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와 한 밤의 꿈 깨지 않게 춤추고 싶어 인간다운 일을 강요받아도 굳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아 달이 아름다운 밤만이 올바르다 느끼고 있으니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미카엘은 자신을 향한 시선을 가만히 마주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니. 작게 웃으며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눈가부터 시작된 선홍빛 번짐이 뺨을 흐리게 물들였다. 잠시 뭔가 말하고 싶은데 부끄러운 듯 입술을 오물대다 톡톡 뱉었다. "정말 옛날 취향인 사람이라서 많이 힘들었지만.. 네가 보기에 어울린다면 기쁠 거야." 그래, 짧은 응석을 부렸다. 순전히 옷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니 지금 이 말을 하는 동안만 고약한 취향을 용서해 주기로 했다.
미카엘은 쑥스러움을 감추듯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잠들었을 때 꼬아보던 머리카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마주 보고 있고,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 움직이지 않던 당신이 이렇게 움직여주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흔히들 말하는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자리를 비운 셰프, 조용한 바, 손님은 없고 단둘이라니. 더군다나 미카엘은 차려입기까지 했다! 내가 겪는 게 아닌데도 얼굴이 화끈거리며 쿠션을 끌어안고 발만 꼼질댈 수밖에 없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상상만 하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지만 마냥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야 관전하는 입장이 아니니까. 결국 마주해야 할 문제였고, 어느 한쪽의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는 안 됐지만. 그렇지만 세상이 언제 준비를 하게 내버려 뒀나? 이건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응." 짧은 답을 뒤로 뺨에 닿는 온기에 부러 더 말갛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표정은 사그라들었다. 휘었던 눈은 다시금 고양이처럼 끝이 살짝 올라가고, 다물린 입술은 호선을 긋지 않는다. 평소와 같이 표정이 없을 뿐인데, 왜 오늘은 위태로웠을까. 눈썹이 여덟 팔 자를 그린다. 마주치던 눈을 좌측 하단으로 피하며 입술을 앙 다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응. 불안해. 겪어보지 않은 일은 늘 무서우니까."
천천히 벌어진 입술은 몇 번 뻐끔거린다. 목소리는 숨 때문에 끝이 가늘어지던 전과 다르게 이젠 기어가는 듯 작아진다. 두렵다. 특히 이 도시에서는 더욱 불안했다. 서로 모르기 때문에 갖는 막막함도 있다. 여기는 동화 속 세계가 아니니까.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당신의 쓴웃음 뒤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어딘가 모자라고, 다르다. 동떨어진 족속이다. 서로 많은 걸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꼭 책 같은 일이다. 펼쳐보면 많은 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단편적인 것만 알게 되지 깊숙한 속내는 모르니까. 참 불안하고 신뢰 없는 소중함이구나 싶었다. 방향을 알지 못하는 불신. 그래서 불안하다 생각했다.
"..그렇구나."
당신의 입에서 흐르고 흘러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찼다. 불현듯 견디기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왜지? 바라고 바라던 건데. 도저히 이 마음을 모르겠다. 속이 어지러웠다. 그러니까, 과분한 걸까? 아마 그럴지도 몰라. 사소하고도 하루를 근사하게 보낼 수 있는 방향을 바라본다. 여전히 거북하다. 어째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하루고, 이틀이고. 몇 날 몇 달, 몇 년을 기다렸고 꿈꾸던 것인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꺼낼 수 없다. 안으로 깊게 도망가서 빗장을 걸어 잠근 아이를 꺼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용기가 없으니까. 나는 막연히 홀로 견딜 것이라 생각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당연하게 나는 하지 못하니까 막연하게 포기했던 건데. 소중한 것을 가진다면, 그건 아주 무서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의 약점이 되거나, 약점을 갖는 일만큼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이미 잃어버리고 다시는 갖지 않겠다 빗장을 걸었던 것인데. 잃어버려서 찾을 자격도 없다 생각했는데.
아, 나쁜 사람.
또다시 뛰는 이 생명을 어떻게 잊을까. 온기를 알고 다시 꺼내려 드는데 어떻게 거절할까. 선을 거쳐가고 언젠가 흐리게 사라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잖아. 선명한 심장 고동에 손이 바르르 떨렸다. 차라리 목줄을 채워버리려고 했는데. 안 될 거야.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미처 모르던 사이에 겨울 색 눈동자에 투명하게 물이 고였다. 눈을 깜빡이기 전에 그 무게 있는 것이 뺨을 흐르지도 않고 순식간에 떨어졌다. 제롬과 대화했을 때보다 더 무거운 것이 순식간에 후드득 쏟아졌다. 입을 떼 뭔가 말하려 했는데 턱 막혔다. 겨우 목에서 끌어 소리를 냈다. 더듬더듬 단어를 배열하지도 못하고, 그저 뱉어냈다.
"나는.. 많이 무서워. 그런 걸 내가 가져도 될까 싶을 정도로.. 겁이 많아.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어. 나는 나쁜 사람이야. 남의 행복을 삼켜서 내 안전을 확보하려 했거든.. 그래서 과분하다 생각하고 피했어. 그런데.. 만약에, 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나한테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야. 하루하루가 기다려질 거고, 더는 혼자 걷는 이 셰바가 무섭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무라사키는 제롬의 기세에, 순간 움찔했다. 그가 딱히 무엇을 해서가 아니다. 단지 지금 상황이 누가봐도 전형적인 '고인물 vs. 뉴비'의 판인데도, 일절의 승산이나 가망조차 없다고 느끼는게 당연할텐데도, 그는 조용한 미소만을 지으며 '한 판 더'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무라사키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런 친구가 없기도 했지만) 소녀는 분명 제롬이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해도 똑같을텐데... 우... 지금이라도 말씀드릴까...?'
무라사키는 말하자면 천재이다. 즉, '재능러'라고 말하는 부류. 그리고 여느 천재가 그렇듯 '노력하는 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가 아는 것은 '결과'뿐이며,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이는 것 뿐이다. 거기서 이루어지는 과정은 자연히 몸에서 흘러 나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녀의 절대적인 강점이다. 완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그것은-
- 둔! 둔! - 망멩미!
―단 하나의 맹점. 소녀는 방금과 같이 빈틈없는 상어처럼 덮쳐왔지만 이번에 터진 것은 자신의 쪽. 켈빈을 쏘고 땅을 칠하러 가는 제롬의 캐릭터가 클로즈업 되자 소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움직임이, 변했어...?' 아니, 제롬이 무기를 바꾼 것은 알고있다. 그것이 머뉴버 계열의 무기이며 두 번의 구르기가 있는 것도, 구르면 데미지와 사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그리고 궁극기가 무엇인지 폭탄이 무엇인지도... 전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방금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제롬이 어떤 움직임을 했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제롬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였다...!
그리고... 무라사키가 어떻게 자신이 공략당하고 있는지 깨달은 것은 한참이나 킬을 빼앗기고, 자신의 땅도 상당히 내준 뒤였다. 스플래툰의 한 판당 회전률은 빠른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승기를 잡아내지 못하면 끝까지 밀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역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롬이 구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칼같은 에임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무라사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에 맞추어 제롬을 제거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무시무시한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 괜히 스플래툰의 랭커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게임은 킬 게임이 아닌 칠 게임. 그러다 보니 정작 땅을 칠하는 것에는 소홀해지게 되고... 어느덧 시간은 5초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