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78loft St. Hansboro, North dakota, U.S
(F/y/oa672A)
2022-01-17 (모두 수고..) 18:14:08
그것은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
기억하기 싫지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어느 낡은 바. 새벽녘이 밝아옴에 따라 햇살이 창을 들쑤신다. 창에 성에가 껴있다. 엄청난 일교차 때문에, 주인장은 커다란 털달린 외투와 모포를 뒤집어 쓴채 방금 내린 커피의 머그잔을 들고도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간밤에 쏟아진, 거의 허리까지 오는 눈이 가게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간신히 사람 한 명 걸어다닐 정도의 길만이 자그맣게 나있을 뿐이다.
천장의 실링팬은 반쯤 부숴져있고, 왁스칠이 되다 만 나무 바닥은 심히 삐걱거린다. 바 위편에 걸린 조그마한 브라운관 TV만이, 지금이 21세기라는 사실을 미약하게 드러낸다.
주인장은 흰 숨결을 내뱉고 오두방정을 떨며 난롯가에 앉았지만, 바에 앉은 단 한 사람, 코셔 레이크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그저 버본을 마실 뿐이었다. 그는 포크파이햇과 선글라스, 따뜻해뵈는 무스탕 자켓을 입었다.
"…계속해서 속보입니다. 일명 '물체 D'라고 알려진, 중독성과 의존성이 매우 강한 마약을 대량으로 유통하던 일당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은 끈질기게 이들의 유통망을 추적했고, 이 마약을 제조한 자의 정체도 밝혀졌습니다. 그는 '슈뢰딩거'라고 알려진 30대 남성으로…" 아나운서는 허둥대는 태도로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이름은 코셔 레이크입니다. 그의 일당은 메사추세츠, 특히 보스턴 근방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현재 경찰은 그를 공개수배중에 있으며, 제보자에게는 300,000 달러가 주어진다고…"
세상의 모두가 그를 알고있다. 그는 소리없이 떨고 있었다. 도망쳐온 곳에 낙원은 없다, 고 누가 그랬던가. 그 말이 틀림없이 맞았다. 이곳은 노스다코타의 산골짜기. 허름한 오두막집. 그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극히 적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 그는 매우 불안해보였어요. 하지만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곤 전혀 생각도…" "그저 화학을 사랑하고 연구에 전념하던 한 명의 연구자에 불과했는데…" 결국 그는 지난 날의 과거를 모두 던져버리고 도망치듯이 이곳으로 왔다. 막대한 재산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사용하지는 못한다. 돈이 묻힌 곳은 그 자신만이 알고있다. 이젠 더 이상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춥지도 않소, 카우보이 양반?" 발발 떨던 주인장이, 적적했는지 먼저 말을 건다. 오랜 침묵의 끝이었다. 바에 앉은 남자는,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침묵으로 답한다. "쳇, 재미없군."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오?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수?" 그러나 끈질긴 주인장이 귀찮아진 그는 대충 얼버무린다. "뭐…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주인장은 그제야 말문을 연 그를 환대한다. "그래, 과연. 고민없는 사람은 절대 안 그러거든. 내가 말야…"
딸랑―
누군가 왔다. 손님이다. 더벅머리에 제멋대로 기른 수염. 거의 노숙자나 진배없는 몰골이다. "어서오쇼." 주점 안은 제법 넓었다. 바도 있었지만, 창가쪽 자리도, 양 옆으로 놓인 안쪽 자리도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텅텅 빈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코셔의 바로 옆으로 앉는다.
"…'슈뢰딩거'가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요?" "모른다고요, 몰라요. 그런 싸이코, 괴물 따위는! 연락 끊긴지 오래니까 그리 아쇼!" 쾅, 하고 문이 닫힌다. TV속 화면에 비춘 모습. 그는 코셔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중 하나인 킴이다. 마침 뉴스에서도 그걸 설명하던 차였다. 코셔는 씁쓸하게 잔을 비웠다.
"내가 저 양반이었다면, 난 자살했을거야, 응. 생각해봐. 얼마나 외로워?" 방금 막 들어온 노숙자는 그렇게 말하며 괜히 의미없이 시시덕거렸다. "친구 하나 없이 버림받은 인생 따위, 아무 의미도 없지."
"그러는 댁은 뭐." 주인장이 잽싸게 받아쳤다. "이 산골짜기에 갇혀서는 여기 출근하는 게 일이면서. 반기는 이라곤 아무도 없구 말야."
"거 단골에게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오, 응?" 노숙자는 옆에 있던 코셔 쪽을 바라본다. "형씨도 그렇게 생각 안해요? 이게 할 소리냐 그거야."
"…" 코셔는 그저 침묵으로 응할 뿐이었다. 공연히 고개를 돌리면서. "…흐음." 노숙자는 그런 코셔를 관찰하듯 빤히 바라본다.
검은 머리칼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있고, 젊은 사람 치고는 흰 머리가 제법 많았다. 30대 초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외견. 겉으로 뵈는 자잘한 흉터가 많다. 특히 목이며, 옷가지 너머로 보이는 가슴께에는 마구 파헤쳐진듯한 상처. 제법 단련된 몸매. 체구가 매우 크다. 분명 저 주먹 한 방이면 처량하고 추레한 이 노숙자는 뼈다귀 서너개는 부러지겠지. "형씨, 여기 온지 얼마나 됐나?" 노숙자가 물었다. 코셔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주인장이 대신 답한다. "아암. 선생님께선 한달쯤 전에 오셨지. 요양차 눌러앉는다나. 젊으신데 말이야."
"흐음, 요양이란 말이지." 노숙자는 다시 한번 그를 관찰한다. 이번에는 그 또한 노숙자와 눈을 마주한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뭘 보나?" 먼저 말문을 튼 것은 코셔 쪽이었다. "아아니, 뭐." "형씨, 제법 덩치가 크네." 노숙자가 말한다. 약간의 장난기가 어려있지만, 여남은 것에는 호기심, 그리고 경멸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주로 정장에 포크파이 햇을 쓰고…" "신장은 약 2m 20cm입니다. 다부진 체격에…" 아나운서가 또 다시 지껄인다. 주인장은 공연히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 "있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런 면이 있어. 괴팍한 면이 말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여기 단골이 되면 좋겠군…! 앞으로 얼굴 자주 보자고. 하하!" 노숙자는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꾼다. 화색이 된 그는 부러 입을 쭉 찢고 바를 두드리며 친한 체를 한다. "…그러자고." 코셔는 희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제는 몇 방울뿐이 안 남은 버본을 잔에 따라 단숨에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