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건 좀 곤란하네요~ 승률이라면 오차가 좀 일어나도 변수라고 퉁칠 수도 있다지만 금전적 부분 오차는 고객분들이 절대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니까요~"
어느덧 지하의 마지막 층, 일단 문앞에 붙은 것도 그렇지만 언제나 이런 장소는 바닥 깊숙히 있는게 정석인 모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으로만 움직이는 그녀에겐 변수발생과 임의조정에 자신을 맡기는 도박 같은건 먼 취미였지만 그렇다고 해결하지 못할 것도 아니니, 우선적으로 눈에 띈 것은 이런 장소에서 으레 볼법한 수기용 칠판이었다. 적어도 직접 적어가며 눈대중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변수가 생길 일은 없다지만, 이미 인간은 돌이킬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그렇기에 자신 같은 존재가 있는 것이지만...
"후후후... 클래식이 최고죠~ 다소 오래 걸리고 정확도가 조금은 떨어진대도, 고장나면 처리가 힘든 디지털보단 나으니까요~"
'기계들은 쓸데없는 고장이 많다.' 그녀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사람보다 뛰어나게 만들려 해도 결국은 사람이 만든것, 그 기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만년 저렇게 뻗어버리는 구닥다리들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기계들 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단순히 그녀가 인간과 기계를 넘어선 무언가여서 그런 것일까? 어쨌건 문제가 있는건 당연스럽게도 서버룸에 있을 법했다. 애초에 그녀가 다룰수 있는건 그쪽이니까, 계산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빠를지라도 아날로그식은 영 손에 익질 않았다.
마치 줄곧 하늘을 날기만 하는 동물이 땅을 걸을 때는 어정쩡한 것처럼,
자물쇠로 잠겼던 서버룸엔 컴퓨터 하나와 모니터 하나가 제 한계를 깨닿고 현실을 받아들인듯 조신하게 놓여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니 내심 그 고충을 알것 같아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을까,
"며칠을 달라붙어도 해결되지 않았다면... 꽤 전부터 무언가 문제가 있었나보네요?"
본인도 영 갈피를 못잡겠다는듯 뻗어버린 화면을 두고 술을 꺼내 마시는 당신을 잠깐 지켜보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 그녀였다. 듣자하니 예측, 결과정산, 게임 시스템 자체까지 묶여있는 탓에 얼기설기 꼬여버린 모양이라고, 이쯤되면 스파게티는 끊어버리면 그만이고 실타래라고 해야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한두줄 꼬인게 아니라곤 해도, 결국엔 되짚어가다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걱정 마세요~ 무엇보다 언니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 하시는데 돕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걸요?"
화면을 주욱 훑어보던 그녀의 눈이 잠깐 빛난건 착각이었을까? 어쩌면 모니터의 반사광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꼬인건 풀면서 재정렬하다보면 자연스레 길을 잡아가기마련이죠~ 물론 무작정 감아올리진 않았다 해도 푸는 과정에서 엉킬 때도 있구요~ 칼국수 이어폰이라고 꼬이지 않는 법은 없다잖아요? 후후후~"
코드를 역추적해서 근본을 찾는다. 일단 이론적으론 가능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디부터 꼬인건지는 순전히 풀어나가는 상황과 속도에 따라 갈리게 되어있는데, 이 경우도 아마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이었다. 물리적으론 불가능하다면 물리적이지 않은 부분까지 탐색하면 그만,
데이터 파밍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타인의 서버에 멋대로 접속하는건 요가 중인 집주인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마시는 꼴과 마찬가지였지만, 이전의 사람들이 며칠을 고심해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훨씬 더 빨라보였을까.
마치 거사를 치르기 전 암묵적인 의식을 행하는 사람마냥 컴퓨터 앞에서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 속에 뛰어든 상태였다. 먼저 0과1로 이루어진 덩굴과 이끼를 치우고, 어디로 연결되어있을지 모를 루트를 지나, 노이즈 섞인 거미줄을 치워나가다보면 절그럭거리는 쇠사슬이 밟히게 되었을 것이다.
