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등 위로 무너져 내리는 도시 다들 아무것도 몰라 그저 걸어야 해 거리를 가득 매운 너희들, 아주 볼만해 너흰 벗어나지 못해, 구속돼 자유로우니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CCTV 여럿이 달린 사장실이었다. 여인은 알겠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걷는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여인은 말이 많았다.
"저희 '냐오롱'에서는 뭐, 사람 조지는 것만 하진 않그든요. 마약중독자가 돼서 어디 내보이기 부끄러운 아들 새끼, 폐인이 돼서 깜방 아니면 구금해야 하는 아내. 그런 분들 보호자께서도 곧잘 오십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그리고 복도를 걷다, 어느쪽으로 또 빠진다. 그리고 또 다른 엘리베이터를 탄다. 일반 거주민과 함께 타기도 했으나 엘리베이터 앞의 담당자의 중개를 거쳐 타기도 했다. 종종 험악한 사내 곁을 지나칠 때마다, 가슴팍이나 팔뚝에 시커먼 문신을 한 건달들이 얄쌍한 여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뭐 자세한 사정을 묻진 않는 게 제 방식이니깐은 고객님 사정도 묻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보시면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사장을 만나는 건물은 정말 작았다. 그저 지은 지 15년쯤 되었으나 관리 주체가 없어 허름해 뵈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지나치는 복도 중 하나는 평범한 복도식 아파트이기도 했고, 오피스 건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양식의 건물이다. 페인트칠 조차 하지 않은 콘크리트 외벽이 삭막했다. 지겨울 정도인 엘리베이터를 탄다. 사장은 드물게도 비상연락버튼을 눌러 말한다.
"어어, 나. 고객한테 뭣 좀 보여주려고. 914번."
그리고는 돌아보며, 씩 웃어보였다.
"담배 좀 피워도 되겠습니까?"
안될 것 없다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품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더니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엘리베이터 안에 가물은 성냥을 던져놓고는 건방지게 담배를 피워댔다. 내가 침묵을 못 이기고 물었다.
"생각보다 전문적인 사업인가봅니다." "뭐, 그렇죠. 이래봬도 오래 해왔거든요." "뒷배도 있으시고."
여자는 말 없이 킥킥 웃었다. 웃을 때마다 코에서 연기가 샜다. 모양새는 화려했으나 꾸밈없었다.
"도시 바깥에나 안에나 제 고객님들이 계시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온화한 색의 벽지와 가구가 안 어울릴 정도로 아늑했다. 어린이 방이라고 해도 좋았다. 날붙이는 보이지 않았고, 액자나 컵, TV에 이르기까지 '날붙이가 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철저한 관리였다.
뚜벅거리는 워커 소리는 침대에 가서 멈췄다. 침대에는 누군가가 누워있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망설이다 다가갔다. 수염이 나고 얼굴은 깡마른 노인이 누워있었다. 노인은 깨어있었으나 눈만 굴려 나와 여자를 바라보곤 다시 감았다.
"마약 중독잡니다. 행방불명 되었다가 가족이 찾아내고 나니 7년 동안 마약굴에서 걸인처럼 살았다더군요. 생긴 건 팔십 노인같지만 실제론 쉰 여섯이에요."
여자는 노인의 손목을 잡고 들어올리더니 그 팔뚝을 보여주었다. 피부는 너덜거려 고생한 티가 나고, 주삿바늘 흉터와 건버섯이 가득했다. 하지만 익히 아는 마약중독자 생김새처럼 앙상마르진 않았다. 손목에는 신선한 흉터가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저희는 그런 XX난 놈들도 이렇게 케어해주죠."
손목은 힘없이 떨어졌다. 노인은 이런 취급에도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건강, 정신, 중독. 어디 전문병원에서도 이렇게 해줄 순 없어요. 목숨도 확실히 붙여드리죠. 자연사는 어쩔 수 없겠다만은, 비밀리에 장례식까지 치러드립니다."
여자는 본인이 피던 담배를 노인의 코 근처에서 살랑거리며 연기를 풍겼다. 장난이라도 치는 듯 했다. 그러다 반응이 없으니 픽 웃고는 다시 꽁초를 입에 물었다. 그리곤 건방지게 물었다.
"선택지가 없지 않습니까?"
이 건방에도 내가 가만히 있던 이유.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충분하겠냐는 물음은 없었다. 여자는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
브리엘의 헛웃음에 반응하듯이 검푸른 꼬리가 소파를 두드렸다. 가볍게 툭툭 소리가 나는 것도 움직임에 강약 조절이 되는 것도. 보면 볼 수록 정교함이 느껴지는 치장이었다. 그 전면을 확인한 브리엘이 얼굴을 감싸는 걸 여인이 보자 귀가 재밌다는 듯이 파닥댔다. 키득이는 웃음소리는 당연했고.
"어머. 까칠하긴."
어이없어하는 말에 여인은 재차 뻔뻔하게 굴었다. 달고 온 것도 그렇고. 오늘은 아예 뻔뻔함으로 밀고 나갈 작정인 걸까. 잔을 부딪혀주지도 않고 먼저 훌쩍 비워버리는 브리엘을 보며 여인도 한모금 마셨다. 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은 언제 어디여도 좋았다. 브리엘과 달리 딱 한 모금만 마시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병을 들어 다시 잔을 채워주며 여인이 말했다.
"오해하고 있는게 하나 있어. 이엘. 나도 내가 이엘이랑 친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 때, 내 부탁 한번 들어준 걸로 뭔가 생겼다거나. 그런 착각을 하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 그리고 그 일은 확실히 보답을 했잖니."
그 일과 보답. 여인이 언급하는 일은 추상적이지만 다분히 지명적이었다. 여인과 브리엘 사이에 그리 말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허나 그것을 직접 말하지 않고 브리엘의 안에서 상기되게끔 하는 말투가 거슬린다면 거슬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귀 한번 까딱이고 꼬리 끝으로 여인의 볼을 간질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내려놓았던 잔을 다시 들어 살짝 흔들거리기도 했다.
"이엘은 내 고집을 꺾을 방도가 없어서 허락을 했다고 했지만. 정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정말, 정말로 수가 없었을까. 설마."
킥. 웃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달각거렸다. 잔을 입가에 대 한 모금을 넘기는 여인의 여우 귀가 나른하게 접혔다가 다시 위를 향했다.
"궁금한 건 풀어야지. 그래야 밤잠도 잘 오는 법이잖니."
그게 오늘 방문의 목적인 걸지. 아닐지. 두루뭉술한 말만 남겨놓은 여인이 차례를 넘기듯 술을 마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