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아, 사이퍼처럼 내가 다스리지 마치 최초로 불을 가져온 원시인처럼 새로워지고 위로 또 나아가, 호된 실수를 하고 판돈을 올려 진공이 없는 이 우주에서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내 마음?" 아직도 빗방울에 차게 젖어있는 페로사의 얼굴이 공허하게 웃었다. 점퍼가 그 폭우를 다 막아주지 못했는지 그 아래에 받쳐입고 있던 새까만 터틀넥 티셔츠도 온통 흠뻑 젖어서 그녀의 몸에 처덕처덕 들러붙어 있었다. 미지근한 빗물이 에만에게로 툭 떨어졌다. "내 마음은 전부 다 네 것이 됐는데, 너는 내 마음을 어디다 뒀는데?" 그녀의 푸르른 눈동자는 마음을 잃은 꼭두각시라도 되는 것처럼 표정없는 얼굴로 에만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는 건데?" 그녀는 다른 손을 들어, 자칫 조금만 잘못 힘을 주면 그 미소가 깨어져버릴까 조바심내는 것처럼 에만의 뺨을 살며시 감싸쥐었다.
"난 네가 용서를 빌기를 바라지 않아... 너에게 할 말이 있고, 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뿐이야." 에만의 턱을 쥐고 있던 다른 손도, 에만의 뺨을 감싸쥐었다.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떨고 있니. 떨다 못해서 자포자기한 것처럼." 툭, 하고, 다시 미지근한 빗물이 떨어져내려 에만의 잠옷에 점을 만들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두려워할 줄 알았으면, 내가 널 이렇게나 사랑하도록 만들지 말았어야지." 꾸욱 하고, 페로사의 이빨이 앙다물리는 게 보였다.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삼사 초가 지나고서야 그녀는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아주 많은 것을 잃어봤어. 말했었지... 내가 도살자의 서커스의 생존자라고." 그냥 생존자도 아니라, 서커스의 챔피언이었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 환호성은 아직도 종종 내 악몽을 가득 채우곤 해. "나는 평범한 삶도 빼앗기고, 부모님도, 가정도, 정상적인 의식주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세 동생도, 무고한 희생자일 권리도, 스스로의 생명을 보장받을 권리도 다 빼앗겼어. 거기서 정신적으로 부모처럼 의지하게 된 사람도 내 손으로 죽여야만 했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내게 되찾아준 애가 내 눈 앞에서 잡혀갈 때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 일방적으로 빼앗기고 수탈당하기만 해왔고, 그것도 빼앗긴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할 만한 모든 것들을 다 빼앗겨왔어."
"그렇게 일방적으로 빼앗기기만 한 끝에 마침내 무언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를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얼마나 거기에 마음이 매이게 되는지도 알겠지?" "너도 비슷한 경험 해 봐서 알잖아?" "아닌 척 하지 마."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가 너를 너무 아껴서 네가 날 무서워하게 될까 봐 표현마저 못 했는데 말야. 이젠, 그런 거 겁내기에는 너무 늦었지...?"
"그래, 그만큼 네 모든 게 아까웠고 아직도 아까워. 네가 나와 떨어져 있는 모든 순간이 아까워. 네가 아직 내게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까워. 네가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품고 혼자서 외로워하고 있는 순간들이 아까워. 네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시간 일 분이 아깝고, 네 손길이 떨어져 있는 시간 일 초가 아깝고, 네가 가져가지 않아 의미없이 사라져 버리는 내 온기가 아깝고, 나 없는 곳에서 네가 보내는 모든 순간들과 이야기들이 아까워. 네 머리에서 흘러떨어지는 머리카락 하나마저 아까울 난데..."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다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려고 했어. 네 이야기를 억지로 빼앗거나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내게 그렇게 소중한 네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는 어딘가에서 물어뜯겨버리면,누군가의 손에 나꿔채여버리면, 다른 사람의 품에 몸을 던져버리면, 마음이 다른 곳으로 휘어버리면,절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아버리면, 내게 주겠다 약속한 그 삶을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내어줘버리면,죽어버리면!!"
나직한 추궁으로 시작한 말은, 이내 온 마음에 퍼진 균열의 파열음이 되었고, 이내 상처받은 야수의 포효가 되어 방을 뒤흔들었다. 더이상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 지쳐버린 듯한 무표정도 어디 가고, 페로사는 눈을 치뜬 채로 에만을 바라보며 씨근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흉곽이 격앙되어 파르르 떨리는 숨결을 내쉬며 오르내리는 게 보였다. 툭, 하고 에만의 얼굴 위로 떨어진 물방울은 미지근하지 않고 따뜻했다. "내 기분이 어떨까...?" 진부한 방식으로 쏟아져서 그걸 가려줄 폭우도 없는 실내였기에, 불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에서 흘러내리는 감정은 어떤 여과도 희석도 없이 에만의 얼굴 위로 한 방울 더 떨어졌다. "내게 그런 일이 생기면 네가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해보면 내 기분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겠어?" 파르르 떨리는 숨을 고르고 나서야 그녀는 다음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아니면 그렇게 생각해봐도 딱히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나라는 사람이 네 안에서 별볼일 없었냐?" ... "혹시 네가 나는 그런 일을 겪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강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서 걱정이 안 된다고 한다면, 그건 조금 기쁠지도 모르겠네."