어디로 연결되었는지, 그 문이 맞는지, 도중에 꼬이지 않았는지는 그 사슬을 찬찬히 따라가보면 될 일... 서쪽과 동쪽의 관문, 북쪽과 남쪽의 우회로, 찢겨져 떨어져나간 바닥에도 용케 빠지지 않고서 다다르다보면 이미 낡을대로 낡아 문은 열릴까 싶을 정도로 녹슨 문 하나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걸어잠근 자물쇠의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는 감에 맡겨야 할까? 그 안에 들어있는게 그녀가 찾던 그 문제의 해결이었을까?
"이래선 성 꼭대기에 갇힌 공주님을 구하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그 앞을 가로막을 용이 없다는 전제 하에~"
전혀 생소한 서버를 탐색하며 호기심을 채우는 자신과 다르게 다소 지루할수도 있을 당신을 위해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보았다.
" 이 녀석은 말이지? 고장날 일도 없고 갑자기 화면이 안나온다거나 전기가 끊긴다거나 하는 일이 없어. 좋다니까~ 이거야말로 영원히 사는 느낌이지. "
한정적이지만. 스텔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분필 하나를 집어들고 ' Solomons ' 하고 칠판에 자신의 싸인을 적어놓고는 흠. 하고 알 길 없는 미소를 지었다. 스텔라가 특별히 기계치라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복잡한 기계는 좋아할 턱이 없었다. 단순한 것들은 단순한 맛이 있고, 클래식한 맛이 있다. 기계라고 한다면 살아있지 않다는 느낌과 차갑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세상의 모든 기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코드나 뱉어내고있는 기계라면 더더욱.
" 오~ 그 멘트 좋은데? 그래그래! 우리 사랑하는 동생이 힘 좀 써줘! "
스텔라는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다가와 뒤에서 꼭 끌어안고는 볼을 부비적댔다. 일하는데 방해될거야- 라는 생각은 하는지 안하는지 잠깐동안 얼굴을 부비던 스텔라는 꽤나 여러가지 비유를 들어가며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꼭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 끌어안은채 말하다보니 귓가에 속삭이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 너 어쩌면 나랑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말하는 방식이, 응. 나랑 비슷해. "
실없는 소리라던가,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안에 뜻이 있는 말들. 스텔라는 자신의 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항상 쓸데없는 소리나 한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그 안에 답이 들어있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스텔라는 조금은 음흉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응. 꼬인지 좀 오래됐다네.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꼬였다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된거래. 이제와서 갈아엎어버리기에는 안에 들어있는 자료가 너무 많아. "
그 많은 자료와 파일들을 날려버릴 순 없다. 경마의 자료들도, 도박의 프로그램도 전부 이 안에 들어있다. 한 마디로 황금알을 잔뜩 품고 있는 거위라는 말이다. 스텔라는 언니의 부탁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적당한 자리에 의자를 끌고와 앉고는 다리를 꼬고 가만히 쥬를 바라보았다.
" 이번 일만 잘 처리되면 이것도 하나 줄게.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심볼 목걸이야. 내 가족이라는 뜻이지~ "
"이 안이든 밖이든, 사람은 결국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거겠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 그것은 생명의 위대함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그 투쟁에서 살아남은 다음에는 무엇이 남는가. "화려한 개화와 분분한 낙화. 인간을 위로하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여기 생명력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서 현현하였다. 그리곤 사라진다. 그것은 상실이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페퍼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렵게 입을 떼어 말했다 "글쎄, 뭐…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제법 교묘하게 말을 흐리는 페퍼는 어딘가 격앙되어 있는듯 하다. 조금 느슨하게 끈을 풀어놓은 탓에, 그의 굵은 육성이 성대와 뼈의 진동을 타고 울린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이 일은 내게 너무… 과소해. 아니, 솔직히 말해… 하찮다." 별안간 다리를 달달 떨던 그는 제 손으로 무릎을 콱 붙잡아 그 움직임을 억제한다. 어떠한 격동이 그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리라. "가령 자네가… 좋아하는 꽃을 살피지 못하고, 어느 공장 따위에나 들어가서 파이프 더미나 자르고 있다고 생각해보게." "지금의 내가 그 꼴이지." 씁쓸하다는 듯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문다.
