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낯선 이들을 죽이지 우린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죽이지 우린 개자식들을 존나 죽이지 여기 총이 잔뜩 있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제 아무리 거대하고 단단한 둑이라도, 실금 하나에 무너져버린다. 물론 금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요 그 전에 금을 막아 무너짐을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금이 둑 전체에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찌 해 볼 틈도, 유예도 없이 균열투성이가 되어버린다면. 의도했건 아니건 그 상태의 둑을 밀어버린다면. 천년을 버틴 둑인들 버틸 수 있을까. 하물며 고작 십여년 버틴 인간의 벽 따위가.
패닉 증상. 여인의 상태는 거의 그것에 가까웠다. 몸도 정신도 단순히 흔들리는 걸 넘어 흡사 발작을 일으킨 것 같았다. 제롬이 붙잡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 뜯기라도 했을 지도. 스스로를 붙든 손이 창백하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간게 충분히 그럴 듯 해 보였다.
여인의 반응은 제롬의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한번씩 두드러지게 일어났다. 쓰다듬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토닥임에 가는 신음을 흘렸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제롬의 말대로 밀어내면 그만인 것을. 딱 한 번의 거절이면 될 것을. 족쇄라도 메인 것 마냥 움직이지 못 했다. 그런 여인이 돌연 제롬의 옷깃을 잡아챈 건 제롬이 잡화점의 문을 열기 직전이었다.
이제사 도망이라도 치려는 건가 싶었겠지만 여인이 한 건 제롬이 문을 열지 못 하게 안으로 당겼다가 그대로 밀어 닫힌 문에 등이 부딪히게 만든 것이었다. 다칠까 염려해 배려하는 순간 따위 없었다. 잠시 철문의 요란한 소리가 지나가고 신발 밑창이 바닥을 끄는 소리가 이어졌다. 난잡스런 소리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여인의 날 선 목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지금이 아니면 다신 멈출 수 없을 지도 모른단 말야...!"
여인은 두 손으로 제롬의 옷을 잡았다. 겉옷이었나. 셔츠의 목깃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닿는대로 거칠게 잡아 밀어붙였다. 지탱해주던 품이 없어지니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제롬을 밀어붙이는 걸로 버텼다. 딱 여인의 팔 만큼의 거리를 두고 고개를 숙인 여인이 절규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쉽게 선택하라고 말할 수 있는 건데...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네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선택을 종용해. 너는, 너는 그냥."
또다시 망설임이 말을 막았다.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걸. 하지 못 했다. 그저 뜯어낼 듯이 입술을 깨물고 파르르 떨다가 악을 더 지를 뿐이었다.
"어느 쪽을 골라도 결국 후회할 거야. 나는! 같은 후회를 또 하고 싶지 않아. 또,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흘려보내는게 뭐가 나빠. 방관하는게 뭐가 나쁜데. 누구라도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한 법이잖아? 남의 아픔보다 내 아픔이 더 크고, 내가 더 힘들고, 그러니까 기피하고, 외면하고, 상대가 누가 됐건 내 좋을대로 굴고 싶은데."
정처없이 튀어나오는 말들은 제롬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제롬은 이 쯤에서 어렴풋이 눈치챘을지도. 패닉의 원인이 되는 무언가가 자신이 오기 전에 있었던 걸. 어쩌면 자신이 오지 않았던 시간이 그걸 가속화 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걸 깨달았건 아니건 잡화점에는 여인의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왜 그렇게 해주지 않아. 왜, 왜냐고! 너도 네가 다치는 건 싫잖아. 눈 앞보다 나중의 후회가 더 두려울 거 아냐. 이 빌어먹을 도시, 아니, 세상 어딜 가도 후회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까! 최소한 같은 일은 겪고 싶지 않을 거 잖아. 한번 선택해버리면, 잡아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걸 너도 잘 알 거 아냐...!"
