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등 위로 무너져 내리는 도시 다들 아무것도 몰라 그저 걸어야 해 거리를 가득 매운 너희들, 아주 볼만해 너흰 벗어나지 못해, 구속돼 자유로우니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돌아오자마자 날 선 반응부터 보이는 브리엘에게 여인이 짐짓 서운한 목소리를 자아내었다. 그 말과 함께 여인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 축 쳐졌다. 니트모자가 내려앉았다기엔 어딘가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었다. 어느 동물의 일부 같이. 정말 리얼하게 움직이는 검푸른색 여우귀 한 쌍이 여인의 머리 위로 솟아있었다.
"오늘은 정말로 그냥 놀러 온 것 뿐이야. 연락에도 그렇게 보냈었잖아."
금새 서운함이 사라지고 평상시와 같은 목소리 톤으로 돌아온 여인을 따라 쳐졌던 여우 귀도 위로 쫑긋 세워졌다. 그리고 허리춤에서도 길고 탐스런 꼬리 한 가닥이 늘어져서 귀와 박자를 맞추듯 끝을 까딱거렸다. 분명 그런 치장품이겠지만 띠와 연결고리를 옷과 머리카락으로 교묘하게 가려서 마치 진짜인 듯한 모습이었다. 니트모자와 자켓으로 가리고 있던 귀와 꼬리를 드러낸 것 같다고 할까. 생긋 웃는 얼굴이 그것들과 어울려 더욱 여우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일단 잔부터 채워 볼까."
여인은 태연하게 중얼거리며 손수 럼의 병을 들었다. 남은 양을 가늠하듯이 가볍게 흔들어보고 뚜껑을 열어 두 잔을 각각 반씩 채웠다. 닫은 병을 내려놓고 한 손에 잔 하나를 들고서 브리엘을 바라보았다. 고개의 움직임을 따라 여우 귀가 살짝 뒤로 들리듯 움직였다.
"낮이니까 달리자곤 안 하겠지만. 짠 정도는 해주면 좋겠는데."
애초에 여인이 달리자고 해서 브리엘이 어울려 준다는 보장이 없건만. 그리 말하고 잔을 드는 행동이 참 뻔뻔스럽기도 했다. 의중을 따라 쫑긋살랑 움직이는 귀와 꼬리가 있으니 더욱.
하, 어이없다는 헛웃음이 얄팍한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아스타로테의 반대편 소파에 앉은 브리엘은 한쪽 다리를 꼬면서 그제서야 제대로 아스타로테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낯설기 짝이 없는 애칭을 듣는 것도, 진짜마냥 움직이는 여우 귀를 보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골려먹을 생각이 만만인 것 같은데 뻔뻔하기도 하지. 턱을 괴기에는 앉아있는 위치가 애매해서 팔짱을 낀 채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귀를 보던 브리엘은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어서 한손으로 얼굴 한편을 가리듯 감쌌다. 저건 또 뭐하자는 거야. 지금.
"그러니까 당신이랑 내가 그정도로 친했는지 묻고 싶은데. 싫다고 우겨도 당신 고집을 이길 방도가 없어서 허락한 것 뿐이지만 나는 당신이 나랑 친하다고 생각 못하겠거든."
브리엘로서는 그녀가 저런 모습으로 찾아온 게 이해가 안되는 건 지극히 당연했다. 굳이 왜 저렇게 하고 온건지 모르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치장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생동감이 있고. 그녀의 말에 대꾸해버리는 브리엘의 목소리는 역시나 여전히 어이없다는 뉘앙스가 한가득 담겨 있었고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서 다시 팔짱을 꼈다. 무감하고 차분한 얼굴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브리엘은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잠깐 바라보다가 채워진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누구랑 짠을 하는 걸 싫어해. 그러니까 그냥 마시자. 아스타로테."
이런 날에는 차라리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들이대는 사람이랑 마시는 술이 낫다고, 브리엘은 생각하며 채워진 잔을 기울여서 비워냈다. 지끈지끈하는 두통이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집은 아닌 거구나...? 먹는 멀미약은 출발 30분~1시간, 붙이는 약은 출발 4시간 전에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니까 지금 먹어봐야 부질없을 거야. 차라리 달콤한 걸 먹고, 한쪽 눈을 감고 있어봐. 멀미 가라앉을 때까지는 스마트폰 보지 말고. 멀미증상 있을 때 작은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악화된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