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어.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도시의 흐름에 따라 인간성을 버리고 죄책감을 버리는 이들의 군상은 다양했다. 그것은 그녀가 다시금 눈을 뜬 때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고,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이전에도 매한가지였다. 단지 지금은 조금이나마 안정화되었을 뿐일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의 말마따나 통제되어 살아가는 모형정원인 것일까,
그것이 어떤 형태를 자아내던 그녀는 묵묵히 그것을 그려나갈 뿐이었다. 현실을 투영하고, 약간의 감정을 덧대어서, '가지지 못한 것'에게 가치를 부여했다. 인정머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쳐버린 도시이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후후후... 모를 리가 있겠나요~ 죽을 때를 대비해서 드는 보험이 아닌 죽기 위해 드는 보험이라 해도, 베르셰바에선 잘나가겠네요~"
다만, 그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언제나 상기하는 것, 그녀는 이 도시에선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다. 이 도시에선 누가 죽던 대수롭지 않겠지만, 필히 사라지는 존재 또한 무수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사라져가는, 사라졌던 모든 존재들을 담아두었다. 때때로 늘어나고, 종종 줄어드는 생태계를 감시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죽건, 사라지건,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다. 전혀 로맨틱하진 않지만, 이름모를 이의 떠나간 모습은 사무칠 정도로 쓸쓸하면서도 그녀에게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고통받는 삶을 끝내던, 고통받는 삶의 연쇄를 끝던... 그녀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딱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네요..."
시니컬한 헛웃음도, 나른한 눈매와 무표정에 묻힌 알수 없는 눈빛도, 건네어진 돈을 받아드는 그녀에겐 썩 좋게 와닿진 않았다. 이제 막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았을뿐인 그녀가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 혹은 어떤 기억이 담겨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한가지 떠오르는게 있다면 베르셰바에는 온전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가 없다는 씁쓸한 결론일까,
"Si les yeux ne voient pas, le coeur ne se fend pas(보이지 않으면 가슴 아플 일도 없겠죠). 생각하시는게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건, 제가 무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약간의 고민거리는 덜어지길 바랄 뿐이랍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세상 어느 누가 오늘만 산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설령 그 말을 꺼낸다 한들 정말 내일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익숙해지는건 두렵고, 결단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더더욱 알수 없었다.
"이젠 잊어버리면 그만... 이라고 할수도 없겠네요~ 적어도 그 그림을 가지고 계시는 동안은 말이죠."
파도처럼 창문에 부딪쳐오던 거리의 소음이 잠깐 잠잠해진 때. 침대 속에서 몸을 구부정하니 웅크리며,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이대로 잠결의 강에 빠져들면 편히 잠들 수 있겠지. 마치 종이가 물속에서 녹아버리듯. 몸의 긴장이 풀려가고, 째깍이던 초침 소리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으면. 순간 벨 소리 같은, 당신의 노크 소리가 방으로 차오르듯 밀려온다. 그 때문에 다시 현실로 밀려올려져, 완전히 잠들지도, 깨지 못한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된다.
기다리는 당신 앞의 문 너머가 잠시 소란스럽다. 걸쇠가 달각이며 열리고, 이내 회색 파자마에 슬리퍼 차림인 시안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잠에 반쯤 감긴, 코발트색 바다 같은 눈동자가 당신에게 향한다. 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며 문턱에 기대어 선다. 꽉 잠겨버린 목소리로 말한다.
"대체 시간이.."
라기에는 아직 잠을 자기에 한참이나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안은 당신의 손에 들린 랩 씌워진 접시를 보며 졸린 눈을 깜빡인다.
어깨를 으쓱였다. 괴악한 생체리듬 가진 이라 이때쯤 저녁 먹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다 해서 남들이 지금 저녁 먹는 것은 아니지만 뭐 어떤가.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후레자식이라 욕하겠지만 그것 또한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당신들이 나 대신 일해줄 거야? 이 일련의 생각에는 놀랍게도 새벽 한 시에 깨워져 그라탕 눈 앞에 내밀어진 시안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후레자식이다.
"당신 생각해서 싸왔어. 들여보내줘."
뻔뻔하다.
"나 팔 아파, 빨리."
그라탕 내민 채 실실 웃었다. 예의 그 눈만 웃는 괴상한 웃음이다. 코발트색 눈과, 벌레를 닮은 초록색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