하웰의 말이 조금 뚝뚝 끊겼다. 하웰은 브리엘이 자신을 밖에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저 문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불안감이 가시고 안도감이 들었다. 죽지는 않겠다는, 그런 생각. 아무렴, 의사의 집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을 내뱉었다가는 브리엘이 어떤 말을 할지 몰랐기에 입 안으로만 삼켰다.
하웰은 안심이 되어 힘이 쭉 빠졌기 때문일까. 문에 기댄 채로 주르륵 주저앉았다. 여전히 옆구리는 극심한 통증으로 죽을 것 같았지만 도망치면서 먹었던 진통제 덕분일까, 실신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하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다. 방금 보다는 조금 안정된 눈빛이었다.
하웰은 눈동자만 굴려 그제야 뭔가 부산하게 찾는 듯한 모습의 브리엘을 바라봤다. 전에 봤을 때에는 딱 맞는 정장 차림이었는데, 오늘은 뭘까…. 오버핏 니트는 포근해보이면서도 그 인상을 조금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이 모습이 굉장히 흔치 않은 모습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그녀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니 당연히 착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하웰은 굉장히 무방비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하든 자신을 어떻게 하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상태. 아마, 브리엘이 의사였기 때문에, 혹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그 말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USB를 빠르게 낚아채서는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조금 귀여웠는지 웃음을 뱉었을까. 작달만한 체구의 소녀였던지라 그런 인상이 더 강했던 걸지도. 신분을 제출해달라는 요구에는 거부하진 않으려고 했지만, 아마 조금 번거롭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아스가 fm인 인물을 곁에 둔 것 같아서 안심인 한편, 이런 과정을 일일히 겪어야 한다는 것은 귀찮았으니까.
"랭킹 801위. 커넥션의 대표, 제롬 발렌타인. 이거면 충분하려나?"
제롬은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 캄파넬라에게 내밀었다. 조작된 것은 아니다. 명함에 적힌 조직은 검색해보면 제롬이 말한 프로필과 그의 얼굴이 화면에 보였을테니. 아마 신분 증명을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스테츠킨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에 제롬은 순간 움찔거렸으나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신을 위협하려는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하고는 안심한다.
"...그러고보니 친구, 넌 누구야? 내 말은, 너랑 아스는 무슨 관계지?"
대충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아 캄파넬라를 향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경황이 없어 초면에 묻진 못 했으나, 아마 라 베르토의 조직원 중 하나인 듯 싶지만... 이런건 대충 넘겨짚었다간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고, 저 소녀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으니 질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면서 브리엘은 툭 내뱉었다. 끊어지는 그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차분하기는 하나, 온기라고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발언을 하고는 주저앉아버리는 그의 모습에, 대문을 넘어서면 깔려있는 발판을 실내화로 끌어서 깔리기 전에 빼낼 수 있었다. 피는 물론, 물에 흠뻑 젖은 그의 몸에 깔려버리면 세탁하는 게 귀찮다. 물론 자신이 정리하거나 말리는 건 아니지만. 축축하게 젖은 발판을 보는 건 자신의 정신건강에 안좋을테다.
하웰이 자신을 보는 걸 마주 보지 않고 브리엘은 채, 빨래 바구니에 넣지 못한 수건이 소파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브리엘은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주방에 있는 가위를 집어들고, 소파에서 수건까지 걷어서 다시 하웰에게 돌아오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기절하고 싶어도 정신 붙들고 있어. 옷, 잠깐 자를게."
브리엘은 문 근처에 주저 앉은 그의 앞에 시선을 조금만 들어도 가까운 위치까지 몸을 낮추고 앉았다. 그리고는 하웰에게 선언하는 것처럼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고 주방 가위로 피가 스멀스멀 배어나오는 부근 근처의 옷을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잘라버렸을 것이다. 응급 처치 도구를 어디에 뒀더라. 내가 쓸 일이 없으니까 기억이 잘 안나네. 한쪽 눈썹을 찡그린 상태로 이내 수건으로 상처를 지그시 누르면서 브리엘은 다시 입을 열었을 것이다.
프로스페로는 약속 장소에 일찍 나가있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30분 일찍 나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루하다. 한숨을 길게 내쉬자 성긴 숨이 하얗게 맺혔다. 요즘 들어 여유가 없어진 것을 느꼈다. 어째서인지 모를 일이다. 모르니 가슴이 답답하다. 답답하니 일에만 더 몰두하게 되었다. 프로스페로는 신경질적으로 목을 긁었다. 제 목을 자신이 물어뜯지 못한다는 것이 퍽 한스러웠다.
"배고파.."
울타리 위에 쌓인 눈을 조금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눈은 사탕처럼 도륵거리며 굴러가지 않는다. 조금 아쉽다.
퍽 좋은 거래처였던 운전수가 죽었다. 바람난 배우자에게 목 졸려 죽었댔나,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운반책은 최소한 다섯 명 이상. 프로스페로의 원칙이었다. 쓰레기같은 인물이 대다수인 베르셰바의 운전수들 중에서 과묵한 이들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결국 해냈었는데, 그 사람이 죽어버렸다. 골치아픈 일이다. 그래서 프로스페로는 리아나에게 연락했다.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