싶었다. "추워?" 하고 물어오며 시선을 맞추는 그녀의 파르란 눈은 여전히 어둑어둑한 호텔 객실 안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시선에 머금어져 있는 감정은 아까와는 결이 다른 것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품으로 고개를 파묻어오는 당신의 머리를, 페로사의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몇 차례 쓰다듬고는, 당신의 옷에 아직 남아있는 몇 개의 단추들로 손을 내린다. "이리 와. 안아줄게..."
저번의 그것보다도 더 부드럽고 느리며 다정한 손길이었다. 그러나 그 손길은 저번보다도 당신을 더 단단하게 붙들었다. 폭우가 쓸고 지나간 흔적이 축축하게 남아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일까 그녀는 당신에게 더욱 가까이 감겨왔다. 당신이 충분히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상냥하게,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친밀하게, 그러나 당신을 놔주지 않겠다는 듯 힘주어서 그녀는 당신을 끌어안았다.
진은 팔짱을 끼고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해낸다. "+니다, 확실해요."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직원 관리에 충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기도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그 작자들은 신자가 아니면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걸요. 기도는 모르겠고 담배는... 아님다, 됐어요."
코트 안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다 말았다. 지칠 때마다 다른 것에 기대는 것은 좋지 않다. 그 말로를 진은 언제나 보고 있으니까. '냐오롱'에서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중독자들의 구금 및 개선 치료. 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바라보며 진은 언제나 되새기고 있다. 914호의 환자를. 그렇게 되지는 말자며.
내 어깨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며.
그런 사람이 이럴 때마다 담배를 꼬나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실물인 담배에 기대지 않는 진은 무형의 신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진은 수술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선은 보이지 않았으나 선글라스가 그쪽을 향했다.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꽤 오랜 기간 일을 해오던 녀석인데, 다른 놈들이 제대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저 녀석을 어디에서 처리해야 예우를 다하되 무연고자로 처분할 수 있을까. 진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1. 『원수는 내가 갚을게』 "저런.. 그랬구나. 그러니까.. 네 사진을 이곳저곳 뿌려댄 게 지금 의뢰를 맡길 사람이다 이 말이지? 450만 벅이야. 네가 원하는 방향을 말해. 잘 처맇줄 테니까.." "몇 명에게 더 정보를 뿌려야 할까. 네가 정해. 내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여기서 내게 말해줘. 뭐가 필요해?" "이제 여기, 잠깐만 있어.. 으응, 안 떠날 거야.. 떠나지 않아. 잠시 할 일만 마치고 금방 돌아올 테니까.. 손에 든게 뭐냐니? 아무것도 아니야.. 노트북이잖아. 너도 참. 피곤하니까 눈이 흐려서 잘 안 보이나 보다.. 의사가 왔으니까, 치료 받으면서.. 기다려.. 얌전히."
2. 『사라지고 싶어』 "아.. Git. 날렸다." "..부, 부끄러워.. 그.. 그만.. 나 진짜 부끄러워.. 우우.. 웃.. 그러니까.. 그.. 그게.."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역겹네.. 너도, 나도. 목표를 잃었는데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3. 『네가 올 줄 알았어』 "아.. 그래. 왔구나.." "당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 응. 그러니까.." "먹이를 던져주면 당연히 기어오는 게 짐승된 도리지."
+) 용왕님.ver 『사랑해』 "참으로 거슬린다. 내 보기에 네깟 것이 가시 같은 녀석이라 거슬린다. 어린아이 머리장식처럼 당장이라도 떼내고 뽑아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는구나. 참으로 거슬려." "…하! 우습군. 우스운 일이야.. 이 내가 네깟 것을 마음에 담았을 리 없잖느냐. 기어오르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한 번은 봐주도록 할까. 내 흥미가 동하였다." "……. 어디 마음껏 날뛰어보고 기어올라 보거라. 내 친히 허하도록 할 테니, 누군가 아니된다 하면 내 이름을 팔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영광을 주도록 하지. 단 그뿐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 마라.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마라. 나는 다만 여기까지 할 터이니, 네가 가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차트의 혈액형 란에 쓰여있던 알파벳 옆에 +를 적었다. 오늘 아침에 확인한 재고대로면 혈액팩이 모자를 일은 없겠다.
"그렇다면 이 병원의 의사에게 기도하세요. 보이지도 않는 신의 은총 따위와는 달리 확실하게 믿음에 보답할 테니까요."
