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와 한 밤의 꿈 깨지 않게 춤추고 싶어 인간다운 일을 강요받아도 굳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아 달이 아름다운 밤만이 올바르다 느끼고 있으니까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제롬과 원만한 대화를 끝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용왕을 다시 만나러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혈전을 신청한답시고 들어갔다 살아 나왔기에 더 이상 계단을 올라도 막아세우지 않는 경호인력을 지나쳐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에만은- 미카엘은. 그래, 손목을 덥석 붙잡혀 "차라리 잘 먹고 다니면 모를까, 앙상하게 다녀서는 맞지 않는 겉껍질을 뒤집어쓰고 그런 식으로 살 수 있더냐, 핏줄과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를 비롯한 언행을 줄줄 읊으며 그 지옥 같은 계단을 질질 끌려가듯 내려갔을 때부터 질리게 생각했다.
에이, 썅. 내가 셰바 사람을 믿은 게 잘못이지, 원만한 대화를 다시는 생각하나 봐라.
그리고 또 생각하는 것이, 이 용왕이라는 사람은 본인 신경은 일절 쓰지도 않으면서 남의 옷에는 이 핀잔 저 핀잔을 주고 다닌다는 것이다. 질질 끌려다니며 이 옷이요 저 옷이며 모자에 장갑 새 신발까지 사는 것이다. 갑자기 가면을 확 벗길 때는 "이 씹ㅅ.." 하고 욕설이 나오기가 무섭게 다른 것을 씌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 있었냐는 것처럼 어깨 으쓱이는게 얄미워 미친다. 이쯤 하면 되었다 싶었건만, 갑자기 구석진 곳의 낡은 집까지 끌고가 문을 벌컥 열더니 제법 엉망에 생활력 일절 없어 보이는 -애당초 화장대 위에 사람 손이 나뒹구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장소에 덜컥 앉혀 머리를 빗겨주고 말아주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짧은 일이 고작 2시간만에 일어났으니, 평소 체력이라고는 일절 없던 미카엘은 체력의 한계를 느꼈을 법도 하건만 용왕은 복슬복슬한 모피가 덮고있는 어깨를 덥석 쥐며 샛노란 눈 부릅 뜨며 당부하는 것이다.
"피 튀면 꽃처럼 번지라고 그렇게 입혔다. 이 봐라, 우아하지 않더니. 돌아가는 길에 아무나 쑤셔봐라. 내 장담하마."
어지간히 정상인은 아니겠거니 싶은 발언을 이후로 또 배웅을 해주니, 미카엘은 당분간 협상이고 뭐고 사람을 불러서 용건을 전달하든지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뒤로하며 A-13 구역을 벗어났다. 아, 리아나가 아닌 다른 드라이버를 쓰길 잘했다. 천하의 리아나라도 얘가 걔인가 싶어 질문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후줄근하게 입던 에만은 어디로 가고 50년대 귀부인이 서있는지. 거기다 가면도 평소 쓰던 스마일링이 아닌 여우를 형상화 한 가면이니, 특유의 붉은 머리칼 섞여 분홍빛으로 보이는 금발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구역을 벗어나 레이스 호텔로 가던 도중 미카엘은 손을 들었다. "여기서 세워줘." 차는 떠나고 앤빌은 제법 자연스러운 풍경을 그렸다. 장갑 낀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을 때 보인 유리는 제법 지문이 많이 묻어있다. 누가 그 번쩍번쩍하던 문을 먼저 열고 청소 업체에게 온갖 원망을 얻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달큼한 술 내음을 뒤로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따뜻한 공기, 트러스 골조, 등색이요 난색 조명에 느긋한 로파이에- 다만 낯선 것이라면 언제라도 왔냐? 하고 묻는 바텐더의 행방과 처음 보는 공간이다. 얼핏 보니 조그만 무대인 것 같다. 반질반질한 주변 바닥과 양동이를 비롯한 청소 도구를 보니 조만간 쓰이겠거니 싶다. 그러면, 다른 장비라도 챙기러 갔나?