균열투성이 둑은 소리없이 무너졌다. 동시에 전부를 쏟아내고 그 뒤에 남은 건, 처절하게 드러난 한 사람의 밑바닥이었다.
이야기를 걸어오기에 그저 답을 할뿐인 지극히도 단순한 개념의 사회성, 아무리 거북한 대상이어도 그들의 이야기를 업무의 연장선으로 여기면 그만인 비지니스적 마인드, 전형적인 현대인의 양상이자 베르셰바에서의 기본적인 양식이기에 그녀는 생긋 웃어보였다. 비록 매마르다못해 감정이 제대로 스며들어는 있는지 의심이 되는 인물임엔 틀림이 없으나 그녀는 그런 상대방의 모습 또한 인정하고 있었다. 그 심도 깊은 속내야 그녀는 알 수 없고 말해주지도 않을 것 같지만, 흐릿한 시야에서 묻어나오는 비릿한 색채는 분명하게 벌어진 틈을 향하고 있었다.
지독하게도 쓴 쇠비린내였다. 마치 오래된 그라인더나 주전자에서 배어나오는 맛처럼,
"아무렴 어떨까요~ 가능한지 아닌지는 당장 생각해야 할것도 아닌걸요~"
어쩌면 생각할 필요도 없으려나, 종장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셈이었다.
나른한 표정, 가라앉은 잔잔한 목소리,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언행... 캔버스에서 눈을 떼자 그 모든 것이 뒤늦게 시야에 들어찼다. ...역시 그림보단 실물이 더 나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후후후... 그런 말은 좀 자주 듣긴 하죠~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요~"
물론 도중에 끊긴듯한 말과 그림을 보던 시선이 자신에게로 이어지는 상대방의 반응에 그녀 역시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것이 드러나진 않은채 그저 웃어만보일 뿐이었다.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대화의 문맥에 따라 대충 짐작을 할 정도의 추리력은 있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마치 별일 아니라는양 농담을 덧댈 수 있던 걸까,
"그도 그럴게 한가한 시간에 커피를 들고서 길거리를 돌아다니시는 정도라면 또렷한 정신이기보단 잠시 쉬어가려고 하셨던거라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그렇게까지 먼 거리도 아니니 진한 커피향은 금방 티가 나구요?"
참으로 태연한 반응이었다. 당황하는 구석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받아치니 더 그렇게 느껴지려나,
"무엇을 생각하시던...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되는 일인걸요? 저에 대해선 깊게 따지고들 필요도 없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처럼요..."
한층 더 가느다란 시선으로, 그녀는 자신을 의심하듯 찌푸려진 눈길로 주시하는 여인에게 알수 없는 웃음만 비출 뿐이었다.
"너무 단정짓는 거 아냐~? 나라도 폭발화기 외 전술병기들도 관심있어 한다구. 근데 이왕 쓰는 거 더 재밌게 하는 편이 좋잖아~ 번쩍이는 섬광에 귀를 찢는 폭음! 그러니, 여기선 당연히 후자를 고르겠지만 말야. 그리고 세상에 폭발하는 곤충 로봇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난 그게 더 괴담이라고 생각하는데. 헤헤, 아~ 근데 여기 실내흡연은 안 되지? 술 마시니까 또 갑자기 당기네."
그러면서 머리를 긁적이더니 아쉬운대로 술이나 들이킨다.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에선 주인장이 궐련을 뻐끔거리고 있는 걸 심심치 않게 목격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의 왕국에서만. 로미가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는 거기에도 있었다.
"헤헤헤... 뭐, 이상한 일은 아니지. 존 브라우닝, 유진 스토너, 새뮤얼 콜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개스통 글록... 이게 대체 다 무슨 이름인데? 바로 이 땅에 납탄과 제식병기라는 이름의 죽음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와도 같은 천사들의 이름이잖아~? 페로사에서 만든게 다시 페로사의 손에 쥐어진다고 해서 딱히 경사로울 일도 없다는 거지!"