사적으로 보는 그녀는 영 유감스러운 인물임이 확실했으나 의사로는 확실했다. 돈이 걸린 이상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치고 퍽 속물적인 목적이었으나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괜찮지 않을까. 나오려다 들어간 담배를 따라 엘레나의 팔도 올라오려다 내려갔다. 병원 내는 금연 구역임을 알리려다 그럴 필요 없어졌으니.
"같이 걸어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편히 기다리세요."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을 때와는 달리 누그러진 말투로 덧붙이며 이동식 침대를 끌고 수술실로 향했다.
─
엘레나가 수술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건 3시간이 흐른 후였다. 장기간 집중한 후유증으로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그럴 수 없었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보호자가 기다리고 있을 대기실로 향했다.
"살았어요."
문을 열자마자 가장 듣고 싶으리라 예상된 말을 먼저 입에 올리고는 천천히 진의 앞으로 걸어갔다.
"환자는 병실로 옮겨놨는데, 보러 가실 건가요?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 대화는 못하겠지만요."
1. 『배신하지마』 "앤빌을 두고 다른 데에 가서 취하지 말라고." -평범한 일상에서 "헛짓거리 하면 댓가가 값싸진 않을 거야." -적대적인 캐릭터와 임시동맹 체결 "─말했잖아. 그 자식 만날 거면 나도 데려가." -특별한 사람에게
2. 『두 번 다시는』 "내 두 번 다시 술병에 낚이나 봐라..." (썩은 표정으로 새파란 사파이어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술병을 바라보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참...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했다간 엉덩이를 걷어차서 날려버릴 테니까." (인상을 쓰며 검지손가락을 세워보인다) -평범한 일상에서 2 "두 번 다시는, 너를 외롭게 두지 않아." (누군가를 품에 안은 채로 등을 토닥여준다) -특별한 사람에게 "자, 작별이다... 내 인생에서 꺼져." (누군가를 절벽 아래로 걷어참) -적대적인 캐릭터를 상대로
"두 번 다시는... 네가 어딘가에서 혼자 헤메도록 두지 않아." (방문을 걸어잠근다) -특별한 사람에게, 뭔가 잘못됐을 경우의 수
3. 『알았어』 "루트비어라고 한 거 맞지? 잠깐만 기다려보셔." -평범한 일상에서 "좋아." (입맞춤) -특별한 사람에게
비에 젖어 눅눅하고 차갑지만 속의 온기가 금세 전해져온다. 온기 가득한 굴곡이 현실을 상기시킨다. 꿈이 아니고, 깨고 나면 여운이 남아 하루를 공칠 악몽도 아니다. 추위 속에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환각도 아니었다. 다만 사자 한 마리 있을 뿐이요, 자신의 목 조르지 아니하고 열기 나눌 뿐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시트러스 향, 데킬라 내음 양껏 숨 사이로 들어온다. 그립고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향이다. 때문에 한참을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눈을 내리 감는다. 눈가를 핥는 뭉근한 느낌과 입을 맞춰주는 상냥함에 세상을 차갑게 보게끔 각막에 박혀버린 얼음조각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가늘게 몸이 떨려 눈물이 밖에서 쏟아지는 비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살면서 다시는 기대하지 않을 말이었다. 이따금씩 다 괜찮을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 이 두 문장을 듣고 싶었기에 꿈에서도 간절히 바란 적이 있다.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 꿈도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그때 차라리 로즈 밀을 궤멸시킬 것이 아닌 날 죽이지 그랬나 하던 생각도 있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말이 들렸을 때, 체념했던 대로 감흥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눈물을 그치고 진정하려 해도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 멍 자국을 쓸어주는 손길 뒤로 기어이 울었고, 품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응."
