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당신의 정신을 훔쳤다면 어떻게 알아챌 것인가? 당신의 정신이라도 기억을 주입당했다면 어떻게 알아챌 것인가? 누군가가 당신의 정신을 훔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의 잊을 수 없는 경험에 대비하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권총의 해머로 손을 올리는 남자를 보며 제롬은 무라사키를 흘긋 본다. 이렇게 되면 무라사키라도... 아니, 이미 늦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걸지도. 죽음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다. 체념한 듯 그는 발사되기 직전 눈을 감았으나, ...어째서인지, 소리가 울리지 않았을까.
정확히는 권총의 소리가- 말이다.
"...누구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누군지 모를 여인. 제롬은 곧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퍼플쨩이라는 호칭, 막둥이라는 말, 설마, 그렇다면.
"당신은...."
제롬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본다. 분명 엄청난 수의 조직원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을 터. 하지만 혈흔을 보면 그 조직원들을 이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조용히 처리한 듯 했다. 그는 등 뒤에서 나타난 남성을 보며 하하, 하고 실소를 흘렸다.
시야가 점멸한다. 그 실소에는 안도가 담겨있었던가. 긴장이 풀리자, 그의 몸이 점차 허물어졌다.
"젠장... 목숨값 한번 비싸게도 빚졌군.."
르메인의 원 맨 아미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 매서커과. 마지막에 들린 무라사키의 말이 제롬의 추측을 확실하게 만들어주었던가. 그는 안도 섞인 실소를 내뱉으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제롬이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전혀 새로운 공간이었다. 낯선 천장이라고 해도 좋을 곳. 그는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듯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기 시작한다.
죽음에 무뎌져버렸다. 시체를 너무 많이 만졌다. 쓸모가 사라지면 폐기되는 게 당연하다. 인간은 기계의 연장일 뿐이다. 나 또한 그렇다.
약속을 해버렸다. 퍽 역겨운 약속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말에, 저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우악스럽게 스텔라의 손을 꾹 붙들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함이 더 크다. 차라리 아편에 완전히 취했을 때가 더 나았어, 그 때는 날 오빠라 불러주긴 했잖아, 메뚜기 떼가 머릿 속에서 윙윙거리며 비행했다. 살아있는 재앙이다. 프로스페로는 어느 정도는 광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아무리 잠깐 떠오른 생각이라 할지라도, 스쳐지나갔던 생각은 화상 흉터처럼 남아버리기 마련이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는 미친 괴물에 가깝다.
이대로 데려가, 몰래 빠져나가서, 지하실에 둔다면 아무도 널 죽이지는 못할 거야. 아무도 널 해하지 못하겠지. 아마 그 방은 강박적으로 모든 뾰족한 물건을 없앤 곳일 테다. 당연하지만 끈도 없다. 끈을 매달 고리도 없다. 둥근 면과 쿠션으로만 이루어진 방.
하지만 완전히 괴물이 아니기에 실행하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자신을 혐오할 수 있다.
"바깥에, 엄청 커다란 늑대가 돌아다녀서."
단추를 두어 개 풀고, 스텔라의 손을 제 쇄골 아래 부근에 지그시 눌렀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흉터가 만져진다.
적중.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던 반응이 돌아오자 싸구려 사탕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게 느껴진다. 혓바닥 위를 감도는 텁텁한 단맛을 한 모금 삼킨 애들람은 짧고 흰 막대를 몇 번 까딱거리다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단골 손님이 한분 생겼으니 관리에 더 힘써야겠네요. 적어도 손님이 여기 다니시는 동안은 망하지 않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사실상 가게의 유지 자금은 영 다른 곳에서 나오기 때문에 재정상으로 특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할 만한 관리는 필요가 없고 만약 장사가 접힌다면 그 자신이 여기에서 죽어버렸거나 혹은 있던 곳으로 돌아갔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그런 말은 당연히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지만 사실이 어쨌거나 립서비스는 적당히, 식빵에 발린 5g 포켓 버터 만큼의 무게로만 하면 나쁠 게 없다.
"네, 가늘고 길게. 여기에서 장사하겠다고 맘 먹었을 적부터 머릿속에 새겨뒀죠. 반갑습니다, 시안 씨."
맑은 웃음을 마주하고 있자니 사탕이 조금 더 달아진다. 저렇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걸 보니 아마도 호감도의 초석은 성공적인 듯 싶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유의미한 수확. 내밀어진 빈 손을 마주한 애들람은 손을 푹 덮은 소매를 걷어 시안의 손을 마주잡았다.
