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눈 앞이 어두워지는군... 부탁한다." "이곳을 너희의 거처로 삼겠다면 나와 부하들을 뒷뜰에 묻어줘." "우리 46명 다같이. 한 무덤에. 모두." "너네 진짜 개 많이 파야 할거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앤빌의 무대가 열렸다는 소문만 나도 지원자는 꽤 있지 않을까. 없으면 내가 또 무대 서줄 수도 있는데."
이마를 닦을 정도로 분주하던 페로사의 말에 여인의 장난기 어린 말이 키득대며 돌아갔다. 확실히 첫 개시를 그리 화려하게 해버리면 오히려 그 뒤가 부담스러운 법이었다. 그래도 페로사를, 앤빌을 생각하면 분명 여인보다 훨씬 나은 디바다운 디바를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즉석에서 꾸며 낸 가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짜를 데려오리라고.
노래를 부르는 사이 들어온 주문 때문인지 여인에게 주겠다던 두번째 잔은 여인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서야 나왔다. 새빨갛게 물든 리큐르 글라스에 스포이드가 무언가를 한방울 똑 떨구는 걸 여인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잔을 귀로는 페로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뜨다가도 금새 키득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보이는 것, 해주는 말 만으로 판단하는 네 덕분에 늘 여기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지. 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니까."
자신이 선을 긋지 않아도 상대가 선을 그으면 그것은 훌륭한 경계선이 되었다. 여인에겐 페로사도 마찬가지였다. 배려라는 이름의 위선을 긋고 단지 그 너머에 있을 뿐인. 오늘도 그러리라 여겼다. '너'는 여지껏 그 선을 지켜왔으니까.
"오. 롯시. 난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위해서라고 말했는 걸. 너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너 역시 포함인거야. 젊음은 몰라도 아름다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니까. 네 겨울도 분명 그렇다고 대답한다에 내 눈 하나라도 걸지."
그런 대화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언제나와 같이 능청을 떠는 '나'와 적당한 반응을 담은 대꾸를 돌려주는 '너'로써 이 자리는 언제까지고 성립할 거라고. 안일한 생각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뚫리기 마련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건만.
"이건 또, 화끈한 걸 내줬네."
어느새 앞에 놓인 잔을 보고 여인이 중얼거렸다. 선금이라는 이름의 암살 시도냐는 농담이 뒤를 이었다. 여인은 마로 마시지 않고 잠시 잔의 표면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곱게 칠한 다크블루의 네일이 글라스의 붉은 색을 만나 새까맣게 물드는 걸 지그시 바라보다가, 짧게 내뱉으며 잔을 들었다.
"사업이라는 말로 포장을 해야 할 만큼 그리 재밌는 일이 아닌 건 확실하지."
대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 싶지 않을까. 하지만 페로사에게는 익숙했을 터였다. 여인은 페로사의 표현처럼 지구 일흔일곱바퀴는 돌려가며 말을 하곤 했으니까. 특히 자신에 대한 것은. 여인은 잔에 든 붉은 칵테일을 사약이라도 받듯 단번에 들이켰다. 맛과 향이 파도처럼 입 안으로 흘러들어와 물이 빠지듯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안색 한끗 변하지 않고 잔을 비운 뒤 코스터에 올려 옆으로 살짝 밀어놓았다. 그리고 잠시간 술의 여운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눈은 감았지만 어째서인지 입은 움직였다.
"나는 감히 네 감정에 이름을 붙였지만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여즉 갈피를 못 잡고 있어. 하룻밤의 충동으로 어영부영 이어지는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롯시. 그거 아니. 내가 가진 두려움은 언제나 경험하지 못 한 것보다 이미 경험한 것에서 더 크게 흘러나와. 알고 있으니까. 그르쳤을 때의 뒷일을."
금 간 둑에서 물 새듯 줄줄 나오는 말들은 두서없어 보이면서도 그 속이 어렴풋하게 비추었다. 전체는 보기 어려워도 단편은 보기 쉬운 법이었다. 그것을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잡아내느냐는 페로사에게 달려 있었을 뿐. 여인은 천천히 숨을 쉬며 눈을 떴다. 아래를 향하던 시선이 슥 올라가 페로사를 마주하자 그새 초승달처럼 휘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좀 전 같지 않게 엷은 그늘이 드리운 그 표정 역시 가면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