시선을 맞추자 친애를 표하는 작은 고양이처럼 살짝 올려 뜬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그리고 답했다. 사무치게 추웠다. 어느 날 보았던 사진처럼 새파란 눈에 담긴 빛은 더 이상 분노로 타지 않는다. 고개를 파묻고 아이처럼 말없이 눈 감는다. 쓰다듬는 따뜻한 온기를 뒤로, 단추로 손을 내렸을 때. 눈물에 범벅 진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셰바는 폭우가 내렸다. 궁상맞게도 내리는 빗소리는 조용하게 소음을 차단시켜주는 창문마저 이따금씩 때리고 지나갔다. 그 사이에서 손길에 답하듯 눈을 내리깔고 제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빗소리에 씻긴다 한들 부끄러운 탓이다. 숨죽여 지켜보는 구름 너머 달 때문이다. 몸 녹고 따스히 열기 차오를 때 물기 어린 눈으로 한참이고 눈을 마주쳤다. 비가 그쳐가는지 창문 때리는 소리 작아질 때,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조용한 호텔 방에서 미카엘은 천장을 잠시 올려다 본다. 손 뻗으면 닿을 것만 같다. 손 뻗으면 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을 가졌으니 이제 조금만 더 손 뻗으면.. 등을 끌어안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비가 그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더라, 시계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 어느덧 미카엘은 새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머리에선 포근한 향이 났고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잠옷이라 할 것도 없이 복슬복슬한 극세사 가운을 걸쳤지만 입고 잠들면 그게 잠옷이다. 목은 새파란 멍 말고도 울혈이 남았다. 당분간 나가기 글렀지만, 이젠 페로사에게 며칠 정도는 못 볼거라고 먼저 연락할 것이다. 당신이 너무 따뜻하게 해서 그렇잖아, 하고 책망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사흘 눈 뜨고 기절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미카엘은 이불을 그러모았다. 여인을 위한 큰 사이즈의 잠옷은 없는지라 대신 이불을 그러모아 둘러주기로 한 것이다. 어쩌면 돌돌 감싸려 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객실의 물건을 여럿 활용하며 생활하는 것에 짐짓 익숙한 태도였다. 호텔 직원을 불러서 뭐라도 갈아입을 만한 걸 가져다달라 할까, 걱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괜찮아?" 하고 자못 조그맣게 속삭였다.
몇 시간은 넉넉히 지나지 않았을까. 둘도 없다는 듯 끌어안고, 잠깐 쉬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둥켜안고, 서로가 서로의 것이라는 듯 탐욕스레 서로를 새기고, 좀 더 쉬고, 그런 다음에야 그들은 느긋하게 씻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페로사의 등과 허벅지 안쪽에 점이 하나씩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시간쯤이면, 앤빌의 비스트로는 진작에 마감하고 셔터를 내렸을 테다.
미카엘에게 그렇게 품이 크고 헐렁했던 가운인데, 페로사에게 입히니 앞섶이 도무지 닫히질 않았다. 어깨솔기는 아슬아슬했고 소매는 손목보다 덜렁 위로 올라갔다. 그 외의 다른 부분까지 서술하기가 차마 곤란한 외설스런 모습이 되기에, 페로사는 어쩔 수 없이 그 위에 미카엘이 건네어준 이불을 튜닉처럼 둘러야만 했다. 페로사는 한쪽 손목에 머리끈을 걸어두고, 어깨 한쪽으로 늘어뜨린 치렁치렁한 금발의 물기를 수건으로 감싸 비비면서 닦아내리던 참이었다. 괜찮아? 하고 미카엘이 건넨 질문에는, 페로사는 수건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대답으로 애정이 잔뜩 녹아있는 입맞춤이 미카엘의 뺨에 쪽, 하고 남았다. 머리카락에서 나는 시트러스 향기 위에 미카엘에게 익숙한 호텔 어메니티 제품의 향기가 옅게 덧씌워져 있었다. 마치 향기를 통해서 미카엘의 것이라고 써붙여 놓기라도 한 듯했다.
"다니엘레한테 전화해봐도 걘 지금쯤 자고 있을 테고- 음, 아까 옷가지 맡길 때 역시 가운도 갖다달라고 할 걸 그랬나 봐." 하다가 페로사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살짝 들추고는 다시 자신이 못다 입은 채로 걸치고 있던 가운의 사이즈를 훑어보았다. 새삼스레, 정말이지 작고 여린 몸을 하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들킬까 봐 그녀는 후다닥 이불자락을 여미며 미카엘에게 반문했다. "...너야말로, 네가 덮을 이불은 있어?"
그러고 보니, 이 호텔 안에서 네가 네 소유로 가진 것은 정말로 얼마 없는 것 같았다. 페로사는 잠깐 책상 위에 올라앉아 덮여 있는 노트북들을 보며 고심하다가, 고심 끝에 미카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질문을 던졌다. "너 지금 짐 싸면 가방 몇 개 나오냐?"
굿나잇이야 진주- 자고 일어나서 읽을 진주를 위해 말해주자면 캡틴이 '베르셰바의 지하'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부캐 시트를 열 생각이며, 부캐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부캐 시트의 개방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명확한 기한이 정해진 것은 없어.
