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낯선 이들을 죽이지 우린 일면식도 없는 놈들을 죽이지 우린 개자식들을 존나 죽이지 여기 총이 잔뜩 있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 날도, 오늘도, 여인은 비겁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여인은 별다른 말 없이 미소만 유지했다. 기만자의 미덕을 두루 갖춘 여인에게 가면을 유지하는 일 쯤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제롬은 여인을 벨라 라고 불렀다. 답을 내주지 않는 여인 대신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인은 그리 불렸으니 부름에 따를 뿐이었다. 제 손을 얹었던 제롬의 손길을 따라 몸을 더 가까이 하고. 다가오는 이마를 그대로 맞대었다. 조금은 열이 느껴졌을까. 저 눈빛 속에 일렁이는 열기처럼.
"다음이 있을 것처럼 말하네."
키득. 웃음 섞어 중얼거린 말은 대체 무슨 의미였을지. 여인은 그 한마디만 내놓고 제롬과 같이 고개를 살짝 뒤로 물렀다. 가늘게 뜬 눈이 어쩐지 흘겨보는 것 같았을지도.
그 뒤에 들은 일의 진상은 생각보다 별 거 없었다. 레스터라는 사람 한 명 때문에 일이 단숨에 꼬여버렸다. 라는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제롬의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일을 대비한 추가 조사는 해두는게 좋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기울였던 고개를 바로 세운 여인이 말했다.
"얘기 잘 들었어. 어쩐지 네가 하는 일 치고 어설프다 했지. 음. 일단 말해두겠지만. 나는 레스터에 대해서 조사할거고 그걸 필로에게 넘겨줄 거야. 내가 부탁 받은 건 네 주변의 만만한 인물을 찾아달란 거 였으니까. 원흉이나 다름 없는 인물이라면 충분하겠지. 그 다음은 너나 레스터가 알아서 잘 해야 할 부분이고."
여인은 어설프게 둘 사이에서 둘을 중재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부탁에 대한 걸 얘기한 걸로 중재 비슷한게 됐을 지도 모르지만. 직접 간섭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말한 대로 여인이 별도의 조사를 더한 자료를 피피에게 넘겨주어 부탁을 완료하는 걸로 아마 여인의 역할은 끝일 테지.
싱긋. 늘 짓는 미소를 지으며 여인이 먼저 깍지 끼운 손을 빼내었다. 그리고 몸을 슬쩍 뒤로 빼내는 행동이 그대로 떨어질 듯 보였지만. 단지 아주 약간의 사이만 생겼을 뿐이었다. 여인은 여전히 제롬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 속에 여인의 입술이 나긋하게 움직였다.
"대답 잘 해줬는데 상이 없으면 서운하겠지. 어쩜. 이런 날만 잘도 골라서 오는지."
가느다란 웃음을 흘린 여인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먼저 여인의 머리를 덮은 천 아래, 목 뒤를 더듬거리더니 뭔가 잠금 풀리는 소리가 나며 옷의 일부가 벗겨졌다. 그걸 옆에 툭 내려놓고 허리 부근도 만지작거리자 지익 짧게 지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치마가 아래로 떨어졌다. 새로이 나타난 목깃을 조금 손보자 그 아래 깊게 파인 넥라인으로 인해 속살이 비쳤다. 답답할만큼 길었던 치마 대신 딱 붙는 미니스커트와 검은 밴드스타킹으로 바뀌었다. 약간 드러난 허벅지엔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검은 가터의 끈이 팽팽히 둘러져 있었다.
단숨에 옷도 분위기도 바뀐 여인이 마무리 하듯 천 사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깔끔히 드러난 귀의 귓볼에서 십자 장식이 달린 귀걸이가 반짝거렸다. 그 날 제롬이 주고 간 그것이었다.
"설마 보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운이 좋네. 제제."
옷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쓰고 있는 머리 위 천 때문에 수녀의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기묘한 조합이었다. 여인은 짖궂게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뻗어 제롬의 목을 감쌌다. 짐짓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고기를 돈도 안 받고 서비스로 주는 건 고기에 대한 모독이라구. 돈이 아깝진 않을 테니 걱정마." 페로사에겐 그런 묘한 신념이 있었다. 아무튼, 그녀는 주문서에 어떤 글자를 휘갈겨적고는 서버를 불러서 주문서를 쥐어주었다. 서버는 지체없이 주문서를 가지고 비스트로로 향했다.
