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길 잃은 셰바의 천사는 여태껏 디뎌본 적 없는 곳에 발을 디뎠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옆을 함께 걸어가 줄 사람이 있었고, 발걸음이 서툴 때 들어안아줄 사람이 있었고, 얼마든지 끌어안도록 목덜미를 내어줄 사람도 있었고, 함께 봄을 맞이할 사람도, 밤을 맞이할 사람도 있었다. 미카엘이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감싸쥘 때, 그녀는 굽 높은 구두를 침대 아래로 덜컥 던져버리고는 손을 뻗어서 미카엘의 가면을 상냥하게 거머쥐고 거칠게 뜯어내듯이 벗겨버렸다. 매듭이 툭 풀리며 가면이 침대 한켠으로 덜컥 굴러떨어진다. 이제 그녀와 미카엘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는 옷 몇 벌뿐이었다.
미카엘이 주문 을 건네듯 나직이 청했을 때, 페로사가 내놓은 첫 번째 대답은 입맞춤이었다. 체온이 달아올랐기 때문일까 그녀가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시트러스 향과 데킬라 냄새가 더욱 진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까의 흡연장에서보다 더 분명한 날것 그대로의 욕망이 그녀의 입맞춤에 담겨 있었다. 한 차례 숨을 고를 때,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하늘이 갖고 싶어." 하며 그녀는 미카엘의 코트의 여밈을 풀어서는 내던졌다. 옷가지가 방바닥에 풀썩 떨어지는 소리가 왜 이렇게 분명하게 들리는 건지. "이 곳의 것처럼 붉을 필요도, 저 밖의 것처럼 크고 높을 필요도 없어. 나 한 사람을 위해선 그건 너무 크잖아." 하며, 그녀는 미카엘의 목을 갑갑하게 조이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주려 했다. "내가 원하는 건 딱 이만큼이야."
언젠가는 정답게, 언젠가는 살갑게 에만의 말을 받아주었던 목소리가 미카엘에게는 네 안의 무언가를 부수고 싶다고, 네 안의 무언가를 자신에게 묶어버리고 싶다고 나직이 속삭여왔다. 그녀의 포옹은 미카엘이 겪어왔던 어떤 품보다 거칠면서도 상냥했다. 미카엘의 반응이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무심결에 손톱이나 이빨을 세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의 목덜미나 어깨 언저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녀가 미카엘에게 따라주었던 그 어떤 잔보다도 쓰고도 달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아직은 불확실하고 아직은 불완전한 이 관계가 그러나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탓에, 미카엘의 등을 꼭 안아주었을 뿐이다. 그 숨결은 짐승같은데, 끌어안는 손길은 너무도 다정했다.
그날 밤, 그녀는 그 아이를 앓았고, 그 아이는 그녀에게 한가득 취했다.
두 사람만의 조그만 연회가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고 얼마나 흘렀을까. 창문 밖의 시간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보니 이 오피스텔은 창문이 작게 지어져 있었고, 거기에 페로사가 거주민 옵션으로 창문에 방탄패널을 붙이고 홀로그램 스크린을 붙여놓은 덕에 창밖의 풍경이 현재 시간을 반영하고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홀로그램 스크린이, 커튼 너머로 셰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검푸른 하늘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것이 미카엘의 눈에는 조금 낯설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페로사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규칙적인 숨결에 맞춰 그녀의 토르소가 오르내리고 있었고, 미카엘의 머리를 그녀의 팔이 받치고 있었다. 민소매 나시티를 입고 있었기에, 근육투성이에 흉터투성이라 어쩌면 흉측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팔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생각해보면 페로사가 팔꿈치 위로 셔츠 소매를 걷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그저 셔츠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올리기 힘들어서였을 뿐이지만, 그래서 그녀의 오른쪽 상박의 맨살을 보는 일은 드문 것이었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는 아름다운 성당의 풍경과 성경의 경구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첨탑 꼭대기에는 불로 지져 만든 것 같은 해골 낙인이 있었으며, 또 그 위에는 가시 면류관 문신이 있었다. 그녀의 몸은 온통 근육질이었고, 셀 수 없는 상처들로 뒤덮여 있었다. 거친 굴곡이 가득해 여성미를 찾아보기 힘든 체격. 등에는 새로 생긴 상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평온히 잠들어있는 것일까. 눈썹이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다. 잠에서 깨려는 것일지 바라보면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니나, 다만 입으로 무언가를 소리없이 달싹이고 있다. 가지 마.그 아이를 데려가지 마. 차라리 나를 죽여. 그렇게 썩 좋은 꿈자리는 아닌지 그녀의 눈가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게 또륵 새어나와 굴러내린다.
# 수평선 아래는 시점을 넘기고 싶을 때 답레 소재로 사용해주기를 바람 ☞☜ 시간대는 자유다 하늘이 조금씩 푸른 끼가 돌 때부터 아침놀이 뜰 때까지의 시간대 중에 좋을 대로 정하면 돼 # 페로사가 잠든 새에 슬쩍 가려고 하면 페로사가 어디가냐 하고 붙잡습니다
무야호~ 유야호~ 피피주는 아직도 일상을 구하고 있던 중인가,. 음. 페퍼의 시점에서 글을 쓰려구 했는데 너무 분열적이어서 저 자신도 분열적이게 될거같아요. 마성의 남자 페퍼! 여하간에, 이제는 우리가 조굼 더 포근해질 시간입니다. 피피와 페퍼의 매일 새롭고 즐거운 동거 라이프를 그리는 일상을 해보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남성이 제롬을 훑어보고 간 건 스쳐가는 일순간이었기 때문에 여인은 눈치 채지 못 한 듯 했다. 돌아보는 제롬을 보며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행동이 그래보였을테니. 그러나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다가 질문이 돌아오고서야 짤막하게 알려주었다.
"아. 넌 처음 보려나. 간부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야. 지나가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든?"
들리는 건 없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제 옆으로 온 제롬을 보았다.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이 안색을 살피는 듯 했다. 되돌아보면 올 때마다 피곤하거나 바쁘거나 둘 중 하나였을테니. 여인은 제롬의 얼굴을 보고 제롬의 시선은 여인의 차림새로 향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데 시선이 맞지 않았다. 여인은 눈매를 조용히 접어 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느긋하게 쉬었다가 가."
가까이 오려는 제롬에게 살짝 기대듯 몸을 기울인 여인은 그리 중얼거리며 제롬의 포옹에 호응해주었다. 인사의 의미가 담긴 포옹은 무척이나 가볍고 짧았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겠지. 무엇이 다른지 모른 채로 시간을 흘러갈 터였다. 이전처럼. 오늘도.
인사를 나눈 뒤 여인이 몸을 조금 틀어 제롬 쪽으로 향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비스듬히 마주 보는 자세라고 할까. 약간의 움직임을 타고 치마자락 쓸리는 소리가 나며 머리에 덮인 천이 살랑거렸다. 어깨에 덮인 케이프 비슷한 부분을 빼면 온통 검은색의 수수한 옷이 이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기묘하게도 여인과는 잘 어울렸다. 그것을 알 듯 다시금 정갈한 자세를 취한 여인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이거, 가끔은 이런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해서 입어봤지. 어때?"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순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모습만 보면 갈 곳을 잘못 찾아온 수녀로 착각하기에 충분해보였다. 어쩌면 장소와의 괴리감이 다른 분위기를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