"애들람 나졸트입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
//이걸 막레로 쳐도 괜찮을지도~ 라는 생각^-^!! 아이구 또 너무 늦어버렸네ㅠㅠ 미안해...
하지만 제롬은 몸을 채 전부 일으키지 못했다. 정확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에 누군가가 이마에 손가락을 쿡- 짚어 그러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쉬이잇~★ 환자는 누워서 쉬어야죠~?"
아, 물론. 그게 누군지는 제롬도 알고있다. 붉은 눈에, 금발의... 향수 대신에 화약의 시큼한 내음이 풀풀 풍기는 여자. 방금 옥상에서 단신으로 포에 가까운 총을 들고 쏴대며 미친듯이 웃던 그 여자였다. 그녀는 그대로 천천히 제롬의 머리를 움직여 자신의 허벅지 위에 도로 내려놓고는, 그 머릿결을 빗질해주듯 쓰다듬기 시작했다. 헌데 그 손길이 뭔가 낯설지 않다... 설마 깨어나기 전부터 이러고 있던 건가?
"보스~! 여기 멋진 청년이 눈을 떴어! 그런데 다친 모습도 생각보다 잘 생겼는걸~? 아아, 귀여워~ 사키쨩은 나만 놔두고 이런 애랑 혼자 놀고 있던거야? 치-사-해~!" "거기까지 해. 시끄럽다..."
투정부리는듯한 목소리가 사방팔방으로 울린다. 거기에 뭔가 수분을 머금은 바람도 살갗을 스치는 것 같다. 그리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화학용액의 냄새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제롬 발렌타인. 20세, 801위. 1인 정보상 커넥션."
제롬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 자신이 실내수영장에 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고 자시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출렁이는 풀장이다. 하지만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다. 아니, 그들과 자신밖에는 없다. 그들이 누구냐고 하면, 당연히 르메인 배틀리언의 숨겨진 인간청소부들.
"...같은 정보는 아무래도 좋아. 우리가 누군지는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제롬 발렌타인."
매서커과, 라고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 한 발 물러나있던 과장은 그들쪽으로 다가와서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코 앞에서 제롬과 마주했다.
브리엘은 꽤 침착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걸 보니 아스피린 한알로는 택도 없었지만 처음보다는 꽤 침착하게 아스타로테와 마주 앉아 있을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됐다. 크리스탈 잔을 입술 근처에 가져다대고 천천히 한모금 들이키며 나른하게 내리뜨고 있던 눈매 속으로 구리색 눈동자를 감춰냈을 것이다. 침착한 김에 스스로의 감정, 즉 예민하고 까칠한 성질머리를 붙잡아 둘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파닥여지는 귀를 한번, 반정도 비워진 보드카를 한번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브리엘은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사소하고 별거 아닌 행동에, 어깨 위를 감싸고 있던 스톨이 흘러내린다.
그나마 장갑을 꼈기 때문에 무방비하게 맨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라고 브리엘은 생각했다. 천천히, 크리스탈 잔 둘레를 따라, 장갑을 낀 손이 움직인다. 내가 보기에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질문해놓고 답을 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브리엘은 크리스탈 잔 둘레를 따라서 움직이던 손을 미끄러트려서 테이블을 두어번 검지로 두드리며 아스타로테의 말을 들었다. 모순된 사람, 이라는 단어를 듣고, 브리엘은 포개어 꼬고 있던 무릎을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어깨를 건조하게 으쓱여보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아스타로테의 말은 알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충분히.
"그래서, 당신이 그랬다는 거야? 아스타로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기대를 하게 만들고, 어림도 없다는 듯이 상실감을 얻게 만들고, 일말의 가능성도 남겨둔다고? 내가? 어이없는 웃음조차 안나왔다. 굳이, 내가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가능성이니 뭐니 하는 걸 내버려둘 이유는 없지 않아? 브리엘은 내려놓았던 잔을 흔든 뒤에 비워냈다. 나른한 눈매가 유난히 짙었다. 보드카를 삼켜낸 브리엘이 아스타로테와 시선을 마주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바라는지 당신이 안다고 해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와줄 것도 없는 일이야."
여인은 브리엘의 손에서 저 장갑이 벗어난 적을 한번도 보지 못 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적지 않은 횟수로 만나왔으나 단 한번도. 이젠 피부처럼 보이는 저 장갑을 보면 당장이라도 잡아 뜯어 속을 드러내게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 적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단지 교묘하게 절묘하게 숨겨왔을 뿐.
치부는 스스로 드러내야 가치 있는 법이었다.