고개를 돌리니 난색 등에 비친 인영이 보인다. 페로사, 하고 부르려던 입을 다물고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걸어간다. 바의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옷깃 스치는 소리 하나도 조심하며 천천히 앞에 선다. 금빛 머리카락은 쏟아져있고, 생명 활동을 지속하듯 흉골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이런 기회는 또 흔치 않기에 가면 너머로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가면 너머의 눈이 나긋하게 내리감긴다.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입속말로 중얼거린다. "여기가 아무리 따뜻해도 감기 걸릴 텐데."
하여 너른 모피 케이프 코트를 풀어내면 속은 가녀린 몸의 선을 그대로 보이는 검은 셔츠다. 제법 핏 좋은 것 골라주어 작은 체구임에도 잘 어울리던 것이라, 한 번 고개 숙여 옷의 주름을 보고는 벗어낸 코트를 어깨 위에 살포시 덮으려 했다. 그리고 또 종종걸음으로 가는 것이,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게끔 바의 높은 의자로 향하더라. 이내 폴싹 앉았다.
나름의 배려요 할 일도 마쳤겠다, 천천히 턱을 괸다. 이제 제대로 볼 수 있다. 내리감긴 긴 속눈썹도, 자그맣게 멀어진 도톰한 입술도..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 그날의 작은 세례는 효과가 있었을까. 여우 한 마리- 에만이 손을 뻗어보려 했다. 금빛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아보려고도 하고, 속눈썹의 끄트머리를 장갑 낀 손가락으로 살포시 쓸어보려 했다. 그 손짓 하나마저 숨을 죽였다. 혹시라도 깰까 노심초사하며.
청소 도중에나 더럽히면 눈총을 사지, 청소 다 끝나고 삯을 치렀는데 누가 문을 더럽히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나. 오히려 더럽혀주면 그만큼 자기들이 호출될 주기가 빨라지니 청소업체로서는 감사한 노릇이지. 뭐 상관없다. 그 문에 가장 먼저 손을 댄 게 다음날 출근한 페로사라는 것은 문짝도 잊어버리고 페로사 본인도 알아채지 못했을 만큼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니. 그러나 에만이 지금 손을 짚고 발을 내딛는 것은, 앤빌의 손님으로서는 그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확실히 에만이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었다. 바의 끝에 출입을 위해 트여있는 공간을 넘어오는 것도, 곤히 잠들어있는 페로사에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잠든 그녀의 어깨에 외투를 씌워주는 것도.
에만이 외투를 페로사의 어깨에 씌워주는 서슬에 그녀는 몸을 작게 뒤척이며 숨 고르는 소리를 냈으나 그뿐, 페로사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외투를 씌워줄 때 보면 페로사의 지갑이 나와있다. 현금은 1만 벅짜리 두어 장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카드라 좀도둑이 들어도 지폐나 슥 빼어갈 그런 지갑이었으나,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푸른 세상을 찍은 사진이다. 말갛고 푸른 하늘 아래 군청색으로 몸을 뒤채는 바다를 배경으로, 생김새는 험악했으나 가족 앞에서 한없이 호탕하고 자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와 행복에 익숙한 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 그리고 딱 봐도 대단한 말괄량이 장난꾼처럼 보이는 맏딸과 두 동생, 어머니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아기까지. 아주 낯익은 물결치는 금발머리와 바탕으로 찍힌 하늘과 바다를 똑 닮은 짙푸른 눈을 하고 있는 일가족의 사진이었다. 잠깐 그 사진을 꺼내어보다, 이젠 손닿을 수 없는 향수에 잠겨 지친 눈을 감은 모양이다.
손을 뻗어서 금빛 머리카락을 매만져보려 하면, 머리카락을 매만질 때에는 페로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이 잠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장갑 낀 손이 얼굴에 가까이 다가올 때에는 잠결에 한 행동인지, 페로사는 고개를 약간 들어 소리없이 손끝의 냄새를 맡아본 다음에 그대로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아무런 거부도 하지 않고, 에만의 손이 페로사에게 가서 닿는다.
