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어.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마시겠느냐는 물음에 제롬 역시 마시겠다고 대답했다. 여인은 이번에도 그래, 라는 짧은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부러인지 떨어진 건지. 그 때까지 머리를 덮고 있던 검은 천이 흘러내려 소파에 아무렇게나 얹어졌다. 거치적거리던게 없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는 뒷모습이 제롬의 시야에 비쳤을 터였다.
여인이 부엌으로 간 뒤 멀고도 작게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와중에 제롬의 부름이 들렸다. 집 안이 워낙 조용했기에 그걸 못 듣는 일은 없었다. 나직한 부름이 들리자 병이나 잔 따위를 달그락거리던 소리가 잠시 멈췄다. 더 말이 없자 소리가 조금 더 이어지고 곧 양 손에 온더락 글라스를 든 여인이 거실로 돌아왔다. 잔에 들은 건 얼음 몇개와 금빛 위스키였다.
잔 하나는 소파 앞 테이블에, 하나는 여인의 손에 들고 처음 그 자리에 앉아서 제롬을 곁눈으로 보았다. 평소와 달리 무심한 시선이 제롬의 불안을 부추겼을지. 아니었을지. 여인은 먼저 한모금을 마시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가볍게 팔짱을 끼듯 팔을 모으고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듣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묻지 그래."
시선만큼이나 무감정한 말투가 제법 서늘했을지도. 그러나 일부러 가시를 세웠다기보다 이런 면도 있구나 싶은 모습이었다. 보는 측에서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여인은 얼음을 녹이듯 잔을 흔들거렸다. 얼음이 잔을 스치며 달각대는 소리가 났다.
"할 말이라 하니 궁금한게 있긴 하네."
방금 생각난 듯이 중얼거리고 잔을 입가에 댔다. 말수가 적어진 만큼 한마디 한마디 간의 텀이 길어졌다. 그 길고도 짧은 시간은 제롬에게 어떤 기분이 들게 했을까. 시선을 일렁이는 위스키 표면으로 내린 여인은 그에게 관심이 있긴 한 걸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듯이 여인이 물음을 던졌다.
"여기 온 소감, 감상이라 해야 하나. 그런 거. 너 여기 처음 오잖아."
곧이 곧대로 대답할지, 여인의 물음을 계기로 다른 얘기를 끌어낼지. 그건 마음대로 하라는 것처럼 여인은 대답을 기다리기만 했다.
(페로사가 딸꾹거렸다. 그녀 옆에는 반쯤 없어진 나쵸 그릇과 듬성듬성 사라진 소스가 놓여있었고, 옆에는 텅 비어있는 안초 레예스 병이 있다. 짤깡 하고 온더락 글라스를 굴리자 유리잔 안의 초라해진 얼음조각 사이로 가니쉬로 얹혀있었던 라임 휠이 잔 안의 유백색 액체에 휘말려 빙그르르 돈다.) (앤빌 안에는 꿈결의 정적 같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몇 안 되는 손님은 테이블에서 조용히 자기 용무를 보고 있을 뿐이다. 페로사는 괴주를 한 모금 더 홀짝거리고는 나쵸를 한 조각 입안에 던져넣었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비탄의 도시의 악몽같은 검붉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그러게다. (하고 그녀는 맥락없이 한 마디 툭 던진다.)
>>866 그러게. 요리 영상을 보고 맛있는 과카몰리를 만들어먹으면 삶이 좀더 행복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긴 했는데 과카몰리는 무슨 아보카도도 하나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말야. 후추는 집에 좋은 후추가 한가득 있고 페퍼밀도 있으니 후추가 고프면 원없이 후추를 뿌려먹을 수 있지만. 과카몰리.. 그래, 이번에 코스트코를 가면 과카몰리 재료를 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