>>885 신원 문제도 있고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해야할까..🤔 7살 이후부터 머리를 안 잘라서 8년동안 쭈우욱 길렀단 설정이니까.. 못해도 허벅지 내지 무릎까지 닿지는 않았을까 싶고.. 용왕님이 한 농담이지만 "쟤는 머리카락이 영양분 다 빨아먹어서 키가 안 컸다."라는 말도 있고..👀 김에만은 그게 새삼 억울하대.. 지금 땋아주면 좋아하긴 하지만.. 딱 세 번 땋고 말 길이라서..🤔
>>887 제롬주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는데? >:3 자신을 과소평가 하지 마시라!!
>>891 (어랏 생각보다 더 짧네)(과거에 한 연성 돌아봄)(흐릿)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구나......(흐리이이잇) 그런데 좋아해주는 건 귀여워. 페로사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 아쉽지만, 머리 땋아주고 이런저런 장식머리핀 같은 거 꽂아주고 싶어. 아참 그리고 여기 아까부터 열어뒀는데. (지퍼 앞섶 툭툭) 오늘은 후리스라 더 따뜻하다구.
>>893 앗 방금 에만주가 에만이 머리라면 어느정도지? 하고 직접 굵게 땋아보고 내린 결론이라서 다를 수도 있어~ 느슨고 굵게 땋은 거라서 뿌리부터 땋은 기준이 아니라구 0.<~ 아아니 그게 그 이러저러한게 나쁜건 아니고 클리셰지 그.. 머리가 기니 잡히면 죽는다! 하고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예..👀 우우.. 페로사가 머리 땋아주는 거 기대했는데..는 에만이가 역으로 땋아주면 되겠구나.😊
>;3!!!(쏙 들어감)(부빗부빗)(꾸시꾸시) 따뜻해~ 폭신폭신 몽글몽글 최고야..🥰(꼬오옥) 여기서..자야지..(몸 둥글게 말기) 우우..🥺 페로사주도 너무 늦지 않게 자자구!!!
나도 지금 자려고 누웠어. 오늘 하루도 에만주에게 근사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 좋은 꿈 꿔. (쪽)
나쁜 일은 아니라니 다행이지만. 더이상 머리 자를 필요 없게 해줄게.. 사실 머리같은 거 장식물로 꾸며보거나 할 틈이 없어서 그런 데 익숙하지 않아 못한 거긴 한데.. 미카엘이 해주겠다면 페로사는 행복하하겠네. 머리에 데코라급 장식을 달아줘도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할 것 같긴 해.
당신에게 배울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성격까지는 배우지 않을 것이 시안의 생각이었다. 의중을 알 수 없게 말을 꼬아대며, 부추기기만 하는 그런 말들. 간사스레 웃는 낯으로 뻔뻔하게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무례한 행동들. 일일이 언급하자니, 극히 미세한 것이라도 심히 불쾌감이 느껴졌을까. 셰바에서 총 맞아 죽기 좋은 성격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쩐지 농락당한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워 머릿속에서 지워낸다. 더 사람을 쑤시지 않는 당신의 말에 시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다. 제 고생을 알아봐 준 당신의 말이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웃는 모습으로 하여금 마음에도 없는 소리 처럼 들렸을까. 음식을 두고 가는 직원에게는 신경을 끈 채, 자신의 찻잔을 채우던 시안은 눈가를 살짝 구긴다.
"그거 고백 멘트는 아닐 거 같은데. 사업상으로 어떻냐는 말이죠?"
이런 말조차도 이런 자신의 반응을 끌어내려 한 것은 아닌지. 당신과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제 자존심만 햘퀴어지는 것 같다.
고상하게 말하자면 하루를 당신으로 보냈고, 경박하게 말하자면 다리에 힘이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다. 더 경박하게 말하자면.. 미카엘은 흘긋 페로사를 쳐다봤다. 인생의 거진 절반을 오늘만 사는 사람과 함께 했던 미카엘이었기에 침묵하기로 했다. 자신이 입었을 때 품이 그리도 남고 지금도 확실히 여미지 않으면 안이 죄 보일 것 같은데, 당신이 입은 걸 보니 확실히 다르다. 이불을 돌돌 둘러준 뒤에야 잡념을 떨칠 수 있었다. 치렁치렁한 금발을 가만히 본다. 불현듯 5년 전 자신이 떠올랐다. 다시 기르기엔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가 무섭지만, 당신이 곁에 있으니 천천히 길러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 어린 입맞춤이 뺨에 닿자 부스스 웃으며 눈을 내리 감았다 뜬다. 당신에게도 제가 쓰던 샴푸 향이 나니, 더없이 사랑스럽다.