그 때의 그 작은 세례는 틀림없이 이 잠들어있는 맹수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 듯하다. 미소하고 미약해서 다른 사람은 알아채기도 힘들겠지만, 명백히 그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어떤 흔적을.
1. 『와주리라 생각했어』 "하하하. 너도 바쁠 텐데 이것 참 미안하게 됐다야." "인건비 계산은 철저하게 해줄게." * ??? * (당신이 기척을 내었을 때, 페로사는 당신을 돌아보았다. 시선을 가만 맞추고 있다가, 페로사는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어떻게든 평소의 느긋한 미소로 보였으면 하고 애쓰는, 그러나 가슴속에 치미는 마음을 다 억누를 수 없는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다. 그녀는 당신에게 다가와서, 당신을 꼭 끌어안아왔다.)
2. 『물론이지』 "알았어, 문제없어. 그 외에는?" "그거면 충분하지? 가보자고."
3. 『빨리 해』 "난 누굴 재촉하는 성격은 아니야. 침착하게 해. 다만 지금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닌데다, 내가 벌어줄 수 있는 시간에도 한계는 있다는 거 잊지 말라고." * ??? * "좋아. 그래서... 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려고?" "상관없어. 애태운 만큼 받아낼 테니까."
1. 『이게 우리에게 내려진 벌이야』 "-잔인하지." "우리가 지은 죄라곤, 뉴 베르셰바에서 사는 것뿐인데 말야." "우리 모두 어딘가 한 군데씩 고장난 개자식이 되어있네."
2. 『일단 좀 일어서』 * 평소의 가벼운 상황 * "일어서라니. 뭐 어디 가게? 아니면 내가 뭘 깔고 앉았나?" "드라이브라면 환영이야. 대신 출장비 받는다?" * 심각한 상황 * "아? 하하. 일어서라니 무슨 소리야. 난 좀 쉬었다 갈 거야. 토 달지 마. 다리아프다고." "여기서 좀 쉬다가... 곧장 뒤따라갈 테니까. 먼저 가."
3. 『나에겐 무리였어』 "고생 많았어." "자. 내가 한 잔 살게. 시원하게 한잔 쭉 마시고 머리 좀 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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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이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다. 아직 동심을 잃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보이는 것처럼 시안은 그 나이가 어릴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해 무지하고, 아직 타인을 판단하기에 한참이나 어린. 그러니 마음에서는 당신은 좋은 꽃집 사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시안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듯, 두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건너다보다, 이내 입을 다문다. 언젠가 당신에 대해 알게 된다면. 실망에 빠지겠지. 당신의 말에 시안은 깜짝 놀라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미소 띤 채 꽃다발을 가볍게 안고서, 당신을 본다.
"나에게 너무 과분한 선물인데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은 조금은 원하게 되는 것일까. 수줍어하는 소녀처럼 연하게 볼을 붉히던 시안은 망설이다, 이내 답한다.
1. 『죽지 말아요! 제발!』 당신 말이야, 너무 무리한 부탁하는 버릇 좀 고쳐..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뭐, 노력은 해보겠는데 말이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2. 『언젠가 배신하는 날이 오더라도』 말했잖아, 나는 꽤 편리한 인간이야. 적당히 쓰고 어디 처박아둬도 무방해. 걱정하지마. 그런 걸 배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게.
3. 『죽어버려』 개새끼가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꼬라지 하고는.. 죽이고 싶으면 죽여 봐. 왜? 막상 하려니까 겁나? 사람 죽이는 게 별 일 같고 그래? 자, 여기가 심장이야. 움직이잖아, 지금.. 이걸 멈춰야 사람이 죽어. 앞으로 나 말고도 많이 죽여야 할텐데, 이 감각을 알아둬야 오래오래 써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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