"…꽃은 아름다우니까." "아름다우니까… 소유하고 싶은거다." 약간은 코웃음 치던 그는, 그러나 결코 하웰이나, 다른 누군가를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자조적인 웃음에 가까웠다. "꽃의 아름다움은 그 겉모습 뿐 아니라… 내면에도 있거든… 그것을 취하기 위함이지." 그런 알 듯 말 듯한 말을 한 페퍼는 화분 이야기에 대해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주인의 추천에 맡기도록 하지."
하웰은 눈앞의 음식이 자못 흡족한 모양이었다. "…많이 들라고." 페퍼는 그리 말 하고는, 자신도 천천히 가슴살을 잘라내어 한 조각을 삼킨다. "식물도 살기 위해 비료와 질 좋은 흙이 필요할 터. 그렇다면 하나뿐인 주어진 삶을 위해 열심히 먹고 마실 밖에." 안 그런가? 하고 되묻는다. 날카로운 턱선과, 옅게 반짝이는 입술이 보인다. 그 아래로는 모두 미지이다.
몸이 완전히 회복됐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스텔라가 기어코 악을 쓰고 여기까지 나온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제일 큰 이유는 조직의 보스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주변에서 노리는 눈동자가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술을 공급하는 업장의 특성상 이 맛이 변한다면 자연스레 손님이 끊기게된다. 그렇기에 총괄인 누군가, 그 술의 맛을 잘 아는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품질을 검사해야한다.
" Urgh.... "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정신이 없었으니까. 스텔라는 병원에서 나올때 받아온 약들을 거부했고 그 자리에서 하수구에 부어버렸다.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거부하고 있으니 고통이 밀려왔고 스텔라의 언니와 오빠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으로 술에 아편을 타서 주었다. 약에 손대지 않는 스텔라는 그것을 거부했으나 25초만 버티면 몸의 고통뿐만 아니라 머릿속의 고통도 사라질것이라는 말에 그것을 받아먹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몸이 아프거나 오랜 기억의 편린이 자신을 괴롭힐때마다 아편을 탄 술을 마셨다.
" 스텔라, 이제 그만 마셔야해. " " 그만 마셔? 뭘, 이걸? 아냐아냐~ 난 괜찮아~ 괜찮아. 응. 난 괜찮아~ "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정신이 없어졌다.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고 이전보다 더 많이 헛소리를 하곤 했다. 뜬금없이 모카번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한다거나, 뜬금없이 배가 고프다고 한다거나. 어떤 것을 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겹쳐보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던가 하는 일들.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스텔라는 오늘도 자신의 베이커리에 출근했고 사장실이라 적힌 곳의 의자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저기~ 오빠~ 언니~ 술이 떨어졌는데~ "
스텔라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방에서 걸어나와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유리병을 들고 있었다. Opium. 아편. 25초만 버티면 몸의 고통 뿐만 아니라 머릿속의 고통도 잊게 만들어주는 선물. 비틀거리며 나온 스텔라를 처음 반긴 것은 '언니'였다. 그녀의 언니는 천천히 걸어오는 스텔라를 보자마자 달려가 부축했다.
" 스텔라, 이제 진짜 그만 마셔야해.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데다가 너 중독된다니까! " " 괜찮아. 괜찮으니까, 위스키를 가져다줘. "
헤실헤실 웃던 스텔라는 자신이 요구한 것이 나오지 않자 조금 눈빛을 바꿨다.
" ...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명령이야, 언니. "
결국 그 말이 있은 다음에야 술을 받을 수 있었고 스텔라는 잔을 집어들고 술을 따르고, 작은 유리병을 열어 쪼르륵- 하고 약을 섞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