"지금이라도 가져다 달라 할까?"
이불을 살짝 들추는 모습에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소리 없이 눈 굴려 이불 안을 보지 않으려는 듯하더니, 손등을 덮는 북슬북슬한 소맷단을 붙잡고 팔을 벌려 잽싸게 이불자락 여미는 당신을 껴안았다.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는걸." 짧은 웃음에 자신의 것 탐내본 적 없는 순수함이 녹아있다. 미카엘은 고개를 어깨에 가볍게 파묻었다. 그리고 팔을 떼고 "아마 있을 건데.. 잠시만." 하고 느릿한 몸짓으로 침대 구석으로 향했다. 고이 접힌 담요를 찾는 듯싶다.
객실 안을 다시금 보면 노트북 다섯 대가 있다. 한 대는 펼쳐져 있고, 한 대는 충전 중이며, 나머지는 덮여있다. 소파 위 테이블에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놓아둔 간식거리가 있고 본인은 손대지 않는 듯싶다. 이제 보니 책상 위에 목갑이 소중히 놓여있다. 잘 수리되고 도수 없는 알로 새로 교체된 안경이 벨벳 천 위에 놓여있다. 아버지의 유품이다. 그것 말고도, 드디어 볼 수 있겠다. 책상에 깊숙하게 찍혀 자리한 나이프 말이다. 미카엘은 담요를 찾았는지 제 몸에도 돌돌 두르려다, 책상 위에 떡하니 박힌 나이프를 보고 슬쩍 다가가 담요 자락을 쥔 팔을 들어 눈을 가리려 시도했다.
"어, 음. 잠시만. 그게.. 아마도.. 으으음.."
말을 돌리다 남은 손으로 재빨리 손가락을 접었다 편다. 짐의 개수를 세는 것 같았다.
"어.. 커다란 캐리어 두 개랑.. 내 팔 한가득이면.. 되지 않을까..? 근데 짐은 왜..?"
진 사장은 깜짝선물을 일상 중에 준 적이 있습니닷...!!!!!!!!!! 시안에게 월병 밑에 달러화를 깔아줬지만 바로 들켰습니닷....!!!!!!!!!!!!!!! 그런 식으로 정말 '서프라이즈'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닷 잼민이가 따로없습니다!!!!!! 우리 거래약속 잡죠~ 이러고 폭죽서프라이즈 <너와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싶어> 이벤트를 열어서 상대가 당황하는 걸 보는 걸 즐길 거란 인상입니닷....!!!!!!!!!! 선물은 상대가 뭘 유용하게 여길 것인지에 따라 다른데, 대개 셰바인이면은 돈 아닐까 싶섭니닷...!!!!
>>973 그것이 귀여워~ 전파계같아~!!!!!!!!!!!!!!!!!!! 아야야야!!!!!!!!!!!!!
>>974 산사람 들고오고 싶어지는 발언...!!!!!!! 하지만 말 잘 들을 테니깐은.....!!!!!!!! 나중에 피피에게 영업도 한 번 해보고 싶어집니닷...!!!!! 피피는 명함을 받곤 그 조직에 대해서 가볍게 조사를 한 번 해봤을까요???? 갠적으로 궁금한 부분
>>9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둬ㅠ (하지만 한다면 오너는 재밌게 놀수있답니다 피피가 싫어할따름이지만... 피피의 의사가 상관있을까 싶기도 하고) 피피는.. 거래처는 거래처로만 두는 편이라 별다른 조사는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3... 한달만 더 일찍 영업했음 흔들렸을텐데 안타깝네요(?
>>964 아이코 못봤네 죄송합니다 아야씨는 은근 귀여운 선물을 주는 편이구나 손편지같은 건 언제 받아도 기분 좋지요
피피는.... 그러게 너 깜짝선물 하는 편이니.....? 그렇게 로맨틱한 성격은 아니라 그런 깜찍한 짓은 잘 안 할 것 같습니다 한다면 꽃이나 주겠지요
>>983 아야에게 살의- 까지는 무리일지 몰라도 아야도 사람이에요? 다만 감정표출에 자기검멸이 심한 거지요. 스트레스도 받고 비매너보면 화도 내고, 자기 상처 해집으려고 하면 반항도 하고, 그러는 아이에요! 근데 어지간히 화나거나 취한 거 아니면 티를 안내려고 엄청 노력하고!