그런 것 치고는 먼저 웃은 쪽은 그쪽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로미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거기에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로미의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난기류와도 같다. 거스르려 하면 안 된다. 그것을 탈 줄 알아야지. 그런 의미에서라도 난데모 메카니컬 상점의 주고객이라는 사람들은 숙련된 폭격기 파일럿과도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로미와 케이스 안에 들은 물건을 확인한다. 그러자...
"헤~ 셰바에 이런게 돌아다니고 있었을 줄이야..."
그녀의 눈이 드물게도 동그랗게 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어쩐지 그리운데'라고 중얼거리며 케이스를 도로 닫고는 무슨 베게를 끌어안는 것처럼 케이스를 제 품에 가져와선 그 위에 올린 팔을 움직이며 말하기 시작한다.
"~좋아, 그럼 이건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이. 의뢰도 받겠어. 그럼 여기서부턴 주의사항~ 나중에 '리아나'라고 드라이버가 오면... 아니, 됐다! 그냥 누가 봐도 한 성깔 하게 생긴 여자애가 올 거야! 딱히 도장깨기 같은 걸 하러 온 건 아니니까, 걔랑 같이 총 싣는 거만 좀 도와줘~ 보기보다 요조숙녀셔서 낑낑댈 것 같거든. ~설마 부품 몇 개를 빼먹어서 작업이 지연되거나 실사용 도중 총열이 터지는 사태를 원하지는 않겠지? 가만, 생각해보니까 조금 재밌겠는데?"
그러면서 갑자기 저 혼자 진지한 얼굴로 변해서는 턱을 만지작 거리는데, 물건을 맡기는 입장에선 이 얼굴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다.
브리엘은 상대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지끈거리는 두통에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목과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을 천천히 누르면서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눴던 모든 이야기들이 의미가 없어질만큼 지금은 다른 쪽에 시선이 갔다.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찍혀있는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것이다.
"자주 듣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까."
자신을 보며 웃어보이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브리엘은 이내 천천히 손을 떼어내고 그대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가능한 이야기던가. 베르셰바를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되지만. 게다가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상대의 모습에 쉽게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브리엘은 그 모든 의문과 궁금증을 거둬버렸다. 왜, 내가 관심을 가져야하지.
"아, 그래?"
방금 보였던 반응이나 뉘앙스가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브리엘은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머리를 쓸어올리던 머리카락을 타고 장갑을 낀 손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어깨를 으쓱여보이는 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변덕스럽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모르겠다.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묻는 건 의미없을테고.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림을 그려줬으니까 뭔가 바라는 거라도 있어? 역시 그림을 그려준 댓가는 현금으로 주는 게 좋겠지? 가져갈 생각은 없지만."
제롬주 맛저해. 중세시대 흡혈귀라. 중세시대. 시대적으로 보면 브리엘은 마녀라고 취급받기 딱 좋겠네. 어느 한 도시의 유일한 의사 집안의 딸. 거기에 안타깝게도 어릴때 흡혈귀에게 물려서 흡혈귀가 되어버리고 집을 나와서 혼자 지내고 있다는 걸 끼얹으면 꽤 맵싸한 이야기의 흐름이 되지. 흡혈귀지만 흡혈귀를 치료하려고 하는 마녀(의사)라고 할까.
>>606 힝구, 인질을 잡다니. 뭐 대충 그거지~ 원래는 제 심복 늘리느라 혈안이 된 악질 흡혈귀였지만 어떤 인간을 만나고 갱생했다가 본의 아니게 흡혈귀랑 함께하는 인간이라는 누명을 씌워버려서 그 사람이 죽고나서 밀려오는 죄책감을 참회하기 위해~ 하지만 아직까지 본성은 버리지 못했고~ 그걸 기도로 억누르는 느낌일까~? 동시에 인간이라는 유약한 존재가 못내 사랑스럽기도한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