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360 페로사는 A-13구역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난 탓에 불의 마녀 이야기에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듯, 그로스만이라는 이름에도 그렇게 큰 감흥을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데... 왠지 독백을 쓰면 쓸수록 페로사가 그로스만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분노스위치가 눌릴 만한 서술이 되어가네.
>>373 뜬금없이 연어를(몇 점이지만) 먹었어........... 뭐지. 브리엘 식성 이야기하면서 연어 타령한게 나도 모르는 새에 염원이 돼서 우주가 이루어줬나. 동물놀이.. 둘이 동시에 하면 두 배로 낫다구? 저번에도 바니걸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리스랑 페로사만 입고 흐지부지됐던 것 같은데.
"모르지. 이곳에도 자네같은 플로리스트가 있을지도." 제법 괜찮은 사업 아이템인 것도 같다. 이 삭막한, 어찌보면 살풍경하기 까지한 광경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굴곡이 있어야 인생사 재밌지 않겠나." 아닌가? 하고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이어 답한다. "글쎄… 나도 뭐 똑같아. 좋을때도, 나쁠때도… 하지만 최근 이 일을 하면서 때려치고 싶은 충동은 자주 든다네." 때려치면 무슨 일을 할까? 무엇으로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아가리를 충족시켜줄까? 그거야말로 희대의 난제였다. 재능은 출중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자.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군… 뭐, 사실 나는 식물학엔 영 조예가 없어서." 그런 것 치고는 꽃을 제법 많이 사가는 그였다. 매번 올때마다 조금씩 다른 종류의 꽃다발을 사가곤 했다. 누구에게 선물이라도 하는걸까. "하지만, 화분을 하나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다음에 하나 추천받도록 할까. 그는 나직이 덧붙혔다.
그렇게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나머지 메뉴가 나왔다. 온갖 야채들이 조화롭게 원형으로 깔린 라따뚜이,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콩소메에 끓인 부야베스, 그리고 덕 콩피다. 가지, 토마토, 코제트, 피망, 양파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라따뚜이는 아삭아삭하고 씹는 맛이 있는 채소들의 향연이라 할만하다. 오븐에서 구워내어 마이야르화한 채소는 자연적인 은은한 단맛으로 가득하다. 부야베스는 숭어, 민어, 모시조개, 새우, 랍스터 머리 등이 가득 차있다. 제법 사치스런 음식이란 인상과는 다르게, 처음 접할 때엔 국물요리 특유의 가정적인 분위기와 맞닥뜨릴 수 있다. 양파, 감자, 마늘을 넣고 마구 볶아내었다가 화이트와인을 넣고 디글레이징 하여 퐁드를 모조리 긁어냈다. 이후 토마토와 페이스트를 물에 잘 개어 풀어넣고, 재료를 모두 넣은 뒤 올리브유, 사프란을 넣고 푹 끓여내었다. 마지막으로 덕 콩피는 기름에서 장시간 저온조리한 것 답게 속살이 매우 부드럽다. 포크를 갖다대자마자 으스러질 정도의 부드러움이다. 표면은 껍질을 바삭하게 마이야르하여 감칠맛을 극대화하였다. 구운 아스파라거스, 당근, 루꼴라, 레몬 조각이 올려있고 한켠으로 데미글라스 소스를 한 스푼 얹어 마무리하였다.
블라인드가 쳐진 창구 위로 페퍼의 얼굴은 안에서도 밖에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페로사의 얼굴은 아주 잘 보였다.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어조로 뇌까려지는 말장난에, 페로사는 기본안주 접시를 준비하다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페퍼를, 정확히는 그가 있을 곳을 노려보았다.
신에게 버림받은 도시, 이곳 뉴 베르셰바에는 각양각색의 이색 신앙이 도래했다. 알코올을 신앙으로 섬기는 이들도 있었고, 약을 신앙으로 섬기는 이들도 있었으며, 도박을 신앙으로, 혹은 재물을, 혹은 엔진을, 혹은 욕정을, 도벽을, 힘을... 그러면 페퍼는 방랑자일 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두건을 뒤집어쓴 성부聖父가 아니던가.
"그렇다니 안심이네." 기분이 나빴던지 시원하게 날아온 장담에, 페로사의 얼굴에 서려있던 짜게 식은 표정은 곧 사라졌다. 그러나, 빙글빙글 도는 위스키 글라스 위로 피어오르는 바닐라향과 캐러멜향, 나무향을 가로질러 뻗어져나온 질문에는 페로사의 얼굴에 표정이 잠깐 사라졌다. "민감한 게 아니라 더러운 질문이잖아. Truth. 난 위생에 꽤 신경쓰는 편이라 그런 짓 해본 적은 없네. 그리고... 거기 메뉴판에 이용수칙 한번 읽어보셔." 하면서, 페로사는 접시 하나를 창구 아래로 내밀어왔다. 기본안주인 모양이다. 스모키하게 양념된 캐슈넛, 양념되지 않은 호두, 말린 무화과, 브라질너트 두 알 등의 견과류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접시였다.
그러고 보면 이 고해실에 거울은 없었으나 메뉴판은 하나 있었다. 펼쳐보면 바 메뉴와 비스트로 메뉴 아래로 꽤 상세하게 쓰여진 이용수칙이 보인다. (이용수칙은 페로사의 위키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람.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페로사%20몬테까를로#s-1.4.2 )
"그러면 이제 내 차례인가. 진짜 해보고 싶은 질문이 뭐야? Truth or Dare."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요구했다.
"아, 미안. 내가 잠깐 사려깊지 못했군." 그러나 어째서인지 비웃듯 올라간 입꼬리는 여전히 그대로 걸려있는 채이다. 그는 무엇을 조소하는가?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가? 알 수 없다. 그러나 잠깐의 침묵 뒤 이어진 다음 질문은 그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건 뭐지?" 웃음기를 거두고 그는 말한다.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아까도 단언했듯, 괜히 떠보거나, 정보를 캐내려하는 건 아니라는 걸 미리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거니까…" 그는 견과류 몇 조각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저 먼곳을 향하는 듯 흐려진다. 뭐,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아득히 먼 어린 시절, 그는 어둠이 두려웠다. 이유는 딱 하나를 꼬집기 어려웠다. 그냥 어두운게 싫었다. 그 안에 무엇이 도사리는지를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그 스산한 분위기가 싫었을까? 혹은 아무도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뭐, 어찌됐건 지금에 와서는 그저 어린시절의 작은 추억거리일 뿐이다. 허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는 지금도 여전히 두려워하는 게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두려워하는 게 있지.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거야.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건, 그 두려움을 어떻게 떨쳐냈냐는거다." 잠깐의 텀을 두고, 그는 메뉴판을 곁눈질로 빠르게 훑어본다. "…음, 피노 누아를 한 병, 부탁할 수 있을까." 그는 오늘 느긋한 밤을 보낼 요량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