>>985 아 이 어장의 킹받는 인성캐로서 그 성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은 것입니닷....!!!!!!!!!!! 아야에게서 아야야야란 말버릇이 사라질 때까지 광대짓을 하고 싶은 것입니닷......!!!!!!!!!!!!!!!!!!!!! 사랑해!!!!!!!!!!!!!!!!!
짤막한 독백 스포..? 마오는 올해 20세로, 검은 생머리를 작은 꽃망울이 새겨진 비녀로 쪽지고, 모란 장식을 머리에 한 소맷단 넓디 넓은 한푸 차림의 젊은 여성이다. 비록 '누군가의 독단적인 일로 벌어진 사고'가 있어 한쪽 눈이 멀었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이 악물고 살아왔고, 우연찮게 용왕의 눈에 들어 거둬져 사회에 첫 발 내디딘다는 것이 용궁이 되었다. 마오에게 용왕은 맹종해야 할 존재고, 아주 멋있는 분이다. 존경하고, 음.. 아마 최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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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엔 옥체가 닿기까지 했다! 비록 주사가 고약하여 뒷목을 쳐 기절시킨 거지만 그것마저 동네방네 소문냈다. 용궁의 조직원이 이러다 승은이라도 입으면 뒤집어지겠다? 하고 저급한 농담을 던졌을 때 마오는 진지하게 답했다.
"아이돌을 팬싸인회에서 만난다고 해도 날 봐주고 손 맞잡아주는 걸로 세상을 다 가진가지 결혼까지 망상하지는 않잖아요..? 남편남편 해도 그거 다 최애라서 그런거지.. 그리고 마오는 승은 입기보다는.. 따거가 행복하실 분이 승은을 입는 걸 구경하는 쪽이야!! 그게 더-" "개호주 한 마리가 용을 넘보는구나." "헉, 따거."
하필 용왕이 지나갈 때 했던 답이었다. 용왕은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오, 자매는 당분간 경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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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는 당분간 용무가 있지 않은 이상 카지노 계단을 지키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카지노 안을 활보하며 계단을 경비하던 마오는 한 남성이 쭈뼛거리며 다가오자 넓은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종종걸음으로 마주 다가갔다.
남성은 예쁘게 포장 된 상자를 마오에게 안겨주고는 터덜터덜 카지노 깊숙한 곳에 자리하더니 상황을 보지도 않고 올인을 외쳤다. 아직 많은 것을 배워가는 마오지만,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을 심부름꾼으로 보내 결국 지옥 끝자락에서도 밀려 떨어지게끔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오는 상자를 안고 높은 계단을 신나게 두어 계단씩 겅중겅중 뛰어 올라가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악마같은 생각을 하지? 부엉이는 대천사 미카엘도 기겁하며 도망칠 것 같은 사람이야! 아마 부엉이랑 나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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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는 용왕의 아량 넓은 마음 덕분에 이제 글을 떼 편지도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손자병법이니 삼국지니 그런 건 어렵지만, 성심성의껏 또랑또랑 톤 높은 목소리로 부엉이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
"기체후 일향만가앙! 집어치우고! 이 개쌍놈의 뱀 새끼를 위한 공물을 바치옵나이다아? 연 사형, 개쌍놈이 뭐예요?"
연 씨는 표정을 구겼다. "몰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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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지 말고 다 먹어.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가지런히 놓인 젖은 각설탕과 브라우니, 그리고 월병. 편지를 쥔 손이 달달 떨렸다. 용왕은 편지를 구겨 저 멀리 던져버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단내가 주변의 기감을 살피는 걸 방해했다.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렸다. 평소 같으면 뭐라도 잡혔을 텐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 같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순간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잡히는 것 일절 없다. 고개를 쭉 빼들고 집중해도 이곳은 용궁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이곳은..
"여, 연 형제!!! 마오!!! 게 아무도 없느냐, 게 아무도.. 어디 계십니까? 어, 어디에.. 아아.. 아무도.. 아무도 없습니까..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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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은 천천히 머리를 쓸어넘겼다. 조금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가끔은 이런 방법도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