"오. 이엘. 내 언동이 공연한 오해를 불러 온 것 같네."
보내오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여인이 말했다. 웃음을 잃은 브리엘과 대조적으로 여인의 입가에선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 짙어졌다. 사락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드리운 그림자가 음영을 짙게 만들어냈다.
"나는 애시당초 기대 하지 않았으니 실망도 하지 않았단다. 자각 없는 너와 달리 나는 늘 내 밑바닥에 살고 있기에."
턱 괸 손을 내리고 브리엘과 비슷한 자세를 다시 갖추었다. 깍지 낀 손을 무릎 위에. 허나 다리는 꼬지 않고. 자세만 보면 다소곳한 모습이었다. 심히 즐거워하는 저 표정만 없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거 아니. 이엘. 넌 방금 말했지. 네가 뭘 원하고 뭘 바라든 내가 안다고 해서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줄 것도 없다. 라고. 그 말은 내게 그리 들린단다. 네 안에는 확고한 소망이 있고. 넌 그걸 받아 들여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후훗! 기어코 경박한 웃음소리가 여인의 입술 사이를 뚫고 나왔다. 뒤늦게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시늉을 하는게 얄밉기도 하고. 짖궂기도 했다. 혹은 한대 쳐올리고 싶다거나.
"확실한 소망, 원망을 가진 사람은 늘 은연 중에 그걸 드러내기 마련이란다. 너의 말, 너의 행동도 그렇지. 완전한 거부도 접촉도 아닌 애매한 경계를 취하며 의도적으로 틈을 드러내어 사람을 이끌어. 네 주변, 너와 교류하는 사람들을 되새겨보렴. 그들이 너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네가 불러온 것들이야. 그 속에서, 완벽한 너의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끼익. 소파의 쿠션 눌리는 소리가 났다.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늘어진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테이블을 지나쳐 브리엘의 앞까지 걸어 온 여인은 몸을 살짝 숙이고 시선을 마주치며 읊조렸다.
"안심하렴. 나는 절대 네 것이 되어줄 생각이 없으니. 내가 널 도우려 할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은 하지 않아도 돼. 네 가치는, 너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니."
브리엘이 막지 않았다면 여인의 손을 흘러내린 스톨을 쥐어 올려주려 했을 것이다. 가까운만큼 더 진해진 보랏빛 눈동자로 지그시 응시하면서.
아스타로테와 시선이 마주하자마자, 구리색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짚어내는 것처럼 바라본다. 심리적으로 사람에게 지독하게 상처를 입은 이들이 자주 보이는 시선과 닮아있었다. 혹은, 염세주의자들이 보일 법한 눈빛이기도 했다.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로 브리엘은 천천히 나른한 눈매를 내리감는 것마냥 깜빡였다. 아스타로테의 미소가 짙은만큼, 브리엘의 표정은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비스듬히 고개를 움직이자,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살랑 움직였고 브리엘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렸을 것이다.
"아, 그래? 당신은 늘 밑바닥을 사는구나."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손이 다시 무릎 위로 향하지 않고, 비어 있는 잔을 채우기 위해 보드카를 집어들었다. 그녀의 말을 따라하는 브리엘의 목소리는 글쎄, 어떤 느낌이었을까. 체념? 짜증? 그것도 아니면 그저 무미건조할 뿐이었나. 아스타로테를 만나는 일이 있으면 브리엘은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경계를 하기 일쑤였고, 곧이어 뭔가를 포기한 것처럼 굴었다. 발버둥을 칠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마냥. 그래서 브리엘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비스듬히 움직였던 고개는 그대로 두고 구리색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나. 나는 당신이 가끔 굉장히 짜증나.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 말이야. 아스타로테."
브리엘은 왼손목을 오른손으로 쓸어보듯 매만지다가 가만히 쥐면서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건조하게 읊조렸다. 자신의 앞까지 걸어온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가 비스듬하게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는 이 빌어먹을 도시에 있는 그 무엇도 내것이라고 생각안해. 사람도, 물건도. 하다못해 지금 내가 자리하고 있는 이 지위도. 전부 다,"
스톨을 쥐고 올려주려는 아스타로테의 손길을 브리엘은 왼손으로 거부하듯 밀어내며 오른손으로 직접 끌어올렸다. 그 일련의 행동을 하면서, 브리엘의 나른한 눈매 속에서 어렴풋하게 주황빛이 감도는 독특한 구리빛 눈동자가 아스타로테의 보랏빛 눈동자를 올려다보듯 물끄러미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