"뭐 그래 기왕 사가는 거 맥주도 여기서- 직원? 뭐야, 새로 고용했어?" 그러나 페로사는 널부러진 기계들과 무기들을 더러 로미가 직원이라고 지칭했을 거라고 추정할 만큼이나 감수성이 예민하지는 못한 사람이었고, 직원 없는 상점에 직원이 생겼다면 당연히 꺼낼 만한 질문이 날아왔을 뿐이다. 로미에게 다행인 점은 이 페로사라는 바텐더는 남이 이야기해주는 개인사 이외를 더 파고드는 일은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그러니 로미가 더 이상 캐묻지 말라고 언질을 주거나 대충 그런 일이 생겼어~ 하고 얼버무리면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것이다.
"아, 그냥 LP판이구만.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나 보네." 페로사는 LP판을 받아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 망할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별 이상한 물건이 다 있어서 말이지." 그리고는 주크박스의 음악을 끄고, 다시 덥석 LP판을 가져가려는 로미와 "에이 기왕 준 선물인데 한번 들어는 봐야지~" 하고 씨름을 한 다음에 간신히 LP판을 빼내어서는 주크박스에 내장된 턴테이블에 로미가 선물한 LP판을 올려놓았다. 다행히 LP판 옆에 낡아빠진 매뉴얼이 적힌 스티커가 떨어져나가지 않고 남아있었던 덕에, 페로사는 약간의 헤맴만으로 별탈없이 LP판을 무사히 재생할 수 있었다.
"좋아, 선물 고마워." 시작부터 깔리는 느긋하고 기분좋은 선율. 평소 페로사가 바에 트는 노래와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페로사는 이 선율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런 플레이리스트도 좀 찾아봐야겠네. 내 알고리즘은 속도감있는 노래에 치우친 것 같아서 이런 걸 접할 기회가 잘 없거든. 자, 그래서-"
페로사는 비어있는 두 개의 글라스를 치웠다. "한잔 할래, 아니면 사업 이야기 할래, 아니면 둘 다?"
>>50 그러나 의외로 저런 데에 쑥맥인 페로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데이트룩(그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고 있는 상태)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니면 해변 이벤트를 노려보거나... 아스타로테가 도와주거나. (최근에 아스타로테의 뼈를 힘조절 안하고 때려버린지라 도와줄지는 몰?루)
제롬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제 말을 끊는 피피를 흘긋 바라보았다. 정 주지 말라는 소리가 이렇게 즐겁게 들리는 적은 처음이다. 그래, 내가 괜한 짓을 했지. 널 친구로 만들고 싶어서 별 짓을 다 해봤는데, 네 말마따나 정을 주는건 불가능한 일인가보다.
"그래. 잘 가, 피피."
취기가 도는지 제롬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소파의 등받이가 살짝 높은지 목을 받쳐주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만으로 피피의 움직임을 추측했다. 발걸음 소리. 음, 문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난 소리는 다이얼을 해제하는 소리. 버튼이 눌리고, 경쾌한 음이 난다. 마지막은,
철컥.
키득키득키득.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롬은 품 속을 뒤졌다. 서늘한 금속 재질의 프레임이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레 품에서 금속 물건을 꺼내 한 손으로 쥐었다. 하하, 바보같은 피피. 잠금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있는 이유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으려는게 아니었는데. 불쌍한 피피. 그러게 내가 말했지? 상처받은 짐승의 굴 속으로 들어오는 건, 물릴 각오를 해야 할 거라고.
"아, 어떡하지 피피? 이곳은 내 굴이야. 들어오는 것도 내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나갈 때도 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지."
고개를 다시 내려 피피를 보는 제롬의 표정에는 광인의 웃음이 새겨져있다. 그의 본성은 원래 뒤틀려있다. 그것을 억누르고, 너를 친우로 대하려고 했건만. 너는 끝끝내 내가 준 기회를 차버렸다.
"자, 다시 이리와서 앉아 '친구'.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고."
그의 손에는 38구경 리볼버가 들려있다. 피피를 향해 겨누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일부러 총을 흔들어보이며 무언의 위협을 가했다. 자기 뜻에 따르지 않으면, 그 총구가 누구에게 향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