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웅들과 우상 다 모자란 인간일 뿐 현실은 개같아, 계속 가긴 너무 큰 공포 하지만 지고 싶진 않지, 그렇지? 싫을걸 건 게 많고 아직 성장 중, 바로 그 열정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는 상대의 집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고양이 한 마리를 제한다면 말이다. 사내의 집은 남자 둘, 고양이 하나가 살기엔 너무 비좁다. 원룸인지라 사생활도 없다. 그저 한 구의 시체가 밥을 먹고, 자고, 생을 연장하기에 적당한 공간. 그 뿐이다.
"페퍼 씨의 "안락한" 집이라... 뭐, 당신이 그렇게까지 내가 그 집에 갔으면 한다고 어필한다면야."
저런, 나는 당신 머리통을 열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건 좀 곤란하다. 이래서야 경계선을 알기 어렵다. 어쩌면 이 것이 피피가 페퍼를 상대할 때의 최대 어려움일지도 모른다. 페퍼는 모종의 이유로 프로스페로가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사내는 그것의 이유를 모른다.
"앞으로도 당신 친구 해달라고? 알았어."
이건 생각을 읽은 것 따위가 아니다. 버려질 것을 당연히 전제하는 이들끼리 공유하는, 끔찍한 무언가다. 붙들리지 않은 손의 엄지손가락에 입김을 살짝 불었다. 방독면 위 이마 부근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눌렀다가 뗐다. 하얀 동그라미가 맺혔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 때 주지 못한 칭찬스티커, 재잘댔다. 이번엔 당신 생각을 읽은 게 아니니까 안심해.
언제나 그렇듯 도시의 지평을 먹먹한 검붉은색으로 물들이는 뉴 베르셰바의 저주받은 일몰 속에서도 앤빌의 정문은 언제나처럼 온화한 빛을 품고 엘리시움 지구의 한 길목에서 빛을 흘리고 있었다. 핏빛의 낙일을 피해 도망칠 피난처를 표시해둔 것처럼. 어느덧 저번의 수상할 정도로 깨끗했던 길목과 입구도 그럭저럭 자연스러워지고, 앤빌의 풍경은 원래 기억하던 것과 꽤 비슷하게 되어 있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언제나의 익숙한 풍경이 새로운 방문객을 반겨준다. 겨울날의 한기를 털어내주는 따스한 바람도, 공장이나 창고 같은 게 있던 자리에 지었다고 고백하는 듯한 천장의 트러스 골조도, 거친 벽돌들이 드러난 벽도, 천장을 뒤덮은 나무 타일 아래에 걸린 온화하고 따스한 조명도, 기능미를 추구한 듯한 투박한 가구며 집기들도, 바의 공기를 타고 느긋하면서도 간드러지게 흐르는 로파이 노래 가락과 한켠에 걸린 커다란 벽걸이 TV에서 무미건조한 톤으로 흘러가는 뉴스 방송까지 앤빌의 모든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피난처- 이 곳은 누군가가 섬세하게 조율하여 마련한 피난처였다.
다만 이번에도 저번과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의 한켠에 커튼으로 만든 탈의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커튼이 둥글게 쳐져 있던 공간이 커튼이 벗겨져 드러나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서 한창 청소를 하고 있었는지 양동이며 대걸레며 먼지털이며 청소기며 하는 것들이 쓰다가 만 것처럼 늘어놓아져 있었다. 그 커튼 너머에는 조그만 무대가 있었다. 조그만데다 악기는 하나도 없었지만 음향장비나 스탠드 마이크 같은 것은 다 갖추어져 있는 제법 그럴싸한 무대였다. 오늘은 거길 청소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청소가 거의 끝나 있다.
그리고, 사자는 잠들어 있었다. 평소라면 바 너머에서 신문을 읽고 있거나, 컵을 닦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거나 했을 바텐더는 평소의 그 셔츠바람 차림을 하고선 바에 엎드려 곤히 잠들어있었다. 질끈 묶여 금빛으로 물결치는 머리카락은 등과 어깨에 마구 쏟아져내려 있었고, 그 아래로 흉골이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오늘따라 수면이 부족했던 걸까, 피로했던 걸까- 문이 열리면서 짤랑 울린 도어벨 소리에도 아랑곳않고, 페로사는 잠들어 있다. 기분 탓일까 표정이 사라진 탓일까, 잠들어있는 그녀의 얼굴은 기억하던 것보다 조금 더 온순해 보였다.
>>918 페퍼 생활패턴이 더 극단적일거같은데요... 그나저나 욕실 분리된게 아닌 이상에야 결국 본모습은 가끔이나마 마주치게 되겠군... 🤔 >>931 흑흑... 브롈주 건강해욧! 권장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943 뭐라? 칭찬스티커를 입김으로 불어서 준다고요? 마이거쉬… 언제 이렇게 가까운 (육체적으로) 사이가 됐지?! (진짜 모름)(본인이 발단임) 그나저나 air quote까지 했는데 피피는 몰랐나보군오 ㅠ.ㅠ 아니면 알면서 놀리는건가... 흑흑
눈가를 찌푸리는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는 바텐더의 모습에 브리엘은 턱을 괸 채로 나른하게 눈매를 내리뜨면서 그 모습을 외면하듯 시선을 돌려냈다. 믿어보라는 저 뻔뻔한 얼굴을 계속 마주하고 있기에는 아직까지 속에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악마가 속을 긁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텐더들은 전부 이런 타입인가. 장난꾸러기에 낙관론자에, 헤어질 때가 되니 점잖아지는 것 말이지. 입안에 굴리던 호두 알멩이를 씹어 삼키면서 브리엘은 좀처럼 펴기 힘든 미간을 손으로 문질러서 인위적으로 펴내고는 바텐더가 내준 마지막 잔을 천천히 비워내고 있었다.
한번쯤은 만족스럽다면 웃음을 지어도 될테지만 노곤하게 몸을 적시는 그 한잔을 마시면서도 브리엘은 멀쩡해보이는 얼굴일 뿐이었다.
"나 같은 진상은 빨리 나가주는 게 당신으로서는 이득인 거 알아요."
스스로도 점잖은 손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브리엘은 바텐더의 멘트에 대한 답문을 내면서 카드를 건넸다. 미안했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었지만 사과는 아니었다.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잔을 비워내던 브리엘은 영수증은 버려드릴까요? 라는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보였다. 카드를 받아들었다가 그대로 뒤집어보자 카드 밑에 있는 생소한 카드에 다른 손으로 그것을 집어들던 브리엘의 입술이 슬쩍 움직였다.
"페로사, 몬테까를로.. 페로사."
다른 명함을 착각해서 건네준 게 아니라면, 이 명함은 바텐더의 명함임이 분명했다. 마지막 잔은 오래지 않아 깨끗하게 비워졌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던 브리엘은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눌러 어깨와 턱 사이에 끼워넣으며 지갑에 카드를 넣었을 것이다. 그대로 몸을 돌려서 나갈 것 같던 브리엘은 마치, 명함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 테이블에 팁과 건네받은 명함과 같은 크기의 명함을 올렸다. 속칭, 카두세우스 지팡이라고 불리는 문양이 뒷면에 그려진 새까만 명함에는 금색 알파벳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Brielle이라는 알파벳이었다.