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낯선 이들을 죽이지 우린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죽이지 우린 개자식들을 존나 죽이지 여기 총이 잔뜩 있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이미 미쳐있는 도시에서 멀쩡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대한 괴담쯤은 돌 수 있는 거 아닐까. 당신이 말하는 멀쩡한 그림이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3년이나 이 도시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인형에 대한 괴담을 듣지 못한 건,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고 그 외 사적인 시간에는 밖으로 나오는 일이 손에 꼽힐만큼 드물기 짝이 없는 브리엘로서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삭히기 위해 몇번 주물렀지만 소용이 없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브리엘은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비스듬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브리엘은 언제나 그랬듯이 어차피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아닌가, 하는 생각에 전력을 끊어버린 컴퓨터처럼 관심을 끄기에 이르렀다. 장갑을 낀 손이 무기력하게 바닥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럼, 그림은 받아갈게. 꼭 미리 내 장례식에 쓸 수 있는 초상화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눈을 떴을 때 생각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길. 대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대의 말을 막는 것처럼 곧바로 브리엘의 무감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게 진짜로 대금을 지불할 생각은 100%인 모양이었다. 지갑을 들고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눈짓으로 세어보던 브리엘은 상대를 잠깐 응시했을 것이다.
"헤, 내가 뭐 여길 몇 번이나 왔다고 그러시나 바텐더. 됐어~ 가서 피울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지. 그리고 방금은 그 때를 놓쳤어. 물론~ 난 그런거 신경도 안 쓰지만. 니시시."
확실히 이 인간은 바의 단골은 아니었지. 나가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지금은 좀 특별한 경우고. 그런걸 떠나서라도 셰바에는 애당초 흡연자체를 신경쓰며 피우는 장소며 사람이며가 드문데, 이런걸 신경쓰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바깥에서 온 사람이라는 티가 난다. 말꼬리를 붙잡는듯한 페로사의 말에 로미가 실실거리며 답한다.
"모올라~ 그딴 양반~! 사람따위 알게 뭐야? 난 말야아- 바로 '이걸' 보고 그립다고 한 거라고."
노크를 하듯이 중지 마디로 케이스를 콩콩 두드렸다.
"헤헤. 별 얘기는 아냐~ 옛날에는 나도 이런 장난감 같은 걸 만들고 그랬거든. 그런 걸로 애송이들이랑 소위 '높으신 분'들의 콧대 좀 밟아주자고 생각했지. 뭐어~ 그 결과는 반반이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어. 진짜 내 인생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니깐~?"
천재는 어릴적부터 그 싹수가 보인다고 하던가. 그러고보니 로미도 옛날엔 경연대회나 올림피아드 같은 데에서 꽤나 자주 얼굴을 비췄다고 은연 중에 말했던 것도 같다. 지금 말하는 건 분명 그때의 이야기일테다. 피자가 나오자 로미도 그 냄새를 맡았는지 느슨히 빙글빙글 웃는다. 셰바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어느정도 '경계'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그녀에겐 그런것 조차도 없어보였다.
"사가는 건 상관 없는데, 배달은 안 되나? 귀찮게시리~ 생맥주라는게 여간 무거워야지. 헤, 안 그래? 나같은 약해빠진 엔지니어가 피자랑 그런 걸들고 얼마나 걸을 수 있겠어? 흐음~ 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방금 전에 말했던 드라이버가 오면 맥주도 같이 건네줘. 어차피 내 가게로 와야할테니까. 오케이? 페로사 오케이~?"
쾅. 하는 소리가 제롬의 등 뒤에서 울렸다. 순간, 제롬은 꽤나 큰 격통이 자신의 등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배려 따위는 없는 그 모습은, 그녀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겠금 만들어주었다. 평소의 그 여유있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이성이 흐려진 상태. 제롬은 눈 앞에 보이는 여인을 그렇게 단정지었다. 패닉 증상을 진정시킬 방법은... 원인이 사라지든가, 기절을 시키든가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 탓일까. 제롬이 살짝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을지도.
"벨라, 무엇을 멈출 수 없다는 거야?"
거칠게 잡아 밀어붙인 탓에, 그의 셔츠와 목깃은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였다. 날 선 목소리에도, 그의 표정은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기만 했다. 목소리는, 화났나? 아니? 오히려, 아까의 그 강압적인 목소리조차 사라지고, 다시 온화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목깃을 잡은 여인의 손목을 놔둔 채로, 그저 가만히 눈을 맞추려고 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냥. 하룻밤의 충동의 상대였을 뿐이라는 말을 하고싶어?"
두번이나 넘어갈 정도로 둔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는. 망설임을 치워버리려는 듯 아스가 하지 못 한 말을 대신 해주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의 표정은 평온하다. 아스가 예상한 반응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제롬은 악지르는 여인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갔다. 여인의 목에 팔을 두르며,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겨 꼭 끌어안으려고 했다.
"벨라. 나는 후회하지 않아.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설령 네가 내게 상처를 남겨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거야."
정처없이 튀어나오는 말들을 그대로 마주했다. 여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롬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예전부터, 그의 생각은 바뀐 적 없을지도 몰랐다.
"관계라는 건... 혼자 좋을대로 굴 수 없는 거야. 그건 너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더 설레기도 하고, 때론 그렇기에 더 아프기도 하다. 제롬은 여인을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조금 더 가까이, 몸이 맞닿을 정도로 꾸욱 안으려고 했다.
"나도 후회하기는 싫지만, 그럼에도 네 곁에 있고 싶었어. 그러다가 너 때문에 다쳐도 괜찮아."
잠시나마 곁에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부족하고, 부족한 자신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관계야말로, 그에게 있어 분에 넘치는 것이겠지. 그러니 여기에서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괜찮았다. 설령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선택해. 벨라. 내 곁에 있을 거야? 아니면, 이대로 돌아갈 거야?"
제롬은 여인의 귓가에 낮은 숨결 섞인 목소리를 속삭였다. 여인에게는 잔인한 일이었겠지만, 그는 또다시 선택을 종용했다. 방관하도록 두지 않았다. 현재의 관계에, 책임을 요구했다. 선택할 책임을. 그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인의 처절한 밑바닥마저 끌어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